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35화 (34/98)

제35화. 노조 뒤의 그림자.

시베리아 철도는 한 구간만 파업해도 전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운행이 멎는다. 그것은 철로가 복선이 아니라 단선이기 때문이다.

“우리 직원들이 기관사의 집들에 찾아가 봤지만 한 명도 없습니다. 알아보니 파업이 일어나면 기관사들은 모두 집을 나가 어디론가 숨어 버린답니다.

만약 기관차를 몰고 나면 마피아들은 이유 불문하고 쏘아 죽이기 때문이랍니다.”

정보국장 안드레이가 보고하는 중이다.

“마피아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됐나?”

“예. 조사는 끝났습니다. 이번 파업을 주도한 마피아는 ”레반쉬(복수자)“라는 조직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어디에 본부를 두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안드레이가 난감한 어조로 하는 말이다.

“시베리아의 마피아들은 조직의 본부를 숨기나?”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레반쉬라는 마피아는 유령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게 좀 이상합니다.”

“레반쉬라는 단어가 러시아말로 복수자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마피아 이름을 복수자라고 지었다?”

“우리 전략기획실에서도 그 점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이준이 입을 열었다.

“이번 노조 이름이 뭐라고?”

“브두세. 죽 미래입니다.”

“미래와 복수자,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군!”

“브두세 노조 조합장은 어디에 사는지 아나?”

“예. 이르쿠츠크 이르나야거리 2길 35번지 주택입니다. 이름은 이오시프 코브존, 나이는 47세. 아내는 없고 21살 난 딸이 한 명 있습니다.”

“그 딸은 뭐하지?”

“무직입니다.”

“국장, 계속 알아봐라.”

“예. 회장님.”

안드레이가 나가자 이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트렁크에서 검은 옷을 꺼냈다.

그것은 밤에 활동하기 좋게 만든 옷으로 방탄, 방한, 핫팩처럼 몸의 열을 받아 다시 몸에 돌려준다.

그 때문에 아무리 추워도 옷 속의 몸은 따뜻하다. 검은 헬멧, 방한화를 착용하고 무기를 옆구리에 꽂고 나자 아주 날씬한 킬러가 되었다.

옷이 몸에 딱 달라붙은 재질이기 때문이다.

이준은 그 위에 검은색 롱 패딩을 걸쳤다. 그러자 무기들이 감쪽같이 가려졌다.

빠다다다당~

검은색 바이크가 한밤의 도로를 타고 맹렬한 속도로 이르쿠츠크 거리를 달려갔다.

“여기로군!”

안가라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인 이그라이강변에 낡은 주택이 있다.

바로 “부드쉐(미래)”노조 위원장인 이오시프 코브존의 집이다.

집에서 멀찍이 바이크를 세운 이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휘리릭~

강변으로 차가운 바람이 지나간다.

이르쿠츠크의 12월은 새벽이면 영하 45도까지 내려가는 극한 날씨다.

하지만 지금은 초저녁, 날씨는 영하 30도 정도 된다.

“투시!”

이준의 눈이 깜빡이자 눈동자에서 차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눈이 투시 기능으로 바뀌었다. 기계와 인간의 합체가 바로 이런 것이다.

유전자 개조강화 인간은 눈에 여러 가지 기능을 탑재한 최첨단 제품과 눈이 합체되어 여러 가지 재주를 부릴 수가 있다.

그중 투시도 여러 가지 재주 중의 하나다. 두 눈의 투시 기능이 발동되자 나무로 지어진 벽을 뚫고 내부가 훤히 보였다.

다섯 명의 사람이 식탁에 앉아 술을 반주 삼아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남자가 셋, 여자가 두 명이다.

그런데 한 명만 슬라브 여인이고 남자 셋과 한 명의 여자는 동양인이다.

‘동양인?’

이준은 청각의 기능을 높였다.

하지만 거리로 자동차들이 지나다니면서 잡음이 들끓었다.

‘가까이 접근해야겠군!’

팟, 쉬이익~

이준이 대지를 박찼다. 그러자 단숨에 100미터를 점프하여 집 옆의 강에 도착했다.

이준은 살금살금 걸어서 주택의 창문 옆으로 가서 청각을 높였다.

그러자 방안에서 하는 말들이 옆에서 듣는 것처럼 또렷이 들렸다.

“아르진 리라는 회장놈, 지금쯤 골머리가 아플 거다. 클클클.”

이준은 눈을 크게 떴다. 한국말이다. 그것도 북한의 언어였다.

순간, 이준은 하나의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지난 7월과 8월에 북한은 벌목 노동자들을 더 들여오겠다고 정부에 허락받았다.

그것도 몇천 명이 아니라 7만 명이나 들여왔다.

그때 사라 푸틴이 이준에게 이상하다고 말했었다.

‘그들이 모두 특수부대였나?’

놈들이 북한의 특수부대라면 목표는 하나다. 바로 자기였다.

북한은 이 당시 외화벌이에 눈이 뒤집혀 있었다.

달러만 벌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때 사라는 북한 벌목 노동자들을 더 들여오는데 유대인 금융 카르텔(FCI)이 연루된 것 같다고 했다.

‘확실하다!’

이준은 결론을 내렸다. 북한은 국제 사회에서 거지 취급받는다. 실제로도 그렇다.

따라서 이란 같은 나라들이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무기 기술을 받는 조건으로 석유를 보내준다.

만약 FCI 들이 개입했다면 달러를 조금 주고 저들을 용병으로 샀을 것이다.

그들의 계획을 이준이 모두 파토 내버렸으니 반드시 이준의 사업을 망하게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준의 레이더에 걸린 이상 그것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준이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번쩍이는 시퍼런 칼날! 전장이 겨우 30㎝밖에 안 되는 짧은 칼이다.

하지만 그것이면 이준에게는 족했다.

사실 허리춤에 권총도 꽂고 있지만 그건 뽑지 않았다.

집에서 조금 물러난 이준이 땅을 박찼다.

쉬익. 과장창~

창문이 박살이 나고 이준이 안으로 날아들었다.

“뭐, 뭐야?”

“웬 놈이냐?”

촤악~

이준의 칼이 대신 대답했다. 시퍼런 칼이 제일 가까이 앉았던 자의 몸통을 수직으로 내리쳤다.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그야말로 번개 같은 속도로 휘둘러진 솜씨다!

“이, 이게···.”

뭔가 말하려고 하던 북한 남자의 얼굴에 이마부터 턱까지 일직선으로 금이 가며 핏물이 맺혔다.

그리고 푸 확~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으악.”

“맙소사!”

“이럴 수가?”

정작 칼 맞은 자는 아무 말도 못 하는데 옆과 앞에 앉았던 자들이 비명 같은 절규를 쏟아냈다.

쿠당탕~

양쪽으로 갈라진 몸뚱이가 내장과 피를 한꺼번에 쏟으며 양쪽으로 나뒹굴었다.

“저자를 죽여라.”

“쏴라!”

혼비백산한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이 우지 기관총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보다 이준의 움직임이 10배는 빨랐다.

촥촥촤악~

희미한 백열등 아래 이준의 신형이 번개처럼 한 바퀴 돌았다.

순간, 북한인들의 팔이 일시에 떨어져 내렸다.

철써덕, 철썩, 철썩~

이준이 식탁 주위를 번개처럼 한 바퀴 돌며 북한인들의 무기를 든 팔을 칼로 잘라버린 것이다.

“으윽. 끄윽!”

비명이 터져 올랐다. 잘린 팔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살려면 지혈해야 했다.

그들은 저마다 미친 듯이 식탁보를 찢어 노끈을 만든 다음, 잘린 팔을 단단히 묶어 지혈시켰다.

그동안 이준은 식탁에 앉아 북한인들이 마시던 술병을 들어 상표를 보았다.

“평양 술?”

이준이 묻는 눈빛으로 앞에 선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

러자 공포에 젖은 목소리로 사내가 대답했다.

“마, 맞습니다. 펴, 평양 술입니다.”

순간, 옆의 놈이 외쳤다.

“닥쳐라. 이 간나새끼야.”

순간, 번쩍 그자의 앞에 나타난 이준이 남은 마지막 팔을 잘라 버렸다.

촤악~

“크아악!”

놈은 비명을 질렀지만,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네가 이들의 조장이냐?”

“모른다, 종간나새꺄.”

순간, 시퍼런 칼이 번쩍 휘둘러졌다.

촤악~

그는 더 이상 말을 못 했다.

그의 머리가 기우뚱해지더니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툭 데그르르~

“아앗. 으으으!”

놈의 머리가 그들의 앞으로 굴러가자 공포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게다가 아직도 서 있는 조장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올랐다.

이준이 칼끝으로 목 없는 몸뚱이를 툭 밀었다.

철퍼덕~

그때야 시체가 쓰러졌다.

남은 북한인은 두 명, 남녀 한 쌍이다. 노조 위원장의 딸은 첫 번으로 뒤통수를 가격 당하고 탁자 위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있었다.

“내 질문에 잘 대답해야 할 것이다. 말 한마디에 너희들의 목숨이 달려있으니까!”

이준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그들, 남녀에게 말했다.

그들은 마치 추운 밖에 내놓은 것처럼 솜털이 곤두선 채 온몸을 떨고 있었다.

“너,”

“예? 예. 자, 장두철입니다.”

“소속은?”

“비로비잔 제7여단 2중대 15조 소속입니다.”

“계급은?”

“소, 소위입니다.”

“소위?”

“예. 우리 금수산 트, 특수부대원들은 모두 장교들입니다.”

“장교부대라. 결국 엘리트 부대원들이군!”

두 명 중 여자는 반 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아름다운 미모에 외팔이라니?

게다가 지금 포로가 되어 있으니 정신이 온전한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이준은 장두철을 통해 많은 것을 알아냈다.

장두철. 22세. 13살부터 금수산 특수부대에서 총 쏘기와 칼 던지기, 수류탄과 폭발물 설치법, 테러와 요인 암살 작전 등을 익혔다.

22살까지 10년을 사람 죽이는 훈련을 받았지만,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바로 실전을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데 방안에 난입한 이준이 가차 없는 칼 춤을 추며 팔이 잘려 나가고 머리통이 떨어지고 사람이 수직으로 잘려 두 조각으로 쓰러지자 그만 공포에 정신이 혼미해진 것이다.

무자비한 살육은 아무리 세뇌 된 특수부대원이라도 한순간에 의지를 허물어 버린 것이었다.

“그러니까 1사업소부터 7사업소까지 1만 명씩 나누어져 있다, 이 말이지?”

“예. 사업소마다 1만 명씩 있습니다.”

사업소란 나무를 체벌하는 북한임업 회사를 말한다. 북한은 비로비잔부터 체크 도민까지 7개의 임업 회사가 있다.

특수부대원들은 임업 회사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일도 하지 않으며 식당과 숙소도 따로 가지고 있다. 즉 실제로 임업을 하는 북한 노동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으며 명령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1만 명이 1개 부대로 되어 있고 그들의 대가리는 대령급으로 여단장. 7개 부대를 통합 지휘하는 자는 준장급으로 지대장으로 불린다고 했다.

장두철은 소위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들 금수산 특수부대는 소위가 이등병이기 때문이었다.

이준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했다.

“응, 나다. 승합차 한 대를 몰고 와라. 시체를 실어야 하니 대원 두 명 정도를 데려오고. 응. 그래, 기다리겠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전략기획실 정보국장 안드레이였다.

이제 놈들의 인원과 전투 상태를 알았다.

또한 이자들의 뒤에 유대 금융 카르텔이 있다는 것도 짐작해 냈다.

물론 당사자인 북한군들은 모르고 있지만···.

적은 꼬리를 감추고 있지만 이제부터 추격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준은 결심했다.

FCI, 즉 유대 국제 금융 카르텔을 완전히 몰살 시키겠다고!

하지만 이때는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하는지 이준은 몰랐다.

훗날 이준은 이렇게 말했다.

“FCI가 그리도 많고 각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을지는 정말 몰랐다. 그들은 특수전과 전투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그들에게 기계와 결합한 살인 병기들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유대 금융 카르텔과의 전쟁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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