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살려둘 수 없는 자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날,
간간히 헬기의 엔진음과 로터 소리만 들린다. 헌데 이상한 것은 그 요란하던 헬기 소리가 주변 생활 소음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생활 소음으로 착각할 수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DG 그룹 <금강석 연구소>에서 엔진과 로터 소리를 줄이기 위해 음향 방음 장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적진 깊숙이 은밀하게 침투해야 할 헬기들이 그 엄청난 소음 때문에 침투 할 수 없는 단점을 이준은 개발해 냈던 것이다.
<금강석 연구소>는 이준이 다섯쌍둥이 천재들을 위해 만든 연구소다. 그들은 마치 세상에 연구하러 태어난 것처럼 저마다 자기만의 연구를 한다.
이준은 그들의 일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대신 그들의 경호는 강력하다.
“우리가 먼저 낙하하여 적의 주둔지를 포위하고 여단장들을 생포한다. 그다음 헬기의 공격이 시작되어 주둔지를 초토화할 것이다.
우리는 포위한 상태로 기다리다가 헬기의 공격에서 살아나오는 자들을 사살한다.
의문 있나?”
“없습니다.”
“좋다. 낙하 준비.”
“예 썰!”
힘차게 외친 대원들이 일제히 낙하를 시작했다.
헬기들은 북한군 특수부대 주둔지로부터 2km 떨어진 곳에 항공육전대를 낙하시키고 급격히 고도를 높이며 상승했다.
항공육전대원들이 적의 주둔지에 도착하여 작전을 수행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쏴아아아~
헬기에서 창공에 몸을 던지자 급격하게 아래로 떨어지며 대기가 귀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이준은 아주 오래전 국정원 살인 병기로 훈련받을 때 낙하 훈련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낙하하면서도 여유롭게 혹 뒤떨어진 대원이 없는가 살폈다.
첫 낙하 때 당황해서 사고를 치는 병사들을 많이 본 이준이다. 그런데 한 명도 사고 치는 사람이 없이 정확히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교관이 낙하 훈련을 잘 시켰군!’
이준은 눈 덮인 땅에 내려서자마자 스키를 꺼내 신었다.
이곳은 산맥의 구 부 능선, 적의 주둔지는 산기슭에 있다.
스키로 이동하기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이미 며칠 전에 드론을 띄워 적의 주둔지를 확인한 터라 작전을 그에 맞게 짠 것이다.
“모두 스키를 신었나?”
“예.”
“그럼 이동한다.”
“예.”
대원들이 낮으나 힘찬 목소리로 대답하고 맹렬하게 스키 지팡이를 짚었다. 곧 스키를 신은 전 대원은 맹렬한 속도로 산 아래로 쏘아져 가기 시작했다.
364명의 육 전 대원이 내달리자 눈보라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부대장.>
<예. 각하.>
모두 이어폰을 귀에 장착하고 있어서 즉시 대답 소리가 들렸다.
<도착하는 그대로 주둔지를 포위한다. 적의 수뇌부가 있는 지휘부는 나와 두 명의 경호원만 들어간다. 알았나?>
그러자 부대장이 깜짝 놀라 소스라치듯 외쳤다.
<그건 안 됩니다. 의장 각하.>
<이건 명령이다.>
<그런···.>
<걱정 마라. 난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는다. 알았나?>
<하지만···.>
<명령이라고 했다.>
<아,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나는 먼저 간다.“
쉬이익~
이준과 경호원들이 속도를 높이느라 지팡이로 연이어 눈 위를 짚었다.
***
새벽 3시. 하루 24시간 중에 가장 추울 때다. 중사 김창윤은 옷 속으로 파고드는 추위에 몸을 옹송그리며 경비초소에 주저앉았다.
”젠장, 교대 시간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군!
치타에 있는 2만 명의 특수부대원들은 벌써 몇 달 동안 편안하게 지냈다. 처음 러시아로 파견된다고 했을 때 모든 사람이 얼굴색이 창백해졌었다.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이 제일 꺼리는 것이 남한으로의 침투였다. 남한으로 가면 열에 열이 죽었다.
혹간 포로가 되어 귀순하고 살아남는 대원들도 몇 명 있긴 하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참혹한 형들을 받았다.
가족 중에 남자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 죽을 때까지 화학무기 실험용으로 쓰였다. 그리고 여자들은 크고 작건 상관없이 국가보위부 정치범 수용소 계호원(간수)들에게 던져진다.
간수들은 같은 국가 보위원이지만 평생 정치범 수용소를 떠나지 못한다. 떠날 수 있는 경우는 단 하나, 죽어서일 뿐이다.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상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그 때문에 간수들의 스트레스는 엄청 높다. 또 사람의 인성이 사납게 변한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정치범 수용소에서 복무해야 한다.
사람이 악만 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을 달래 줄 겸 또 귀순하면 그 가족들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여자들은 간수들에게 던져준다.
명령은 간단하다.
“마음껏 능욕하다 죽여라!”
2차 세계 대전 때 나치들의 수용소에서도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여자들은 늙고 젊고 어리고를 떠나서 죽을 때까지 온갖 능욕을 당하다가 천추의 한을 품고 눈을 감는다.
이런 형편이니 특수부대원들이 남한으로 파견되는 것을 제일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두 번째가 바로 외국으로 파견되는 것이다.
시리아나 중동을 비롯한 전쟁 지역에 가서 반군이나 테러 집단을 도와 함께 전투를 한다. 하지만 이런 곳은 자신의 목숨을 지킬 도리가 없다.
이런 전투지역에 파견된 대원들은 열에 다섯은 죽어 나간다. 그래도 남한에 파견되는 것보다는 살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로 파견되는 곳이 바로 지금처럼 어떤 국가나 단체에 용병으로 팔려 가는 것이다. 그래도 살 가능성은 가장 큰 것이 바로 용병으로 팔려 가는 것이다.
처음 도착해서 자기들이 시베리아에 파견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대원들은 환성을 질렀다. 시베리아는 테러 집단들이 횡행하는 중동지역도 아니고 반군들과 정부군들이 격렬하게 싸우는 아프리카나 남미지역도 아니다.
그래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들의 생각대로 이곳 시베리아에서는 몇 달이 되었는데도 출전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모두 주둔지에서 자유롭게 놀기만 했다.
단 주둔지에서 한 걸음도 떠날 수 없다는 것이 명령이다.
허락 없이 주둔지 밖으로 나갔다가는 이유 여하를 물론 무조건 총살이다.
그런데 사람은 참 이상하다. 죽을 염려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매일 잘 먹고 놀게 되자 성적 욕구가 살아났다.
처음에는 참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자위만으로는 그 욕구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들을 자극한 것은 산밑에 있는 러시아인들의 마을이었다.
약 300여 호의 집이 있는 러시아 마을의 남자들은 치타에서 벌목하는 북조선 임업 회사에서 검사하는 관리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마을에 있는 학교를 망원경으로 내려다본 대원들은 그만 성욕이 폭발했다.
어느 날, 부대원들은 복면을 쓰고 학교를 기습했다. 그것도 대낮에!
학교는 완벽하게 장악됐고 여선생 32명과 여학생 170명이 윤간당했다.
그런 다음 검은 복면들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치타학교 치한사건”이었다.
이준은, 이 보고를 받자마자 이것이 단순한 강간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것은 주변에 주둔해 있는 특수부대에 의해 자행된 끔찍한 만행이었다.
그리하여 오늘 밤, 출동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오늘 밤,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은 그 값을 목숨으로 치러야 했다.
<제1조 포위선 구축 완료.>
<제2조 포위선 구축 완료.>
<제3조 포위선 구축 완료!>
<제4조 포위선···.>
시간은 새벽 3시 반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북한군 중사 김창윤이 30분만 있으면 교대 시간이라고 추위를 참아가던 순간이었다.
“가자.”
“예. 각하.”
이준이 눈 위로 내달렸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마치 다람쥐가 눈 위를 쏘아져 가는 것 같았다.
사람이 발로 눈을 밟으면 아무리 조심스럽게 밟아도 눈이 으깨지는 소리가 난다.
뽀드득, 뽀드득하고!
두 경호원이 내는 소리를 적의 초소에 있는 놈이 듣기 전에 처리하려고 속도를 낸 것이다.
추위 속으로 몸을 옹송그리고 발을 구르며 뱅뱅 돌던 김창윤 중사는 기겁할 정도로 놀랐다.
갑자기 획 하는 소리와 함께 강철 집게가 목을 조였다.
“누,”
김창윤은 그 이상 말할 수가 없었다. 강철 집게가 무자비하게 목을 조여왔기 때문이다.
“사, 살···.”
김창윤은 눈앞이 흐려지면서 정신이 아득한 어둠 속으로 침몰해갔다. 그때 강철 집게가 풀리면서 맑은 공기가 폐부로 들어왔다.
“헉, 헉, 헉!”
김창윤은 게걸스럽게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때야 그는 바로 앞에 복면을 쓴 사람이 한 명 서 있는 것을 보았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키는 180이 넘는 상당히 큰 키다. 그 복면이 물었다.
“어디 소속이냐?”
그런데 목소리는 가래가 잔뜩 낀 것 같으면서도 늙은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소리가 자동으로 변성되는 마스크이다.
“제일, 일 여단 3중대 1소대 2조 장입니다. 예.”
“여단장실은 어디인가?”
“저, 저 집입니다.”
여단장실은 막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독립적으로 지어진 집이었다.
“몇 명이나 있지?”
“1, 2여단장과 토, 통신병 2명이 있습니다.”
“그게 단가?”
“문밖에 쌍 보초가 있습니다.”
“잘 말해주어서 고맙다.”
꽈드득.
“컥!”
김창윤의 목뼈가 산산이 부서졌다.
그의 혀가 한 뼘이나 흘러나왔고 두 눈은 고통으로 툭 튀어나와 있었다. 그러나 이미 뇌로 가는 신경 선이 잘려서 더는 아픔도 몰랐다.
털썩,
그가 쓰러지자 두 명의 경호원이 그때야 도착했다.
“천천히 뒤를 따라와라.”
이준이 다시 튀어 나갔다.
“아, 아니, 저···.”
경호원이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미 이준은 주택을 향해 쏘아져 가고 있었다.
“어, 저게 뭐야?”
지휘부 경비를 서던 두 명의 특수부대원이 이준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급해졌다. 어느새 코앞에 도착했는데 얼굴에 복면을 쓰고 있었다. 그들의 손이 어깨에 멘 총에 닿았다. 순간, 이준의 두 손가락에서 파란빛이 번쩍 빛났다.
뽁, 뽁.
“컥. 윽!”
둘은 우뚝 섰다. 둘의 이마에 똑같이 구멍이 뚫렸다. 이마를 뚫고 들어간 구멍이 뒤통수를 뚫고 나왔다.
털썩 쓰러지는 둘을 받아 안은 이준이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두 부하를 기다렸다. 곧 경호원들이 도착했다.
그새 이준은 투시 기능으로 집안을 살펴보았다.
‘뭐야? 통신병이 아니라 기쁨조인가?“
두 개의 침실에서 두 여단장은 각기 여인들을 한 명씩 끼고 자고 있었다.
”들어가면 왼쪽의 문을 차고 들어가라.
그 안에 여단장과 여자가 한 명 있다.
여자는 죽이고 여단장만 생포해서 끌고 나와라.
알겠나?“
”예.“
”가자.“
복도에 들어서자 정말 문이 두 개 보였다.
이준은 첫 번째 문을 발로 차고 들어섰다.
경호원들도 두 번째 문을 차고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알몸으로 자고있는 두 남녀가 눈에 뜨였다. 바로 여단장과 계집이었다.
”이건 뭐지?“
그때 여단장이 눈을 떴다.
”누, 누구냐?“
순간, 이준의 손이 쭉 뻗어 나가면서 여단장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끅,“
여단장이 정신을 잃었다. 그때 여자가 깨어났다.
그는 방금 이준이 여단장을 가격하여 죽이는? 것을 보았다. 살아야겠다는 다급한 생각에 그녀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녀의 하체와 여단장의 하체가 그제야 뚝 떨어졌다.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둘은 하던 그대로 잠을 잤던 것이다.
그녀가 그 상태로 애걸했다.
”누구신지 모르지만 살려만 주세요, 그럼 뭐든 하라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순간, 이준의 손이 빨랫줄처럼 뻗어 나갔다.
그리고 여자의 머리를 잡더니 한 바퀴 돌려 버렸다.
뚜두둑~
목뼈가 부서지면서 여자가 쿠당탕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준은 털외투로 여단장의 몸을 감아서 어깨에 메고는 밖으로 달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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