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60화 (59/98)

제60화. 해동청. >

새벽 3시, 옐친의 병실이다.

조용히 잠을 자던 옐친이 갑자기 두 눈을 부릅떴다. 그는 가슴을 두 손으로 웅켜쥐고 입을 딱 벌렸다.

하지만 말이 새어 나오지 않았다.

몸부림치던 옐친이 병실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쿠웅~

순간, 문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 끄덕끄덕 졸고 있던 대통령 경호원이 눈을 번쩍 떴다.

“대, 대통령 각하!”

기겁한 경호원이 허겁지겁 달려가 옐친을 않았다. 하지만 옐친의 눈이 희뜩 뒤짚혔다. 그리고 이를 악문 채로 버둥거리더니 축 늘어졌다.

“가, 각하!”

그는 급히 옐친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댔다. 숨을 쉬지 않는다. 그는 급히 달려가 비상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자동으로 녹음 된 기계적인 음성이 병원의 전체 구간으로 울려 퍼졌다.

“코드 블루, 코드 블루, 특등실의 환자가 위험하다, 특등실의 환자가 위험하다!”

투다다닥~

의사들이 질주하고 경호원들도 급히 달려갔다. 특등실의 환자라면 옐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제세동기.”

“여기 제세동기입니다.”

“150줄 차지.”

촤악~

제세동기를 받아 든 담당 의사가 옐친의 가슴에 전기 충격을 가했다. 옐친의 가슴이 퉁겨 오르며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하지만 심장은 뛰지 않는다.

“다시, 200줄 차지.”

촤악~

하지면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250줄 차지.”

촤악~

역시 마찬가지다. 담당 의사가 맥 없이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대통령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들의 귀로 담당 의사의 선언이 박혀 들었다.

“1994년 8월 26일, 새벽 3시 27분, 대통령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다음날, 러시아의 티브이, 신문, 방송들은 옐친 대통령의 부고를 알렸다. 온 나라가 대통령의 사망으로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울프스덴에서 푸틴은 축배 잔을 들고 있었다.

“크크크. 이제 나, 푸틴의 시대가 왔다!”

그가 제일 먼저 한일은 옐친 대통령의 죽음에 관계된 사람들의 말살이었다.

“그래, 나다. 원장과 그 가족들을 모두 죽여 콘크리트 드럼통에 묻어 바다에 처넣어라.”

<예썰!>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푸틴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

따르릉, 따르릉~

잠이 들었던 이준이 전화를 받았다.

“나, 아르진 리입니다.”

<각하. 모스크바에서 지급 전문이 들어왔습니다.>

“말하세요.”

<푸틴이 옐친 대통령이 사망한 병원 원장과 그의 가족들을 콘크리트 드럼통에 넣어 바다에 수장 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건 분명 옐친의 죽음에 뭔가 석연치 않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DG그룹 미래전략사업부 부장은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뭔가 있다!’

“부장,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 병원장과 가족들을 구출하여 반드시 이곳으로 데려와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예썰!>

전화기를 놓은 이준이 생각에 잠겼다. 내용으로 보아 병원장이 옐친을 암살하는데 가담했고 목적을 달성한 푸틴은 자기의 범죄를 알고 있는 자들은 모조리 죽이려는 것이 분명했다.

‘결국 푸틴이 대통령이 되겠군!’

푸틴이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는 냉전 시대 최강국의 지위를 다시 찾으려고 군사부분에 투자를 강화할 것이다.

그전에 독립하려는 시베리아를 반드시 공격할 것이 뻔했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시베리아군 총사령관 이완 찌모페이대장은 수화기를 들어 귀에 댔다.

“이완입니다.”

<새벽에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의장 이준의 목소리다. 정신이 번쩍 든 이완 찌모페이대장이 벌떡 일어났다.

이미 충성하기로 맹세한 의장이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예. 장군님, 아무래도 러시아 국경에서 조만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시베리아군을 모두 국경 지역에 투입하세요. 그리고 군대를 징집하여 100만 명으로 늘리세요. 앞으로 시베리아의 운명은 장군님에게 달려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각하!”

<그럼 이만 끊습니다.>

전화가 끊어지자 이완 찌모페이 대장은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리고 전군에 비상을 걸었다. 시베리아군이 전쟁을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

사람들이 전쟁 준비를 하던 음모를 꾸미던 하루의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서산 마루가 붉게 타는 저녁, 원장 이고리 페드렌코는 퇴근하여 자기 주택으로  들어왔다.

“수고했어요. 이고리.”

아내가 대문을 열어주고 이고리가 차에서 내리자 달려와 뺨에 키스해주었다.

“집에 무슨 일 없었지?”

“없었어요!”

“왠지 자꾸 불안해서···.”

그러자 아내 나쟈의 얼굴에도 불안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도 남편이 푸틴의 협박을 받고 대통령을 죽였다는 것을 안다.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고 이고리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외국으로 망명해요. 동유럽도 좋고 핀란드도 좋아요. 어디든 당신이 가는 곳이면···.”

“나쟈, 아직은 안돼. 분명 보이지 않는 푸틴의 눈들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 거야!

우리 눈에 안보일 따름이지! 그러니 저자들이 마음을 놓을 때까지 우린 평소처럼 살아야 해! 알겠지?”

“알았어요. 이고리!”

둘은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깬 것은 그날, 새벽 1시였다.

주택 1층의 맨 끝 쪽 방은 부부의 침실이다. 밤 1시, 부부 침실의 창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창문은 자기 전에 잠갔지만 너무도 쉽게 연 사람들이 조용히 들어섰다.

그들은 6명이었는데 그중 3명이 여자였다.

“이고리 원장님. 이고리 원장님.”

이고리는 곤하게 잠들었다가 누군가 몸을 흔들며 찾는 바람에 눈을 떴다.

그리고는 화들짝 놀랐다.

3명의 여자와 3명의 남자가 자기의 부부 침대를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 헙,”

당장에 그의 입을 누른 남자가 말했다.

“이고리원장님. 우린 당신과 가족을 구하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온 시베리아 특구 의장각하의 친위대원들입니다. 손을 떼겠으니 조용히 말씀하십시오. 알겠습니까?”

이고리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는 입에서 손을 떼고 물러섰다. 그러자 옆 아내의 입을 막고 있던 여자도 물러났다.

이고리는 6명의 남녀를 바라보았다. 8월인데도 검은 가죽 재킷과 검은 가죽 바지를 입은 사람들이다.

어깨에 계급장은 없었고 팔에 태극권을 묘사한 둥근 원판이 붙어 있다.

“내가 당신들이 시베리아에서 왔는지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그러자 여인 한 명이 나서며 말했다.

“이건 우리 의장 각하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보시죠.”

그녀가 내놓은 것은 태블릿이었다. 그녀가 태블릿을 열고 작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영상에 이준이 나타났다.

“각하. 여기는 이고리원장님의 댁입니다. 우리를 믿지 못해서 각하의 말씀대로 태블릿을 켰습니다.”

“잘했어요. 그리고 원장님과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이고리와 그의 부인 나쟈가 보니 티브이에서 보던 시베리아 특구 의장이 확실했다.

“안녕하십니까. 의장 각하. 이고리 원장입니다.”

“원장님. 시간이 없으니 간단하게 말하겠습니다. 푸틴이 원장님과 가족들을 죽여 드럼통에 넣고 콘크리트를 친 다음 바닷속에 수장하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우리 정보요원이 그 정보를 접하고 지급으로 저에게 알려왔습니다. 곧 푸틴의 집행자들이 올 것입니다.

그러니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요원들과 함께 비행기에 타십시오.”

“하지만 각하. 이것이 각하가 꾸민 일이라면,”

그 순간이다. 요란한 총성이 일어났다.

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

AK-74 U의 총소리다. 총탄이 창문을 깨고 빗발치듯 안으로 날아들었다. 순간, 두 명의 친위 대원들이 각기 원장과 부인을 덮치며 나 뒹굴었다.

“크윽!”

원장을 몸을 막으며 방바닥으로 구른 친위 요원 한 명이 신음을 흘렸다. 그의 배에서 핏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총탄에 맞은 것이다.

“이보시오. 정신 차리시오.”

이고리원장이 그의 피를 지혈시키며 소리쳤다. 이 사람은 자기를 구하기 위해 총상을 입은 것이다. 자신이 조금만 빨리 이들을 믿어주었다면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놈들을 저지하라. 1조는 아이들을, 2조는 원장 부부를 호위하여 데려가라 여긴 나와 총상을 입은 싸샤가 맡겠다.”

“예썰”

부하들이 즉시 이층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와 수직이착륙기 <해동청>을 향해 내달릴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총탄이 너무 빗발처럼 날아와 머리를 들 수가 없다. 적들은 총 소리를 울려서 경찰 기동대나 지원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려는 것이다.

그때였다. 숲 속에 있는 수직이착륙기가 소리 없이 떠올랐다. 이 해동청은 금강석 연구소에서 다섯 쌍둥이 천재가 만들어낸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수직이착륙기다.

인원은 100명을 태우고 속도는 마하 1.9, 무기는 미사일 두 발과 14.7mm 중기관총이 1정 설치되어 있다. 또 소음장치가 되어 조용한 스텔스기이다.

에너지는 태양에너지를 써서 많이 가벼운 비행기다.

그 해동청이 조용히 날아와 갑자기 중기관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

“아악. 크아악!”

그건 날벼락이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그것도 허공에서 소리 없이 날아온 해동청의 14.7mm 캐틀링건의 사격은 푸틴의 집행자들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인정사정없이!

“빨리. 빨리 나갑시다!”

사람들이 원장의 가족을 데리고 달려 나와 해동청에 탑승했다. 나오면서 보니 30여 명에 달하는 푸틴의 집행자들이 처참하게 찢겨 죽어 널브러졌다.

쉬위잉~

하늘로 날아오는 해동청이 무서운 속도로 쏘아져 갔다. 레이더들이 모르게 스텔스 기능을 온몸에 두른 채···.

***

요즘 푸틴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제는 총리만이 아니라 임시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도 문제지만 당장 9월 중순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러시아 대통령제는 4년 중임제다.

훗날 푸틴이 아예 종신제로 바꾸어 놓지만, 지금은 그렇다. 그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가 분통을 터뜨렸다.

“대체 어떤 놈들이냐? 아직 증거도 찾지 못했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각하!”

푸틴의 앞에 러시아 정보국(FSB) 장관과 검찰총장, 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고리 원장과 그 가족이 사라진지 3일이 지났다.

그동안 검경과 정보국은 합동하여 이고리 실종 사건을 수사했다. 수사 과정에 30명의 푸틴의 집행자들이 갈가리 찢겨 죽은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총탄이 일반 총탄이 아니라 14.7mm 총탄이다. 이 정도 총탄이면 중기관총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이고리원장과 가족을 데려간 자들이 14.7mm 중기관총을 사용했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14.7mm 중기관총은 러시아군 어디에나 흔한 중기관총이다. 그러니 그 소속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고리원장을 데려간 자들이 남긴 것은 탄피와 발자국, 그리고 핏자국만이다.

그것만 가지고는 어떤 자들인지 알 수가 없다.

이들은 설마 스텔스에 소음기능을 장착한 수직이착륙기가 시베리아에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있다.

그러니 수사는 점점 더 오리무중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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