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66화 (65/98)

제66화. 결정. >

시베리아의 6월은 밤과 낮의 기온 차가 심하다. 거의 15도 차가 나기에 낮에는 러닝을 입고 다니다가도 밤에는 긴 소매 상의를 비롯한 가을 코트를 입는다.

그러나 연해주 지역은 다르다. 밤과 낮의 온도 차이가 그리 심하지 않은 것이다.

국경지대인 하산 일대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하지만 새벽 4시가 되자 이상한 정황들이 포착되기 시작하였다.

어둠 속에서 시커먼 개떼가 움직이고 있었다. 조선인민군 제108 경보병 군단이다.

108경 보병군단은 10만이다. 이들의 임무는 전쟁에서 적의 후방으로 침투하여 지휘부를 공격하며 통신 수단들을 무력화시키고 다리들을 비롯한 교통수단을 확보하며 지방의 행정관리를 사살하여 대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게릴라부대들이다. 그 게릴라부대 10개 사단, 10만 명이 완전 무장을 한 채로 두만강에 들어섰다. 최대한 조용하게 소리 없이···.

하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시베리아와 북한의 국경 지역인 하산에는 국경 경비대 1개 중대(70명)밖에 없다. 이것은 옛 소련 시대부터 그랬다.

소련과 북한은 같은 공산권 국가였고 소련은 북한의 목줄을 움켜쥔 공산주의 종주국이다. 감히 북한 따위가 넘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 때문에 하산부터 동해에 있는 24km(100리) 지역에는 군대가 한 명도 없다.

대신 울타리형 철조망이 쳐져 있다.

스스스슷~

마치 거대한 메뚜기떼처럼 몰려온 108경보병사단 병사들이 철조망 울타리를 가위로 절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런 조짐이 없다.

원래 이 철조망은 국경이라는 상징적인 표식일 뿐, 그 때문에 전기 철조망도 아니고 센서도 부착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108 경보군단이 아주 쉽게 일을 끝냈다. 그들은 잠깐 사이에 수십 개의 철조망을 절단하고 국경을 넘어 하산으로 은밀하게 전진했다.

“사령부, 사령부, 여기는 제1호 강철 주먹, 하산역이 불을 환히 켠 채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조용합니다.”

하산 역을 점령하기로 분담한 제108 경보병 군단 제1사단장의 보고다.

“신속하게 점령하라.”

“알았다!”

통화를 끝낸 사단장이 명령을 내렸다. 제1연대는 하산의 경비 중대 막사와 보초소, 하산 역을 점령하라.

제2연대는 하산 주변 마을을 점령하라. 모든 주민을 체포하여 광장으로 모아라. 제3연대도 마찬가지다.

하산 북쪽에 있는 마을들을 모두 포위하고 주민들을 잡아라. 그것들은 앞으로의 전쟁에서 인질들이 될 것이다. 알았나?“

”일, 심.“

북한군의 구호는 “일심단결(一心團結)”이다. 그 뜻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언제든 변하지 않는 하나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1초, 1분이라도 빨리 점령하는 것이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다. 가라.”

“단결!”

어둠 속으로 연대마다 자기들의 목표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역사와 마을 가까이에 접근할수록 각 연대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하산 역에서도, 그리고 마을에서도 인적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다못해 사람 사는 마을에 개 짖는 소리라도 나야 할 것인데 말이다.

“루키 베르(손들어)”

러시아의 집들은 높은 담장을 세우지 않는다. 광대한 영토, 드넓은 땅에 사는 사람들답게 집만 짓고 넓은 집 주위의 면적에 채소를 심을 뿐이다.

그 때문에 집안으로의 침투는 쉬웠다.

한데 위협적으로 소리치며 문을 차고 들어간 108경보부대 병사들은 황당한 일과 마주쳤다. 집안은 텅 비었다. 아무도 없다.

다만 거실에 한국어로 쓴 안내판이 하나 서 있었다.

“사람은 없고 먹을 것도 없습니다. 북한군 장교와 병사들이여. 하지만 주방 지하창고에는 감자들이 많으니 그거라도 삶아서 드세요! 세르게이 친전.”

아마도 집주인의 이름이 세르게이인 모양이다.

하산 역도 북쪽 마을들과 남쪽 마을들도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사람만이 아니다.

강아지 한 마리도 없다.

하산 국경 경비대 1개 중대도 이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인가?”

제1사단장 김맹수 소장은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 분통이 터졌다.

사람은커녕 짐승 한 마리도 없다니?

정말 기가 막힌 일이었다.

“하산 국경 경비대 중대는 거의 일주일 전에 이미 철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마을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가구는 놔두고 갔지만 다른 식량은 철저하게 소각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집집의 지하창고에 있는 약간의 감자뿐입니다. 사단장 동지.”

“음, 이미 시베리아는 우리가 쳐들어올 것을 예산하고 있었단 말이지?”

사단장이 중얼거렸다. 하긴 거의 한 달 동안을 매일같이 방송으로 별의별 악담을 다 퍼부었는데 짐작을 못 했다면 그건 나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벌써 일주일 전에 이렇게 감쪽같이 군대는 물론 일반 주민들까지 소개할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다.

“빌어먹을, 한 방 먹었군!”

사단장이 툴툴거리며 무연한 구릉지대로 이어진 하산 초원을 바라보았다. 여기는 정말 기름진 옥토이다. 하지만 워낙 영토가 큰 시베리아다.

면적이 황해남도와 황해북도만큼이나 큰 초원이지만 자라는 것은 풀들뿐이다.

“이 땅만 가져도 엄청난 곡식을 키울 수가 있겠군!”

하지만 1사단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안다.

시베리아군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원래 시베리아 극동군은 동북아시아의 태평양과 미국을 상대로 언제든 전쟁을 할 준비된 부대였다.

그 때문에 옛 소련 병력의 60% 이상의 무기들을 휴대하고 있다.

극동군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는 1만 대의 각종 전차. 1만 2천 기의 각종 전투기와 폭격기, 전폭기, 1만기의 전투 헬기, 10만 문의 각종 화포와 2만 대의 각종 SS 미사일 발사차량, 1,200기의 미사일 사일로, 2,500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 시베리아가 열이 뻗쳐서 대형 핵탄두를 두세 발만 발사하면 북한이라는 나라는 세상에서 소멸할 것이다.

그런데도 시베리아에 겁 없이 달려든 것은 바로 이번 “혁신호”침몰의 명분 때문이었다.

시베리아는 자기들이 한 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는 전 세계 앞에서 북한군을 공격할 명분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국경을 넘어 공격 해오는 조선인민군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하산지구를 비운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베리아는 잠수함이라는 쥐덫에 걸려 일단 하산지역을 내준 것이다. 그리고 곧 협상하려 들것이다.

이번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여 방금 세워진 시베리아합중국의 공정함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희들은 우리 공화국에 많은 것을 내놔야 할 것이다. 클클클!’

1사단장은 만족하게 웃었다. 그는 곧 명령을 내렸다.

“소대별로 주민집들을 숙소로 사용하라. 곧 후속 부대들이 건너올 것이다.”

“일, 심.”

장교들이 흩어져갔다. 날이 푸름 푸름 밝아오는 새벽 6시, 북한군 전차 2,500대가 두만강 하류인 하산지구를 건너 시베리아 땅에 올라섰다.

그 뒤를 포부대와 각종 부대가 뒤를 따랐다.

***

“우리 공화국 최고 사령부는 그동안 분노를 꼭꼭 씹으면서도 한 달을 넘게 기다려 주었다.

그러나 시베리아합중국은 그 어떤 사과도, 그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

하여 우리 공화국 최고 사령부는 우리 인민을 살해하고 민간 선박인 유조선을 침몰시킨 시베리아합중국의 사과와 재발 방지, 그리고 그에 합당한 보상금을 받기 위해 금일, 20만 명의 군대와 2,500대의 전차가 두만강을 넘어섰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공화국은 피해자다. 그러나 시베리아합중국은 우리보다 강하다고 하여 우리 공화국 정부의 어떤 채널과도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이 오만한 행태를 그냥 둔다면 우리 공화국과 조선인민군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나라일 것이며 군대일 것이다.

국가란 그 나라에 사는 국민의 보호를 우선 첫째로 해야 한다.

또 군대는 비록 자기보다 강한 적이라고 하여도 공화국 인민을 살해한 적이라면 전멸의 각오를 하더라도 싸워야 진정한 인민의 군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공화국 정부와 인민군 최고 사령부는 다시 한번 시베리아합중국에 촉구한다.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과 인민들에게 사죄하라.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을 해라.

그렇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군대를 철수 시킬 것이다.

그러나 만약 끝까지 인정을 안 한다면 우리 공화국 군대와 인민은 1천만의 총폭탄이 되어 시베리아와 싸우다 죽을 것이다.”

아주 그럴듯한 협박이며 국경을 넘어 시베리아를 침공한 것에 대한 변명이다. 하지만 시베리아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다만 시베리아 국군 대변인이 간단하게 선언했다.

“북한은 군대와 전차를 몰고 무단으로 우리 국경을 넘어 시베리아합중국의 영토를 점령했다. 경고한다. 즉시 돌아가라. 만약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들은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 외 어떤 말도 성명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전 세계의 언론들이 들끓었다.

<북한군, 오늘까지 후속 부대를 투입하여 40만 명이 하산지구에 도착, 포시에트항이 보이는 곳에 참호를 파고 있음! 마치 그곳을 영구 점령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

<북한, 전시상태 선포, 600만 노농적위대와 교도대에 총동원령 하달!>

<중국 심양군구 40만의 군대와 전차부대, 기계화부대가 훈련을 명목으로 시베리아-중국 국경으로 진주!>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삼각 국경지대. 피바람은 정말 일어날 것인가?>

<시베리아 정부, 그 어떤 표현도 없이 묵묵부답!>

전 세계의 언론들은 매일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베리아 사태를 메인에 장식했다. 게다가 중국군이 시베리아 국경에 진주했다.

40만이 넘는 병력과 전차들, 기계화부대들, 그리고 심양과 훈춘, 길림. 할빈, 목단강 등의 비행장들에서는 중국군 전폭기와 전투기, 폭격기가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전쟁이 폭발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하지만 시베리아는 평온했다. 일상적으로 공무원과 노동자들은 출근했고 하늘 철도와 도로도 주행을 멈추지 않았다.

바이칼, 최고 의장 궁.

여기는 의장 궁의 소회의실이다. 방에는 시베리아 국군의 육해공군 사령관들과 여러 장군들, 그리고 CFSB의 국장이 참석해 있다.

“현재 미국 쪽에서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북한과 중국의 뒤에 FCI가 있는 것 같습니다.”

CFSB국장 사라의 상황 설명에 장군들이 웅성거렸다.

“북한이 우리에게 겁을 상실하고 덤벼드는 것은 FCI에게 북한에 가장 필요한 것을 받기로 약속받았다고 우리 요원들은 분석의 일치를 봤습니다.”

잠시 숨을 죽이고 주위를 둘러본 사라가 말했다.

“바로 만성적인 식량난의 구제, 막대한 자금지원, 그리고 핵탄두의 보급이나 제작에 필요한 장비들을 지원받는 것입니다.

이게 아니라면 북한이 이처럼 필사적으로 달려들 수가 없습니다. 김정일은 하산지구에 상륙시킨 북한군이 다 전멸해도 이 세 가지를 받는다면 기꺼이 그리할 것입니다.”

“음!”

“...”

장군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북한의 행태가 너무 어이없기 때문이다. 웅성거리는 그들을 둘러보던 이준이 입을 열었다.

“김정일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대로 해줍시다. 10일간 군대를 철수 시킬 시간을 주고 10일 후에는 하산지구에 들어온 북한군을 괴멸시킵시다.

국군 사령관님. 우리 군대는 준비되어 있습니까?”

“예, 명령만 내리면 북한이든 중국이든 싹 쓸어 버릴 것입니다. 의장 각하!”

“그럼 최후 통첩을 하고 기다립시다. 그리고 CFSB는 해외정보에 집중하여 FCI가 정말 개입했는지 밝혀내시오.”

“예. 각하!”

회의는 끝났다. 하지만 결론은 내려졌다. 하산지구에 침공한 북한군의 괴멸이 초침을 타고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