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하나를 받으면 열을 준다! >
<시베리아 독립을 위한 국민 위원회>, 즉 간략해서 “시독위”가 탄생했다. “시독위”는 시베리아 독립을 위한 전 국민투표를 특구 정부에 제안했다.
당연히 이준은 허락했고 면적이 1,380만 7,037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광대한 시베리아 전역이 비밀투표에 돌입했다.
그리고 5일 후, 러시아에서 독립하여 시베리아에 독립국을 세우자는 시베리아 국민의 투표가 공개되었다.
찬성 93.3%, 반대 5.4%, 나머지는 기권이었다. 어쨌든 시베리아 독립문제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그리하여 다음으로 할 일은 시베리아의 정치체제였다.
사회주의 국가를 세울 것인가? 아니면 공산주의 국가? 자본주의 국가. 왕정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하여 “시독위”는 앞으로 세울 시베리아 신국가의 초안을 작성하여 전국에 살포했고 티브이와 방송, 신문에서도 자세한 설명이 진행되었다.
새로 세우는 시베리아 국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시장경제가 중심이었다. 행정 체제는 총리가 국내 행정 수반이며 국가 최고 수반은 국가 최고 의장이다.
최고 의장은 군대와 정보국, 특별감찰국(검찰이 아니다. 특별감찰국은 검찰이나 법무부도 감찰할 수 있는 기관이다.)과 외무부만을 담당하며 비상계엄령과 전쟁, 또 국회해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국회의 입법을 거부할 수 있다.
즉 국가의 부정부패나 잘못된 것이 있을 때 최고의장은 총리부터 그 어떤 관리든 기관이든 감찰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최고의장은 국가의 모든 관리와 당, 경찰과 검찰, 사법기관의 위에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자이다.
그 때문에 너무 독재 정권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국가 최고 의장이 이준이 될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자 전 국민의 90% 이상이 환영했다.
이 시베리아에서 이준은 그 정도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최고의장은 임기는 25년, 2회 연속할 수 있다. 그리고 총리는 10년이며 국회의원도 10년이 임기다. 각 당의 국회의원 공천제는 없으며 자유 출마를 한다.
그 외 모든 정치와 경제. 사법과 입법까지 공개되자 다시 한번 찬, 반 투표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압도적인 찬성으로 시베리아 독립국의 체제가 정립되었다.
다음은 선거였다. 최고 의장과 총리, 국회의원 선거, 지자체장 선거까지 한 번에 진행되었다. 선거 유세 기간은 1개월이다. 그리하여 1994년 8월 26일부터 1994년 9월 26일까지이고 선거는 27일로 정해졌다.
시베리아에서 독립국을 위한 선거 유세가 한창일 때 러시아에서도 대통령 선거 유세가 진행되었다.
옐친 대통령이 죽고 푸틴이 임시 대리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건 임시일 뿐이었다. 그 때문에 대통령선거가 시작되었고 각 정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었다.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은 당연하게 푸틴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였고 “공정 러시아당”, “자유민주당”, “러시아 공산당”, “신사회주의당” 등을 비롯하여 수십 개 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고 선거에 나섰다.
그러나 기본적인 후보는 통합러시아당을 비롯한 러시아 공산당까지 6개 당이 내놓은 후보의 격렬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6개 정당의 후보들은 서로 어슷비슷했고 내놓은 공약도 비슷비슷했다. 그러니 지지도 또한 비슷하다.
푸틴은 부하들에게 획기적인 선거 공약을 요구했다.
“지금의 방법으로는 절대 대통령 선거에서 러시아 공산당 후보를 제칠 수가 없습니다.”
방안에는 12명의 사람이 모여 앉아 있었다. 모두 푸틴의 최고 심복들로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이들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푸틴을 대통령에 당선 시켜야 자신들의 운명도 달린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발악해도 다른 후보들을 한 방에 날려버릴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때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지금 시베리아는 독립국가 선언을 했고 국가수반과 총리, 국회의원들을 뽑는 선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만약 러시아군과 시베리아군이 전면적으로 전쟁에 돌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자 모두가 서로를 쳐다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그거 좋은 생각이오. 충돌이 일어나면 푸틴 대통령 후보자가 전쟁을 해서라도 시베리아가 러시아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겠다고 선거 유세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많은 국민들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할 거요, 현재 러시아국민의 많은 수가 시베리아가 독립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오.”
“그런데 시베리아와의 전쟁은 극도로 조심해야 할 것이오. 자칫하면 그들이 가진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이 우리 러시아를 타격할 수 있소!”
“그건 그렇지만 시베리아를 찾아오기 위한 전쟁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거요!”
“그건 맞소!”
그리하여 시베리아와 러시아의 국경선에서 충돌을 일으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하여 보고받은 푸틴도 동의했다.
***
에카테린부르크시는 1918년, 니콜라이 2세와 황후, 황태자와 공주 4명이 무참하게 학살된 곳이다.
이 도시는 기계제조(터빈·철강공업 기계류·보링기구·굴삭기·변압기·전동기·화학 장치류), 화학공업(고무·플라스틱), 제강업 외에 경공업의 도시로 인구는 1,396,074명이다.
1994년 9월 12일, 새벽 4시.
페르보협곡은 우랄산맥 사이로 나있는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뻗어 있는 곳이다. 협곡의 너비는 120km(300리), 길이는 400km(1,000리)에 달한다.
하늘에 휘영청 뜬 달빛에 페르보협곡에 끝없이 펼쳐진 검푸른 평야가 보인다.
“너, 내일 안나를 만나기로 했지?”
국경 경계 근무를 서던 마모노프가 표트르에게 물었다.
“응,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둘은 에카테린부르크시 출신으로 동창생이다. 안나는 두 사람의 동창으로 에카테린부르크시에 있는 DG그룹(단군 그룹)의 화학 공장에 다닌다.
“제나가 말하더라. 내일 너와 만난다면서 안나가 미용실을 다녀왔다고.”
“음. 그랬구나!”
제나는 역시 동창으로 마모노프의 여친이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는데?”
“니콜라이 공원 분수대 앞에서, 오전 11시.”
“크큭, 나도 거기서 만나기로 했다. 근데 시간도 같고, 우리 같이 나가야 하겠군!”
“그러게!”
둘이 서로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아무리 군복을 입었지만 둘은 21살의 청춘들이다. 오늘은 일요일, 날이 밝으면 민간인 옷으로 갈아입고 여친을 만나 맛나는 것도 사 먹고 실컷 줄기고 돌아올 것이다.
둘이 몇 시간만 지나면 있을 그 즐거운 시간을 꿈꿀 때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기이한 소리가 났다.
쉬위윙. 쉬위윙. 쉬위윙~
그리고 바로 몇 미터 밖에서 섬광이 번쩍 일어났다,
꽝꽈꽈꽝, 꽈꽈꽝, 꽝 꽈르릉~
“아악. 크아악!”
마모노프도, 표트르도 그것이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외침이었다. 그들이 엎드려 있던 경계초소는 포탄에 맞아 무너졌고, 깊은 웅덩이가 패어 버렸다. 대신 두 사람의 육신은 그냥,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손바닥 하나 남기지 못하고···.
쉬웅쉬웅쉬웅쉬웅~
꽈꽈꽝, 꽈꽝, 꽈꽝, 꽝꽈르르~
우랄산맥 동쪽 지구는 2차 세계 대전 때도 포탄 한 발 떨어지지 않았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 그 땅에 수천 발의 폭탄이 날아와 모조리 초토화하고 있었다. 시베리아 제3 국경군단의 초소들과 숙소들, 군단의 포사단이 주 포격 대상이었다.
“사령부, 사령부. 여기는 군단포사단이다.”
시베리아 국경경비 제3군단 사령관은 그 시각 예카테린부르크 시내에 있는 주택에서 깊은 잠에 곯아떨어져 있었다.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은 포사격이 천지를 뒤흔들고 러시아 제77군의 전차가 국경을 향해 돌진해 올 때였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기를 쥔 그가 말했다.
“나, 군단장이다.”
<각하. 러시아군이 포사격으로 우리 진지를 초토화하고 전차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뭣이?”
침대에서 튕기듯 일어선 제3군단 사령관 루덴코중장은 급히 명령을 내렸다.
“제1선에서 후퇴하여 2선을 차지하고 부대들을 정비하라. 알았나?”
<예. 각하.>
“내가 곧 가겠다.”
루덴코중장이 대충 옷을 입을 때 아내가 물었다.
“루덴코, 혹시 전쟁이 일어났어요?”
예카테린부르크시에서 국경까지는 80km(200리)지만 포탄의 폭발 소리는 계속 울렸다.
“레나. 아직은 몰라. 하지만 만약을 생각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사드린스키의 친정집에 가 있어. 알겠지?”
“응, 알았어!”
레나는 남편이 차를 타고 사라지자 곧 아이들을 깨워 준비를 한 후, 자기 차에 태우고 120km(300리) 떨어진 곳에 있는 친정집으로 달려갔다.
이준이 러시아군의 침공을 보고 받은 것은 그때부터 10분이 지나서였다.
“각하.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침공입니다.”
이준이 이르쿠츠크 지하 상황실에 도착하자 이미 와있던 시베리아군 총사령관 이완 찌모페이대장이 보고했다. 상황실에는 육해공군 참모총장들이 모여 있었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러시아군은 에카테린부르크, 첼랴빈스크에 각기 1,200대의 전차와 자주포가 진격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이 두 곳을 지키던 제3군단은 선제공격을 받아 포들이 대부분 파괴되었고 제2선으로 후퇴하여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3군단은 국경 경비군단이라 매우 힘에 부쳐 하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놈들이 미사일은 발사했나?”
“어찌 된 일인지 미사일은 단 한발도 발사하지 않았고 수천 문의 포사격만 했습니다.”
‘그렇군, 푸틴!’
이준은 순간적으로 푸틴이 노리는 것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전쟁의 확대가 아니라 국지전을 벌이려 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그렇다면 내가 확대해주지!’
이준이 명령을 내렸다.
“사령관.”
“예. 의장 각하!”
“우리 병사들이 몇천 명이나 죽었습니다. 이걸 절대 묵과할 수 없지요. 놈들에게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보복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두 지역에 쳐들어오는 러시아군을 공격하세요. 지금 당장.”
“저. 각하, 그러다가 전쟁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격지점들을 보면 푸틴은 국지전을 벌일 생각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미사일 공격을 하면 그들 역시 미사일로 답변할 것이고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입니다.”
이와 찌모페이 대장의 말에 이준의 그를 보며 말했다.
“장군, 이미 전쟁은 일어났습니다. 푸틴은 선제공격으로 3군단의 우리 병사들 수천 명을 죽였습니다. 예, 압니다.
그자가 이번에 국지전을 벌인 것은 러시아의 대통령선거에서 시베리아를 걸고 러시아 국민에게 지지를 얻으려는 것입니다.
장군, 평화를 지키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보다 더 과감해야 합니다.
너희가 우리 국경을 공격하면 우린 너희들의 전략기지들을 공격할 것이다.
하나를 받으면 열을 줘야죠. 우리가 모두 죽을 각오로 적과 싸운다는 것을 보여주면 푸틴은 물러설 수밖에 없습니다.
장군. 우랄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러시아 비행장들과 전차 기지들을 미사일로 때리세요. 국경을 넘은 러시아 전차들은 전투기들을 보내 모조리 파괴하고요. 아시겠습니까?”
“예썰.”
의장의 말이 옳다! 하나를 받으면 열을 준다! 전쟁을 일으키면 너희도 죽을 각오를 해라!
‘명답이군!’
잠시 후, 미사일 기지들에서 미사일들이 고개를 쳐 들고 푸른 하늘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쏘아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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