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38화 (37/98)

제38화. Mi-24PN.

이르쿠츠크역 플랫폼은 사람들로 난장판이다. 중국에서 들어온 기차에서 상품들이 무더기로 하차 되고 있었다.

이 당시 러시아 사람들은 외국에서 들여온 상품을 사서 썼다. 경공업이 망하면서 옷과 생필품들의 생산이 중지되었기 때문이다.

상위 10%의 사람들은 외국제를 사서 입어도 최고로 값진 것들만 사서 입었다.

이탈리아의 옷이나 독일의 맥주, 또는 프랑스의 포도주 등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90%의 러시아인들은 그렇게 비싼 것을 살 수 없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상품 중에서 가장 값싼 것이 중국 상품들이었다. 러시아인들의 90%가 중국제를 사 입었다.

옷의 질은 나쁘지만, 값이 싸기 때문이다.

이준이 중국에 가서 무역 협정을 맺은 이후, 중국인들은 대거 시베리아로 밀려들고 있었다. 역, 기차, 시장, 여관과 모텔마다 중국인들로 차고 넘쳤다.

그들 중 거의 90%는 보따리 장사꾼들이다. 일명 시베리아 드림이 터진 것이다.

“누나. 빨리 와. 말을 알아야 상품을 맡기지.”

“응, 지금 가는 중이야!”

자기 키보다 더 높은 상품 박스(중국인들이 상품들을 넣은 천으로 만든 상자)를 질질 끌며 역 화물 창고로 힘들게 가고 있었다.

이 중국 조선족 남매도 시베리아 드림의 꿈을 꾸며 왔다.

그런데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역에는 수백 개의 창고가 있는데 그중 90%의 창고는 마피아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곳에 상품을 넣어두면 보관료가 엄청 비싸다.

보관료가 비싸지면 보따리 장사꾼들은 어쩔 수 없이 상품을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  최종적으로 그것을 사 입는 일반 러시아인들의 손해였다.

“어이. 빨리, 빨리 와, 시간 없다!”

창고를 관리하는 마피아들이 서툰 중국말을 배워서 중국인들에게 소리친다.

그때였다. 철도 유니폼을 입은 아가씨 한 명이 달려왔다.

그녀는 확성기를 들고 수많은 보따리 상에게 유창한 중국어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중국에서 오신 여러분, 나는 이르쿠츠크역 화물보관창고의 통역을 맡은 유가람입니다. 우리는 여러분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역 건물을 상품 보관 창고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저 역으로 가세요.

마피아들의 창고에 넣고 비싼 보관료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와~ 러시아 꾸냥 만세!”

“고맙습니다. 러시아 아가씨!”

중국 보따리 장사꾼 수천 명이 짐을 다시 이고, 지고 끌며 역전으로 가기 시작했다.

이에 화가 난 것은 창고를 관리하던 마피아들이다. 중국인들의 물품을 많이 넣어야 자기들의 수당도 올라간다.

그런데 저 동양계집이 뭐라고 쏼라쏼라하더니 모두 역으로 밀려간다.

“야, 저년은 뭐냐?”

“아. 저 계집, 제가 압니다. 저 계집은 고려인으로 여기 철도역의 통역원입니다. 진짜 죽이게 예쁜 동양 계집입죠, 조장님.”

마피아 중 한 명이 얼른 나서서 말했다. 그러나 마피아 조장은 그 말에 벌컥 화가 났다. 잔뜩 화가 나 앉아 있던 조장이 벌떡 일어났다.

그는 방금 말을 마친 마피아의 정강이뼈를 걷어찼다.

“야, 이 새끼야. 네 썩은 동태 눈깔에는 저 계집 예쁜 것만 보이지? 대신 우리는 부장에게 조인트를 까이고 수당마저 잘릴 것이다. 그건 생각 안 하냐? 이 멍청한 새꺄!”

“악, 끅, 자, 잘못했습니다. 조장님, 억!”

그때 다른 마피아가 권총을 뽑아 들었다.

“조장님, 저 쌍년은 쏘아 버립시다.”

“야, 안돼, 지금 새로 임명된 시베리아 특구 의장놈은 보통 놈이 아니다. 저번에 진압된 철도 노조의 파업을 봤지? 그놈, 언론 따위 가볍게 씹어 먹는 놈이야!”

그랬다! 이준은 시베리아 특구 의장으로 임명되고 나서 파업에 참여했던 철도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해 버렸다.

그에 격분한 철도 노동자들이 쇠 파이프와 화염병, 참새 사냥용 공기 총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경찰과 충돌하자 시위대는 공기총을 쏘고 화염병을 던졌다.

그때 세 명의 경찰이 공기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고 두 명이 화염병에 직통으로 맞아 중화상을 입었다.

이쯤 되자 이준은 단호하게 보안대를 투입했다. 보안대는 전역한 군인과 러시아 본토에서 마피아에 있던 자들이다.

그들은 이준의 명령에 가차 없는 진압을 시작했다. 화염병과 쇠 파이프를 사용하면 권총을 쏘았고 공기총을 쏘면 AK 자동소총으로 시위대를 향해 사격을 퍼부었다.

이르쿠츠크 철도 파업 사건이라고 명명된 그 시위에서 철도 노조의 간부 5명을 포함한 18명이 죽었고 4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리고 나머지 선동 분자들은 모조리 잡아 감옥에 처넣었다. 또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모두 1년씩 강제 노역형을 내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지금 복선 철도 건설 장에서 강제 노동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각종 신문과 방송, 티비에서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질타하자 이준은 이렇게 대답했다.

“경찰이 총에 맞아 죽으면 괜찮고 경찰이 쏘는 총에 시위대가 맞아 죽으면 공권력 남용인가? 그럼 시위대의 총기 사용은 무슨 남용인가?”

그리고 또 말했다.

“나는 시베리아 경제 특구 의장이다. 내가 의장으로 있는 한 정당한 방법으로 시위하거나 파업을 하는 사람들은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불법이나 쇠 파이프를 비롯한 총기를 사용하는 시위대나 옳지 않은 일에도 떼거지를 쓰는 파업자들이나 시위대는 그가 누구든 총에 맞아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경찰이 박봉을 받으면서도 명령에 따라 시위대의 총에 맞아 죽으면서도 진압에 나서는 것처럼···.”

이 폭탄 선언 후, 파업은 사라졌다. 수많은 언론이 이준을 질타했지만, 이준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이준에게는 “시베리아의 도살자”라는 악명이 붙었다.

하지만 그 악명 때문에 마피아들도, 강성 노조들도 이준을 두려워했다. 지금 이곳 역에 있는 상품 창고 관리인 마피아들도 마찬가지다. 조장의 말에 우물쭈물하며 권총을 넣으려는 그때였다.

타앙~

요란한 총성과 함께 중국 상인들에게 길 안내를 하던 통역원 유가람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뭐, 뭐야? 내가 쏘지 말라고 했잖아. 이 씹새야!”

“제, 제가 안 쐈습니다.”

“저도 쏘지 않습니다. 조장님.”

마피아들이 꺼낸 권총을 넣지도 못하고 울상이 되었다. 한데 그때였다.

검은 대형 승용차가 멎으면서 짙푸른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달려왔다.

바로 시베리아경제특구 의장의 이준의 호위병들이다.

그들은 달려오면서 소리쳤다.

“꼼짝 마라. 움직이면 쏜다!”

그 순간 화들짝 놀란 덜떨어진 마피아 한 명이 저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순간, 경호원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사격을 시작했다.

탕탕탕탕탕탕~

“아악. 으아악!”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이준의 최측근에서 경호하는 경호원들은 모두 올림픽 사격 경기대회에서 금메달 수상자들이다.

그들은 총에 익숙했고 거의 백발백중의 명사수들이다.

총탄이 빗나갈 수가 없다. 마피아들이 연이어 쓰러졌다. 경호원들이 마피아들에게로 달려갔을 때 이준은 차에서 내려 쓰러진 여자에게로 달려갔다.

보니 허벅지에 총탄을 맞아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급히 옷을 찢어 허벅지를 싸맨 후, 전화를 했다.

“나, 의장이다. 빨리 구급 헬기를 보내라. 여긴 이르쿠츠크 북역 화물창고 앞이다.”

그리고 나서야 이준은 여인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눈에 조금 놀라운 표정이 어렸다.

‘동양인?’

시베리아에는 동양인이 많다. 고려인이 그 첫 번째이고 브리야트족, 에왱키족, 울치족, 나나이족, 코리약족, 이텔렌족, 퉁그스족, 몽골족 등 약 38개의 동양인 부족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인이 한국인을 몰라볼 수는 없다.

‘설마 고려인인가?’

그때 요란한 로터 소리와 함께 구급 헬기가 날아 내렸다. 이 구급 헬기는 이르쿠츠크시 의장의 구급 헬기다.

곧 정신을 잃은 그녀를 실은 구급 헬기가 하늘로 올라가더니 방향을 틀어 병원 쪽으로 날아갔다.

이준은 그제야 몸을 돌리고 마피아들이 쓰러진 곳으로 걸어갔다.

“사, 살려주십시오, 우리는 그녀를 쏘지 않았습니다.”

“예, 정말입니다. 실수로 오발은 했지만, 그녀는 절대 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경호원 한 명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네놈들이 쏘지 않았으면 그녀는 귀신이 쏜 총에 맞았냐?”

“그, 그건 정말 억울합니다.”

그때 경광등을 번쩍이며 경찰차들이 달려왔다.

“충성. 의장 각하. 제12기동 경찰대 제 8조장 표도르 경장 외 3명, 순찰 중 총 소리를 듣고 출동했습니다.”

“잘했다. 경장. 저자들을 체포해서 데려가라.”

“예 썰.”

곧 마피아들은 수갑이 채워져 경찰차에 태워졌고 죽은 마피아들은 경찰서에서 온 수인차에 태워져 사라졌다.

“우리도 그만 가지!”

“예. 각하!”

이준과 경호원들이 차에 올랐고 곧 특구청사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30분쯤 지나자 사람들도 흩어지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

잠시 후 어둠이 내려 덮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철로의 가운데에서 뭔가 들썩이더니 한 명의 사내가 땅속에서 나왔다.

그는 번들 거리는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중얼거렸다.

“작전은 성공이다. 흐흐흐.”

놀랍게도 사내는 침목과 침목 사이에 깊숙이 비트를 파고 들어가 있었다. 그가 손에 든 총은 소련제 AK -103이었다.

***

밤 11시. 이르쿠츠크시에서 4km 정도에 있는 히라쓰카야 숲 지대에 검은 대형 승용차 벤츠가 들어섰다. 그곳에서 내려선 사람은 이준과 두 명의 경호원이었다.

사방에 숲으로 둘러싸인 곳, 하지만 그 가운데는 수천 그루의 나무를 베어내고 만든 비행장이다.

비행장에는 러시아의 공격헬기인 Mi-24PN 26기와 그 앞에 보안대원들이 정렬하여 서 있었다.

그때 그들에게 걸어가는 이준의 귀에 보안대 제3 기동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체 차렷, 의장님에 대하여 경례.”

“충, 성!”

검은 제복을 입은 이들은 이준이 창설한 보안대원들로 기동 타격대원들이다.

1개 기동타격대는 364명으로 완전 무장한 특수전 대원들이다.

이준은 전 러시아에서 소련군 항공육전대와 특수부대 출신들을 많이 입대시켰는데 이들은 항공육전대 소속이었던 장교들과 병사들이다.

“제군들은 오늘 북한의 특수부대를 소탕하러 떠난다. 오랜만의 전투라 피도 끓을 것이고 긴장도 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 마라. 내가 직접 그대들과 함께 간다.

나의 타격대원들이여, 김정일의 개들에게 불벼락을 안겨주고 돌아오자. 모두 준비됐는가?”

“예 썰!”

“좋다. 전원 탑승하라.”

“예 썰!”

항공 기동 타격대원들은 1개 조가 14명, Mi-24PN은 완전히 무장한 14명의 병사를 태우는 공격헬기이다.

Mi-24PN의 무기는 12.7mm 중기관총 1정, 12.7mm 4연장 개틀링 중기관총 1정,

30mm Gsh-30K 연장 기관포 포드 1기, 122mm 로켓포드 4기, 360발 장착.

러시아식 AGM-114 헬파이어 16발을 장착한다.

“출발!”

이준이 선두헬기에 탑승하자 곧 26기의 Mi-24PN 날아올라 편대를 짓고 치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치타에는 북한군 특수부대 2개 여단, 2만 명이 있다.

그들은 자기들의 머리 위로 죽음의 사자들이 날아오는 것을 모른 채 평소처럼 생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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