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애국과 사랑.
<포고문,
오늘날 러시아공화국이 생겨난 것은 소비에트연방을 붕괴시키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하였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민주주의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리더들이 테러와 암살에 쓰러졌다.
그럼 그들을 암살과 테러로 죽인 자들은 누구일까?
CFSB(시베리아정보국)의 보고에 의하면 마피아라고 한다. 마피아들은 기관총과 로켓 발사기, 유탄발사기, AK 자동총으로 중무장하고 기업들을 공격하였다.
총검 앞에서 사장들은 너무도 무력했다.
그들은 자기의 회사에서 끌려 나와 길거리에 내동댕이쳐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마피아들의 폭행을 막으려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마피아들의 무기를 보면 이건 깡패 조직이 아니라 군대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일반인들은 그들에게 대항 할 엄두도 못낸다.
따라서 더 이상 마피아들이 사회 질서를 파괴하고 협박과 살인을 하는 것을 그냥 둘 수 없다.
나는 시베리아경제특구 의장으로서 이 땅에 사는 국민들과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켜줘야 한다. 또한 국민들이 마음 놓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게 하여야 한다.
나는 그것을 위해 오늘 이 시각 의장의 권리로 포고령을 발동한다.
1, 이 포고문이 발표 된 후, 12시간 내로 마피아들은 모든 회사에서 떠나라.
2. 명령을 어기는 자는 그가 누구이든 국민의 이름으로 체포 또는 현장에서 사살한다.
3, 떠날 때 기계 설비 파괴와 관리자들을 폭행하는 마피아들은 무자비하게 사살될 것이다.
4, 주요 기업들의 엘리트들을 살해하면 살해 자가 소속되어 있던 마피아 조직에 비상연좌법을 적용,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사살한다.
5, 비상 연좌법으로 체포된 자들 중 엘리트 살해 명령을 내린 자가 누구인지 폭로하면 100만 달러를 포상한다.
6, 시베리아경제특구의 정화에 도움이 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 어느 나라에 가도 정착할 수 있는 시베리아 특구의 특별여권을 발급한다.
7, 시베리아경제특구에 있는 모든 마피아는 자기 조직의 인원수와 무기 장비, 축적된 자금을 시베리아경제특구 정부의 CFSB에 보고해야 한다.
8. 이에 반항하는 마피아들은 본보기로 몰살 당할 것이다.
9, 이상의 요구를 잘 따르는 마피아들은 살려줄 것이다.
시베리아경제특구 보안대.
1993년 5월 12일.>
드디어 시베리아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활성화된 마피아를 척결하기 위한 대청소가 시작되었다. 이 시대 러시아의 마피아는 하늘 무서운 줄 몰랐다.
마피아는 개방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가장 빨리 출세하고 가장 많은 부(富)를 차지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었다.
다만 마피아라는 직업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곳이다.
그러나 위험하다고 해도 출세의 지름길이고 한순간에 일확천금도 벌수도 있는 길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이 당시 시베리아 청년들을 상대로 조사해본 결과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청년들의 80%가 마피아를 동경하며 대학을 졸업하는 대로 마피아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청년들의 생각이었다.
이것을 봐서도 너무 양성화된 마피아들을 정화 시킬 필요가 있다. 어차피 마피아는 모두 죽여도 몇 년 지나면 다시 생겨난다.
이준이 노리는 것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너무 양성화되어 활개를 치는 마피아들을 다시 지하로 몰아넣는 것이다.
또 다른 목적은 그렇게 함으로써 마피아들 때문에 가게를 운영하기 힘들어하는 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이준에게는 또 한 가지 목적이 더 있었다. 마피아들을 청소함으로써 FCI(유대 국제 금융 카르텔)가 어떻게 나오는지 볼 생각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중국 소수민족은 1억2천만 명이 이주해왔다. 나머지 3천만 명은 소수민족들의 늙은 사람들 뿐이다.
그들은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길 바라고 있었다.
1억 2천만 명+ 2,800만명의 러시아 이주민과 원래 정착해서 살던 사람들을 합치면 실제 인구수는 1억 4천 800만 명!
명실공히 러시아공화국의 1억 4,444만 4,359명을 앞섰다. 소수 민족은 시베리아 경제특구에서 신분증을 발급 받는다. 그리고 자기가 살고 싶은 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간다.
***
하루 또 하루, 시베리아는 자고 깨어나면 주위 풍경이 바뀐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쭉쭉 뻗어 나가는 하늘 길과 하늘 철도의 건설, 300만 개의 중소기업 만들기. 날마다 새로 세워지는 수많은 도시, 이제 거리에는 백인보다 동양인들이 더 많아졌다.
원래 시베리아에 이주해서 살던 백인들은 2,000만 명이다 나머지 800만 명은 동양인으로 한국계와 비슷하게 생겼다.
꾸준히 이주해오는 중국 소수 민족 때문에 백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200만 명의 조선족들도 있다.
조선족은 17~18세부터 40대 후반까지 몰려왔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부모님들이 이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너희들만 가라고 등을 떠 밀었다고 한다.
어쨌든 조선족은 200만 명이 몰려왔다.
“사라, 조선족이 200만명이라고 했나?”
“응, 200만 명이야,”
이준의 두 눈이 깊은 호수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사라. CFSB에 요원들 훈련소가 있지?”
“응? 으응!”
사라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사라, 조선족들 중에서 머리가 좋고 20대 초반에 체력이 좋은 자들로 30만명만 뽑아.”
“뽑아서 뭘 하게?”
“그들로 기동타격대로 만들거야! 군단장 사단장이 거느리는 군대와는 달리 오직 시베리아 경제특구 의장만의 군대를 만들려고 해!”
이른바 친위부대다. 지금 이준의 손안에는 60만의 보안대, 극동군 40만명이 있다.
이들 중 보안대는 이준을 따르겠지만 40만 극동군은 반대로 이준에게 총을 겨눌 것이다.
그들은 모스크바 대통령의 명령만 들으니까!
만약 이준이 반란을 일으키면 러시아의 슬라브족과 싸우게 될 것이다.
그때 자기는 어느 편에 서야 할까?
한쪽은 사랑하는 사람이고 반대쪽은 사라의 뿌리인 러시아 슬라브족이다.
애국심과 사랑! 두 개의 단어사이에서 사라 푸틴은 갈팡질팡했다.
‘에이, 몰라, 그때 일은 그때 가서 보자!’
그때였다. 비서실의 전화 불이 반짝였다.
이준이 수화기를 들었다.
<각하. 영국의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부가주가 왔습니다.>
“뭐, 로스차일가의 부가주?”
이준은 잘 놀라지 않는다. 이준도 극정원에 있을 때 지독한 극기 훈련을 받은 사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놀랐다.
지금 시베리아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유대인을 사냥하는 작전이다. 이 작전에 보안대 60만명 중 50만명이 동원되어 각 도시를 휩쓸었다.
나머지 10만명만 시베리아경제특구 건물과 의장 이준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닌 로스차일드 가문의 부가주가 왔다!
전세계 인구가 쓰는 돈의 절반인 40경 달러를 갖고 있는 사람!
그런데 그가 찾아왔다. 이준의 명령에 따라 일반 유대인들은 추방령을 받고 러시아 본토로 들어갔다.
또 조금이라도 폭력 조직과 관계되어 있는 유대인가의 사람들은 전멸했다.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기르던 개도 두 토막을 내버리는 악독한 자들! 지금 시베리아에는 하나의 별명이 유명하다.
“백설의 학살자!”
추방령을 받은 유대인은 5일 후에는 무조건 떠나야 한다.
그런데 이놈의 5일이 문제가 됐다.
***
유대인 나다브 게즈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엘레나라는 슬라브족 아가씨로 곧 나다브 게즈의 부인이 될 여자다.
딸랑, 딸랑, 딸랑~
저 멀리서 우편배달부가 타고 오는 자전거 종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잘 있었나? 게즈!”
“예. 그런데 또 그 먼길을 자전거로 왔군요, 할아버지!”
“이게 내 직업 인 걸, 하하하!”
저 할아버지는 우편배달부이기에 30년이 넘도록 그 일을 한다.
근면 성실하게···.
“이보게, 젊은이, 이름이 나다브 게즈, 맞지?”
“예, 할아버지!”
“받아라.”
편지 봉투를 받아 든 나다브 게즈는 보낸 사람의 서명이 있는 칸을 보았다.
나다브 게즈에게 실망과 원한, 그리고 환희와 승리로 이끌어준 여신! 그는 사진에 키스하고는 봉투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안에는 반으로 접힌 흰 종이 한 장이 보였다.
‘엘레나의 솜씨다!’
엘레나는 항상 편지를 보낼 때 반으로 접고 한쪽 귀퉁이에 살짝 잉크를 묻힌다.
알릴 듯 말 듯 작게 보이는 잉크!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떨어진 잉크가 조금 묻었을 그거로 생각한다.
‘내 사랑 엘레나. 끝내 소식을 보내왔구려!’
나다브 겐지는 열심히 읽었다. 그런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사랑하는 게즈. 우리가 만나지 못한 것이 벌써 석달이군요! 이 편지를 쓰는 지금 죄책감과 묘한 흥분, 두 가지를 다 느끼고 있어요.
그래요, 겐지. 나는 겐지를 사랑해요. 하지만 아무래도 가혹한 운명의 신이 이렇게 길을 가도록 짜 놓은 것 같아요.
아빠, 엄마는 당장 결혼식을 올리라고 협박하고 있어요. 하지만 전 싫어요. 전 오직 게즈, 당신만의 것이에요.
나를 자기 부인으로 들이겠다고 우리 집으로 찾아 온 자, 아빠 엄마를 돈으로 매수하여 자기편으로 만든 자, 그의 이름은 안드레이라는 사람이예요.
난 그 사람을 보기만 해도 토 나올 것 같아요.
그런 자가 매일 술을 마시고는 내 방문을 쾅쾅 두드려요. 마치 해머를 휘두르듯이! 그래도 문은 깨지지 않았어요.
그 문은 통나무를 절반 쪼개서 만든 것 같지만 아니에요. 우리도 그 문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강철로 나무처럼 만들어 문의 재료로 쓴 것 같아요.
나는 그 안에 숨어 있어요. 해머 소리가 울리면 침대 시트를 뒤집어 쓰고 놈이 거대한 배를 뒤뚱거리며 다가오는 환각을 느껴요.
그리고 놈이 내 옷을 잡아 한번에 찢어 내겠죠.
그놈은 힘이 장사니까요.
그놈에게서 나는 땀 냄새로 현기증이 나고 먹은 것이 올라와요,
게즈, 구해줘요. 약속했던 것처럼 게즈의 부인이 되어 전세계를 여행하고 싶어요. 더 쓰고 싶지만 놈이 올 시간이 됐어요. 부디 건강하세요. 게즈!“
그녀의 흐느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으아아~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게즈가 포효했다. 그것은 자각을 한 백호가 지르는 포효를 방불케 했다.
게즈는 머리를 홱 돌려 넓적한 러시아제 도끼를 등에 메고 작은 손 도끼 두 개는 양쪽 허리 끝에 꽂아 놓았다. 그리고는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내달려갔다.
마을에 들어선 게즈는 차가 여러 대 있는 회관으로 갔다.
뒤뜰에는 승용차가 서너 대 있다.
이상하게도 차들은 키를 그대로 꼽아 놓은 상태였다.
키를 모두 뽑아 힘껏 던진 게브가 하나의 키만 가지고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맨 끝에 있는 창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놀란 엘레나가 승마 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엘레나!"
둘은 격정적으로 그러 안았다.
"올 줄 알았어요, 당신이 날 구해주러 올줄 말이에요!"
"그래. 가자. 저 차의 키는 내가 다 던져 버렸어! 그러니 저 앞에 있는 SUV를 타고 도망쳐 버리자. 아주 아주 먼 곳으로.“
"알았어요. 당신이 있는 곳이 그 어디든 전 따라 갈 거예요!"
두 사람은 손을 깍지 끼고 살금살금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때 돼지멱 따는 듯한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쥐새끼. 감히 남의 부인 감을 납치하려고 했겠다? 네놈을 토막토막 잘라서 갈비 찜을 만들어 주마. 으하하!“
그 웃음 소리가 얼마나 큰지 천지사방으로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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