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40화 (39/98)

제40화. 회유가 첫번째다.

“부엉이, 부엉이는 대답하라! 오바.”

<여기는 부엉이. 명령을 기다린다, 오바.>

“즉시 쥐잡이를 시작하라.”

<명, 받았다. 즉시 쥐잡이를 시작한다. 오바.>

헬기들이 명을 받았다. 그리고 곧 하늘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이 온통 붉은 불덩이들과 짙은 연기로 뒤덮였다.

부엉이들(Mi-24PN)이 주렁주렁 달고 있던 AGM-114 헬파이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쏘아져 내렸다.

부엉이 1기가 장착하고 있는 AGM-114 헬파이어는 16기다. 26기의 부엉이들이 장착하고 있는 헬파이어들은 총 416기에 달한다.

그 416기가 북한 노동당 조사부 산하 특수 부대 2만 명이 잠자고 있는 막사들에 쏘아져 내렸다.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날벼락처럼!

통나무로 지었던 수십 채의 막사들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꽝꽈꽈꽝, 꽈꽈꽝, 꽝 꽈르릉~

핵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솟구치는 시뻘건 버섯구름 형식의 불기둥, 사방으로 날아가는 부러진 통나무들, 갈가리 찢긴 북한 특수부대원들의 시신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렇게 엄청난 불의 지옥 속과 파편의 빗발 속에서도 사람은 잘 죽지 않는다. 물론 첫 폭격에 특수 부대의 60%는 죽었다.

그러나 나머지 40%는 아우성 치며 달려 나왔다.  하늘을 저공 비행하던 부엉이들이 일제히 12.7mm 중기관총과 12.7mm 4연장 개틀링 기관 포문을 열었다.

하늘에서 12.7mm의 총탄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캐틀링 기관포들에서 총탄이 비처럼 흩날리고,

투투투투투~ 투투투투투투~

중기관총이 불꽃을 번쩍이며 죽음의 철환을 날려 보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부엉이들에는 30mm Gsh-30K 연장 기관포 포드와 122mm 로켓 포드가 양쪽에 4기가 장착되어 있다.

부엉이들이 저공비행을 하면서 무너지고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오는 적들을 향해 30mm와 122mm 로켓포탄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쓍쓍쓍쓍쓍쓍~

하늘이 온통 유성으로 뒤덮였다. 인간이 지상으로 쏘아 보내는 유성이다. 얼핏 보면 참으로 아름다운 유성이다. 하지만 그 유성우는 죽음의 불벼락이다.

콰콰쾅, 콰콰쾅, 쾅쾅쾅, 쾅콰콰쾅~

“아악, 으악!”

비명이 끝없이 울려 퍼지고 찢어지고 잘린 시신 일부분들이 사방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그래도 인간의 목숨은 참으로 질기다.

그 어마어마한 불 벼락 속에서도 기어이 살아서 나오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반쯤 정신이 나가서 미친 듯이 내달렸다.

하얗게 덮인 눈 위로 그들은 아우성 치며 달려갔다. 그리고 폭격이 계속되는 막사 쪽을 바라보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젠 살았다!’하는 기쁨의 환희였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진짜 무서운 죽음의 사신들이 그들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저격수 올레그는 스코프에 걸린 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머리칼은 불에 탔는지 3분의 1이 사라졌다. 얼굴은 나무 탄 재인지 폭탄의 연기인지 모르지만, 얼굴에 범벅이 되었다.

그리고 이 추운 날씨에 얇은 내의만 입고 발은 맨발이다. 자다가 로켓의 공격을 받았으니 옷도 입지 못하고 신발도 신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손에는 무기도 없다. 그저 살기 위해 비친 듯이 달려 나온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동료가 죽는 속에서도 구사일생으로 살아 나왔다.

올레그는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기는 DG그룹 “보안대” 저격수이다.

이럴 때 적을 죽이라고 일 년에 연봉 6천만 원이나 받는다.

거기에 오늘과 같이 전투에 참여하고 나면 포상금까지 두둑이 받는다. 그러니 당연히 명령 받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그는 스코프에 보이는 적을 향해 방아쇠를 지그시 당겼다.

‘미안하다. 하지만 널 죽여야 나와 내 가족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다.’

타앙~

퍽석!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탄환은 적의 머리를 명중했다.

순간, 적의 머리가 잘 익은 수박 통이 터지듯 폭발해버렸다. 후드득 떨어지는 허연 뇌수와 붉은 핏물들. 쿵 하고 머리 없는 시신이 하얀 눈 위에 쓰러져 버렸다.

이날, 2만 26명의 북한군 특수 부대 2개 여단은 여단장 2명만 포로로 잡히고 나머지는 몰살 했다. 단 한 명도 남김없이!

그야말로 무자비한 학살이었다. 하지만 날이 밝았을 때 그곳에는 보안 대원들이 한 명도 없었다. 모두 헬기를 타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

<치타에서 마피아 대 마피아들이 총격전을 벌이다!>

<마피아, 양쪽 모두 1만 명 이상씩 사살! 흰 눈이 피로 물들다!>

<당국은 언제까지 마피아들을 놔둘 것인가?>

<시민 단체들, 당국에 마피아 소탕을 강력히 촉구!>

신문사마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다. 신문사만이 아니다. 방송과 티브이에서도 치타의 전투를 마피아 대 마피아의 싸움으로 묘사하며 마피아의 소탕을 촉구했다.

“흥, 여우 같은 놈이군. 이로써 마피아 소탕의 명분도 얻었군!”

이르쿠츠크의 어떤 집에서 노신사 한 명이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자 커피를 마시던 다른 한 명이 말했다.

“내 그래서 빨리 그들을 옮기자고 하지 않았나?”

“그 여우 같은 새끼가 그리 빨리 움직일 줄 몰랐네! 보통 놈이 아니야!”

노신사가 여우라고 지칭하는 상대는 바로 이준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들은 FCI의 소속으로 한 명은 로넌 루빈이고 다른 한 명은 모세 슐리만이다.

둘은 모두 국제 유대 금융 카르텔의 비밀무력 조직인 “소드 어브 가드(신의 칼)”의 시베리아 지부장이다.

“자네 말대로 해야겠군!”

“뭘 말인가?”

“이이제이(以夷制夷)!”

“자네도 이젠 동방의 문화에 조금은 발을 들여놓았군!”

“동양에서 싸우자니 동양에 적응해야지!”

“그럼 본부에 요구해야지. 이이제이를···.”

“그래야지!”

영국 시티오브런던의 중세풍의 집.

모든 것이 마치 17세기나 18세기로 온 것처럼 고풍스러운 가구로 둘러싸인 집안이다. 집안의 육중해 보이는 소파에 세 명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아르진 리가 우리의 용병 2만 명을 어젯밤에 몰살 시켰다고 합니다.”

“어젯밤에?”

“예. 시베리아 지부장의 보고입니다.”

“그놈, 우리의 칼부터 없애겠다는 심보군!”

“예. 그렇습니다.”

“영리한 놈이야!”

“놈을 제거해버리죠?”

“아니, 그럼 옐친과 러시아 국회는 시베리아 경제특구를 해산해버릴 거야! 자넨 러시아의 힘이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그야 천연자원에서 나오죠!”

“그 천연자원의 85%가 바로 시베리아에서 나오네, 옐친이 시베리아경제특구를 만든 것은 우리에게 아주 좋은 기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시베리아를 우리 손에 넣어야 해. 그럼 러시아는 저절로 우리 손안에 굴러들어 올 수밖에 없네.”

암셀 로스차일드는 그 말을 하며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남은 북한 용병들을 모두 버릴까요?”

“아니, 그들을 전부 흩어 놓게, 즉 합법적인 사람들로 만들어야지. 5명이나 10명이 한 개조로 만들어 중국 상인들로 만들어야지.

그렇게 시베리아 전역에 흩뿌려 놓으면 아르진 리가 찾기도 힘들고 우린 필요할 때 그들을 집결시켜 써먹을 수 있지.

이보게, 마이어, 가주께서는 시베리아의 장악을 관심 있게 바라보고 계시네, 우리가 이번에 시베리아를 장악한다면 크게 승진할 것이네. 그러니 머리를 좀 굴리게.”

“무엇을 하시렵니까? 단장님.”

마이어 로스차일드가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암셀 로스차일드, 그는 어둠 속에 꼭꼭 숨어 있는 FCI의 기사단인 “신의 칼”의 단장이다.

암셀은 너무도 교활하고 잔혹하여 로스차일드 가문에서도 그의 별명은 “히드라”다.

하지만 언제나 어려운 일을 맡아 결과적으로는 늘 FCI의 승리로 만들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아르진 리라는 걸림돌이 좀 단단하긴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뿐, 얼마든지 평탄할 인물이다.

FCI는 미국 금융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조직이 아니던가?

“첫 번째 안으로 아르진 리를 포섭하게. 가장 능력 있고 최고의 수재이며 신의 아름다움을 갖춘 아가씨를 찾게.

전 세계 모든 백인 가정을 뒤져서라도, 알겠나? 내가 보고 받은 바로는 아르진 리에게 두 명의 여인이 있다고 들었네.

그는 이제 26살 난 청춘일세.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에는 여자가 보약이지.

제1차 작전은 그를 포섭하는 것일세. 알겠나. 아미어 로스차일드.”

“예 썰. 단장님.”

“그럼 시작하게.”

국제 금융 유대 카르텔의 “신의 칼”기사단장 암셀 로스차일드는 아르진 리를 포섭할 생각을 했다.

그럴 만도 하다. 현 러시아에서 이준은 시베리아경제특구의 모든 실권을 쥔 왕과 같다.

그는 시베리아의 정치, 경제, 군사, 입법과 사법까지 모두 틀어 쥐고 있다. 옛날 왕들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준만 자기편으로 만들면 시베리아를 완벽히 장악할 수 있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준을 포섭하려는 생각은 암셀 로스차일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북한과 중국, 일본과 미국, 프랑스와 독일, 한국까지도 이준의 포섭에 나섰다.

대한민국 KNSA국장 집무실.

“이것이 아르진 리의 사진인가?”

KNSA국장 박철민이 전신이 찍힌 이준의 사진을 보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잘 생겼고 총명해 보여. 이자가 고려인이라고 했나?”

“아버지만 고려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인입니다. 국장님.”

“아버지가 고려인이면 우리 한국인이지. 땅은 종자가 없으면 그저 땅일 뿐이지!”

박철민은 여자를 땅으로, 남자를 종자로 언급했다. 종자를 땅에 뿌려야 식물이 자라난다는 것을 비유해 종자가 기본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박철민은 이준을 폭사시킨 KNSA 국장 김성준 전 전대 국장이다. 박철민은 다음에 김성준이 KNSA국장이 되었으니까!

“차장.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자를 우리 대한민국에 포섭할 수 있을까?”

“노력해 보겠습니다. 국장님.”

“그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를 포섭하게. 이자만 포섭하면 대한민국은 거대한 천연 원료의 공급원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500년 동안 자원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네!”

“명심하겠습니다.”

KNSA 해외 처장이 깎듯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

강소라는 오늘 하루 강의가 끝나자 급히 대학을 나섰다. 그녀는 소녀 가장이다. 15살에 양부모가 차 사고로 사망한 후, 두 동생과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이화여대를 다니는 것도 하도 수재가 되어 사회단체에서 장학금을 대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학금만 가지고는 할머니와 두 동생을 먹여 살릴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강소라는 닥치는 대로 일했다. 딱 한 가지 매춘을 제외하고는···.

오늘도 커피숍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일을 시작했다.

그때 한쪽 구석의 식탁에서 신문을 보던 중년의 아저씨가 다가왔다.

“강소라 양이시죠?”

“누구세요?”

강소라의 이름다운 눈에 살짝 경계의 빛이 나타났다. 그러자 중년인은 사람 좋은 미소를 머금으며 증명서를 꺼내 들었다.

“저는 여기서 온 사람입니다.”

<국가 안 전국(KNSA) 해외 차장 한윤철.>

중년인의 직위였다. 강소라는 동그래진 눈으로 증명서를 보고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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