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37화 (36/98)

제37화. 통역원 유가람.

평양, 주석궁.

김정일은 조사부장(조선노동당 해외정보국) 이인철의 보고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니까 지금, DG 재벌 아르진 리가 시베리아 특구의 대빵이 됐다는 소리가 아닌가? 맞나?”

“예. 그렇습니다. 지도자동지!”

“부장, 시베리아가 우리 북조선의 몇 배가 되지?”

“그게, 약 140배가 넘는 크기입니다.”

“흠, 그리고 지하자원은 상상을 초월하고, 그래서 말인데 조사부장.”

“예. 지도자동지!”

“아르진 리, 그자를 우리 공화국의 편으로 포섭할 수 없을까?”

“그, 그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사부장 이인철은 말을 더듬었다.

그는 김정일이 하는 말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노조를 매수하여 파업을 일으켰다. 물론 비참하게 진압 당했지만, 아르진 리는 그 파업이 북한에서 조직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포섭될까?

더구나 국제 유대 금융 카르텔은 시베리아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제대로 정착하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

또 김정일은 그들의 하수인으로 특수부대를 넘겨주면서 3억 달러의 돈을 받았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FCI가 가만 있을까?

아니, 절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FCI는 막강한 힘을 가진 전 세계적인 조직이다.

그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강대국들을 움직여 북한 같은 나라에는 수백 발의 핵폭탄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조사부장 이인철은 그 것이 두려웠다.

“지도자동지. 만약 FCI가 우리 공화국을 적대시하게 되면 정말 위험해집니다. 그러니 아르진 리를 포섭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 김정일이 머리를 흔들었다.

“이봐. 조사부장, 유대 금융 카르텔이 돈이 많은 것은 인정하네, 또 그들이 강대국을 추동질하여 우리 공화국에 핵탄두를 떨어뜨릴 수도 있어. 그것도 있을 수 있어.

하지만 이걸 생각해보게.

만약 우리가 시베리아에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도자 동지, 그렇게만 된다면야···.”

이인철은 가슴이 벅차 말문이 막혔다.

시베리아! 그 땅은 차갑고 추위와 눈 속에 덮인 사람 못살 동토의 지대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잘못 알고 있다. 일단 시베리아에는 광대한 숲과 드넓은 초원, 기름진 땅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춥다는 소리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지구의 온난화가 일어나면서 시베리아는 많이 달라졌다.

9월이면 동토가 되어 혹한의 추위가 몰아치던 땅에 이제는 10월 중순 쯤 되어야 추위가 닥쳐온다.

그리고  6월이 되어야 찾아오는 봄이었지만 지금은 4월이면 시베리아도 화창한 봄날이다. 과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앞으로 지구 온난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온대 지반이 아열대 지방으로 서서히 바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시베리아는 온대 지역으로 변할 것이고 사람이 살기 좋은 새로운 대륙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것도 앞으로 1천 년 동안은 그 날씨가 시베리아가 정착할 것이라고···.

그럼 정말 시베리아는 에덴 동산으로 변할 것이다.

한반도의 140 배나 되는 광대한 영토, 숲과 초원, 기름진 농토가 끝없이 펼쳐진 광야. 이미 미국에서는 시베리아에 심을 곡식으로 개량된 밀을 비롯한 각종 곡식을 시험하고 있다고 한다.

5월부터 10월 초까지 자라고 열매가 완전히 익는 밀과 벼, 옥수수와 콩 등이 연구되고 있다.

사실 시베리아의 러시아인들은 채소를  심지 않는는다. 하지만 봄에 배추와 무를 심으면조선에서 보다 세배나 크게 자라고 맛도 대단히 좋다.

땅이 수만 년 동안 단 한 번도 농사를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시베리아 전체가 지하자원의 보고이다.

가스와 석유는 세계 매장량의 48%나 된다. 석탄과 강철, 동과 알루미늄, 니켈. 희토류 등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묻혀 있는 땅이 바로 시베리아다.

그야말로 황금의 땅이다. 하지만 시베리아를 먹을 수는 없다. 북조선의 무력을 가지고 러시아에 달려드는 것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조사부장. 난 그대 마음을 이해한다. 우리 공화국이 러시아의 시베리아를 빼앗을 순 없지. 그건 마치 개구리가 불에 시뻘겋게 달구어진 철판에 튀어 드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그 수장인 아르진 리는 조선인이 아닌가?

그만 포섭한다면 우린 시베리아의 자원들을 아주 싼 값에 먹을 수 있다고 생각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

“바로 그거야!”

김정일이 얼굴에 활기를 띄고 열정적으로 말했다.

“그 친구가 26살이고 미혼이라고 들었다. 사실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 공화국에서 최고의 미녀를 골라라. 몸매, 얼굴, 목소리까지 어느 하나 흠이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녀를 파견하라. 하여 아르진 리가 그녀에게 포섭된다면 우리의 작전은 성공한다. 알았나?”

“예. 지도자 동지. 하지만.”

“아, 아, 조사부장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다. 금융카르텔에게 받은 돈이 걱정된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들의 부탁도 들어줘라. 양면 전술, 즉 강온전술은 언제나 우리가 남조선에 써먹던 방법이 아닌가! 내 말 뜻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지도자 동지!”

조사부장의 얼굴이 그제야 밝아졌다. 그는 김정일의 속셈을 알아챘다.

한쪽으로는 7만 특수부대원들로 아르진 리를 괴롭히고 다른 쪽에서는 아름다운 여자를 투입하여 포섭하는 양면 정책을 쓰려는 것이다.

이것은 북조선이 늘 쓰던 방식이라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이인철은 조사부에 즉시 명령을 하달했다.

***

철커덩~

감옥의 쇠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감옥 안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간수가 안을 들여다 보며 외쳤다.

“1273호. 나와라.”

끄응~

1273호 이오시프 코브존은 천천히 일어나 비틀거리며 복도로 나왔다. 러시아의 감옥은 비인간적인 행위로 악명이 높다.

사실 공산국가가 다 그렇지만 러시아는 그 공산국가의 종주국이었다. 사실상 공산국가들의 감옥은 모두 러시아에서 배우고 익힌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일단 그가 누구이든 감옥에 잡혀 들어오면 옷을 몽땅 벗기고 홑 껍데기 죄수 옷을 강제로 입힌다. 이때 반항하면 무자비하게 구타당한다.

다음은 머리를 스님처럼 박박 밀어 버린다.

그다음 감방에 들여보낸다.

그런데 감방에 들어가서도 자유롭게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감방에 들어가면 무조건 두 무릎을 꿇고 손은 무릎 위에 포개서 올려 놓고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무릎을 꿇고 앉아서 30분만 지나면 다리가 점점 저려온다. 그렇다고 다리를 펴거나 몸을 움직이면 간수들이 들어와서 감방 안의 모든 죄수를 곤봉으로 팬다.

한 명이 잘못하면 집단이 구타당한다. 일명 연좌죄다.

그러면 그 감방의 사람들은 움직인 죄수를 미워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간수들이 자리를 비우면 달려들어 움직인 죄수를 죽지 않으리만큼만 팬다.

그때부터 죄수들은 무슨 나무로 깎아 놓은 인형들처럼 꼼짝 하지 않고 앉아 있다.

그렇게 2개월만 앉아 있으면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다. 피가 통하지 않아서 다리가 퇴화하며 힘을 주어도 다리가 제멋대로 비틀거린다.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으니 탈출은 언감생심이다. 똥과 오줌을 싸는 통은 감방에서 제일 약한 자의 옆에 놓여 있다.

그 통에 똥을 싸고 오줌을 싼 다음 온종일 감방에 놔둔다. 일부러 구린 냄새를 맡게 하기 위해서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편안한 감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리고 감방에서 끌려 나와 고문실에 가면 악명 높은 갖가지 고문을 당한다. 칭기즈칸 구이, 전기고문, 고춧가루 물을 먹이기 고문, 불 고문. 3일 동안 잠 안 재우기, 손톱, 발톱 뽑기, 어금니 뽑기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문이 버젓이 자행된다.

이쯤이 되니 체포되어 감방에 끌려가면 불지 않는 자가 거의 없다.

이제 소련을 해체하고 자유 민주주의가 도입되었지만, 감옥은 아직 소련식이다. 이오시프 코브존은 체포될 때와는 다른 사람 같았다.

불과 1개월의 시간이 그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바꾸어 놓았다.

물론 그것은 잔혹한 고문의 결과다.

“면회!”

‘면회라고?’

코브존은 움찔 놀랐다. 어미가 병으로 죽자 딸은 14살부터 비뚤어졌다.

그때부터 딸은 시내를 방황하며 나쁜 아이들과 휩쓸려 다녔다.

그러더니 하루는 배가 거북이 등처럼 커져서 돌아왔다. 임신을 한 것이다.

어이가 없는 것은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 모른단다!

양아치들과 다니면서 하룻밤에도 몇 명씩 관계 했으니 그 말도 맞다.

태어난 아이는 다행스럽게도 이미 죽은 아이었다.

그이 후, 코브존은 딸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딸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매춘을 하든 마약을 하든 명칭만 아빠와 딸일 뿐이다.

그런데 아빠를 흘레브 한 조각 만큼도 여기지 않던 딸이 면회를 왔다니 코브존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들어가라.”

면회실에 들어서니 썩어가는 퀴퀴한 냄새가 나던 감방과는 향기부터 달랐다.

향기로운 냄새를 코브존은 걸신들린 사람처럼 들이마셨다.

그때 창문 쪽을 향해 돌아서 있던 여인이 돌아섰다.

“음!”

코브존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여인은 상상도 살 수 없이 아름다운 동양 미녀였다.

늘씬한 키, 대충 봐도 175㎝는 될 것 같다.

분명 성형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신이 만든 것처럼 아름다운 얼굴이다.

거기에다 팽팽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빵빵한 엉덩이와 쭉 뻗어 내린 두 다리는 천상의 미녀 같았다.

“누구요?”

“고생이 많았군요!”

그러면서 미녀는 코브존이 앉은 탁자 위에 종이 한 장을 내려놓았다.

<조선인민군 0152부대, 중좌 유가람!>

“나, 나를 죽이러 왔소?”

이오시프 코브존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며 흘러나왔다.

이미 코브존은 모든 것을 불고 대신 감옥에서 나가기로 당국과 약조 된 것이다.

“아니, 당신이 분 것은 그리 큰 비밀이 아니에요, 내가 바라는 것은 당신들의 철도회사에 날 취직시켜주는 것입니다.

그럼 당신이 변절한 것에 대하여 우리는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그 누구에게 말한다면 당신은 갈가리 찢겨 늑대 밥으로 던져질 것입니다. 아시죠? 우리 솜씨를.”

“그, 그것만 하면 정말 날 자유롭게 살게 해줄 것이오?”

“당연합니다. 우리 목표는 당신이 아니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러자 유가람이 주머니에서 한 장의 서류를 꺼내 주었다. 그것은 유가람의 신상 자료였다.

<유가람: 24세. 블라디보스토크 철도 대학 글로벌 어문학부 수석 졸업. 부, 고려인, 유정석. 사망. 모, 강희옥, 사망. 형제, 없음.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철도 화물센터 통역원.>

이오시프 코브존이 다 읽고 나자 그녀가 물었다.

“어때요?”

“이건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겠죠?”

코브존의 말은 신원 조회를 해도 들통이 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유가람이 방끗 미소를 짓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가람도, 그녀의 아빠, 엄마도, 모두 블라디보스토크 한인촌에 실제 살던 사람들이니까요!”

아마도 모두 조작했거나 아니면 실제로 그곳에 살고 있던 고려인의 가족을 없애버리고 이 여자의 신분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코브존에게는 상관이 없다. 당국에 노출되지만 않는다면 이들과 마지막 거래를 하고 조용히 살고 싶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 거래요. 그리해주시겠소?”

“당연하죠.”

“그럼 내가 적어주는 쪽지를 가지고 이르쿠츠크철도 노조를 찾아가시오.

그럼 당신의 조건대로 해줄 것이오.”

“고마워요. 노조 위원장 동무!”

유가람이 생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얼마나 가슴이 떨리는지 코브존은 급히 머리를 숙였다.

‘이 여자는 타고난 우물이다! 그런데 무슨 목적으로 철도에 입직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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