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42화 (41/98)

제42화. 정치위원.

까마득히 높은 하늘. 10,000m 상공에서 손바닥만 한 비행 물체가 날고 있었다.

바로 드론 정찰기다.  “DTY(금강석 연구소)”에서 만든 초 성능 스텔스 고공 정찰기다.

“DTY”는 태양에너지 배터리를 장착한 드론으로 밤낮이 따로 없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이준에게 보내준다.

그것도 맑은 고해상도로···.

이건 모두 다섯 쌍둥이 천재가 만든 작품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준의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만드는 것을 가장 즐거워한다.

그 덕분에 이준은 방에 앉아서도 제3군관구의 작전을 바로 눈 앞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보고 있었다.

“흠. 아직 북한군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군!”

북한군 특수 부대는 막사를 벌목 노동자들이 사는 것처럼 똑같이 지었다. 완벽한 위장이다. 하지만 정찰 드론 “이글아이(독수리의 눈)”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북한군 특수부대 제7여단은 제7벌목 회사가 있는 지역에 있다. 불행하게도 철도가 그들의 막사에서 불과 700m 지점에 있다.

새벽 2시에 들어선 군용 열차는 역에 조용히 정차했다. 그리고 특전대원 3천 명이 열차에서 내려  은밀하게 북한군 특수 부대 제7여단 막사를 포위했다.

그들이 전투 준비를 갖춘 다음, 열차에 실려 있던 30대의 T-80U 전차와 20대의 장갑 전투차가 일제히 시동을 걸었다.

T-80U 전차는 3명의 승무원이 조종한다. 무게는 46톤, 속도는 80km/h다. 주포는 125mm 활강포이고 동축기관총과 12.7mm대 공기관 총이 있다.

물론 이 대공기관총은 지상의 적군에게 쏠 때가 더 많다.

45발의 포탄은 자동 장전 되며 한번 목표를 조준하면 전차가 모로 달리든 돌아가든 포신은 목표를 계속 조준하며 발사 버튼만 누르면 목표물을 명중한다.

“기갑부대는 진격하라.”

제7특수 부대를 사살, 또는 생포하라는 명령을 받고 출전한 시베리아 제3군관구 제9특수전 부대장 이고리 대좌는 명령을 내렸다.

순간, 조용하던 산속의 대기가 전차와 장갑차의 엔진소리로 갈가리 찢어졌다.

와르릉, 와르릉, 콰르르르르~

전차와 장갑차들이 화물 열차에서 그대로 돌진했다.

쿠웅, 쿵쿵쿵쿠웅~

전차와 장갑차들이 열차에서 뛰어 내리면서 엄청난 먼지와 눈보라가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상공으로 6기의 Mi-28 공격 헬기가 날아올랐다.

열차에 싣고 온 헬기들이다.

그리고 낭랑한 여장교의 목소리가 북한어로 울려 퍼졌다.

새벽의 추운 공기를 깨트리며···.

“북한군 제7 특수 부대 장교 및 병사 여러분! 우리는 시베리아 제3군관구 제9특수전부대입니다. 지금 당신들은 포위되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체포하러 왔지만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하여 여러분들에게 권고합니다. 항복하세요.

항복하면 여러분을 국제 포로 법에 따라 포로로 인정하고 대우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항복하지 않는다면 이곳은 피비린내 나는 살육 장이 될 것입니다. 선택은 여러분이 해야 합니다.

만약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해질 것을 염려한다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들이 우리에게 항복했다는 것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 국민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국민권을 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러시아에서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필요하다면 가족들을 데려오는 일을 도와줄 것입니다.

시베리아는 영토는 크고 사람은 너무 적습니다. 그리고 시베리아경제특구 의장님은 같은 뿌리를 이은 민족의 후예들인 당신들이 죽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죽기 싫고 러시아 국민이 되고 싶다면 총을 버리고 투항하십시오, 20분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여 장교의 방송은 북한 제7 특수여단 장교와 병사들의 머릿속에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김씨 가문이 대를 이어 통치 하는 것은 온 나라를 정보 정치로 뒤덮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군대의 국가 보위원과 정치 지도원은 김씨 가문으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는다.

뭐, 그래봐야 김일성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나 명절 날 선물한 보따리를 받는 것이 다지만! 그런데 세뇌 된 이들에게 명함이 새겨진 시계나 명절 용 꿩 고기나 설탕, 옷을 만들 천을 받는 것은 신이 내려준 성물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지만 그런 것에 그들은 목숨을 내던진다.

마약에 중독된 환자들처럼!

“정신 차려라. 모두 헛소리다. 항복하면 조국에 있는 너희들의 부모·형제는 모두 수용소로 끌려간다. 총을 잡아라. 놈들이 공격해올 때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장렬하게 산화 한다!”

정치위원고의 외침과 보위원이 살기 띤 눈으로 장교들과 병사들의 뒤통수를 노려본다. 조금이라도 항복할 각이 나오면 바로 뒤통수에 총탄을 쏘아 박을 자세다.

째깍째깍째깍~

시간이 흘러 20분이 되어 간다. 그리고 20분이 되었다.

하지만 흰 깃발이나 천은 오르지 않았다. 제9특전부대장 이고리대좌는 오른손을 들었다가 검을 후려치듯 내리 그르며 외쳤다.

“공격하라!”

순간, 가장 먼저 공격한 것은 하늘의 Mi-28 공격헬기들이다.

공격헬기 6기에서 귀청을 찢는 쇳소리가 밤하늘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바로 공격헬기에 장착한 120mm 히드라 로켓으로 러시아산 헬파이어다.

쯍쯍쯍쯍쯍쯍쮸웅~

그리고 통나무로 지었던 막사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꽝꽈꽈꽝, 꽈꽈꽝, 꽝 꽈르릉~

“아악. 으악!”

소형 핵폭탄이 폭발하는 것처럼 치솟아 오르는 버섯 모양의 불기둥, 사방으로 날아가는 막사를 형성하고 있는 통나무들, 장교와 병사들의 공포에 질린 비명이 악마 구리 끓듯 했다.

그렇다! 북한군 특수 부대가 있는 곳은 열화지옥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생포하라는 명령에 네이팜탄을 투하하지 않아서 그 정도이다.

저곳에 네이팜탄까지 투하하면 진짜 열화지옥이 되어 80% 이상이 숯 검정처럼 불에 타 죽을 것이다.

“기갑부대는 진격하라!”

Mi -28U 공격헬기들이 대충 로켓을 쏟아붓고 나자 전차와 장갑차들이 흰 눈을 짓뭉개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살아남은 정치위원들이 고함을 질렀다.

“발사기, 로켓 발사기로 전차들을 잡아라.”

로켓 발사기! 북한의 7호 발사기이다. 이슬람인들이 알라의 요술 방망이라고 한 그 로켓 발사기가 전차들을 겨누었다.

“쏴라. 어서 쏘란 말이다!”

전차와 장갑차들이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자 공포에 질린 정치위원의 명령이다.

쮸웅, 쮸웅, 쮸웅~

철갑로켓탄이 화염 줄기를 내뿜으며 전차들을 향해 쏘아져 갔다. 그리고 폭발이 일어났다.

꽈앙, 꽈앙, 꽈앙, 꽈앙~

그런데 이게 웬일? 전차들이 끄덕 없이 달려온다. T-80U 전차는 복합 장갑이다. 그 위에 증가 장갑을 붙였고 또 그 위에 철망을 둘렀다.

그것이 로켓탄이 맞고도 전차가 계속 돌진해오는 이유다.

러시아군 전차장 마댜노프가 고함을 질렀다.

“전방 70m, 로켓 화기, 대공기관총 사격!”

12.7mm 대공기관총은 하늘로도 쏘지만, 지상의 적을 향해서도 효력을 발휘한다.

아니, 실상 동축 기관총보다 더 위험한 것이 전차의 대공기관총이다.

“대공기관총 발사!”

투투투투투투투~

1분에 600발의 사격이 소나기처럼 로켓발사관병에게 쏟아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끄아악, 아악!”

로켓발사병의 몸뚱이가 12.7mm 총탄에 맞자 갈가리 찢어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철퍽.

“크윽!”

북한군 제7특수 부대 중대장 이한영중좌는 얼굴에 붙은 살덩이를 털어 냈다.

조금 전까지 동료였던 장교의 몸이 갈가리 찢어져 그의 얼굴에 철썩 붙으며 피를 칠해 놓았다.

“으드득!”

어금니를 갈아 붙인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자기 중대의 정치 위원인 김상현 대좌가 손에 기관총을 들고 눈을 희번덕이고 있었다.

후퇴하거나 도망치는 장교와 병사를 사살하기 위함이다.

‘이건 개죽음이다!’

이한영 중좌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자기의 좌우 옆에 엎드려 있는 1소대장과 2소대장을 보았다. 그들도 어금니를 악물고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이런 개죽음은 싫다고! 이한영중좌는 앞에 걸쳐 놓았던 경기관총을 잡았다. 그리고 철컥 장전했다.

“내가 정치 위원, 저 개새끼를 쏘아 죽인다. 너희들은 동시에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총구를 돌려 좌·우측에 있는 정치위원들을 사살하게 하라. 알았나?”

“예. 중좌 동지.”

셋은 서로를 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한영중좌는 기관총을 들고 뒤로 획 몸을 돌렸다. 그는 순간, 입을 딱 벌이는 정치 위원 김상현 대좌를 보았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한영중좌는 김상현 대좌의 눈에 나타난 공포의 표정을 보았다.

‘네놈도 인간이었구나! 김씨 가문의 똥강아지 새끼, 뒈져라.’

투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투~

“으아아악!”

자기에게 돌려 댄 기관총 구멍과 증오로 이글거리는 이한형중좌의 눈을 본 순간, 김상현 대좌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중좌가 자기를 쏘아 죽이려 한다는 것을! 그러면 마주 기관총을 쏘아 같이 죽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김상현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죽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총구가 자기를 겨누자마자 벌떡 몸을 일으키며 뒤로 몸을 돌렸다.

뛰어내리면 낮은 지대라서 기관총탄을 피할 수가 있다. 그 순간, 요란한 기관총 소리가 그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투투투투투투투~

“으아아악!”

총탄이 그의 가슴을 연이어 뚫고 나갔다. 그는 총탄의 충격으로 마치 춤을 추듯 온몸을 흔들어댔다.

그리고 순식간에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리더니 신체가 갈가리 찢겨 피 분수와 함께 사방으로 떨어져 내렸다. 남은 것은 그의 하체와 머리통뿐이다.

철써덕!

바닥에 엎어진 그의 하체 위로 눈을 부릅뜬 머리통이 떨어졌다.

“중대, 정치위원놈들을 죽여라. 쏴.”

각 소대장이 외치는 고함, 몸을 뒹굴어 방향을 돌린 중대 병사들의 AK소총이 온몸을 떨며 총탄을 쏘아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타~

총탄이 빗발처럼 날아갔다. 전방에 엎드린 장교들과 병사들의 뒤에서 기관총을 겨누고 있던 정치위원들과 보위원들이 온몸을 비틀며 나뒹굴었다.

“아악. 크아악!”

그들이 처참하게 찢겼지만 누구도 동정을 보이지 않는다. 저 개새끼들 때문에 7여단의 8천여 명이 처참하게 죽었다.

어차피 러시아군에게 포위되었다. 그것도 공격헬기와 전차., 장갑차에. 그 뿐인가? 러시아 특전대원들이 흰 망토를 두르고 눈 위에 엎드려 이쪽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싸워봤자 전멸할 것이 틀림이 없다.

그런데도 저 개새끼들이 백기를 못 걸게 했다. 그 때문에 8천여 명에 달하는 장교와 병사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헬기의 로켓탄에 맞아 죽었다.

병사들은 일단 반란이 일어나자 정치위원들을 찾아 AK를 탄창이 빌 때까지 방아쇠를 당겼다.

“죽어, 죽어, 이 개새끼들아!”

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

후드득, 투득~

갈가리 찢긴 정치위원들의 고깃점이 사방으로 떨어진다.

“흰 기를 걸어라!”

누가 외쳤는지도 모른다. 병사들은 흰 기가 없자 자기들의 흰 내의를 벗어 총구에 걸어 쳐들었다. 항복이다! 쏘지 말라는 뜻이다.

러시아군 전차와 공격헬기도 사격을 중지했다. 총성과 포성으로 귀청이 찢어질 것 같던 곳에 갑작스러운 정적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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