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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막내 동생-54화 (53/98)

제54화. 딸과 아비의 격돌. >

시베리아 경제특구 기획재정부는 시베리아의 돈을 관리하는 가장 중요한 부서다.

그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공무원들은 시베리아에 대한 애정과 특구 정부에 대한 충성심을 기본으로 한다.

특히 기획 재정국 부국장은 실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이므로 더욱 충성심과 책임성을 필요로 하는 공무원이어야 한다.

치익~

새빨간 메르세데스 벤츠 최신형이 이르쿠츠크 방탄 주택에 들어와 섰다. 이르쿠츠크시에는 도시를 확장하면서 갖가지 주택과 아파트가 건설되었다.

그중 방탄 주택은 주택주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건설된 집이다.

대문부터 주택의 창문까지 철갑탄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탄유리와 재료로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요새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차가 멈추자 집을 지키는 경호원이 달려가 문을 열고 허리를 구십도로 굽혔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아가씨.”

“이상 없죠?”

차에서 맑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예. 이상 없습니다. 부국장님.”

차에서 늘씬한 체격의 글래머 여인이 내려섰다.

잔나 비쳅스카야: 29세. 슬라브족, 미혼, 하버드대 경영수학부 수석 졸업. 시베리아 경제특구 재정기획부 부국장.

또각또각.

아름답다! 사라 푸틴도, 디나 쿠르바코바도 아름답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여자가 더 아름답고 요염했다. 그녀가 자기의 방으로 들어갔다.

핸드백을 놓고 몸을 돌린 그녀가 흠칫 놀랐다.

그녀의 방, 그것도 침실에 웬 사내가 있었다. 체격이 우람하고 근육질의 사내다.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 얼굴은 평범하다.

“누구시죠. 숙녀의 방에 침입하다니, 무례하시네요!”

“잔나 비쳅스카야. FSB의 특수과 중령, DS(극비) 요원으로 시베리아 경제특구에 잠입. 내 말 틀렸나?”

사내의 말에 잔나의 얼굴색이 점점 변하더니  하얗게 변했다.

“다, 당신은 누구죠?”

“난 CFSB의 7처 1과 요원이다.”

“헉!”

잔나 비쳅스카야가 갑자기 몸을 떨기 시작했다. 잔뜩 공포에 질려서!

CFSB의 7처 1과는 살인을 전문으로 하는 요원들이 있는 과다.

그들은 사람을 어떻게 해야 빨리 죽일 수 있나. 또 어떻게 해야 가장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말해 인간 백정들이 있는 곳이다. 그 인간 백정 중의 하나가 자기의 앞에 나타났다. 잔나가 공포에 질릴 만도 했다.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네가 왜 죽는지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니 날 원망 마라!”

저벅.

살인을 직업으로 하는 살인마가 한발 내짚었다.

순간, 잔나는 발작적으로 외쳤다.

“자, 잠깐만요.”

사내가 멈췄다. 그는 무표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말해라.”

“살려주세요. 뭐든 당신이 하라는데로 다 할게요.”

잔나는 평생 처음으로 그렇게 빨리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우윳빛 뽀얀 피부가 드러났다.

“저를 가져요. 그리고 제발 살려주세요.”

“살고 싶냐?”

“네. 살고 싶어요.”

남자가 저벅저벅 걸어와 잔나와 마주 섰다.

사실 잔나는 요원 훈련 받았지만, 사격 훈련과 호신술 몇 가지뿐이다. 그따위로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몸을 내놓은 것이다.

살아만 날 수 있다면 몸을 주는 것 정도는 아까울 것도 없다.

이미 처녀도 아니니까!

“잔나.”

“네. 말씀하세요.”

사내의 부드러운 물음에 잔나가 한껏 요염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난 7처 1과 요원이라고 했다.”

“그게. 엇!”

사내의 조금 과장해서 솥뚜껑 같은 손이 잔나의 가녀린 목을 움켜 잡았다.

“사, 살려주세요!”

숨이 막혀 얼굴이 시뻘게진 잔나가 몸부림쳤다. 하지만 사내는 피도 눈물도 없었다. 그는 잔나의 머리를 한 바퀴 돌려 버렸다.

뚜드득~

“컥!”

잔나의 머리가 한 바퀴 돌며 목뼈들이 부서지는 오싹한 소리가 방을 울렸다.

그리고 잔나의 쩍 벌어진 입에는 혀가 한 뼘이나 흘러나와 있었다.

그 아름답던 얼굴도 지금은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죽기 싫었으면 첩자가 되지 말았어야지!”

철퍼덕.

사내는 무슨 물건을 던지듯 잔나를 던져 버리고는 손수건을 꺼내 손을 싹싹 닦았다.

***

DG그룹(단군 그룹) 경리부 부장 이반 얀콥스키는 흥이 나서 차를 몰며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래. 안나. 30분만 기다려. 지금 야츠카야거리를 통과하는 중이거든. 그래. 당연하지, 오늘이 안나와 내가 커플이 된 지 100일이 되는 날인데. 그래. 좀만 기다려, 내 사랑. 쪽.”

카폰에 입을 맞추는 흉내를 내고 머리를 돌리던 이반 얀콥스키의 눈이 툭 튀어나왔다.

“아, 안돼!”

콰앙, 콰지직~

충돌이다. 모래를 실은 덤프트럭이 중앙선을 타고 넘어 이반 얀콥스키의 차를 깔아뭉갰다. 그건 정말 처참했다.

이반 얀콥스키의 차는 오징어포가 되었고 핏물이 좔좔 흘러 도로를 적셨다. 이반 얀콥스키는 차와 함께 말 그대로 오징어포가 되어 즉사했다.

하지만 덤프트럭은 잡지 못했다. 운전기사가 겁이 나서 뺑소니를 친 것이다.

사고 27분 후, 클라쉬지강 중류!

사고 차량인 덤프트럭이 강물 속으로 처박혔다.

꾸르륵, 꾸르륵, 꾸르륵~

클라쉬지강은 깊다. 그 커다란 덤프트럭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덤프트럭이 있었다는 흔적은 솟아오르는 공기 방울들 뿐이다.

하지만 공기 방울도 곧 사라졌다.

“과장님. 첩자 이반 얀콥스키를 뺑소니차로 위장해 제거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니콜스키는 운전기사의 옷을 벗어 돌을 담아 꽁꽁 묶어서 강물 속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온 그는 그곳에 이미 대기해 두었던 승용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니콜스키는 CFSB의 7처 2과 요원이다. 그가 깔아 죽인 이반 얀콥스키는 DG그룹(단군 그룹)에 잠입해 있던 FSB의 첩자였다.

부르릉~

니콜스키의 차가 푸른 배기가스를 뿜어 내려 시내를 향해 달려갔다.

이날, 시베리아 전역에 걸쳐 엄청나게 많은 사고가 생겼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넘어져서 머리통을 계단에 찧고 뇌출혈로 죽은 사람,

술 한잔 먹고 싸우는 양아치들 옆으로 지나가다가 쇠몽둥이에 맞아 죽은 사람,

맹장에 걸려 병원에 가서 수술 받다가 의사의 실수로 죽은 사람, 등등 이날 하루에 죽은 사람은 시베리아 역사가 시작되어서 처음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게 죽은 사람보다 비밀리에 죽은 사람은 그 몇 백이나 되었다.

CFSB 국장실.

똑똑.

“들어 오세요.”

방에 들어선 사람은 7처장이다.

그가 두툼한 서류를 사라 푸틴의 근무 탁자에 놓으며 말했다.

“명령 받은 모든 첩자를 제거하였습니다. 국장님.”

서류를 몇 장 들춰본 사라 푸틴이 7처장에게 말했다.

“수고했어요. 7처장.”

“충,”

“나가보세요.”

척.

거수경례를 한 7처장이 절도 있는 자세로 돌아서 나갔다. 이로써 시베리아 전역에 있던 FSB의 첩자들을 모두 제거하였다.

아마 며칠 있으면 모스크바의 FSB 장관이 분노하여 탁자를 내리칠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 전역에 잠입하여 있는 CFSB의 첩자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사라 푸틴은 이미 모든 첩자들에게 명령을 내려 시베리아로 불러들였다.

‘아빠. 이젠 두 번째 수를 놔보세요. 그러나 이 딸도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아요!’

사라 푸틴은 이번 일로 절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아빠의 명령을 받고 자기 남자의 뒤를 캐던 자들이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정보전쟁에서 졌으니 그들이 죽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쟁에서 패자는 죽기 마련이다.

모스크바 크래물리.

“이게 모두 내 딸이 죽인 사람들의 명단이란 말인가?”

러시아 총리 푸틴이 분노의 눈빛으로 FSB장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쏘아보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푸틴이 KGB에 있을 때부터의 심복이다.

이번에 총리로 임명되면서 푸틴은 자기의 심복인 메드베데프를 FSB 장관으로 임명했다.

정보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기에 최고의 심복이 FSB를 장악하게 한 것이었다.

허나, 자기의 심복보다 딸이 한 수 앞섰다.

시베리아 경제특구와 이준이 회장인 “DG그룹” 즉 단군 그룹에 잠입해 있던 수백 명의 첩자가 단 하루 동안에 각종 사건·사고로 사망했다. 아니, 살해되었다.

푸틴은 분노의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죄송합니다. 총리 각하. 사라가 그리도 빨리 우리 첩자들을 살해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메드베데프가 머리를 푹 숙였다. 메그베데프는 첩보부의 수장이 될 자질이 없는 사람이다. 그것은 누구보다 푸틴이 더 잘 안다.

사실 메드베데프는 시키는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행정 간부 형 체질이다. 무언가를 창조적으로 할 능력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믿는 심복이기에 정보부를 맡겼는데 딸에게 선제공격을 받고 녹다운이 된 것이다. 이건 딸이 아니라 웬수다.

‘그래, 이제부터 너는 딸이 아니라 나의 정치적 적수다. 사라야. 1회전은 네가 승자다. 하지만 2회전은 이 아비가 이길 것이다. 어디 막아 봐라! 뿌드득.’

푸틴의 입에서 이가 갈리는 섬뜩한 소리가 났다.

이날, 총리실에서는 시베리아의 곳곳에 있는 도시를 향해 한 통의 무전이 날아갔다.

<모든 와잇팍스(흰 여우들)에게 명한다. 시베리아의 치안과 질서를 혼란에 빠트리며 모든 노조는 파업을 일으켜 산업을 마비시켜라. 독수리.>

***

지금까지 시베리아 마피아들은 조용히 음지에서만 활동했다. 1년 반 전, 시베리아의 마피아들은 시베리아경제 특구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가 무자비한 공격을 받았다.

특구 의장 이준은 예전 시베리아의 도지사들이나 총독들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마피아들의 공격을 받자 회유나 협상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가 내건 답은 간단했다.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답한다.>가 그의 답이었다.

이준의 명으로 60만 시베리아 보안대가 총검으로 마피아들을 덮쳤다.

마피아들이 아무리 총검으로 무장한 하이에나들이라고 해도 길거리의 총찬 조직 양아치에 불과했다.

반면 60만 보안대는 한 명, 한 명이 군대를 전역한 정규 대원들이다. 그들이 시베리아의 모든 도시들을 덮치자 마피아들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수많은 마피아가 보안대에 체포되었고 그때에야 검거가 멈추어졌다. 그리고 가혹한 형벌이 떨어졌다.

마피아의 보스와 부 보스는 10년이나 20년까지 형기를 받고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살아남은 마피아들은 납작 엎드렸다. 그제야 시베리아 경제특구 정부는 압박을 풀어 주었다.

그때부터 시베리아 각 도시의 마피아들은 머리를 처박고 조용히 밤의 음지에서만 활동하고 있었다.

이준이 마피아들을 완전히 쓸어내지 않은 것은 어디서든 사회의 음지는 있게 마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너무 물이 맑아지면 물고기가 살 수 없으니까!

그 음지는 정부가 관리할 수 없기에 그냥 놔둔 것이다. 그런데 모스크바로부터 명령문이 비밀리에 와잇 팍스(흰 여우)들에게 떨어졌다.

흰 여우들은 푸틴이 소련 시대 KGB에 있으면서 러시아 전국에 박아 놓은 은잠형 요원들이다. 그들은 오직 베드베에프와 푸틴만이 아는 푸틴의 요원들이었다.

그들은 이번 CFSB의 사라의 칼날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동계. 마피아계, 언론계. 공무원계. 경찰과 군대에 있는 모든 요원이 은잠을 풀고 활동을 시작했다.

마치 애벌레가 고치에서 화려한 나비가 되어 창공에 날아오르듯이!

그들의 목표는 이준의 시베리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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