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58화 (57/98)

제58화. 운명의 시간. >

<참혹한 학살, 시베리아의 흰 눈이 붉은 피로 물들다!“

<시베리아 특구 의장의 명령, 노조를 말살시켜라!”

<시베리아 전국의 노조 간부들, 7만 명이 한밤중에 체포!“

<시베리아가 거대한 수용소로 변하다!”

<신 게스타포 출현, 게스타포 사령관은 특구 의장!>

러시아 전국의 티브이. 신문, 방송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한 시간에 한 번씩 이준과 노조 탄압을 떠들었다.

그들은 이준이 히틀러 독일의 시대를 재현했으며 보안대와 경찰은 나치독일의 SS 부대와 게스타포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시베리아 정부는 그 어떤 변명도,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티브이와 방송, 신문 등의 언론 뒤에 푸틴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물밑으로는 치열한 포섭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제 시베리아 특구 정부와 러시아 정부는, 더 정확히 말하면 이준과 푸틴 중 누구 하나가 쓰러질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완 찌모페이장군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총리 각하께서는 장군님이 시베리아 특구 정부와 갈라선다면 러시아군 참모총장으로 임명하실 것입니다. 이건 장군님께 다시 없을 기회입니다. 장군님!>

총리 비서실장은 장거리 전화를 통해 극동군 총사령관 이완 찌모페이대장을 포섭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시베리아 특구에서 극동군만 떼어낸다면 푸틴은 군대를 투입하여 특구 정부를 쓸어 버릴 수가 있다.

그러나 극동군이 시베리아 특구 정부를 지지하면 군대를 투입할 수가 없다.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 국가로 되면서 550만에 달하던 군대를 축소했다.

그리고 새 헌법에 군대의 수를 규정했다. 군대는 90만 명이 총원이다. 그중 40만은 극동군이다. 그러니까 러시아에는 50만의 군대가 있다.

40만 대 50만!

뭐 비슷한 전력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전시 상태를 선포하면 군대를 얼마든지 징집할 수 있다. 그러면 수백만을 징집할 수 있다.

시베리아의 40만 병력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극동군에는 2,500개의 핵탄두가 있다.

그 핵탄두는 수십 개의 종류별로 있는데 사일로에서 쏘는 핵탄두와 미사일 발사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발사하는 탄두가 있다.

만약 러시아가 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수백만의 병력을 징집, 시베리아를 공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극동군 사령관이 핵탄두는 둘째 치고 일반 미사일의 발사 명령을 내린다면 그 후과는 상상도 못 할 지경이다.

왜냐하면 핵미사일이 아닌 일반 미사일이 극동군에는 3만기나 있기 때문이다. 그건 중국과 한국, 일본,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준비한 미사일들이었다.

만약 그 미사일들이 모스크바를 비롯한 대도시들을 공격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핵미사일이 아닐 뿐이지 파괴력은 끔찍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준을 치려면 반드시 극동군 사령관은 포섭하여 러시아로 끌어들여야 한다.

“장군님. 어차피 지금의 시베리아는 동양인의 시베리아가 되었습니다. 우리 슬라브족은 겨우 2천만 명이죠.

나머지 1억 2천8백만 명은 모두 동양인들입니다. 의장 아르진 리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3대, 4대가 되면 모두 혼혈 되어 우리 슬라브족은 사라질 것입니다.

이건 동양인들에게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땅을 뺏기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장군님은 우리 슬라브족이 아닙니까?”

침묵하고 듣고만 있던 이완 찌모페이대장이 말했다.

“잘 듣게. 비서실장. 난 군인이라서 말재주가 뛰어나지 못하네. 그러니 내가 험하게 말해도 이해해주게.”

“암요. 말씀하십시오!”

“난 소련 시대에 병사로부터 군인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대장이 되었지. 또 이젠 머리가 희끗희끗해져 정년 퇴직할 때도 됐네.

그런데 말일세. 난 군 생활을 할 때 수많은 피를 두 손에 묻혔네.

소련 시대에 국민들은 그냥 말하는 도구, 소련 정부, 더 정학이 말하면 소련 공산당의 일하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네.

그럼 군대는 무엇이었을까?

군대라 외적으로부터 자기 나라 국민을 보호하는 방패일세. 맞나?”

“예. 그건 당연합니다. 장군님.”

“그런데 소련 시대 때 우리 군대는 외적보다는 국민을 감시하고 압박하는 무장 세력이었네, 또 요즘 자네들이 방송에서 떠드는 바로 그 학살자였네.

상부에서 명령이 떨어지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10만 명이든 모두 죽여 땅속에 묻어야 했네.

소련 공산당이 통치하는 사회주의 소련은 히틀러 독일보다 더 지독한 독재국가였네. 그런데 지금 푸틴이 그 독재 국가를 재현하려고 하네.”

“아, 아니, 장군님.”

“끝까지 내 말을 듣게. 독재 국가가 좋은 점은 국가가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일세.

뭐든지 반대하는 자는 그냥 끌어다가 쏴 죽이면 되었으니까!

자네의 두목인 푸틴이 지금 그런 사회로 복귀하려고 하네.

독재의 시대로 말일세. 나는 말일세. 차라리 자본주의 사회를 하면 했지, 그런 독재 국가를 다시 만드는 하수인이 될 생각은 없네.

그러니 푸틴에게 똑똑히 전하게. 나 이완 찌모페이대장은 이 시각부터 시베리아 특구 의장 아르진 리의 명을 받을걸세. 알겠나?”

오, 마이 갓!

이건 폭탄선언이다. 극동군이 시베리아 특구 정부의 군대가 되면 누구도 감히 시베리아를 건드릴 수가 없다.

극동군은 전차. 비행기, 미사일, 핵탄두를 쓰고도 남을 만큼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이제 내 말 알겠나? 난 더 이상 푸틴의 명을 받을 생각이 없네. 푸틴에게 그리 전하게. 시베리아를 건드렸다가는 우리 극동군의 미사일 맛을 보게 될 거라고 말일세.

그럼 끊겠네!”

“아, 아니, 장군님, 장군님.”

하지만 이미 전화는 끊어졌다.

“이런 쌍, 개새끼!”

쾅쾅쾅쾅~

분노가 폭발한 비서 실장이 전화기를 여러 번 내리쳐 박살을 내고 말았다.

털썩.

자리에 주저앉은 비서실장의 얼굴이 풀지 못한 분노가 뭉쳐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노란 원숭이의 똥구멍이나 핥아라. 시발놈아.”

하지만 그래봤자 집 나간 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로써 군사적으로 시베리아 특구를 제압하려던 푸틴의 작전은 물 건너갔다.

만약 군사적으로 진짜 공격한다면 시베리아의 모든 도시가 불타겠지만 그건 마찬가지다. 극동군이 보유하고 있는 3만 발의 미사일이 러시아 전역의 도시를 초토화할 것이다. 그러니 군사적인 공격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 이준의 암살뿐이었다. 하지만 이준의 암살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여름이 되었다.

8월의 무더운 여름, 늦잠을 자던 푸틴은 요란하게 울리는 벨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침대에 누운 채로 손을 뻗어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붙인 푸틴이 말했다.

“나, 푸틴이다. 누구냐?”

“각하. 메드베데프입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정보보안국인 FSB의 장관이다.

“무슨 일이냐?”

“시베리아가 독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뭐, 뭣이라고?”

깜짝 놀란 푸틴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앉았다.

“정확히 말해봐라. 메드베데프.”

“예. 각하. 지금 시베리아에서는 모든 마을부터 시작해서 도시에 이르기까지 전 러시아 연방공화국 탈퇴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베리아가 러시아 연방에서 탈퇴하고 시베리아 독립국으로 살아가자는 캠페인이죠. 사람들에게 그 사인을 받는데 벌써 8천만 명이 찬성 사인을 했습니다. 각하.”

“아르진, 이 원숭이 새끼, 네가 감히 나에게 도전을 해?”

푸틴은 가슴이 끓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비상 계엄령을 내리고 전국에 징집을 시행하여 군대를 모집하고 싶었다.

그리고 시베리아로 쳐들어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극동군이 우랄산맥 국경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공세를 취하면 극동군 국경경비대가 막을 것이고 전차들이 돌파하면 극동군 전차들이 전투에 나올 것이다.

그러면 극동군의 모든 미사일 사일로가 열릴 것이고 이동식 스커드미사일 차량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할 것이다. 러시아의 도시들을 겨누고···.

“음, 장관, 내 방으로 와라.”

“예. 각하.”

전화를 놓은 푸틴의 얼굴이 무섭게 딱딱해졌다. 그의 입에 열리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레드 워리어를 쓸 수밖에 없군!”

레드 워리어(붉은 전사)!

이 단어는, 아니, 이 붉은 전사라는 단어에 숨긴 뜻은 옐친 대통령도 모른다.

심지어 그런 조직이 있다는 것도! 이 조직은 1916년 1차 대전이 한창일 때 만들어진 극비 조직이다.

당시 쥐르쥔스키는 혁명을 하자면 정면 공격만으로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비밀리에 만든 조직이 바로 암호명 레드 워리어였다.

레드 워리어는 탄생 후 5년이 지나자 제1기생이 졸업했다.

그들은 소련과 공산당에 해가 될만한 인물은 모조리 암살했다.

테러라는 시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이제 레드 워리어는 해외에서까지 테러를 자행했다. 그들이 살해한 시신에는 반드시 한 송이 붉은 장미가 놓여 있다.

그 때문에 전 세계 정보국들에서는 “장미테러단”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그들이 소련 KGB의 극비 암살조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는 오직 KGB 장관이 새로 부임하는 장관에게 위임했다. 따라서 국가 대통령도 모르는 조직인 것이다.

“나다. 장미 작전을 시작하라. 시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전화를 놓은 푸틴의 볼 근육이 꿈틀거렸다. 이를 꽉 악물었기 때문이다.

***

“연방 탈퇴!”

연방 탈퇴!

연방 탈퇴!

“우리의 독립국을 세우자!”

세우자!

세우자!

시위대가 시내 중심가를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제 사인을 지나 특구 정부에 연방 탈퇴를 촉구하는 것이다.

사실 이 작은 마을부터 대도시까지 생겨난 “시베리아 독립국 세우기”라는 협회는 이준이 뒤에 있다.

이준은 DG그룹(단군 그룹)“미래전략사업부”에 비밀 지령을 내려 조직을 만들게 하고 자금을 무제한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정부는 러시아 연방에서 탈퇴하라!”

탈퇴하라!

탈퇴하라!

도도히 흘러가는 수만 명의 독립국 지지자들, 그들을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중년의 남자는 구릿빛 얼굴에 짙은 눈썹을 가린 준수한 남자였다. 그가 바로 시베리아지역 레드 워리어의 단장이었다.

단장이 창문가에서 몸도 돌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암살 날짜는 정했나?”

“예. 아르진 리가 연방 탈퇴와 독립국을 선언하는 8월 15일입니다.”

“레드 워리어는 몇 명인가?”

“모두 30명입니다. 그들은 연설할 때 동서 남 세 방향에서 의장을 향해 총격을 가하며 주석단으로 돌진할 것입니다.

의장의 경호대는 주석단 앞의 밑에 한 줄로 서 있습니다. 인원은 대략 30명 정도입니다. 나머지 의장의 경호원들은 주석단의 뒤에 있는 승합차들이 탑승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레드 워리어들이 군중 속에 있다가 돌격을 개시하면 그들도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첫 총성이 울리고 10초는 지나야 합니다.

그 10초 동안 레드워리어들은 주석단 앞에 선 30명의 경호원을 사살하고 곧장 주석단 위로 달려 올라가면서 기관총 사격으로 의장을 사살할 것입니다.”

“우리 레드 워리어들이 살아날 가능성은 있나?”

“없습니다.”

“레드 워리어들도 그 사실을 아나?”

“예. 압니다. 대신 그들의 아내들에게 1천만 달러씩을 제공했습니다. 남편이 죽어도 아내와 자식들은 한평생 잘살게 됩니다. 따라서 레드 워리어들은 죽음을 불사하고 의장을 암살할 것입니다.”

“잘했네.”

전화를 끊은 단장은 길게 한숨을 토했다.

이제 시베리아의 운명을 결정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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