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거짓말.
FCI의 지부장 모세 모쇼노브의 가장 즐거운 취미는 30대의 농익은 유부녀와 하는 불륜이다. 그에게 처녀는 아무런 흥분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유부녀는 다르다.
일단 주인이 있는 여자가 아닌가?
하지만 꼴 키퍼가 있다고 공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남의 여자를 빼앗는다는 것, 그에게는 그것이 가장 짜릿하고 스릴이 있다. 모세 모쇼노브는 이런 기분 때문에 유부녀를 마음껏 데리고 놀다가 버린다.
또 유부녀를 취하면 좋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일단 남편이 있는 여자니, 불륜을 현장에서 잡히지 않는 한 결사적으로 입을 다문다. 또 유부녀는 원래의 남편과의 섹스에서 눈을 뜬 여자들이다. 그 때문에 처녀와 달리 능숙하다.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결혼하고 3~5년이면 권태를 느낀다. 또 한 아이를 낳고 나면 한 남자와의 섹스에서 지루함과 싫증을 느낀다. 권태, 사실 이것은 동물로서의 본능이다.
더 좋은 유전자를 받기 위해, 새로운 수컷을 선택하려는 것은 모든 동물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사회는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유부녀, 유부남들이 모두 바람을 피우면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모든 질서가 무너진다. 그러면 국가의 세포인 가정이 파괴된다. 그건 국가의 파괴를 의한다. 이런 국가는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쉽게 무너진다. 따라서 불륜은 어떤 사회에서든 비판의 대상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모세 모쇼노브는 그런 것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남의 가정이 파괴되든 말든 그에게는 자기의 쾌락을 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도 모세 모쇼노브는 30대 중반의 유부녀와 마음껏 쾌락을 즐기고 있었다.
그가 108가지의 체위로 섹스라는 이 쾌락의 게임을 즐기고 있을 때 한 명의 인간이 담벼락을 타고 창문으로 올라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창문 걸개를 벗기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참으로 능숙한 도둑인 것 같았다. 방에 들어선 도둑은 전신에 몸에 딱 붙는 검은 옷을 입었다. 머리에는 눈구멍만 보이는 복면을 썼다.
하지만 모세 모쇼노브도, 여인도 섹스의 정점에 올라 검은 옷의 도둑이 들어선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한심하다고 생각했을까?
검은 옷은 머리를 흔들고는 소리 없이 다가가 남자의 몸 위에 앉아 허리를 흔드는 여자의 뒤통수를 슬쩍 내리쳤다.
퍽,
여자가 스르르 남자의 위로 엎어졌다. 모세 모쇼노브는 그때야 검은 옷의 복면인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려던 그의 입이 벌린 채로 굳어졌다.
검은 총구멍이 그의 눈과 눈 사이를 겨누었다.
“살고 싶으면 일어나 앉아라.”
얼음 물에 빠진 것처럼 차고 섬뜩한 목소리에 모세 모쇼노브는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 앉았다.
그가 겨우 사타구니만 가렸을 때 검은 복면이 말했다.
“모세 모쇼노브, 46세. 신의 칼 기사단의 단원, FCI의 이르쿠츠크지부장. 맞나?”
웅크리고 앉아 있던 모세 모쇼노브의 얼굴에 당혹한 표정이 생겨났다.
그냥 도둑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저놈은 자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적이다.
대체 누구지? CFSB(시베리아정보국)? FZB?(해외정보과), CFGB?(시베리아 방첩과).
어느 쪽이든 FCI(국제 유대 금융 카르텔)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다. 그렇다면 반드시 죽여 입을 막아야 한다.
그의 손이 살며시 움직여 침대 옆의 비상 버튼을 향해 움직였다.
그때였다. 낮으나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퓨웅~
“컥!”
소음기를 끼운 권총에서 총탄이 날아와 그의 손등을 뚫고 침대에 박혔다. 피가 철철 흐르는 손을 움켜잡은 모세 모쇼노브의 귀로 검은 복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번만 더 허튼짓을 하면 죽인다!”
부르르!
이를 악문 모세 모쇼노브의 몸이 떨렸다.
놈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당장이라도 죽일 기세였다.
“모세 모셔노브. 난 너에게 딱 한 가지만 알고 싶다. 그것을 말하면 넌 살 것이고 입을 다물면 넌 오늘 죽는다.
그리고 네 아내와 두 딸, 아들 역시 죽는다. 말하겠느냐?”
'이 개새끼···.'
이를 악문 모세 모쇼노브의 앙다문 입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나왔다.
가족을 몰살 시키겠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자는 피도 눈물도 없는 킬러다!'
킬러,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냉혹한 자들! 이런 자들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천 명의 인간을 죽이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자들이다.
이자 역시 자기의 목적을 얻지 못하면 정말로 모두 죽일 것이다.
비록 일신의 쾌락을 위해 바람을 피우는 모세 모쇼노브지만 가족은 사랑한다.
참으로 어울리지 않지만 그건 사실이다.
'안돼. 절대 가족을 죽이게 놔둘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는 수많은 사람을 죽여본 킬러다. 자기가 어떻게 해볼 자가 아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네 위의 직속상관이다. 바로 지부장 위의 관구장 말이다. 그자를 알려주면 너도, 네 가족도 무사히 살아남을 것이다.”
관구장은 일개 주를 담당하는 자를 말함이다. 모세 모쇼노브는 검은 복면이 자기들의 조직에 대해 잘 아는 자라는 것을 알았다.
아니라면 절대 지부장 위에 관구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으니까!
“이제부터 열을 세겠다. 마지막 숫자를 셀 때까지 입을 열지 않으면 너는 죽는다. 그리고 저승에서 기다려라. 곧 너의 아내와 아이들을 보내줄 테니까! 클클클!”
악마가 우짖는듯한 저 웃음소리가 싫다. 그러나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하나, 둘, 세엣. 네엣···.”
숫자가 점점 열에 다가갈수록 심장이 맹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아홉까지 셋을 때다.
“잠깐,”
“?”
검은 복면이 모세 모쇼노브를 주시했다.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뜻이다. 길게 숨을 들이켠 모세 모쇼노브가 물었다.
“관구장만 알려주면 정말 살려줄 것이오?”
“당연히, 난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죽이지만 필요 없는 사람의 목숨은 빼앗지 않는다!”
믿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길이 없다! 모세 모쇼노브가 입을 열었다.
“관구장은 이르쿠츠크주지사 블라디미르 브도비첸코프요. 그의 실명은 가브리엘 이브기로 유대인이오. 별명은 식스 아아터컬(제6기사)요. 그가 이르쿠츠크주의 모든 첩자를 관리하오.”
“고맙다. 모세 모쇼노브, 잘 가라. 그대들이 원하는 천국으로 보내주마.”
잠깐, 날 살려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거짓말이었다.“
피융~
퍽.
총탄이 심장의 정중앙을 뚫고 들어갔다.
"개새끼!"
그 한마디를 남기고 모세 모쇼노브는 침대 위로 드러누웠다. 그를 중심으로 침대가 시뻘겋게 물들어갔다.
”관구장이 주지사라···.“
복면인, 바로 이준이 창문을 날아 넘었다. 그리고 날 다람이처럼 지상을 향해 쏘아져 내렸다.
***
시베리아경제특구 청사 정문.
젊고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이 경제특구 청사의 접수구를 향해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접수대의 아가씨가 영업용 미소를 갖추고 여인을 맞았다.
"나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시베리아경제특구 의장님에게 보내신 특사입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아가씨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고 경호원들이 권총집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의장 이준의 앞에 앉았다.
“김정일의 특사가 왜 나를 찾아온 것이오?”
“위대한 지도자 동지께서는 의장 각하께서 요구하신 포로 병 가족들에 대한 처리를 전하라고 하셨소.”
“포로 병 가족?”
“예. 의장님이 체포한 특수 부대 장교들과 병사들의 가족 말이오.”
“아, 그 테러 부대!”
이준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인에게 물었다.
“말해보시오.”
“위대한 지도자 동지께서는 의장 각하의 요구대로 포로들의 가족들을 보내주시겠다고 하셨소. 단,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여인은 이준을 슬쩍 쳐다보았다.
“말해보시오. 그 조건···.”
“다름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의 임업 전사들(벌목공들)을 지금의 5배를 받아 달라고 하시였습니다.”
5배? 현재 시베리아에서 벌목하는 북한의 노동자들은 3만명이다. 5배라면 15만 명! 이준이 여인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그리 많은 벌목공을 보내려고 하는 거요?”
“음, 공화국엔 달러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달러를 벌 곳은 이곳 시베리아밖에 없어요. 그래서 사람을 더 데려와 벌목을 더 많이 하려는 것입니다. 의장 각하!”
'그렇기도 하겠군! 지금 이 시대는 김정일이 핵폭탄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을 때니까!'
북한은 1988년대부터 핵무기를 가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도 북한에 핵무기는커녕 핵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다.
혈맹이라는 중국과 소련까지! 그 때문에 김정일은 달러로 핵무기에 관한 중요 자료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또 핵무기 관련 서양 과학자나, 인도, 파키스탄 등의 나라들에 자동소총과 탄약, 전차와 각종 화포를 넘겨주며 핵폭탄에 대한 기술자료들을 한가지, 한가지 사들이던 때다. 그러니 달러가 절실히 필요할 때가 맞다.
“좋소. 그 제안 받아들이겠소, 하지만 먼저 우리가 제출하는 가족 중에 절반을 먼저 들려 보내시오. 그다음 우리도 당신들의 벌목 근로자 절반을 받아들이겠소.
그다음 나머지 가족들을 모두 들여 보내시오. 그럼 나도 당신들의 벌목 근로자들의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받아들일 것이오!”
“알겠습니다. 의장 각하.”
“그럼 이제 계약서를 작성합시다. 비서.”
“예, 의장 각하.”
“비서실장에게 계약서 용지를 갖고 들어오라고 하라.”
“예. 각하.”
비서가 나가고 나자 여인이 말했다.
“역시 의장 각하는 시원시원하군요! 내레 이렇게 빨리 처리해줄 것은 생각도 못 했는데···.”
이준이 풀썩 웃으며 말했다.
“오래 생각할 것이 무에 있소. 빨리하면 서로에게 다 좋은 일이지 않소!”
“어쨌든 감사합네다. 의장 각하. 대신 우리도 가족들을 계약대로 2차에 걸쳐 모두 보내주겠습니다!”
그리고 차를 한 모금 마신 여인이 물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의장 각하.”
“예. 말씀하세요.”
“그 포로들, 불과 한 달 전까지도 우리 공화국의 전사들이었소.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부하로 쓰려는 것이요?”
그녀의 말에 이준이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나도 한민족이고 그 사람들도 한민족이오!”
같은 한민족이기에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울 필요가 없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말이다. 여인은 감탄했다.
“의장 각하는 진짜배기 조선인이오!”
그녀의 얼굴에 감동의 표정이 일렁였다.
그로부터 2일 후, 북한 주석궁에서는 김정일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핫하하, 역시 그자는 뼛속같이 조선인이군!”
이준이 자기는 러시아인이 아니라 조선인이라는 것을 선언했다고 김정일은 생각했다. 비록 한민족이라는 표현으로 남북한을 다 가리켰지만···.
“좋아. 이준, 이자는 우리가 반드시 포섭해야 할 존재다. 조사부장.”
“예. 위대한 지도자동지.”
조사부장이 허리를 구십 도로 굽혔다.
“대동강에게 내 명령을 전하라.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이준에게 접근할 것! 이라고.”
“예. 지도자동지.”
그날 밤, 조선노동당 조사부의 비밀기지에서 한 통의 무전이 날아갔다.
<대동강 앞.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잉어를 품으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있었다.
보통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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