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41화 (40/98)

제41화. 군용열차.

이르쿠츠크 공항 앞에는 수백 대의 택시가 줄을 섰다. 시베리아가 경제특구로 지정된 다음 이르쿠츠크 공항으로 사람들이 홍수처럼 밀려드었다.

시베리아의 자원을 쟁탈하려는 각국의 비즈니스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또 철도와 고속도로, 아파트 건설을 따내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치열했다.

시베리아는 이제 일어서려는 새로운 도시들이 무진장이다.

“안가라호텔로 가주세요.”

“예잇, 가장 빠른 길로 모시겠습니다, 마담!”

택시 기사는 깍듯하게 차 문을 열어주고는 너스레를 피우며 차를 몰았다.

“안가라호텔에 가시는 것을 보면 DG그룹에 입사 하시려는가 보지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늘씬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입에서 맑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외국인 중에 안가라호텔이 투숙하는 분들 대부분이 DG그룹에 입사합니다.

한국분인 것 같은데 안가라호텔에 투숙한다는 것은 십 중 팔, 구 DG그룹에 입사하려는 엘리트라는 뜻이죠!”

“그런데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죠?”

“최근에 중국, 일본, 북한, 대만, 한국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그 때문에 옷차림새나 행동, 말씨를 보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대충 알아볼 수 있습니다.”

“대단하시군요!”

방긋이 웃는 여인은 20대 초반이나 중반으로 보인다. 그녀는 다시 물었다.

“DG그룹이 연봉에 대단히 높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당연하죠. 시베리아는 물론 러시아 전국에서도 DG그룹의 연봉이 제일 높습죠, 노동자들의 연봉도 높은데 엘리트들의 연봉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나 독일도 엘리트들의 연봉이 DG그룹보다는 적다고 하더군요! 뭐 그래서 외국 엘리트들이 오는 것이겠지만···.”

택시 기사는  룸미러를 통해 창밖을 내다보는 아가씨를 흘깃 바라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한국 아가씨다.

늘씬하고 동양적인 아름다운 얼굴과 검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는 요정처럼 보이게 한다.

‘여기가 내가 일할 곳이다!’

창밖으로 지나치는 이르쿠츠크의 풍경을 내다보며 속으로 중얼거리는 아가씨는 서울 이화여대 비서과를 나온 강소라다.

그녀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지난 10개월 동안 강소라는 대한민국 국민안전국(KNSA)에서 속성으로 훈련 받았다.

그중에서도 주짓수와 격투술, 권총 사격술과 자동소총 사격술을 집중적으로 익혔다. 그뿐이 아니다. 비서과에서는 배우지 않는 방중술까지도 배웠다.

그녀의 목표는 시베리아경제특구 의장 이준이었다.

“거짓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라!”

이것이 그녀가 KNSA에서 받은 명령이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강소라는 KNSA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이준의 사진과 그의 동영상을 보았다. KNSA에서는 이준을 그냥 포섭하려는 것이 아니다.

강소라가 받은 임무를 보면 확실하게 그 목적이 나타난다.

강소라의 임무는 이준의 곁으로 침투할 것!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여 당신의 남편으로 맞을 것! 이것이 그녀가 받은 임무였다.

대신 강소라의 할머니와 두 동생은 서울에 50평짜리 아파트를 받았고 강소라는 30억의 돈을 받았다.

집이 있고 돈이 있으니 이제 할머니와 동생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강소라는 애국심이 있어서 KNSA의 요원이 된 것이 아니다.

바로 할머니와 두 동생을 위해 KNSA의 요원이 된 것이다.

‘첫 번째 목표는 이준 가까이 입사하는 것이다!’

최근 DG그룹은 블랙홀처럼 각국의 엘리트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DG 그룹 과학 연구소는 물리, 화학, 에너지, 생명공학, 반도체, 신소재 개발, 의학, 약학 등 과학계의 거의 모든 연구 부서가 있다.

세계 곳곳에서 재능은 있지만 돈이 없어서 자기의 꿈을 펼칠 수 없는 사람들은 모두 DG그룹 과학 연구소로 몰려와 입사했다.

과학자들은 기본적으로 높은 복지와 높은 보수가 책정되며 연구에 필요한 것은 무한정 보장 해주는 것이 DG그룹의 방침이다.

그로 인해 예전 역사 같으면 외국으로 팔려 갔을  소련의 과학자들과 기술자들, 기능공들이 거의 99%가 DG그룹에 입사했다.

또 이준이 의장이 되면서 철도의 복선화와 시베리아 횡단 고속도로, 시베리아 도시 간의 국도와 각 도시의 현대화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그 소식이 퍼지자 각국의 사람들이 시베리아드림을 꿈꾸며 몰려들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은 중국인(그중 10%는 조선족, 50%는 중국 소수민족, 40%는 한족(漢族))이다.

또한 북한, 일본, 대만,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사람들과 남미와 인도 사람들까지 밀려왔다.

시베리아는 그 많은 사람들을 수용해도 인구가 아직은 모자란다. 대한민국은 기업들이 진출하기 위해 지부를 세우는 중이었다.

‘이준, 난 내 동생들과 할머니를 위해 반드시 당신을 내 남자로 만들 거야, 반드시···.’

강소라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

<의장님, CFSB(시베리아경제특구 정보국) 국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비서의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탁자 옆의 버튼을 누른 이준이 말했다.

“들여보내세요.”

곧 방문이 열리더니 사라 푸틴 소장이 들어섰다. 시베리아 특구에서 최초의 여장군이 된 것이 바로 사라 푸틴이다.

처억.

사라 푸틴이 발뒤축을 소리 나게 마주 붙이며 거수경례를 했다.

“의장님, 소장 사라 푸틴이 긴급정보 때문에 왔습니다.”

“됐어, 우리 둘이 있을 때는 격식 차리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도 공식전인 문제를 보고하러 왔잖아요?”

사라 푸틴이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이준이 머리를 흔들었다.

“내가 말했지? 넌 내가 러시아 땅에서 유일하게 믿는 두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다른 한 명은 디나씨고요?”

사라 푸틴이 새치롬해지며 톡 쏘았다. 그에 이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됐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쯧쯧!”

이준이 혀를 차자 사라 푸틴이 방긋이 웃었다.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아르진, 북한 특수 부대에 이상한 조짐이 나타났어!”

“이상한 조짐?”

북한 특수 부대 2만 명을 무자비하게 사살하고 나자 나머지 5개의 벌목장에 있는 특수부대들은 숨을 죽이고 조용해 졌었다.

한데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니!

“응, 벌목 회사의 공급 부서가 개인용 배낭을 모든 곳에서 싹쓸이하고 있어.

개수는 총 5만 개! 식품도 흘레브, 절인 소고기, 돼지고기 통조림, 등을 사들였는데 우리 정보국에서 계산해보니 5만 명의 3일분이야!”

“배낭과 식품 3일분이라···.”

손톱으로 탁자를 톡톡 치던 이준이 물었다.

“더 나타난 조짐은 없어?”

“아직은 없어! 혹시 어디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어!”

“더 이상 그대로 두면 안 되겠군!”

이준이 2개 여단을 사살하고 나머지를 남겨둔 것은 그들이 북한인이라고 해도 한민족의 아들들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움직이려 한다면 소탕할 수밖에 없었다.

“사라, 정보요원들에게 시시각각으로 그들의 변화를 보고하라고 해.”

“알았어!”

“오늘 밤. 그들을 소탕한다!”

그리고는 전화를 들었다.

“제3군관구 사령관을 연결하라.”

<예. 알겠습니다. 의장님.>

북한군 특수 부대가 있는 벌목지대에 가까운 곳에 극동군 러시아군 제3군관구가 있다. 러시아 군관구는 육군과 공군, 기갑부대와 특수전부대, 보병부대들을 종합적으로 보유한 곳이다.

<러시아 극동군 제3군관구 사령관 불라트 오쿠자바중장입니다. 의장 각하.>

수화기 속에서 사령관의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사령관님, 오늘 밤, 부대를 이동 시켜 벌목 지구에 있는 북한군 특수 부대를 소탕할 수 있습니까?”

“예. 열차를 이용하면 가능합니다. 각하.”

“그럼 좋습니다. 새벽 5시를 공격 시간으로 정하고 북한군 특수 부대를 공격하세요.”

“알겠습니다. 충성.”

“충성!”

수화기를 내려놓은 이준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전화를 들었다.

“사령관님.”

“예. 의장 각하!”

“전차를 투입하겠지요?”

“예. 전차와 특수전부대. 그리고 전폭기들이 투입될 것입니다.”

하나의 군관구는 10만의 병력이 있다. 러시아의 군대 90만 명 중 시베리아군은 40만 명, 즉 4개 군·구로 나누어져 있다.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을 가능한 생포 하세요.”

“새, 생포 말입니까?”

“예. 생포하세요.”

“알겠습니다. 각하.”

“그럼 수고하세요!”

수화기를 내려놓은 이준이 창으로 가서 밖을 내다보자 그의 옆으로 사라 푸틴이 다가왔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아르진, 생포하라고 했으니 많이 죽지는 않을 거야!”

“그랬으면 좋겠군! 그들을 포로로 잡으면 철도 건설에 투입하면 좋은데···.”

이준이 그렇게 말했지만 사라는 이준의 진짜 속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서로 총검을 겨눈 특수 부대라고 해도 그들은 이준과 같은 한민족(韓民族)이다.

그들이 비록 세뇌 받았다고 하여도 한민족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사라푸틴은 정보국 국장답게 이준이 그들을 생포하여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줄 결심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 것이다.

***

시베리아는 모든 물류나 사람, 화물의 운반이 시베리아 철도로 움직인다. 그 때문에 시베리아 철도는 말 그대로 시베리아의 대동맥이다.

이런 불리한 교통으로 인해 시베리아 군관구들은 자기들의 기갑부대와 포부대, 보병들을 전부 실을 수 있는 군수 열차들을 따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군수 열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모든 역에서 다른 기차들은 세우고 군수 열차를 가장 먼저 통과시킨다.

이 원칙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생겨난 원칙이다. 스탈린그라드가 독일 제6군에 포위되어 힘겨운 싸움을 할 때 스탈린은 시베리아에 있던 150만명의 정규군과 수천 대의 전차들을 스탈린그라드로 실어 날랐다.

바로 시베리아 철도를 이용하여!

그때 화물 열차든 여객 열차든 민간 열차는 모든 군대가 다 이동할 때까지 꼼짝도 못 하고 역에 정차했다.

그로 인해 시베리아 철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 스탈린은 “군수 열차의 운행을 방해하는 자는 현장에서 즉결 총살한다”라는 최고 사령관 명령을 내렸다.

그것이 법으로 굳어졌고 지금도 군수 열차가 통과한다는 연락이 오면 모든 역에 비상이 걸렸다.

도민그로역장 마가레비치는 땀을 흘리며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오늘 저녁 그는 갑자기 철도국 상부로부터 내려온 긴급 명령을 받았다.

<저녁 9시, 군수 열차가 도민그로역을 통과한다. 현재 달리고 있는 화물 열차든 객차든 모두 대피선에 정차시키고 통과시키지 마라.>

갑자기 역에 발목을 잡힌 모스크바행 제 1634 여객 열차의 사람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들은 기다리다 못해 역장실로 달려와 항의를 했다.

“아니, 왜 우리 열차를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오?”

“당장 열차를 통과시켜라!”

하지만 마가레비치는 요지부동이다. 여객 열차를 통과시킨다는 것은 죽고 싶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조용하시오. 곧 군수 열차가 통과할 것이오. 그전에 당신들의 열차를 통과시키면 나는 총살 감이오. 아시겠소?”

그러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자유 러시아가 되었지만, 스탈린의 가혹한 공포 정치의 악몽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군수 열차와 총살이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 숨을 죽였다.

그때였다.

빼애애액~ 빼애액~

요란한 기적 소리가 들리고 철길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분쯤 지나자 군용 열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역을 통과했다.

우르르르르, 우르르릉~

“맙소사!”

군용열차에는 달빛에 번쩍이는 전차들이 당장이라도 포탄을 발사할 듯이 기다란 포신을 곧추 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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