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59화 (58/98)

제59화. 테러와 인질. >

“우리 극동군은 시베리아 특구 정부의 군대이다. 따라서 우리 군은 의장각하의 명령을 받을 것이다!”

극동군 총사령관 이완 찌모페이 대장의 선언은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극동군이 결국 러시아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이렇게 되면 시베리아 특구의 독립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군대가 이준을 따르는 이상 독립에 걸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극동군 총사령관의 선언에 이어, 경찰, 보안대의 선언이 뒤를 이었다. 이제 시베리아 특구의 독립은 시간문제였다.

미국, 일본, 중국은 시베리아 독립을 지지했다. 시베리아가 러시아에서 독립하는 것이 이들 나라에는 유리했다.

왜냐하면 러시아에서 거대한 자원과 석유 저장 탱크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푸틴의 초강대국 러시아로의 복귀가 시베리아라는 거대한 암초 때문에 중지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역사의 날이 다가왔다.

바로 8월 15일,

오전부터 이르쿠츠크광장에는 엄청난 사람들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오늘 정오, 시베리아 의장이 중요 방송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또 이르쿠츠크에 와 있던 수많은 외신 기자도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광장은 명절 분위기였다.

오늘이 독립 선언을 하는 날이라는 것을 시베리아 사람들은 모두 짐작하고 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손에 손마다 울긋불긋 꽃이 들려 있었고  붉고 푸른 풍선들이 하늘 가득 띄워져 있었다.

“온다!”

누군가가 외쳤다. 사람들의 눈길이 광장으로 들어서는 차량 행렬에 쏠렸다. 시베리아 특구 의장 이준과 정부 요인들, 호위 차량이었다.

차가 정지하고 이준이 내리는 순간, 광장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아르진! 아르진! 아르진!”

손을 흔들며 군중들에게 답례한 이준이 주석단 위에 올라갔다. 시베리아 특구 정부의 요인들은 이준의 뒤, 좌석에 앉았다.

연단 앞, 밑에는 예상대로 경호원들이 한 줄로 나란히 섰다. 그

리고 주석단의 양옆에는 승합차들이 서 있었는데 그 안에도 경호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준이 연단에 올라서자  들끓던 광장이 조용해졌다. 이윽고 이준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사랑하는 이르쿠츠크시민 여러분, 존경하는 시베리아 특구 국민 여러분. 우리 시베리아 특구 정부는 국민 여러분의 요구대로 오늘, 1994년 8월 15일에 러시아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합니다.”

시베리아 만세!

독립국 만세!

아르진 만세!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외치는 만세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우리는 곧 시베리아 특구에 어떤 정체를 가진 국가를 세워야 할지를 전 국민투표에 붙일 것입니다. 또한 새로 설 국가의 수반과 국회의원 선거도 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우리의 독립을 파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단결하여 한마음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간다면 우리는 승,”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

갑자기 요란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그 자리에 굳어졌다. 그때 연단 앞의 밑에 일렬로 서있던 경호원들이 미처 총도 뽑지 못하고 가로세로 엎어졌다.

“아르진을 죽여라!”

“돌격 앞으로!”

고함도 없다. 돌격 만세 소리도 없다. 약 30명 정도로 보이는 남자들이 코트 속에 감추어 왔던 우지 기관총을 휘두르며 연단을 향해 달려왔다.

그들의 목표는 이준이었다.

“안돼. 아르진!”

주석단에 정부 인사들과 함께 앉아 있던 사라 푸틴이 벌떡 일어서며 권총을 뽑았다. 그리고 이준에게 달려가며 킬러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탕탕~

타타타타타~ 타타타타~

“앗!”

달려가던 사라가 이준의 코앞에서 총격을 당해 쓰러졌다.

“사라!”

이준이 쓰러진 사라를 안아 일으켰다. 그녀의 가슴에서 핏물이 콸콸 흘러나왔다.

“아르···. 진. 죽어···. 도 당신을 사랑···. 해, 어서 피···. 해!”

그 말을 끝으로 사라 푸틴이 축 늘어졌다. 순간, 이준이 사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녀가 아직도 꽉 움켜 잡고 있는 베레타 권총을 옮겨 잡았다. 순간 총탄이 날아와 이준의 팔에 박혔다.

이준이 몸을 굴리며 달려오는 킬러들을 향해 총탄을 발사했다.

탕, 탕, 탕, 탕, 탕~

“악, 윽. 컥!”

달려오던 킬러들의 이마에 총탄이 박혀 들었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이준은 킬러들이 쏘는 기관총 따위로는 죽이지 못한다.

그는 미래에서 유전자 디엔에이를 개조 강화하고 각종 물질을 투입하여 만든 강화 인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쏘는 권총탄은 한 발도 빗나감이 없다. 눈에 장착된 광학만능 전자 렌즈에 의해 조준되고 총탄이 쏘아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킬러들은 영락없이 이마가 뚫리는 헤드샷을 당해 나뒹굴었다.

“킬러들을 죽여라!”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지만 킬러들의 총격이 시작되고 10초가 흘렀다. 그때 양옆의 승합차에서 경호원들이 쏟아져 나오며 킬러들에게 총탄을 퍼부었다.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

“아악. 크악!”

와당탕, 쿠당탕~

경호원 100여 명이 쏘는 권총과 AK-103자동소총에 맞은 킬러들이 온몸을 비틀며 쓰러졌다. 그야말로 폭풍같이 지나간 10여 초였다.

그 사이에 이준을 지키려던 사라 푸틴이 쓰러졌고 30명의 킬러가 경호원들의 집중 사격에 모조리 쓰러졌다.

“구급차. 구급차를 불러라.”

경호원들이 이준의 몸을 자기들의 몸으로 빙 둘러싸고 이준의 방탄차로 후퇴했다. 하지만 이미 킬러들은 모두 전멸한 상태였다.

삐뽀~ 삐뽀~ 삐뽀~

잠시 후 달려온 구급차가 사라를 싣고 달려갔다.

***

“시베리아 특구 러시아에서 독립선언!”

“독립선언 중 킬러의 습격! 총격전이 벌어져!”

“CFSB 국장 킬러들의 총탄에 맞아 중상, 입원 치료 중!”

“사살된 30명의 킬러, 소속을 알 수 없어!”

“시베리아 특구 사회단체들, 비열한 테러로 규정!”

“시베리아 극동군 전차 1만 여대가 오르스크, 첼랴빈스크, 예카테린부르크 국경 지역에 전진 배치!”

“시베리아와 러시아의 국경인 우랄 산맥 위로 극동군 전투기 1천여 대가 비행!”

전 세계 티브이, 신문, 방송이 머릿기사로 내보낸 보도들이다. 그리고 세계는 자칫하면 전쟁이 발발할 것 같은 시베리아와 러시아로 초점을 집중하고 있었다.

“정말 자네가 한 짓이 아닌가?”

여기는 병원이다. 옐친 대통령이 부릅뜬 눈으로 블라디미르 푸틴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앞에 머리를 숙이고 선 푸틴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예. 아닙니다."

‘멍청한 새끼들, 실패하다니?’

하지만 옐친에게 자기가 한 짓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이준이 옐친의 생명의 은인이며 대통령이 되게 뒤를 밀어준 사람이라는 것을 푸틴도 알기 때문이다.

만약 푸틴이 한 일이라는 것을 옐친이 알게 된다면 당장 총리직에서 파면시킬 것이다.

“후, 극동군도 모두 아르진의 명령을 받는다지?”

“예, 각하!”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꼬였는가?”

옐친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안다. 이준의 과감성을! 그가 독립을 선언한 것은 분명 러시아와 뭔가 맺힌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 누워 있는 푸틴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푸틴.”

“예. 각하.”

“철저하게 수사해서 어떤 자가 그런 짓을 했는지 밝혀내게. 그리고 아르진과 화해하게. 어떤 것을 내주더라도, 시베리아가 떨어져 나가면 안 돼. 알겠나?”

“예.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그럼 가보게.”

“예, 병 치료 잘하십시오.”

밖으로 나온 푸틴이 원장에게 물었다.

“대통령 각하의 병환이 어느 정도인가?”

“한 달 정도 치료하면 병이 나을 것입니다. 총리 각하!”

“그렇단 말이지?”

머리를 끄덕인 푸틴이 병원장에게 말했다.

“오늘 퇴근하고 비밀리에 내 별장으로 오게. 비밀이어야 하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푸틴의 차가 출발하고 호위대 차들도 뒤를 따랐다.

“후, 그런데 왜 비밀리에 별장으로 오라는 것일까?”

원장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원장 실로 들어갔다.

모스크바 울프스덴.

푸틴은 자기의 별장 이름을 “늑대 굴”이라고 달았다. 그는 늑대는 영리하며 자기보다 수배나 큰 짐승들을 여럿이 힘을 합쳐 잡아 먹는 것을 사랑스럽게 여긴다.

그래서 자기 별장의 이름은 “늑대굴”이다.

“어서 오게. 원장.”

병원 원장 이고리 페드렌코가 들어서자 푸틴은 오랜 친구처럼 맞이했다. 그의 앞에 손수 탄 커피 잔까지 놓아주었다.

“마시게.”

“감사합니다. 총리 각하!”

“내가 왜 자넬 비밀리에 불렀는지 짐작하고 있나?”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푸틴이 노골적으로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각하.”

“그래? 그럼 잘 듣게.”

“난 자네를 보건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싶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헙!”

이고리 페드렌코는 화들짝 놀랐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니? 꿈에서조차 생각 못 한 일이다. 하지만 장관이 되면 가문의 영광이다! 침을 꿀꺽 삼킨 페드렌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 각하. 감사합니다.”

“흠, 그럼 자넬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한 달 후 임명하지. 한데 말이야, 원장!”

“예. 말씀하십시오. 각하.”

“옐친 대통령 말이야. 한 달 후면 병이 낳는다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각하.”

“원장, 국가를 위해 일하려면 대의를 위해 희생도 각오해야 하네. 알겠나?”

“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지?’

페드렌코는 알쏭달쏭하게 말하는 푸틴 때문에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알기로 옐친 대통령은 치명적인 병이 있다더군!”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놀란 원장이 되물었다. 자기가 보건대 옐친 대통령은 분명 건강하다. 높은 고혈압을 빼고 나면···.

“원장, 이제부터 하는 말은 국가의 극비 문제네, 그러니 입밖에 새어 나간다면 자네는 물론 가족들까지 모두 죽게 될 것이야! 알겠나?”

“예, 예. 알겠습니다.”

등에 소름이 짝 돋으면서 페드렌코가 간신히 대답했다. 그러자 페드렌코의 귀에 입을 댄 푸틴이 말했다.

“옐친 대통령은 심정지로 3일 이내에 죽을 거야. 할 수 있지?”

“허억!”

이고리 페드렌코원장의 입에서 경악한 헛바람이 흘러나왔다. 눈이 퉁방울처럼 튀어나온 그에게 푸틴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3일 이내에 처리하게. 그러지 못하면 자네와 자네 아내, 그리고 아들과 딸이 귀신도 모르게 죽을 것이네. 그러니 선택하게.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던지, 아니면 죽든지. 알겠나?”

“그, 그렇지만, 그분은 대, 대통령이십니다. 제가 감히 어떻게···.”

부들부들 떠는 이고리 페드렌코원장을 무심히 바라보던 푸틴이 핸드폰을 들더니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원장의 아내와 아들딸을 확보했나?”

<예. 지금 우리가 데리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잠깐 그 아내란 분이 페드렌코와 전화하게 풀어 주게.”

<알겠습니다.>

푸틴이 넋이 나간 듯 앉아 있는 페드렌코에게 핸드폰을 넘겨주며 말했다.

“전화해보게. 자네 아내야!”페드렌코는 핸드폰을 받았다.

“여보. 나쟈!”

<여보. 이고리.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당신이 떠나고 나서 갑자기 집에 쳐들어온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들과 함께 어딘지 모를 곳으로 잡혀 왔어요.>

“기다려. 곧 집으로 가게 해줄게.”

전화를 놓자마자 이고리 페드렌코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각하. 하겠습니다. 그러나 아내와 자식들은 집에 돌려보내 주십시오.”

그러자 푸틴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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