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43화 (42/98)

제43화. 부하 만들기.

<남재원: 43세. 북한 평안도 철산 출신, 특수 부대 7만 명의 사령관, 계급, 준장.>

여기는 “CFSB(시베리아정보국)”의 안가다.

사방이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숲 속  길을 따라 승용차가 한 대가 앞뒤에 SUV경호 차를 대동하고  "CFSB"마당에 들어섰다.

치익~

SUV 경호차들이 멎자 무장한 경호원들이 손에 짧은  AK 74U 자동소총을 들고 뛰어내렸다.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경계 태세를 취했다.

부관이 승용차 오른 쪽 뒷좌석 문을 열자  이준이 승용차에서 내렸다. 왼쪽 뒷좌석에서는 사라 푸틴이 이준과 거의 동시에 승용차에서 내렸다.

“충, 성!”

안에서 나온 “CFSB”중령이  거수경례를 하며 외쳤다.

“들어가자, 그놈, 안에 있어!”

사라 푸틴이 앞장섰고 이준이 아무 말 없이 뒤를 따랐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지하에 들어서자 방음 장치가 된 문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엄청난 피비린내와 퀴퀴한 냄새가 풍겨 나왔다.

그러나 사라 푸틴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웃통을 벗어 젖힌 자들 세 명이 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충,”

그녀가 들어서자 세 명이 일제히 머리를 숙이며 외쳤다.

“인사하라. 의장님이시다!”

“충, 성!”

근육질의 사나이 3명, 팔에 문신이 새겨져 있고 체격은 120kg급 이상이다. 이들은 원래 KGB(CFSB의 전신)에서 일하던 고문 전문가들이다.

“사라, 고문했나?”

이준이 들어서며 물었다.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의장님에게 옳은 대답을 하지 않으면 그땐 지옥이 어떤 것인지 맛보게 될 것입니다.”

부하들 앞인지라 사라 푸틴은 이준에게 존칭을 쓰며 말에 힘을 주었다. 머리를 끄덕인 이준이  남재원준장과 의자에 마주 앉았다. 준장은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준장. 난 그대를 나만의 특수 부대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싶소. 준장이 내 부하게 된다면 이번에 포로가 된 1만 7천 명의 당신 부하들도 살게 될 것이오!”

순간,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던 남재원준장이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두 눈에서 날카로운 살기가 뿜어졌다.

하지만 이준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마주 바라보았다.

“조선말로 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의장이군!”

“내가 고려인이라는 것은 비밀이 아니니까! 커피를 마시겠소? 준장!”

“주면 고맙게 먹겠소.”

“커피 두 잔!”

“예 썰.”

사라 푸틴이 직접 나가더니 커피 두 잔을 가지고 들어왔다.

“드시오, 사라가 타는 커피는 손맛 때문인지 아주 맛이 좋소!”

“고맙소, 의장!”

남재원중장은 거리낌이 없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방금 살아남은 내 부하가 1만 7천 명이라 했소?”

“그렇소. 원래는 모두 사로잡으려고 했는데 정치위원들 때문에 3만3천 명이 아깝게 희생되었소. 심심한 조의를 표하오!”

“정치위원, 으드득!”

남재원은 분노한 짐승의 신음 소리를 내며 이를 갈았다.

“내 부하들을 살려주시오. 하지만 난 죽여주시오, 내가 살면 북에 있는 내 가족들이 반역자의 아내와 자식이 되어 수용소에 끌려가게 될 것이오!”

“가족을 데려온다면 내 부하가 되겠나?”

이준은 역시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가, 가족들을 데려온다고 했소?”

이준이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소. 당신은 물론이고 당신 부하들은 북한이 심혈을 들여 키운 정예 게릴라들이 아니오. 그들이 나의 편이 되어준다면 내가 맘을 놓고 편히 잘 수 있을 것이오.

그러니 당신만이 아니라 부하의 가족들도 데려오겠소, 그럼 나에게 충성하겠소?”

“대체 우리 가족들을 무슨 방법으로 데려온다는 것이오? 북조선은 그리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오!”

“인정하오. 하지만 나에게는 방법이 있소, 당신은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하면 되오.

철도 건설장에 끌려가서 죽을 때까지 노역을 하던가, 아니면 북의 가족과 만나서 편히 살면서 나의 부하가 되던가?”

이준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마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준을 묵묵히 바라보던 준장이 말했다.

“가족들을 정말로 데려온다면 맹세코 당신을 주군으로 섬길 것이오!”

머리를 끄덕인 이준이 말했다.

“사라.”

“예. 의장 각하.”

“이분을 목욕 시키고 새 옷을 입힌 다음 좋은 안가에 쉬게 하세요.”

“예 썰!”

“준장. 그럼 당신 가족을 데려온 다음 다시 만납시다.”

이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각하. 우리를 용병으로 고용한 자들은 유대인들의 FCI 기사단인 신의 칼 단장이오!”

남재원의 말에 이준이 돌아섰다.

“신의 칼?”

“그렇습니다. 이르쿠츠크에 있는 동방 투자 회사의 사장인 모세 모쇼노브요. 그자가 우리를 지휘하는 자요!”

“고맙소, 알려주어서···.”

말을 마친 이준은 밖으로 나갔다.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임업부 이르쿠츠크지부장인 김성훈은 택시에서 내리자 한숨을 푹 쉬고는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특수 부대. 자칫 우리 임업부가 이번에 쫓겨 나갈지도 모르겠군!”

김성훈이 투덜거렸다. 임업부는 북한에서도 가장 힘이 없는 부서다. 그래도 러시아에 들어와 있는 12개의 임업 회사 때문에 달러를 번다.

종이를 만드는 펄프용 재료로 시베리아의 질 좋은 나무만 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임업 회사들이 러시아에서 벌목 하면서 힘없던 임업부는 그런대로 북한에서 발언권이 있었다.

나무를 벌목 해서 러시아와 5대 5로 나눠서 다른 나라에 달러를 받고 팔 수 있다.

국제제재를 받는 북한으로서는 이곳의 달러가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중요하면 뭐 하나?

괜히 특수 부대를 투입했다가 시베리아경제특구 의장의 철퇴를 맞았다.

의장은 젊지만, "강철의 전사"라더니 그게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아무리 변명하려고 해도 의장이 들어줄까?

그의 한마디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접고 시베리아를 떠나야 한다.

“후우~ 젠장!”

길게 한숨을 쉰 김성훈 차장은 접수대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이르쿠츠크 임업 지부장 김성훈입니다. 의장님의 호출로 왔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애티가 나는 러시아 아가씨가 생긋 웃더니 컴퓨터를 들여다보았다.

“혹시 성함이 김성훈 차장님이신가요?”

“그렇소, 내가 김성훈이요!”

“여기 이름이 있습니다. 들어가세요.”

“고맙소!”

김성훈이 문을 열고 정문 앞의 마당에 들어섰다. 그때 검은 유니폼을 입은 보안대원이 말했다.

“두 팔을 드세요. 몸을 검사해야 합니다.”

‘씨벌놈!’

기분이 언짢지만 거부할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두 팔을 쳐 들고 몸수색을 당한 다음에야 김성훈은 시베리아경제특구 청사로 들어섰다.

청사의 곳곳에, 복도의 굽이 마다  AK -103을 가슴 앞으로 늘어뜨려 잡고있는 보안대원들 천지다.

‘엄청나군!’

경계가 무지막지하게 삼엄하다. 적어도 2천 명 정도의 보안대원들이 청사를 지키고 있다. 또한 밖에서는 안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오니 밖이 보였다.

동서남북 네 곳에 누런 탄띠를 문 캐틀링 기관총이 사방을 겨누고 있다. 뭐라도 이상 상황이 되면 당장이라도 총탄을 우박처럼 쏟아부을 것 같았다.

복도를 돌아서자 비서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임업부 이르쿠츠크지부장 김성훈입니다. 의장님의 호출을 받고 왔습니다.”

“그렇군요!”

머리를 끄덕인 그녀가 전화를 들었다.

“각하. 여기 북한의 이르쿠츠크임업부 지부장 김성훈이 도착했습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놓은 비서 아가씨가 김성훈을 이준의 방으로 안내했다.

“어서 들어가세요.”

“감사합니다!”

김성훈이 이준의 방에 도착해서

똑똑,

문을 두드렸다.

순간, 문이 확 열리더니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내가  고갯짓으로 들어서라는 신호를 보냈다.

안으로 들어서자 안쪽에 또 문이 보였다. 이곳은 아마도 최측근 경호원들이 지키는 것 같다. 또다시 신체검사를 당한 뒤, 김성훈은 이준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신들은 임업을 핑계로 게릴라 부대를 들여왔소. 그들은 이곳에 와서 시베리아경제특구에 테러를 하려고 했고...

나는 시베리아 특구 의장으로 시베리아에 사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소. 따라서 나는 당신들. 임업회사 전부를 추방할 것이오!”

김성훈은 숨이 컥 막혔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오긴 했지만 실제로 들으니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각하. 그 자들은 우리 임업회사들과 관련이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들어왔습니다.”

“바로 그게 문제요. 당신들은 몰랐다고 하지만 테러 부대를 들여보낸 것도, 임업 회사의 주인도 북한이오. 부정하는 것이오?”

“그, 그건 그렇지만,”

“그러니 추방한다는 것이오, 만약 내가 고려인이 아니었다면 당신들의 모든 노동자를 잡아서 몇 년 동안 무보수 노역을 시켰을 것이오.”

바로 이것이다! 의장은 고려인, 북한인들과 한 핏줄이다.

물론 남한과도 한 핏줄이지만···.

“의장 각하. 우리 임업 회사를 다 내쫓으면 지부장인 나부터 시작해서 임업 회사의 사장들과 간부들 모두가 수용소로 끌려가야 합니다. 당의 과업을 수행하지 못했기에,”

“그건 나와 상관없소!”

털썩.

김성훈이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말했다.

“의장 각하. 각하는 고려인이 아닙니까? 제발 불쌍한 저희를 살려주십시오.”

“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그게 무엇입니까? 말씀만 하시면 제 목을 걸고라도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각하.”

이준의 말에 김성훈이 목이라도 내놓을 듯 절절하게 말했다.

“당신은 힘들 것이오.”

“아니요. 말씀만 하십시오. 우리 임업국을 총동원해서라도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그렇다면 해보시오. 이번에 북한군 특수게릴라들을 토벌하고 1만7천 명을 포로로 잡았소. 그들의 가족들을 데려오면 임업 회사 추방은 보류할 것이오.

내가 그들을 내 부하들로 삼고 싶은데 가족이 있어야 이곳에 정착할 것 아닌가?”

“그, 그런···.”

포로 된 특수부대원들의 가족들이라면 김정일이 절대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걸 할 수 없다면 임업 회사 12개는 모두 추방될 것이오. 기간은 1개월을 주겠소, 그동안 새로 내 부하가 될 그들의 가족들을 데려오시오. 내 말은 끝났소!”

축객령이다. 김성훈은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북한은 사람들이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압록강 두만강 연안에 2개 군단을 배치했다.

그리고 탈북하는 자들은 가차 없이 사살한다.

그런 김정일이 포로가 된 자들의 가족들을 보내줄까?

어림 반 푼도 없는 일이다.

‘이제 나도 끝났군!“

추방되면 옷을 벗어야 할 것이다. 김성훈은 허탈한 심정으로 돌아갔다.

평양, 주석궁.

김정일은 러시아에서 들어온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흥미 있군! 유대인들에게 넘겨주었던 우리 특수부대원들이 포로가 되었단 말이지? 1만 7천 명이나···.”

김정일은 조사부장을 보며 말했다.

“이준, 내 전사들을 꿀꺽하겠다? 크크크!”

늑대처럼 음흉하게 웃던 김정일이 말했다.

“좋아. 가족들을 보내주지. 하지만 이준, 그러면 그럴수록 너는 내가 친 그물에 걸려들게 될 것이다. 클클클!”

김정일이 기쁘게 웃었다. 그의 머릿속에 이준을 묶을 그물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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