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27화 (26/98)

제27화. 미안해요, 사랑해요!

모스크바 비행장.

러시아의 서부 도시들, 민스크, 스몰렌스크 등 여러 도시에서 온 마피아들과 러시아 북부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무르만스크에서 온 마피아들이 아에로 플로트(러시아 여객기)에서 내려 대형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는 러시아 제2의 도시이며 또한 제2의 수도이다. 그 때문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마피아들만 1,000여 명에 달했다.

무르만스크와 그 주변의 북부 도시들에서 온 마피아들도 1,000명 정도, 2,000명에 달하는 마피아들이 대형버스에 승차했다.

40대의 대형버스가 비행장을 빠져나오는 광경은 장관이다.

“난 상트 페트로그라드 지역 보스 니콜라이 바스코프요!”

“반갑소. 난 무르만스크지역 보스 빅토르 나시로프요.”

두 사람은 악수했다. 다른 버스에서는 흥이 난 마피아들이 목청을 뽐내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맨 앞 버스에 탄 두 보스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번 전쟁이 끝나고 나면 DG그룹을 분해하여 각 계열사가 나누어 가질 것이오.”

“DG그룹이 그렇게 많은 계열사를 가지고 있소?”

“러시아 올리가르히들 중 가장 재정이 탄탄하고 생산성이 높은 그룹이오. 그러니 이번 전쟁의 전리품은 우리 아브라힘그룹이 러시아 제일의 그룹으로 우뚝 서게 할 것이오!”

“좋군! 정말 기분이 좋아 흐흐흐”

“흐흐흐.”

두 보스가 서로를 쳐다보며 하이에나들처럼 웃음을 지었다. 그때 갑자기 버스가 급브레이크를 잡았다.

삐이이익~ 삐익~

버스에 탔던 마피아들이 앞으로 쏠리면서 서로 부딪쳐 나뒹굴었다.

“이런 시발, 야, 이 새꺄. 무슨 운전을 이렇게, 헉!”

앞 의자 등받이에 코를 박은 니콜라이 바스코프가 코피를 뚝뚝 흘리며 쌍욕을 했다. 하지만 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쌍욕을 멈추었다.

그들의 도로 앞에 약 150여 대로 보이는 러시아 신형전차 T-14(러시아 4세대 전차)가 일렬로 쭉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도로 폭이 좁다.

원래 이 도로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닦은 도로다. 그 때문에 이 “사망 고개”에서는 차들이 서로 어기려면 한쪽은 도로 옆으로 바싹 붙어 서야 하고 다른 쪽이 통과하면 그다음에 가야 한다.

전쟁 후, 이 도로는 사고가 잦아 “사망 고개”로 불린다. 산 쪽으로는 벼랑을 꺾아서 만들었고 도로 측면 아래는 거의 360m의 절벽이다.

그 때문에 떨어지면 차도 사람도 그냥 오징어포가 된다.

“근데 무슨 전차들이,”

그러다가 니콜라이 바스코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전차마다 걸려있는 작은 흰 깃발에 훈련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그때 장교 한 명과 AK-74 U를 가슴 앞에 드리운 두 명의 헌병이 다가왔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헌 병 소령이 위협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개방되고 소련 정부가 무력화 되고 나서 러시아군은 풀어 놓은 야생의 맹수가 되었다.

한때 봉급이 지연되자 군인들은 무기를 들고 식량 창고와 생필품 창고, 지어는 일반 가정집도 털었다.

아마 군인 봉급이 조금만 더 체납 되었다면 전 러시아가 군대의 폭동으로 난장판이 되었을 것이다.

세상 무서운 것이 없다고 날뛰는 마피아라고 해도 군부대 앞에서는 쭈그러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상대는 보병도 아니고 최신형 T-14 전차부대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예, 우린 아브라힘그룹의 연수생입니다.”

“그렇군!”

머리를 끄덕인 헌 병 장교가 말했다.

“우리 전차가 지나가야 하니 버스들을 도로 옆으로 붙여 세워라. 알았나?”

“예? 아, 예. 장교님.”

“빌어먹을 새끼들!”

니콜라이는 어쩔 수 없이 각 버스에 명령을 내렸다.

“버스를 도로 옆으로 붙여 세워라.”

그러자 버스를 모는 조직원들에게서 다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보스, 이쪽 밑은 절벽입니다. 우리 붙어도 저쪽 절벽, 그러니까 우측에 붙어서야 합니다.”

“그래?”

그러면서 머리를 돌린 니콜라이는 전차들이 천천히 굴러오는 것을 보았다.

와르릉거리는 전차들은 마치 침략자들처럼 거만하게 좌측으로 붙어 오고 있었다.

내려가서 절벽 밑으로 버스를 세우게 해 달라고 하면 저자들이 어떻게 할까?

아마도 군사 훈련 방해죄라고 하면서 자기 몸에 총탄을 쏘아 박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요즘의 군대는 군대라기보다 마적에 더 가까웠다.

그러니 군대보다는 자기 부하에게 소리쳤다.

“인마. 그러니 너무 바싹 붙지 말고 적당히 공간을 두고 세우면 되잖아. 알았어?”

<예. 보, 보스!>

그리하여 100대의 버스가 절벽 쪽으로 붙어섰다. 공간을 조금 남기고! 그러자 전차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쿠르르르~ 콰콰콰콰콰~

전차들이 달려오는 소리, 캐터필러가 지축을 울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흔들리는 도로, 버스까지 흔들거리자 마피아들의 얼굴이 공포에 떨고 있었다.

맹렬하게 옆으로 통과하던 전차들의 포신이 절벽 쪽, 그러니까 버스의 반대쪽으로 빙그르르 돌아갔다.

‘뭐야, 이 미친 새끼들이 포사격 훈련이라도 하려는 거야?’

니콜라이가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였다. 갑자기 전차의 엔진이 가속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일제히 버스들을 밀어 버렸다.

“뭐, 뭐야?”

“떠, 떨어진다! 으아악.”

“사, 살려 줘!”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100대의 버스는 360m의 절벽 바닥에 떨어졌다.

꽈앙, 꽈앙, 꽈앙~

버스들이 바닥에 충돌하는 소리가 마치 폭탄이 터지는 소리처럼 요란했다.

그리고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불길은 완전 박살이 난 다른 버스들로 순식간에 옮겨붙었다.

버스가 박살이 나면서  경유가 쏟아져 순식간에 옮겨 붙었다.

그날 소련 붉은군 기갑 사령관 말쩨브대장은 한 통의 극비 전문을 받았다.

<훈련 도중 민간인 버스들이 전차들에 길을 내주려고 사망 고개 옆으로 붙어서다가 추락하였음, 생존자 무, 그래도 인민의 군대로서 구조 작업에 들어감.

제18562 전차부대장 히롭츠키 대령.

1991년 10월 29일.>

아브라힘그룹 안가.

방안에는 50명의 사람이 모여 앉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2천 명이 절벽 아래에 떨어졌고 새카맣게 불에 타죽었다. 그런데 보도 한 줄 나지 않았다. 너희들은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브라힘 도브론 회장의 두 눈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는 개방 이후, 그야말로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전차처럼 달려왔다.

처음 유대 금융 카이텔의 사람과 비밀리에 만날 때는 몹시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하지만 그들의 제의를 받자 손이 시원해졌다. 그들이 한 요구는 딱 두 가지였다.

첫째: 모든 자금은 FCI에서 댄다.

둘째: 아브라힘그룹의 주식 절반과 모든 생산물 절반은 FCI 몫이다.

그건 아브라힘에게 절대 불리한 것이 없는 제안이었다. 어차피 러시아의 사채업자들에게 대출 받으면 그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아브라힘은  FCI와 기꺼이 손을 잡았다.

그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정부의 규제에 걸리면 그들이 나서서 해결해주었다. 군대가 막아서도 그들이 나서면 잘 풀렸다.

그 덕에 “아브라힘그룹”은 지금까지 순풍에 돛 단 듯이 질주해 왔다. 그리고 수많은 중대형 기업을 잡아 먹었고 재벌 그룹도 두 개나 해체하여 꿀꺽했다.

이번에는 목표를 DG그룹으로 정했다. 현재 러시아 재벌 중에 가장 알 부자인 DG그룹! 그걸 먹는다면 아브라힘그룹은 최정상에 선다!

하지만 그건 먹었을 때의 일이었다.

지방 각지에서 올라오던 마피아들이 엄청나게 많이 죽었다. 자동차 사고로 죽고 충돌사고로 죽고 실종이 되고···.

분명히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DG그룹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그만 건도 잡을 수가 없었다. DG그룹 회장은 철두철미한 자였다.

‘아르진 리. 그래, 내가 널 얕보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심복들을 모두 돌려보낸 니콜라이는 그룹 전략기획실장과 밤이 새도록 뭔가를 꾸미고 있었다.

***

"오늘은 어디를 가니? 디나야."

아침 식사 시간이다. 흘레브 한 조각에 딸기잼을 발라 우유커피와 함께 먹던 디나가 머리를 들었다. 그녀는 엄마를 보았다.

실직하고 거리를 헤매던 남편이 이젠 DG그룹 은행총장이다.

이젠 생활도 안정적이 되었다. 하지만 디나의 어머니는 남편과 딸이 아침을 먹기 바쁘게 일을 나갔다가 밤에 퇴근하여 오자 너무 갑갑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배가 부르니 이젠 다른 짓도 해보고 싶다는 속담 말이다.

지금 디나의 엄마가 그러했다.

"응, 오늘, 아이스체육관에 가려고 했어!"

오늘, 디나는 휴식일이다.

"거긴 나 같은 노친네는 못 가겠지?"

엄마의 말에 한껏 실망기가 어렸다. 엄마의 속마음을 알아챈 디나가 재빨리 말했다.

"아냐, 가도 돼. 엄마, 나하고 가자."

"정말이니? 역시 내 딸이다!"

엄마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나 입고 나갈 옷을 골라야겠다!”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건넌방으로 달려갔다. 그것을 본 아빠가 물었다.

“오늘 회장님을 만나게 되어 있지 않냐?”

아빠는 디나와 이준의 관계를 알고 있다.

“네, 하지만 저녁에 볼쇼이 대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보자고 약속했어요!”

“음, 그럼 잘 됐구나, 엄마와 재밌게 놀다 와.”

“예. 아빠!”

디나가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집을 나선 것은 오전 10시였다. 그녀가 타는 고급세단은 이준이 선물한 차다. 엄마가 물었다.

“애, 디나야. 엄마 입은 옷 괜찮니?”

벌써 몇십 번째 묻는 엄마의 질문이다.

이렇게 늦게 집에서 출발한 것도 엄마가 옷을 이것저것 수십 번 갈아입어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나는 짜증을 내지 않았다.

“엄마, 진짜 멋지다니까! 아마 우리 친구들이 엄마를 보면 탄성을 지를 걸!”

“에이, 다 늙은 이 어미에게 탄성은 무슨···.”

그러면서도 얼굴은 행복감에 휩싸여 있다. 디나는 그런 엄마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얼마나 외롭고 갑갑했으면 저럴까?

돈이 없을 때는 먹고 살려고 인생의 밑바닥에서 허덕거린 엄마다. 이제 돈은 많아지고 부자가 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할 일이 없어서 허탈해 하는 엄마다.

'내가 엄마와 자주 놀러 다녀야겠어!'

이준을 자주 만나지 못하겠지만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를 그냥 놔둘 수는 없다. 생각에 잠겨 차를 몰아가던 디나는 화들짝 놀랐다.

양쪽 옆에서 검은 SUV차 두 대가 자기의 앞을 가로 막았다.

삐이익~

급브레이크를 밟아 간신히 충돌을 면한 그녀는 화가 났다. 그래서 차 문을 열고 내려섰다. 순간 두 대의 SUV에서 건장한 사내 6명이 내려 그녀를 포위하고 다가왔다.

'마피아?'

그때야 디나는 경솔하게 차에서 내린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늦었다. 그녀의 머리에 이준이 한 말이 떠올랐다.

“이제부턴 디나, 너도 목표물이 될 수 있어. 그니까 내가 붙이는 경호원들과 함께 다녀!”

“싫어, 오빠,”

경호원에게 구속 받는 것이 싫었다.

아무리 여자 경호원이라고 해도 경호원이 줄줄 따라다니면 정말 불편하다.

그런데 오늘 그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반항하면 네년도, 네 엄마도 여기서 죽는다. 우리 회장님이 널 보고 싶어 하니 조용히 가자.”

디나의 옆구리에 차가운 쇠붙이가 닿았다. 권총이다. 어머니도 끌려서 내려 서고 있었다.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이준 오빠!'

그녀의 두 눈에서 맑은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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