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만남. >
1994년 9월 28일, 시베리아의 새 독립국가 최고의장과 총리,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이준은 압도적인 지지로 국가 최고 의장에 당선되었다. 이로써 앞으로 25년 동안 국가의 최고 의장으로 나라를 관장하게 되었다.
1994년 9월 30일. 최고의장 이준의 승인하에 국회는 새로운 나라의 이름과 헌법, 국기, 국경절을 작성하여 시베리아 전 국민의 투표에 부쳤다.
새로운 나라의 이름은 “시베리아합중국”으로 제정했다. 이준은 원래 나라 이름을 신발해나 신고구려로 짓고 싶었다.
하지만 시베리아에 사는 사람들은 67개의 민족이다. 1억4천 8백만 명 중 겨우 2천만 명만 슬라브족이다.
나머지 1억2천8백만 명은 원래 시베리아 토종 민족이 17개, 49개 민족이 중국에서 온 소수민족이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라 이름을 “시베리아합중국”으로 제정했다.
하지만 국가 공용어는 “고려어(한국어)”로 지정했다.
사실 공용어는 러시아어였지만 그건 겨우 2천만 명의 슬라브인에게만 해당된다.
고려어로 제정하면 불만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차라리 새로 배우는 의미에서 고려어로 지정했다.
시베리아 전 국민은 최고 의장 이준이 고려인(한국인)이므로 공용어를 고려어로 하는데 찬성했다.
이후 이준은 47만 명의 고려인(시베리아 한인 동포)중에서 언어 교사를 많이 뽑아 각 초등학교 국어 선생으로 보냈다. 하지만 선생이 엄청나게 적었다.
이준은 이 문제를 국회에 통과시켜 한국에서 국어 선생을 데려오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때부터 한국에서는 시베리아합중국의 국어 선생으로 몰려오는 바람이 불었다.
시베리아합중국이 국어 선생에게 주는 월급이 한국 교원들의 2배가 넘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백수로 지내던 수많은 청춘 남녀가 시베리아합중국의 한국 주재 대사관에서 하는 국어 선생 모집에 참여하였다.
이준은 그렇게 25만명의 한국인 청춘남녀로 국어 선생을 충당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과 시베리아합중국은 더욱 밀착하게 되었다.
삼성은 시베리아에 컴퓨터와 전자 회사들을 세웠고 현대는 현대 자동차 공장을 세웠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에는 거대한 조선소들이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시베리아합중국"은 건국절을 10월 3일 개천절로 정하였고 국기는 DG그룹(단군 그룹의 사기(社旗))였던 것을 시베리아합중국의 기발로 지정하였다.
10월 3일, 건국 일을 계기로 “시베리아합중국”은 장대한 출항의 돛을 올렸다.
하지만 뭐든지 잘되면 배가 아픈 자들이 있는 법이다.
“지금 이 상태로 계속하여 발전한다면 시베리아합중국은 걷잡을 수 없이 발전하게 될 것이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나라의 발전을 방해하여 아르진 리를 끌어 내려야 합니다. 모두 그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해 주기 바라오.”
여기는 “시베리아합중국”의 수도 이르쿠츠크에 있는 의 “시베리아합중국”에 있는 모든 지부를 지도하는 총부(摠府)이다.
유대 국제 금융 카르텔의 지시를 이곳에서 각 지부로 내려보내는 것이다. 유대 금융 카르텔은 지난 2년 동안 13조 달러를 이준에게 빌려주었다.
무상 지원으로 3조 달러. 50년 기한 무이자로 10조 달러를 빌려주었다. 그 대가로 시베리아 전역에 금융 카르텔의 은행을 곳곳에 세웠다.
금융 카르텔이 이준이 제시한 이 방안을 받아들인 것은 일단 발을 붙이고 서서히 금융을 장악하려는 속셈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르텔은 시베리아합중국에서는 다른 나라처럼 마음대로 인플레이나 디플레이션을 조성할 수가 없었다.
이준이 국회에서 은행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은행법에는 유대 금융 카르텔이 조금만 법에 어긋나도 은행을 몰수하며 엄청난 배상금을 추징하고 추방하기로 되어 있다.
이쯤 되니 금융 카르텔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유리해지는 것은 자기들이 아니라 시베리아합중국, 즉 이준에게만 유리해진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러니 속이 달아오를 수밖에!
그래서 이렇게 각 지부장이 총부에 모였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처럼 시베리아합중국의 은행을 차지하려면 방법은 하나, 이준을 없애던가, 아님 최고 의장 자리에서 끌어 내리는 것입니다.
아르진 리가 최고 의장으로 있는 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지부장이 씁쓸한 얼굴로 하는 말이다.
그러자 다른 지부장들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때 하바롭스크지부장이 말했다.
“일단 아르진 리를 끌어 내리려면 시베리아가 혼돈의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의 푸틴은 시베리아를 공격할 수 없습니다.
아직 러시아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면 시베리아는 더욱 강해지고 아르진 리의 권위는 지금보다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북한의 김정일을 충동질하여 그가 시베리아에 전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북한은 김일성이 죽고 겨우 2개월이 지났습니다. 정보에 의하면 북한은 흉년이 들어서 벌써 굶어 죽는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김정일에게 돈을 대주는 대가로 시베리아를 공격하게 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모두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북한은 시베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쪽의 두 개 나라 중 하나다. 시베리아합중국은 동쪽으로는 중국과 북한, 남쪽으로는 몽골과 카자흐스탄, 서쪽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중 북한과의 국경 면적은 제일 작다.
하지만 침략전쟁이나 국지전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북은 지금 핵탄두를 만들기 위해 광분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보에 의하면 그들은 이미 5메가와트의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고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원자탄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원료. 그리고 돈을 지급한다면 김정일은 미친 듯이 달려들 것입니다.”
“옳소.”
“그거 좋은 생각이오!”
짝짝짝~
지부장들이 손뼉을 쳤다. 그러자 총부장이 결론을 내렸다.
“그럼 상부에 그리 보고하겠소!”
끝까지 시베리아합중국의 금융을 틀어쥐기 위해 유대 금융 카르텔은 김정일을 부추길 생각을 하였다. 정말 지독한 자들이다.
하지만 국가의 금융을 틀어쥔다는 것은 사실상 그 국가를 점령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유대 금융 카르텔은 절대로 시베리아합중국을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
“이런 빌어먹을!”
탁~
김정일은 책상 위에 보고서를 집어 던졌다. 그리고 담배를 붙여 물었다. 김정일은 담배 중 말보로를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북한은 외국의 담배를 배격하며 북한 내에서 판매를 금지한다.
그중 미국에서 만든 담배는 제국주의 담배라 하여 피우다 걸리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야 한다.
그러나 김정일이 피우는 말보로는 중앙당 39호실이 항상 외국에서 사들인다.
“올해 수학량이 반토막이 났어. 이기야 원, 쯧쯧!”
북한은 400만 톤의 곡식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올해 농사는 벌써 망했다. 곡식을 탈곡 해봐야 알겠지만 측정치는 180만 톤에 불과하다. 나머지 220만 톤은 어디서 보충한단 말인가?
이전에 소련이 살아 있을 때는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조금씩 부담하여 곡식을 보내주었다. 그 때문에 배급제라도 보장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소련이 자본주의가 된 지금 북한이 쌀을 빌려올 곳은 중국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은 기껏해야 30만 톤을, 그것도 사료용 보리나 밀을 줄 뿐이다.
한데 올해는 아버지 김일성이 죽었다.
김일성이 살아 있을 때 보다 더 잘해야 새로운 주석으로서의 권위를 세울 수가 있는 김정일이다.
하지만 어디서 쌀을 빌릴 수 있을까?
김정일은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끄고 머리를 싸쥐었다.
그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벌떡 일어나 머리를 단장하고 자리에 앉은 김정일이 담담하게 말했다.
“들어와.”
그러자 문이 열리고 장성택이 들어섰다.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이다.
“지도자동지. 베이징에 있는 대사관에서 비밀 보고가 들어왔습네다.”
허리를 굽혀 구십도로 인사를 한 후, 김정일의 앞에 서류철을 내려놓으며 장성택이 하는 말이다.
“비밀 보고?”
김정일은 서류를 무심한 표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한데 조금 읽던 김정일의 눈이 번들거려졌고 자세를 고쳐 앉으며 열심히 읽기 시작하였다.
“이기 지금 무슨 소린기야?”
다 읽고 난 김정일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장성택에게 물었다.
“지도자동지. 그게 유대 금융 카르텔이 우리에게 식량과 돈, 그리고 핵탄두를 만들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한 소립네다.”
“무스기라고? 그게 사실이네?”
“예, 확인해보니 사실이었습네다!”
“그것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만들면 지들 머리를 겨눌 핵탄두인데 지원을 해주겠다고?”
“지도자동지. 유대인들은 돈이 중요하지, 그따위 핵폭탄 같은 것은 상관하지 않는 놈들입네다. 고저 자기들이 돈 버는데 유리하다면 뭐든 할 수 있는 놈들이 바로 유대인들이지비!”
“흠. 이거 흥미 있는 일이구나야!”
김정일이 또다시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리고 장성택을 보며 물었다.
“성택이, 넌 어떻게 생각하네?”
“생각해볼게 뭐가 있슴둥, 일단 받아먹을 것은 받아먹고 우리가 해도 괜찮을 것 같으면 해주면 돼지 않겠슴메?”
“좋아. 돈도 주고 핵탄두를 만들 기술과 원료도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자네가 직접 그들을 데리고 오라야. 알겠니?”
“예. 지도자동지.”
1994년 10월 13일, “시베리아합중국”이 탄생한지 꼭 10일째 되는 날, FCI의 특사가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을 만났다.
***
빛 하나 없이 캄캄한 밤, 최신형 벤츠 3대가 평양-구월산 간의 특별 도로(백두혈통과 군부 장군들, 조선노동당 비서들만이 달릴 수 있는 도로)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특별 도로에도 가로등에 불이 하나도 켜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흑의 장막 속에 잠긴 나라이다.
‘이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군!’
국제 유대 금융 카르텔의 특사, 가브리엘은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북한이 최악의 경제난과 식량난에 허덕인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북한은 외국 대통령이나 특사가 올 때는 거대한 행사로 여긴다. 북한 주민들에게 백두혈통의 위대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세뇌 작업의 일종이다.
즉 외국 수반이나 특사들도 위대한 백두혈통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고 선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로등에 불빛 한 점 없는 특별 도로라니?
놀랍기만 하다. 평양에서 약 한 시간 반이 걸려서 도착한 곳은 김정일의 사냥터와 약수터, 별장이 있는 구월산이었다.
그래도 별장 구역은 불이 환히 밝혀져 있었다. 지하에 설치된 디젤발전기를 돌려 얻는 전기다.
“어서 오십시오. 위대한 지도자 동지께서 기다리십니다. 특사님.”
별장 로비에 들어선 가브리엘은 마치 옛날 황제의 방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발목까지 푹푹 묻히는 이란제 최고급 양탄자가 깔려있고 환하게 빛을 내는 거대한 샹들리에! 번쩍이는 금장식의 문고리들!
그 가운데 키가 작은 김정일이 걸어서 오고 있었다. 저 작은 고수 머리가 바로 북한 땅의 왕, 김정일이다.
가브리엘은 눈에 힘을 주고 다가오는 김정일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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