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51화 (50/98)

제51화. 어떻게 이런 빌어먹을 일이... >

<지급. 푸틴이 시베리아경제특구 의장 아르진 리를 제거하려고 함. 이유는 시베리아가 계속 발전하면 러시아 본토에서 독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음. 모을, 원(두더지-1호)>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군. 푸틴이라···.”

모스크바의 어느 방에서 한 중년인이 쪽지를 불에 태우고 있었다. 그는 FCI의 모스크바 총책이다. 그로서는 FSB 장관인 푸틴이 이준과 싸우는 것이 이로운 일이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 할 수 있지.”

중얼거리던 중년인이 근무 탁자에 붙어 있는 버튼을 눌렀다.

지이잉. 지이잉~

신호가 울리자 곧 문이 열리고 8등신의 미녀가 들어섰다.

“부르셨습니까? 지구장님.”

“음, 지금부터 모든 요원을 동원하여 FSB 장관 블라디미르 푸틴의 자료를 수습하라. 그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체를 파악해 오도록, 알았나?”

“예썰!”

그녀가 부동 자세로 대답하고 나갔다.

“이용 가치가 있다면 푸틴을 총리로 밀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클클클”

FCI 모스크바 지구장의 입에서 기괴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FSB 본부.

“아니, 아빠가 웬일이에요? 갑자기 소식도 없이···.”

사라 푸틴은 집무실에 들어서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바로 며칠 전 러시아 총리로 임명된 블라디미르 푸틴 사라푸틴의 아버지였다. 사라푸틴은 반갑기도 했지만 왠지 아버지의 갑작스런 등장이 석연찮았다.

“네가 보고 싶어서 왔다. 우리가 3년 전에 만나고 처음이지?”

“음, 정말 그러네요, 아빠!”

3년 전, 블라디미르 푸틴이 상트 페트로그라드 시장의 똘마니 노릇을 할 때 보고는 처음이다. 그 당시 사라는 FSB의 중령으로 아버지의 비리를 잘 알고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시장의 밑에서 온갖 험한 일들은 다 처리하고 있었다.

정적에 대한 살인, 암살, 협박. 또 정치자금을 만들기 위해 온갖 부정적인 일의 선봉에 서있었다.

만약 아버지가 아니라면 당장에 감옥에 잡아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라의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였다. 모른척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아버지는 3억 불에 달하는 달러를 부정 축재한 것으로 사라는 안다.

그때부터 사라는 FSB의 일에 집중했고 아빠를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그것이 벌써 삼 년이 되었다.

그리고 3년이란 시간은 아빠와 딸의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오늘, 그 아빠는 총리로 승진했고 이렇게 사라의 눈앞에 나타났다.

“앉으라는 소리도 안 하냐?”

“아, 앉으세요.”

그때야 정신이 번쩍 든 사라는 아버지에게 자리를 권했다. 하지만 사라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아빠가 왜 나를 찾아왔지?’

현재 러시아의 총리는 대통령이나 다름이 없다.

옐친은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 따라서 총리는 대통령이 해야 할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 그런 총리인 아버지가 직접 시베리아까지 왔다.

그것이 매우 불안한 사라였다.

“국장님, 커피를 가져왔습니다.”

비서가 커피를 가져왔다.

“아, 거기 놓아요.”

“예.”

“마셔요, 아빠.”

“맛이 좋구나.”

하지만 사라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또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때 푸틴이 물었다.

“사라야. 너와 아르진의 관계는 어떠냐?”

그 말에 사라는 몸을 움찔 했다.

“관계라뇨? 뭘 묻는 거죠, 아빠?”

“내가 알기로 너는 아르진을 사랑하는 것 같은데, 아니냐?”

사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빠. 날 감시했나요?”

“감시라니? 그저 딸에 대한 아비의 작은 관심일 뿐이다.”

“필요 없으니 그런 관심 끄세요. 만약 이후로도 나를 감시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겁니다. 명심하세요, 아빠.”

사라는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너는 이 아빠를 많이 오해하는구나. 난 아비로서 아르진과 너의 사랑이 제대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네가 날 대하는 게 많이 거북한 모양인데 그럼 아빠가 가마. 잘 있어라. 딸아. 건강을 챙기고···.”

푸틴이 그 말을 남기고 걸어 나갔다.  사라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아버지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릴 때 외에 처음으로 아빠의 입에서 딸아란 소리를 들은 것이다.

***

<의장 각하. 총리님께서 뵙기를 요청하십니다.>

‘푸틴이 왔다?’

이준은 회귀한 사람이다. 그 때문에 푸틴의 성향과 그가 바라는 것이 뭔지 잘 안다.

그는 소련이라는 전체주의 국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아니, 전체주의 국가의 강력한 중앙 집권제적인 권력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전 역사에는 “시베리아경제특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푸틴의 뜻과 성향과는 반대인 시베리아경제특구가 생겼다.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추구하는 푸틴에게는 경제특구가 썩 맘에 들지 않겠군!’

총리로서 푸틴에게 시베리아경제특구는 마음에 들 수가 없다.

시베리아경제특구는 거침없이 발전하고 있다.

이준은 은행설립을 허락해주는 조건으로 FCI에서 받은 13조 달러 중 8조 달러를 시베리아의 중소기업들과 대기업에 쏟아 부었다.

돈이 돌면 기업들이 맹렬하게 돌고 기업이 돌면 경제적 풍요가 사람들의 삶을 풍족하게 해준다.

지금 시베리아는 풍족하다. 총리가 된 푸틴이 아무런 연락도 없이 기습적으로 시베리아에 온 것은 직접 자기의 두 눈으로 시베리아의 모든 것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가 본 시베리아는 사람 사는 냄새가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경제 부분에서는 모든 것이 거침없이 돌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신이 나서 일하고 있고 마트나 백화점, 저잣거리의 시장에서조차 여인들의 얼굴이 환하다.

좋다! 시베리아가 이렇게 발전하고 있으니···.

하지만 하나가 빠졌다. 푸틴이 돌아본 시베리아는 이미 변질한 시베리아였다.

원래 시베리아 인구는 2천 800만 명이었다.

그중 슬라브족인 백인들이 2천만 명이었고 소수 민족인 동양인들이 800만 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가?

1억2천800만 명의 인구가 시베리아로 들어왔다. 시베리아는 땅 덩어리가 크지만, 인구가 너무 없었다.

따라서 시베리아가 발전하려면 인구가 유입되어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문제는 유입된 인구가 모두 동양인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중국의 56개 소수 민족이다. 중국의 56개 소수 민족은 중국에 대한 한이 너무도 많은 종족이다.

그들은 소수 민족이라는 이유로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에게 사람 취급 받지 못했다. 공산당이 집권한 지난 50여 년 동안···.

그러니 중국에 시베리아를 합치자고 들고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그건 의장 아르진 리가 심사숙고하여 소수 민족을 유입 인구로 선택했다는 결론이다.

소수민족들은 이 땅에서 그 어떤 차별도 받지 않는다.

아니 1억 4천 8백만 인구가 2천만 명의 백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수 민족이니 차별이 있을 수가 없다.

반대로 2,000만 명의 백인이 소수 민족으로 전락한 셈이 되었다.

‘아르진 리. 이 자는 위험하다!’

비밀리에 시베리아를 돌아보고 나서 내린 푸틴의 결론이다.

푸틴이 보기에 시베리아경제특구는 러시아가 아니라 동양의 어떤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게 놔둔다면 시베리아는 정말로 동양의 시베리아가 될 수도 있었다.

‘옐친. 당신은 아르진 리를 잘못 알고 있소!’

몸이 아파 1년 동안 거의 10개월을 병원에서 환자로 보내는 옐친이다.

대통령이긴 하지만 그는 러시아를 통치 하기가 거의 어렵다.

그 때문에 옐친 패밀리(옐친의 목욕탕 친구들)들이 추천하는 푸틴을 총리로 임명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옐친은 목욕을 좋아한다. 그 때문에 국가적인 일을 논할 때면 목욕탕에서 목욕하면서 논의하곤 한다. 그들은 80%는 옐친을 떠받드는 경제인들이다.

시베리아를 제외한 러시아 본토의 올리가르히들(벼락재벌)이다. 옐친은 그들이 부정 축재를 많이 한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소련 체제를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 시키는 데는 그들의 동참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리하여 그들이 추천한 푸틴을 총리로 선뜻 임명했다.

그리고 총리 임명식 때 푸틴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아픈 자기를(옐친) 대신하여 러시아를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로 바꾸어 달라고 말이다.

그중에서도 시베리아 경제특구는 그대로 놔두라고, 경제특구 의장 아르진 리는 훌륭한 자본주의 체제를 만들어 전 러시아가 시베리아처럼 되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옐친의 말은 옳았다! 아르진 리는 불과 1년 반 동안에 수만 년 동안 잠자던 시베리아를 격동하는 시베리아로 만들었다.

가장 먼저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복선 철도로, 그것도 하늘 철도로 바뀌었다. 새롭게 건설된 고속도로 역시 복선이다.

한쪽은 가기만 하고 다른 고속도로는 오기만 한다. 그 고속도로도 하늘 길로 만들었다. 지금은 각 도시와 마을들을 연결하는 국도가 건설되고 있다.

그것 역시 하늘 길이다. 시베리아의 땅을 파괴하지 않고 공중에 세우는 이 철도와 도로로 인해 시베리아의 자연이 보장되고 퉁구스카 숲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나가면 러시아는 시베리아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이제라도 시베리아를 손안에 쥐어야 한다. 러시아제국의 한 몸으로 말이다.

그래서 푸틴은 이준을 직접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

이준은 푸틴이 찾아왔다고 하자 왜 왔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만나봐야겠군!’

“들여보내세요.”

<알겠습니다. 각하.>

곧 노크 소리와 함께 푸틴이 들어섰다. 이준은 일어나 그의 앞으로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총리님. 시베리아 경제특구 의장, 아르진 리입니다.”

“푸틴일세. 젊은 관리를 만나니 나도 활기차지는군!”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앉으시죠. 총리님.”

두 사람은 소파에 마주 앉았다.

“역시 젊은 사람이 의장이라서 그런 것일까? 시베리아가 쭉쭉 발전해나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더군. 잘했네. 의장.”

“감사합니다. 총리 각하.”

푸틴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내려놓으며 말했다.

“의장. 내 딸, 사라와 연인 사이라고 하던데, 맞나?”

푸틴의 회색빛 눈동자가 이준의 두 눈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푸틴은 원래 소련 시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던 KGB의 장교 출신이다.

사람의 눈을 노려보는 것은 그 사람의 의지를 시험해보는 방편의 하나다. 의지가 강한 사람은 푸틴의 눈동자를 피하지 않고 마주 본다.

약한 사람은 끝내는 마주 보지 못하고 눈길을 피한다. 이준이 찻잔을 내려놓고 푸틴의 회색빛 두 눈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준은 푸틴의 눈을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예. 연인 사이가 맞습니다.”

“그런가? 그런데 내가 받은 보고에 의하면 시베리아 은행 총장인 디나 쿠르바코바라는 아가씨와도 연인 사이라고 하던데, 어느 것이 진실인가?”

“디나도 내 연인이 맞습니다. 총리 각하.”

“허, 그럼 자네는 연인이 둘이라는 것인데, 이건 러시아 법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고는 있나?”

“여기는 러시아법이 적용되는 곳이 아니라 시베리아경제특구의 특별법이 적용되는 곳입니다. 설마 그걸 모르셨습니까? 총리 각하.”

“으응. 그게 무슨 뜻인가?”

그러자 푸틴의 수하 중 한 명이 다급하게 설명했다.

“총리 각하. 시베리아경제특구는 특구만의 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대통령께서 허락했고 국회에서 통과한 법입니다.”

“그럼 시베리아 특구법에는 부인을 둘 얻어도 된다고 되어 있단 말인가?”

“그건 아니지만 한 명만 부인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도 없습니다. 그런데 특구법에는 수많은 민족과 수많은 풍습을 가지고 있는 다민족 공동체인 특구에서는 필요한 법은 특구 의장이 결정해도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푸틴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러시아 국회를 통과한 시베리아경제특구 의장의 권한이 독립된 나라의 대통령 권한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특구 의장은 CFSB 국장을 직접 임명하며 특구의 대의원회의(시베리아 국회)를 언제든 해산할 수도 있는 권한을 가진다. 또한 시베리아를 스스로 지키기 위한 무장보위단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러시아 국회의 명령을 일절 따르지 않으면 오직 하나, 러시아 대통령 옐친의 명만을 따르게 되어 있다는 것도 푸틴은 새롭게 알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빌어먹을 일이···.”

푸틴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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