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돈과 권력.
“맙소사! 중성자탄이라니?”
그동안 이준은 다섯 쌍둥이의 연구소를 따로 짓고 경비를 철통같이 했다.
애들은 연구라면 정신이 없다.
그런데 동력은 태양에너지로. 폭발력은 중성자라니?
그럼 저 드론 참제비는 지금 극소형 중성자탄을 두발씩 장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다른 나라가 알게 되면 경악할 것이다. 하지만 이준은 가슴이 뿌듯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다섯쌍둥이를 보내주어서 고맙소. 창조신이여!'
"지금 공격할 수 있니?“
”회장 오빠가 공격하라면 당장 할 수 있어!"
"그럼 해."
"알았어!"
천주는 명령을 내렸다.
"참제비 1, 2, 3호. 지상의 목표물을 조준하라."
<여기는 참제비 1호, 목표물 조준 끝.>
음성 명령이라니? 이준은 또 한번 놀랐다.
"여기는 2호, 목표물 조준 끝."
"여기는 3호, 목표물 조준 끝!"
“발사하라!”
“발사!”
“발사!”
“발사!”
쐐애액~ 쐐애액.
참제비 드론 3기에서 발사된 5기의 소형 미사일이 날아가 폭발을 일으켰다.
꽈꽈꽝, 꽝꽈꽈꽝~
요란한 폭발 소리, 번쩍이는 섬광, 거대한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다.
***
따르릉~
전화밸이 울렸다.
전화기를 받아 든 부관이 송수화기를 손으로 덮고 말했다.
“장군님. 크렘린입니다.”
크렘린은 곧 옐친 대통령을 뜻한다.
러시아군 공군 사령관 나우모프상장(별 3개)은 머리를 갸웃했다. 옐친이 전화할 까닭이 없다.
한동안 군대에 봉급이 체불 되어 장교들의 불만이 쌓여 폭발할 지경이었다. 이 사태가 계속 지속되었다면 반란이라도 일어날 분위기였다.
그건 공군만이 아니라 육군과 해군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모든 장군은 전화통이 불이 나도록 옐친에게 전화했었다.
더 이상 봉급을 체납하는 경우, 벌어지는 사태는 책임지지 않겠다고 옐친을 압박했다.
그런데 이제는 전화할 일이 없었다. “DG그룹”이 군대와 경찰에 봉급을 꼬박꼬박 지급해준다.
그러니 평화시기의 군대가 대통령에게 무슨 용무로 전화하겠는가?
더구나 지금은 소련 때와 달리 대통령이 강력한 권한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없다고 할까요? 장군님.”
“아니, 받겠다!”
힘이 없는 대통령이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서로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각하. 공군 사령관 나우모프상장입니다.”
<사령관, 오랜만이오!>
“예. 그렇습니다. 건강하십니까?”
<나야 건강하지. 그런데 사령관, 여기 DG그룹 회장이 왔는데 급한 일로 도움이 필요하다는구려. 사령관이 도와주어야겠소. 전화를 바꾸어주겠소.>
그리고는 전화를 바꾸었다.
“안녕하십니까? DG그룹 회장 아르진 리입니다. 직접 찾아가지 않고 전화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제가 일주일 내로 장군님을 찾아뵙겠습니다.>
나우도프상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자가 바로 러시아군과 경찰에 돈을 전부 대주는 돈주다.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이제 20대 중반이고 통이 큰 자라고 한다. 하긴 통이 크니 군대와 경찰의 봉급을 지급할 것이다.
그런자라면 오늘 부탁하는 일을 해결해주고 한몫 단단히 벌 수 있을 것이다.
"아이고,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군대야 회장님 덕분에 빵을 먹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도와줄 일이 있다면 뭐든 도와야죠, 암요!"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근 40분 동안 이준의 설명을 들은 나우도프상장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그때 옐친 대통령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사령관, 그 자들은 우리 러시아에 피해만 주는 깡패들이오. 아직 국회에서 깡패처벌법이 통과가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부탁했소.
가능하면 DG그룹 회장의 부탁을 들어주시오. 나도 뒤에서 사령관에게 힘을 보태줄 테니···."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이 뒤에서 힘을 보태주겠다는 것은 뒷일은 자기가 막겠다는 뜻이다.
이제 나우모프상장은 홀가분해졌다.
대통령의 신임도 얻고 DG그룹 회장의 돈도 먹고, 이것이 바로 꿩 먹고 알 먹기가 아닌가?
“좋았어!”
그는 전화를 했다.
“교환, 울랴노프스크에 주둔한 176여단장에게 전화를 연결하라.”
***
“승객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잠시 후, 우리 열차는 모스크바를 향해 출발합니다. 모두 객석에 착석해 주십시오!”
열차 방송원의 맑은 목소리가 구 내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출발을 알리는 기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뿌우우우웅~
모스크바의 남쪽 최대 도시인 “볼고그라드(스탈린 그라드)”에서 모스크바로 달리는 급행열차가 출발했다.
시속 120km, 열차는 맹렬한 속도로 러시아의 남쪽, 무연한 평야와 산맥을 돌며 북쪽에 있는 모스크바를 향해 내달렸다.
러시아 열차는 보통 한번 달릴 때 화물 열차는 100대부터 150대, 여객 열차는 50대까지 객차를 달고 달린다.
그건 러시아의 특수성 때문이다.
지구 육지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광대한 나라!
그 때문에 한 번 달릴 때 가능한 많은 화차, 또는 객차를 끌고 달린다.
그래야 나라의 수송량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딸카닥, 딸칵, 딸카닥 딸칵~
규칙적으로 울리는 열차 바퀴가 레일 이음새를 넘는 소리, 객차들에서 사람들이 흥성거리며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객차 10번과 11번은 일반은 들어갈 수 없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이 안에는 국가 공무수행 중인 공무원들이 탑승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십시오. 이를 어기면 공무 집행 방해죄로 국가 행정법 1항 23조에 의해 체포될 수 있으면 3천만 원의 벌금 또는 징역 3년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공무원들이 탑승했을까? 그럼 열차 안으로 들어가 보자!
“마셔라. 마셔!”
“우리의 승리를 위하여!”
“위하여!”
“DG그룹인지 하는 새끼들, 이젠 다 죽었어!”
“암, 싹 죽여 버려야지!”
두 개의 객차에는 출발하자마자 술 파티다. 마피아 지구 대장이 출전하는 마피아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술 파티를 벌인 것이다.
총기를 객석 옆에 세워 놓고 부어라, 마셔라, 술을 마시는 자들은 “아브라힘그룹”의 마피아 지방 대원들이다.
지금 두 개의 객차에 가득 탄 자들은 모두 600여 명, 그중 볼고그라드시 200명, 볼고 돈츠키시 200명, 볼고돈스크시 200명 등 볼고그라드와 주변의 도시 3곳의 “아브라힘그룹” 마피아들이 전부 탔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는 곳은 모스크바, 더 정확히는 “DG그룹”을 공격하려 모이는 “아브라힘그룹”소속 마피아 본부였다.
이틀 밤낮을 달린 열차가 3일째 달리는 밤이다.
저녁 11시.
기차가 울랴노보스키역에 들어서자 볼고그라드 마피아 지구장 프세볼로트는 기차가 서서히 멈추는 플랫폼을 바라보았다.
기껏해야 30여 명의 사람이 기차를 타려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여기서 모스크바까지는 24시간을 달리면 된다.
“내일 저녁이면 모스크바에 도착하겠군!”
그는 침대에 누우려고(러시아의 열차 98%는 모두 침대칸이다.
영토가 크기 때문에 멀리 가는 사람이 아니면 기차를 타지 않고 차를 이용한다.)하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저것들이 왜 이리로 달려오지?”
진한 청색의 군복을 입은 자들이 AK-74U를 들고 달려온다.
자세히 보면 저것은 러시아 항공군 특수부대원들이다.
그러다가 그들의 팔에 붙어 있는 띠를 보고는 마음이 놓였다.
<훈련, 동군.>
훈련 중이다. 아마도 동군과 서군으로 나누어 훈련하는 모양이다.
'그래, 군대가 마피아를 상대로 싸우는 나라는 없지, 경찰이라면 모를까!'
그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술잔에 남은 술을 마저 마셨다.
그사이 열차의 양쪽에서 달려오는 항공육전대 원들이 열차에 다다랐다.
그들은 플랫폼에 서서 다짜고짜 총구를 겨누었다.
'뭐, 뭐야?'
깜짝 놀란 프세볼로트는 누웠던 허리를 벌떡 일으켜 앉았다.
이미 열차의 양쪽 창문에는 특수부 대원들이 총구를 겨누고 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공군 육전대 대좌가 부하 두 명과 함께 들어섰다.
“나는 러시아 공군사령부 산하 항공육전대 제176여단 참모장이다. 여기 프세볼로트가 누구인가?”
객차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공기가 팽팽해졌다.
마피아들이 이불 밑에 넣어 둔 AK들을 잡은 것이다.
“내가 프세볼로트요, 용건이 뭐요?”
“우리 여단장님께서 그대를 만나보고 싶어 하신다. 옷을 입고 따라 나와라.”
참모장의 말과 행동을 보니 전투하려는 자세는 아니다.
그럼 왜 만나려고 할까?
순간적으로 프세볼로프의 머리를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다.
그러다가 한 가지 생각에 피식 헛웃음을 지었다.
'암튼 돈 좋은 것은 개나 소나 다 알지, 쩝!'
혀를 찬 프세볼로프는 심복에게 말했다.
“밸린. 트렁크 하나 꺼내라!”
떠날 때 만약을 생각해서 트렁크 수십 개를 준비했다. 물론 그 안에 든 것은 돈이다. 이때는 군대든 경찰이든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
“싸웁니까? 보스.”
“아냐, 둥굴모(경찰이나 군대를 비하하는 단어)새끼들도 돈 좀 먹어 보자는 것 같다! 그러니 얌전히 있어라.”
“예. 알겠습니다.”
프세볼로프가 플랫폼에 내려서자 그 앞에 있던 소령이 말했다.
“여단장님이 기다리십니다. 갑시다!”
열차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항공육전대 장군복을 입은 자가 거만하게 지프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장군님. 미천한 프세볼로프가 인사를 드립니다.”
그러자 준장이 옆의 부관에게 말했다.
“시작하라.”
“예. 장군님.”
그 말과 함께 프세볼로프는 눈앞에 불꽃이 번쩍 일어났다. 그의 뒤에 서 있던 항공육전대 병사가 개머리판으로 후두부를 타격한 것이다.
스르르, 철퍼덕.
“묶어서 차에 실어라. DG그룹 회장에게 가져다주어야 한다.”
“이건 어떻게 할까요?”
부관이 돈 트렁크를 들며 물었다.
“눈먼 돈이야 먹어야지. 차에 실어.”
“알겠습니다.”
부관이 차에 돈을 싣는 순간이다. 요란한 총 소리가 정적에 잠겨 있던 울랴노보스키역을 뒤흔들었다.
타타타타타타타~ 툿툿툿툿툿툿툿~
탕탕탕탕탕~ 쾅쾅쾅쾅쾅~
AK-74U와 기관총탄이 10번과 11번 객차의 창문을 깨고 빗발처럼 날아들었다. 소총탄과 기관총탄만이 아니었다. 유탄과 수류탄까지 날아들어 폭발을 일으켰다.
“아악. 크아악!”
10번과 11번 객차는 순식간에 지옥의 도살장이 되고 말았다. 항공육전대 원들은 객차의 양쪽 창문에서 교차사격을 들이댔다.
이미 다른 객차들은 분리해서 거리낌이 없다. 병사들은 마음껏 수류탄을 투척하고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겨 600명의 마피아를 전멸시켰다.
두 개의 객차가 시신으로 가득 차고 그들의 몸에서 흐르는 피가 수돗물처럼 객차 짬으로 흘러내렸다.
“참모장.”
“예. 여단장님.”
“시신들을 모두 가져다 볼가강에 수장시켜라. 다리에 돌을 달아서. 알겠나?”
“예썰!”
참모장이 즉시 각 대대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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