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31화 (30/98)

제31화. 쿠데타(3)

러시아 듀마, 국회 청사는 음울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시장경제로 전환하고 정치에 민주주의를 도입한 지 겨우 6년이 되었다.

그런데 다시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모든 국회의원은 알고 있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군사쿠데타라는 것을! 다만 입 밖에 내서 말하지 못할 뿐이다.

소련이라는 사회주의 국가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소련은 국가수반을 결정할 때 최고의 실세 몇 명이 모여서 거수 가결로 결정했다.

선거는 없냐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외부에 보여 주기 위한 형식일 뿐, 하나 마나 한 선거다.

국민은 선거에서 절대 반대표를 던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반대표를 던진 사람과 그 가족은 한밤중에 KGB 기동대가 달려들어 정치범 수용소로 끌어간다.

그리고는 이른바 재판이라는 형식을 취한다. 그런데 그 재판이라는 것이 아주 웃긴다. 변호사도 없고 관중도 없다.

그냥 검사가 형을 구형하고 판사란 자는 그대로 망치를 두드리면 끝이다.

그리고 온 가족이 강제로 이산가족이 된다.

아버지는 성인 남자 수용소로, 어머니는 성인 여자 수용소로, 아이들도 남자아이, 여자아이로 갈라서 소년, 소녀수용소로 끌어간다.

그때부터 죽을 때까지 하루 100g의 빵을 먹고 12시간씩 노예 노동을 강요당한다.

또 생물학 무기의 실험용으로 갖가지 실험을 받는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현장에서 즉결 총살이다.

소련 시대를 산 러시아 사람들은 그것을 너무도 잘 안다. 그 때문에 만약 이 쿠데타가 성공하면 또다시 그 악독한 공산당의 통치가 시작된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왜 싸우지 않냐고? 혼자 피해를 받는다면 용감히 나설 것이다.

그러나 자기 한 명 때문에 온 가족과 친척들이 악마의 수용소에 끌려간다면?

어떤 사람이든 감히 나서서 싸울 생각을 못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산당이 통치하는 국가가 국민을 투쟁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다.

첫 소련 체카(KGB의 전신)의 부장이던 쥐르쥔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을 통치하는데 가장 훌륭한 방법은 무자비한 공포정치이다!”

소련의 정치가 다시 복원된다면 또다시 그 악마 같은 공포정치가 실시될 것이다.

그러니 어찌 침통하지 않을까?

옐친은 러시아해방연합당의 당수이며 러시아 대통령이다.

국회 러시아해방연합당 사무실.

방은 자욱한 담배 연기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다.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은 러시아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향하는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이다.

이들은 갑자기 일어난 쿠데타에 어쩔바를 모르고 있었다.

“대통령님. 뭔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러시아 총리 표도르 마모노프가 침묵하고 있는 옐친에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옐친은 할 말이 없다.

쿠데타를 일으킨 자들은 무장 폭동진압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군대를 모스크바에 진주시켰다. 하지만 옐친은 저들을 몰아낼 명분이 없다.

헌법상 국가의 군대를 지휘하는 것은 소비에트 연방 대통령인 고르바초프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저들은 소련 시대의 통치를 모두 재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화 세력은 모두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다!’

옐친은 가슴이 아팠다. 뭐든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들고 일어날 명분이 없다.

그 명분이 있어야 국민을 일으켜 세울 수가 있다.

하지만 명분이 없다. 명분이···.

그때였다!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젊은 남녀가 들어섰다. 바로 이준과 국가보안국 방첩 과장 사라 푸틴이다.

놀란 옐친이 일어섰다.

“아르진, 자네가 어떻게···.”

“대통령님. 그리고 여러 국회의원 여러분, 이 분은 국가 보안국방첩 과장인 사라 푸틴 중령입니다.”

“안녕하세요. 사라 푸틴 중령입니다.”

그녀가 인사를 하자 옐친도, 총리도, 국회의원들도 황당한 눈빛으로 이준을 주시했다.

지금처럼 긴박한 쿠데타 상황에 아름다운 여 장교를 데리고 나타나 뭐 하자는 건가?

자기 여자친구라고 소개라도 하려는가?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든 것이다.

옐친이 나섰다.

“아르진, 지금 뭐 하려는 것인가?”

“쿠데타를 막아야죠?”

이준의 말에 옐친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눈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바, 방법이 있는가?”

“예. 이건 사라 중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수뇌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목적과 음모를 녹음한 것입니다.

또한 쿠데타 세력이 크림에 휴가 가 있는 합법적인 대통령, 고르바초프를 협박하는 내용도 녹음 되어 있습니다. 모두 들어 보시죠.”

이준은 녹음기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목적과 쿠데타의 방법, 국민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모든 체제를 소련 시대로 다시 돌리며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자들은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음모들이 모두 울려 나왔다.

“이럴 수가···.”

“이걸 국민들에게 알리고 모두 일어나 쿠데타 세력을 저지해야 한다고 알려야 합니다.”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의 눈이 희망으로 번들거렸다.

이 녹음기에 녹음 된 대화를 국민들이 알게 되면 러시아는 항쟁의 바다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방송국과 티브이가 쿠데타군에게 장악되어 있네.”

옐친의 말에 서로를 보며 속을 끓였다. 그때 이준이 말했다.

“일단 모스크바 제2 티브이방송국을 점령합시다, 여기서 제일 가까운 곳입니다.

그 티브이방송국을 점령하고 쿠데타 세력의 녹음을 방송한 후, 대통령님께서 연설하셔야 합니다.

전 국민을 항쟁에 나서게 할 연설 말입니다. 티브이방송국은 제가 경호원들을 함께 점령할 것입니다.

만약 제가 성공하지 못하고 죽게 되면 대통령님과 의원님들이 어떻게든 저들의 야망과 음모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러자 옐친 대통령이 다가와 이준의 두 손을 힘껏 잡았다.

“고맙네, 아르진, 내 이번 항쟁에서 살아남는다면 그대의 공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네!”

“대통령님. 국회의원 여러분, 나는 러시아 국민입니다.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자 모두가 머리를 끄덕이며 격려했다.

“반드시 살아남게!”

“아르진회장, 그대는 진정한 러시아국민일세!”

“그럼 대통령님, 기다리십시오. 방송국을 탈환하고 연락하겠습니다.”

“저도 가겠어요!”

사라 푸틴도 이준을 따라 전투에 나섰다.

***

모스크바 제2 티브이방송국은 스페츠나츠 제105연대가 전차 3대를 가지고 지키고 있었다. 쿠데타가 일어난 그 시점부터 방송국의 아나운서들과 각 부문 방송전문가들은 제2 티브이방송국에 갇혀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제2 티브이방송국의 옆에는 30층짜리 빌딩이 있다.

아직은 완공되지 못한 빌딩이다. DG그룹이 한창 건설하던 빌딩이다.

쿠데타로 멈추긴 했지만···.

그곳으로 이준과 사라 중령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이준이 사라 앞에 자기의 등을 돌려댔다.

“업혀.”

“네?”

“빨리 업히라고.”

“알...았어요!”

그녀가 이준의 목에 두 팔을 감고 업혔다.

쉬이익~

이준의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한번 점프하는데 100m, 척, 빌딩 벽에 달라붙은 이준이 밑을 내려다보았다.

거리의 장갑차들과 전차에 앉아 있는 쿠데타군은 빌딩의 벽체를 타고 올라가는 이준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아니, 스파이더맨처럼 벽체를 타고 오르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이준은 빠른 속도로 30층까지 올라갔다.

‘대체 이준씨의 초능력은 몇 가지일까?’

사라 중령은 30층에 내리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이준이 벽체를 타고 올라가는 속도는 거미보다 더 빠른 것 같다!

빌딩 30층에는 외부 미장에 쓰는 안전 밧줄들이 많다.

현장에 있는 쇠꼬챙이들을 주어 손아귀 힘으로 갈고리를 만든 이준은 밧줄을 거기에 묶었다.

그리고는 건너편 모스크바 제2 티브이방송국을 향해 던졌다.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간 밧줄이 옥상의 피뢰침에 칭칭 감겼다. 그것을 자세히 본 이준이 싱긋 웃었다. 성공이다!

다시 사라 중령을 등에 업은 이준이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을 타고 쏜살처럼 미끄러져 가기 시작했다.

모스크바 제2 티브이방송국은 25층짜리 건물이다.

30층 빌딩에서 밧줄을 가로 매니 거의 사선으로 줄이 생겨났다.

이준은 그 밧줄을 타고 미끄러져 내렸다.

그건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밑에 있는 스페츠나츠 병사들과 장교들은 누구 하나 눈치를 채지 못했다.

“됐어!”

“우리 둘이서 방송을 하려는 거에요?”

“방법이 없잖아?”

“이건 너무 위험···.”

사라 중령은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준에게 그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무엇이든 하자고 마음먹으면 목숨을 걸고 무조건 해내고야 마는 이준!

그런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인 자기는 당연히 따르고 응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따라와.”

이준이 앞서고 사라 중령이 뒤를 따랐다. 그녀는 어느새 권총을 뽑아 장전했다.

누구든 이준에게 위험이 되면 그녀의 권총은 불을 뿜을 것이다.

옥상에서 내려와 20층에 도착하자 이준이 사라를 보며 입에 손가락을 댔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스페츠나츠 병사가 6명이라는 표식을 해 보였다.

살금살금, 그야말로 고양이처럼 내려간 이준은 가만히 적의 기척을 탐지했다.

‘방송실 앞문에 두 명. 후문에 두 명, 방송실 안에 두 명이다!’

일단 후문의 두 명을 해치워야 한다.

이준은 사라에게 천천히 따라 오라고 하고 재빨리 복도를 가로 질러갔다.

그 속도가 마치 최대 속도로 질주하는 치타 같다.

하지만 일체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준이 보초를 서는 두 명의 뒤에 도착했을 때였다.

뭔가 육감적으로 불안을 느낀 상사 코불치니가 홱 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늦었다. 번개처럼 뻗어 나온 이준의 단단한 손아귀가 상사의 목을 잡아 숨통을 조였다.

‘사, 살려줘!’

상사는 두발을 버둥거렸지만 쓸모가 없었다.

이준이 그의 목을 잡아 조이면서 냉큼 쳐들었다.

그때 뭔가 이상한 소리에 돌아서던 중사 파렌치코프는 목에 강력한 타격을 받았다.

‘컥!’

하지만 순간적인 강력한 타격에 숨통을 맞은 파렌치코프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목 밖으로 말이 흘러나오지 못했다.

쓰러지는 파렌치코프를 한쪽 팔로 안았을 때 달려온 사라가 받아서 조용히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병사의 AK-74 U를 벗겨 손에 든 다음 탄창을 모두 자기의 허리춤에 꽂았다.

뚜둑~

그때야 상사의 목뼈를 부러뜨린 이준이 혀를 한 뼘이나 내밀고 죽은 그를 조용히 내려놓고는 총과 탄창, 수류탄을 회수했다.

“방송실로.”

“네.”

둘은 방송실로 내달렸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에 방송실 입구를 지키던 두 명의 스페츠나츠 병사가 홱 돌아보았다.

그들을 향해 이준과 사라가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탓탓탓탓탓~

“억, 큭!”

둘은 모두 이마에 명중탄을 받고 철써덕 엎어졌다. 총소리가 울리자 내부를 지키던 두 명의 병사가 소리치며 달려 나왔다.

“적이다!”

순간, 이준과 사라의 AK-74 U가 불을 뿜었다.

타타탕~ 타타탕~

“으윽, 아악!”

둘은 달려 나오던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그들의 총과 탄약을 벗겨 들고 두 사람은 방송실 안으로 뛰어들었다.

방송실 관계자들이 희망의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여러분, 나는 옐친 대통령님이 보낸 특사요. 우린 쿠데타군이 꾸민 음모를 가지고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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