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48화 (47/98)

제48화. 어린 강도.

위잉~

도끼가 휘둘러졌다. 러시아 도끼는 활짝 펼친 부채 모양으로 생겼다. 시퍼렇게 날이 선 도끼가 나다브 게즈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악!”

엘레나는 비명을 질렀다. 맞기만 하면 머리가 두 쪽이 나고 말리라.

하지만 나다브 게즈는 몸은 안드레이보다 호리호리했지만 싸움에서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내다.

그는 고등학교 때 이미 학교짱을 먹었던 사람이다.

휘리릭, 쿠웅~

번개처럼 떨어진 도끼가 땅을 내리찍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조금 전까지 나다브 게즈의 머리가 있던 땅이다.

도끼가 떨어지는 순간, 몸을 굴려 위급을 피한 나다브 게즈가 몸을 날렸다.

날라서 2단 차기!

휘익~

그의 발이 도끼질하고 휘청 거리는 안드레이의 비대한 몸에 붙어 있는 머리를 강타했다.

“컥,”

쿵쿵쿵~

안드레이는 머리에서 불꽃이 번쩍이며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났다.

게즈가 걷어찬 2단 타격은 강력했다.

비틀거리는 육중한 몸을 겨우 바로 세운 안드레이의 눈에서 퍼런 불이 번뜩였다.

‘감히 유대인 따위가···.’

하지만 그건 안드레이의 망상일 뿐이다. 유대인이든 슬라브인이든 육체적으로 단련된 자가 이런 박투술에서는 이기기 마련이다.

하물며 나다즈 게즈는 학생 때부터 태권도, 소련 특수부대인 스페츠나츠의 삼보, 태국의 무에타이까지 두루 익힌 몸이다.

게즈가 고등학교 때 짱을 먹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니 흰 돼지처럼 살만 뒤룩뒤룩 찐 안드레이로서는 중과부적이다.

이쯤 하면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것이 목숨을 살리는 길이다.

하지만 수컷들은 참 이상하다.

여자가, 그것도 자기가 좋아서 데리고 살려던 아름다운 여자가 있으니 물러설 수 없었다. 설사 죽는다고 해도! 이것이 안드레이의 자존심이었다.

그는 땅에 떨어진 도끼를 주어 꽉 움켜쥐었다.

“이 유대인 새끼, 오늘 끝장을 보자! 이얏.”

그가 도끼를 들고 달려왔다.

쿵쿵쿵쿵쿵~

발이 땅을 짚을 때마다 거대한 몸의 무게로 진동했다.

정말 안드레이는 러시아의 백곰 같았다. 나다브 게즈는 돌진해오는 안드레이의 두 눈에서 쏘아지는 섬광을 알아보았다.

저건 반드시 상대를 죽이겠다는 살기다. 반격을 제대로 못 하면 바로 자기가 죽는다. 게즈는 두 발끝에 힘을 모았다.

그리고 안드레이가 눈앞에 도착해서 도끼를 휘둘렀을 때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쐐액!

시퍼런 도끼가 그의 발 아래를 스쳐 갔다. 그 순간, 게즈의 강철같은 발뒤축이 연속으로 세 번이나 안드레이의 머리통을 타격했다.

때린 데만 또 때린다!

퍽퍽퍽.

순간, 처절한 비명이 터져 올랐다.

“크아악!”

비명과 함께 안드레이의 입에서 피가 뿜어졌다.

쿵, 쿵, 쿵~

세 걸음이나 뒤로 물러선 안드레이가 멈추어 섰다.

그리고 가까스로 말했다.

“내···. 가 졌다. 엘...레 나는 네 여자···. 다!”

쿠당탕~

가까스로 말한 안드레이의 육중한 몸이 무너졌다.

“이보게. 안드레이!”

엘레나의 아버지가 달려가 안드레이를 흔들었다. 아무 반응이 없다. 그는 안드레이의 코에 손을 대보았다. 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주, 죽었다!”

“당신 지금 뭐라 했어요?”

엘레나의 엄마가 영감을 밀치고 안드레이의 콧구멍에 손을 대보았다.

숨을 쉬지 않는다. 이번에는 안드레이의 심장에 귀를 가져다 붙였다.

그리고는 얼굴 색이 하얗게 변했다. 죽은 것이다.

“지, 진짜 죽었어!”

엘레나 가족과 나다브 게즈는 정신이 멍해졌다.

‘결코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안드레이는 살찐 몸에 비해 목이 너무 약했던 것이다.

그러니 게즈의 발차기에 그만 목이 끊어진 것이다.

어떤 동물이든 목이 부서지면 즉사다!

남자가 아름다운 여인을 맘에 들어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를 탐해서 스토커가 되거나 정신이 오직 하나, 그녀에게만 꽂혀 있으면 이런 비극도 생긴다.

게즈는 순순히 시베리아 경찰서로 찾아가 자수를 했다.

그런데 세상일이란 참으로 알 수 없다.

그가 경찰서에 갇힌 다음부터 한 가지 소문이 전 시베리아를 강타했다.

“아름다운 처녀를 놓고 벌인 러시아인과 유대인의 결투. 유대인의 꼼수로 안드레이 사망!”

“비겁한 유대인을 구속하라!”

“유대인을 잡아 총살하라!”

사건이 반대로 뒤집힌 소문이다. 그러나 이 소문은 시베리아 전국으로 뻗어나갔다. 엄청난 속도로! 아침에 출근하여 자리에 앉은 이준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신문을 들여다보았다.

“이건 또 뭐야?”

이준은 어이가 없었다. 신문에는 대문짝만하게 실린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정부는 시베리아에서 유대인들을 박멸하라!”

이준이 머리를 흔들었다. 분명 CFSB 국장 사라 푸틴의 작품이다.

그는 시베리아정보국장이니···.

현재 특구 정보국 국장은 이준의 여자나 다름없는 사라 푸틴이고 시베리아경제특구의 재정기획국 국장은 표도르 쿠르바코바이다.

재정기획은 시베리아경제특구의 경제·재정정책의 수립·총괄·조정, 예산.기금의 편성.집행.성과관리, 화폐.외환.국고.정부회계.내국세제.관세.국제금융, 공공기관 관리, 경제협력.국유재산.민간투자 및 국가채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간단히 말하면 시베리아경제특구의 모든 돈을 틀어 쥐고 있는 부서다. 따라서 재정기획국 국장은 확실하게 이준의 오른팔이어야 했다.

표도르 쿠르바코바는 이준의 애인인 디나의 아버지다. 그는 원래 러시아에서 옐친의 산업부 장관이었다.

그는 이준의 제안을 받자 사표를 내고 시베리아로 왔고 재정기획국장을 맡았다.

시베리아에는 아직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공무원 최고의 자리는 장관이 아니라 국장이다. 칭호는 어떻든 표도르 쿠르바코바는 재정기획국 국장으로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디나는 시베리아 은행 총장으로 임명되었다.

이제 정보와 경제. 돈은 이준이 완전히 장악했다. 하지만 시베리아의 군대나 다름없는 보안대장은 아직 확실하게 믿을 수가 없다.

‘빨리 친위대를 창설하고 보안대는 내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가 들어섰다.

"각하. 영국 로스차일드가의 부가주 로스차일드 예후다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여보내세요!"

"예. 각하."

잠시 후, 로스차일드 예후다가 들어섰다. 그는 이준을 보자 허리를 구십 도로 굽혔다.

"로스차일드가의 부가주 예후다가 시베리아경제특구 의장 각하를 뵙습니다."

아주 정중한 태도다. 하지만 이준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어서 오시오. 부가주, 내가 의장 아르진이오."

두 사람은 악수하고 자리에 앉았다.

"각하. 소문과는 달리 이제 시베리아도 날씨가 참 좋아졌습니다."

"그렇죠, 툰드라 지방에서는 동토가 녹으면서 매머드의 사체가 계속 나옵니다.

문제는 예전에는 매머드의 사체가 썩지 않고 고스란히 발견되었는데 지금은 썩어 나온답니다. 하하하."

"그것 참, 고생물과학자들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겠습니다. 각하."

"그렇죠. 하지만 나는 고생물 연구에 관심이 없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딱 하나, 시베리아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시베리아는 이전 소련 시대에 건설했던 몇몇 회사들이 있지만 너무 낡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300만 개의 중소기업건설과 10대 재벌그룹의 형성을 유도하는 중입니다."

"돈이 많이 들겠군요?"

"당연한 일입니다. 이 시베리아는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입니다. 따라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죠.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각하. 우리 로스차일드가가 각하에게 필요한 돈을 대겠습니다."

그러자 이준이 정색해진 얼굴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로스차일드 본가가 돈을 대준다?"

"예. 돈을 대겠습니다."

"그 대가는 무엇입니까?"

"시베리아 특구에 로스차일드 은행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러자 이준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예후다씨. 우리 특구에 미연방 준비위원회 같은 은행을 세우려는 것입니까?"

"아, 아닙니다. 각하.“

로스차일드 예후다는 다급하게 손까지 흔들며 부인했다. 이준은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난 미국처럼 멍청한 짓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예후다씨.“

”그게 아닙니다. 의장 각하."

"아니다? 그럼 내가 이해할 수 있게 말씀해보세요."

"예. 의장 각하!"

목이 타는지 차를 한 모금 마신 예후다가 말을 이었다.

"시베리아는 이제 전 세계의 은행들이 몰려와 투자를 하는 제1 투자지구가 되었습니다. 돈만 투자되면 시베리아는 엄청나게 발전할 테니까요.

이곳은 천연자원의 보고가 아닙니까?

자원의 보고에서 바로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그 가격이 중국이나 베트남, 동남아보다 싸질 것입니다.

그럼 앞으로 시베리아의 제품들이 중국 상품을 밀어내고 세계 시장을 독점할 것입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의장 각하."

"계속하시오."

예후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지금 시베리아 인구는 1억 4천 8백만 명에 달한다.

중국에서 1억 2천만 명의 소수 민족이 들어와 시베리아 국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적은 돈을 받아도 중국에서보다 잘 먹고 잘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수백 만 개의 회사는 노동력이 부족하지 않다.

벌써 완성된 150만 개의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부품들은 가격이 중국보다 5배나 싸다. 중국이 시베리아경제특구를 신경 쓰는 원인이다.

그들은 자칫하면 자국의 제품이 시베리아의 제품에 밀려날 것 같아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고 시베리아경제특구를 압박할 것도 없다.

1년 반 전에는 곡물과 채소, 육류를 중국에서 들여온 시베리아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지금 시베리아는 밀과 벼, 보리와 옥수수, 감자와 고구마, 각종 채소를 엄청나게 생산한다.

시베리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앞으로 2년만 지나면 전 세계로 수출하게 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가주님께서는 이전과 달리 시베리아경제특구에서 제정한 법대로 외환은행과 투자은행만 설치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어차피 길어야 2년 이내에 시베리아경제특구는 세계의 공장이 될 테니까요!"

맞다! 예전에는 중국이 세계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오랜 개방 끝에 신기술을 모두 흡수한 후, 각국 회사를 몰아냈다.

중국을 움직이는 주체가 공산당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시베리아경제특구는 다르다. 특구의 법과 원칙만 따른다면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는다.

시베리아는 자본주의 경제 특구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투자하면 로스차일드가는 앞으로 백 년 동안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가 로스차일드가의 은행 설립을 승인해주면 내가 얻는 이익은 있습니까?"

"예. 가주님께서는 1조 달러는 선물로 드리고 2조 달러는 차관으로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금리는 가장 낮게 책정하기로 하고요."

하지만 이준의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어렸다.

"50경 달러를 움직이는 가문이 겨우 1조 달러라. 그럼 우리가 너무 손해입니다. 이렇게 합시다."

"예, 말씀하십시오."

”무상 지원으로 3조 달러. 차관으로 10조 달러를 주시오. 기한은 50년, 이자는 무이자요!“

오, 마이 갓! 이자는 어린 강도다. 앉아서 13조 달러를 꿀꺽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예후다는 물러설 수 없었다. 시베리아는 앞으로 세계의 중심이 될 터, 반드시 이 땅에 로스차일드가의 한쪽 발을 뿌리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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