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28화 (27/98)

제28화, 사랑은 선착순이 아니다.

“살고 싶으면 어서 타.”

디나의 어깨를 잡은 자가 우악스럽게 그녀를 차 안으로 밀쳤다. 그녀가 차 안으로 밀려들어 가는 그 순간이었다.

빠다다다당~

요란한 바이크의 소리가 울리고 동시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탕, 탕, 탕, 탕, 탕~

퍽석, 퍽석, 퍽석~

디나의 양옆에 서 있던 자, 그녀 어머니의 양옆에 붙어서 차 안에 밀어 넣던 자 등 4명의 머리가 박살이 났다.

말 그대로 잘 익은 수박 통이 박살 나는 것처럼 터져 버렸다. 폭발하는 머리통, 사방으로 흩날리며 떨어지는 허연 뇌수 덩어리들, 머리 없는 목에서 치솟는 붉은 핏줄기!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다.

검은 헬멧을 쓴 바이크 운전자는 SUV 운전석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튀어나오는 기사들도 단발에 명중 시켜 버렸다.

탕, 타앙~

“끅, 꺽!”

두 명의 운전기사(그들 역시 마피아다)가 비틀, 비틀 하더니 털썩 엎어졌다. 그들의 쓰러진 몸에서 붉은 피가 콸콸 흘러나왔다.

심장이 총에 맞아 폭발한 것이다.

“놀라지 마십시오. 전 디나님을 경호하라는 명을 받고 뒤를 따르던 경호원 12번입니다. 어서 타세요. 경찰이 오기 전에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합니다.”

그는 마피아들이 타고 온 SUV에 타며 소리쳤다.

디나는 얼이 빠져 있는 어머니를 끌고 SUV에 올랐다.

경호원은 차를 급 후진 시켜 방향을 돌렸다.  바닥에서는  진한 타이어 탄 내가 코를  찔렀다.  경호원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맹렬하게 질주 해 나갔다.

그리고는 헬멧을 벗었다.

그는 뜻밖에도 20대 후반의 잘생긴 청년이다.

놀란 어머니를 그러안고 디나는 청년의 뒤 모습을 보며 후회했다.

'이래서 경호원을 붙이려고 했구나!'

철없는 자기의 경솔한 행동에 경호원들까지 위험에 빠뜨렸다. 자기의 눈을 피해 경호를 하다가 이런 봉변을 당한 것이다.

하마트면 어머니까지 잃을뻔 했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런 화를 당하리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

’미안해요. 이준씨!‘

얼핏 뒤를 돌아본 디나의 눈이 커졌다.

뒤에 SUV 두 대가 바싹 따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다급하게 말했다.

“뒤에 꼬리가 붙었어요, SUV 두 대에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경호팀입니다.”

“경호팀이요?”

“예. 디나씨에게 4명, 어머님에게 4명. 그리고 은행총장님에게 4명이 경호합니다. 물론 밀착 경호가 아니라 멀찍이 떨어져서 경호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디나는 이준의 세심한 배려에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했다.

'고마워요! 이준씨!'

온 집안이 이준의 보호 속에 들어 있다! 그것도 24시간 교대로···.

정말 고맙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웠다.

사실 1988년부터 러시아는 재벌들도 하루사리처럼 목숨이 날아갔다.

마피아들이 서로 치고 또 반격하면서 죽고 죽이는 살육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젠 쓸대 없는 자존심 부리지 않고 당신 뜻을 따를게요'

디나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

“디나와 어머니를 납치하려고 했단 말이지?”

보고를 받은 이준이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감히 내 여자를 납치해!' 이건 도전이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누가 납치하려고 했는데요?”

앞에 앉아 있던 사라 푸틴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사라 푸틴은 요즘은 출근을 아예 이준의 집무실로 한다.

그리고 하는 말이 갑자기 사건이 벌어지면 자기가 있어야 한다고 핑계를 댄다.

한데 오늘은 그녀의 예언이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이준은 바보가 아니다.

사라 푸틴이 자기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다.

“아브라힘이겠지!”

“아브라힘? 그 새끼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겠어요!”

그녀는 핸드폰을 꺼냈다. FSB에 명령을 내리려는 것이다.

그녀라면 얼마든지 방첩 과장의 권한으로 놈을 잡아 고문까지도 할 수 있었다.

이 시대의 러시아는 아직 소련이기 때문이다.

“사라. 하지 마.”

“네? 왜요?”

“내 손으로 직접 할 거야! 내 사람을 건드리면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이준이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풍기는 냉랭한 기운은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는 분노를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내 사람···.’

사라는 디나가 부러웠다. 언제 부턴가 이 남자가 그녀의 마음에 들어와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여자로서 살가운 표정을 내 비쳐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사라가 알기로 디나는 아직 이준과 잠자리를 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했다.

뽀뽀정도는  했는지 모르지만···.

그런데도 이준은 그녀를 자기 사람이라고 한다.

사라푸틴은 왠지 디나에에 질투가 느껴지는 자신이 부끄럽고 싫어졌다.

‘그나저나 아브라힘은 이제 끝났군!’

사라 푸틴은 이준에게 있는 특별한 능력을 안다.

한 번에 거의 100m 이상으로 높이 뛰는 점프, 일반인보다 엄청 빠른 달리기 속도.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스파이더맨과 같은 능력, 그건 분명 초능력이다.

물론 이준이 그런 초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사라는 입 밖에 낸 적이 없다.

그건 사라가 이준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초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신념 때문이다.

자기 사람은 무조건 지키려는 그 신념이 그녀는 너무 좋았다.

‘디나, 미안해. 하지만 사랑은 선착순이 아니야. 난 반드시 이준씨의 마음을 쟁취하고야 말겠어!’

사라 푸틴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디나에게는 강적이 나타난 것이지만 이준에게는 여복이다.

***

모롭스카야거리는 모스크바의 서쪽에 있다.

이곳은 유난히 숲이 많고 마치 국립공원 같다.

모롭스카야거리의 67번지 32 지역은 특히 숲이 우거진 곳이다.

그 숲 속에 거대한 집이 한 채 있다.

궁전 같은 이 집은 바로 아브라힘의 제2 저택이다.

아브라힘은 제1 저택에는 아내와 자식들이 살게 지었다.

그리고 제2주택은 자기의 개인 전용공간이다.

이곳에서 그는 왕이다.

밤 1시. 깊은 밤에야 검은 승용차 대열이 꼬리를 물고 모롭스카야거리 67번지로 들어섰다.

맨 앞의 차는 군용 SUV로,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조수석에는 소형 벌컨이 누런 탄띠를 물고 앞을 노려본다.

만약 적이 길을 막는다면 소형벌컨포가 갈가리 찢어 걸레짝을 만들 것이다.

또 중간에는 RPG-7이 로켓탄을 발사하게끔 되어 있다.

말하자면 맨 앞의 군용 SUV는 아브라힘을 경호하는 전투장갑차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앞뒤 차량에는 경호원들이 꽉꽉 들어 차 있다.

치익, 치익~

제2 저택의 현관에서 차가 멎자 문이 열리고 아브라힘이 내려섰다. 그때 로비 안에서 늘씬한 여인이 달려 나오더니 아브라힘의 품에 안기며 키스를 했다.

“어서 들어가요. 달링!”

이 여자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연예인 프로덕션인 “이스타키야”소속 일류 배우이다. 대외적으로 청순과 아름다움으로 수백만 명의 남성 팬을 가지고 있는 아가씨, 타티야나 바실리에바이다.

만약 어떤 파파라치가 저 둘의 사진을 찍어 방송국에 팔면 엄청난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곳은 수백 명의 경호원이 철통같이 지키고있는 곳이다.

들어서기만 하면 총탄의 비에 온몸이 걸레짝처럼 갈가리 찢겨 형체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래, 심심했겠구나! 타티야나!”

“아뇨. 당신을 기다리느라 애가 타서 죽을 뻔했어요!”

“흐흐. 요, 귀여운 것!”

쪽,

한쪽 팔을 끼고 가는 그녀의 뺨에 키스한 아브라힘은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오늘, 이준의 애인을 납치하려던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 때문에 울적하던 기분이 그녀의 애교에 훌훌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 맛에 계집을 품는 것이지, 흐흐흐.’

그의 서재와 집무실, 침실은 3층이다. 타티야나를 껴안고 침실로 들어가자 경호원들이 쫘악 흩어졌다. 일단 교대하고 저녁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침실에 들어가자마자 아브라힘은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타티야나를 깔아 눕혔다. 그리고 넓적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자, 잠시만요. 아브라힘, 땀 냄새가 너무 나요. 샤워를 하고, 아흐!"

아브라힘의 털이 부슬부슬한 가슴을 밀던 타티야나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무 애무도 없이 갑자기 아브라힘의 분신이 밀고 들어온 것이다. 너무 아프다! 타티야나는 아픔을 참느라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시발, 개새끼. 지만 좋으면 다야?’

타티야나는 사실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돈이 없는 가난한 작가지만 타티야나는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타티야나의 꿈은 유리그릇처럼 산산이 깨져 버렸다.

아브라힘이 타티야나를 힘으로 겁탈해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타티야나는 애인인 작가를 살려준다는 조건으로 아브라힘의 성적 노리개로 전락한 것이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아브라힘은 저 혼자 용을 쓰더니 대문만 어지럽혀 놓고 떨어졌다. 이게 아브라힘의 한계다.

“좋았어?”

“네, 오늘은 너무 셌어요!”

“내가 좀 세긴 하지, 흐흐흐!”

‘병신, 지랄을 해요! 흥!’

“그럼 난 가서 샤워하고 오마.”

돌아서던 아브라힘이 입을 떡 벌렸다. 침대 앞의 의자에 웬 사내가 앉아서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다. 마치 제집처럼 편안하게···.

“누, 누구냐?”

순간, 악, 하고 비명을 지르려던 타티야나는 입만 뻐끔거렸다.

청년이 손에 든 권총을 겨누며 말했다.

“소리를 내면 이마에 총탄이 막힌다, 알았나? 아가씨.”

타티야나는 목이 부러질 정도로 머리를 세차게 끄덕였다.

“아브라힘, 내가 누군지 모르겠나?”

“너, 너는 아르진 리?”

그제야 아브라힘은 눈앞에 앉아 보드카를 마시는 사람이 “DG그룹”의 회장 아르진 리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아르진 리!”

그가 목소리를 높여 큰 소리로 외쳤다. 복도에 있는 경호원에게 들리도록···.

하지만 이준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아브라힘. 용쓰지 마라. 3층의 경호원들은 모두 쓰러졌다.”

‘헙!’

그제야 아브라힘은 눈을 크게 떴다. 3층에만 60명의 경호원이 있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 모두를 제압했다는 소리다.

‘개새끼. 똘마니들을 데리고 왔구나!’

하긴 자기라도 300명이 지키는 이 집에 혼자 오진 않았을 것이다. 사실은 이준, 혼자 왔지만 아브라힘은 그걸 모른다. 하긴 이준의 능력을 모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내, 내게 바라는 것이 뭐냐?”

아브라힘의 얼굴이 공포로 누렇게 떴다.

“오늘 넌 내 애인을 납치하려고 했더군!”

“그, 그건···.”

쪼르륵.

다 먹은 잔에 보드카를 따라 놓은 이준이 말했다.

“난 말이다. 아브라힘. 나에게 정당하게 도전하는 자와는 협상도 한다. 하지만 내 가족을 해치려 한자는 살려두지 않는다!”

이준의 말에 갑자기 방안이 무덤처럼 조용해졌다. 그리고 아브라힘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놈이 철컥하고 장전했다. 얼핏 보니 권총이다.

16발을 장전하며 명중률이 대단히 높은 권총이다.

만약 놈이 맘을 먹고 방아쇠를 당기면 자기는 죽는다.

이곳에서···.

부르르르~

그의 소름이 돋은 몸이 떨렸다.

탁.

이준이 말끔히 비운 술잔을 탁자에 놓고 권총을 집어 들었다.

“아브라힘, 기도해라. 이제 심판의 시간이다!”

이준이 권총을 쳐들었다. 권총의 총 구멍이 점점 커지더니 동굴만큼 커져 보였다.

“사, 살려주시오.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소! 제발···.”

애걸하는 아브라힘의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서는 세상 제일의 인종이라는 유대인의 거룩한 모습도, “아브라힘그룹”회장의 당당함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준의 앞에는 살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한 나약한 인간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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