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24화 (23/98)

제24화. 마피아 전쟁.

경호 회사 "와잇 베어"는 쿠트쪼브거리 45번지에 있다. 12층 건물에 넓은 정원, 그리고 높이 3미터의 담장으로 둘러쳐진 곳, 이곳이 바로 "아브라힘 강철 그룹"을 지키는 무력인 "와잇 베어"마피아의 본거지다.

"와잇 베어" 본거지에는 평소에도 500명의 마피아가 늘 근무한다.

전국의 각 지점에 있는 조직원까지 하면 20만 명에 달하는 "와잇 베어" 마피아! 하지만 모스크바 본부에 있는 500명이면 감히 누구도 덤비지 않는다.

다른 5개의 마피아도 비슷한 숫자를 가지고 있다.

모스크바의 관구는 12개의 행정구인데 마피아들은 모든 행정구마다 지부가 있고 그곳에는 200명씩 배치되어 있다.

12개의 행정구 지부에 있는 마피아들을 다 합치면 2,400명, 여기에 본부의 500명까지 합치면 2,900명이다.

1988년부터 2000년 초까지 러시아는 마피아의 전성시대였다. 하긴 국가 자체가 두 명의 대통령으로 되어 있으니 혼란에 빠져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나의 대통령은 소련 공산당이 간접적으로 선출한, 사실은 각본에 의해 선출된 고르바초프가 공산당 총서기 겸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대통령이다.

이전 같았으면 소련 ”공산당 총비서“이며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대통령인 고르바초프의 말은 신의 말씀과 같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1985년 "페레스트로이카정책(개혁, 개방, 시장경제 도입)"을 선언하고  신헌법을 만들었다.

그러자 발트해와 서부 지역, 남부지역의 연방공화국들이 저마다 소비에트 연방에서 탈퇴를 선언하고 독립국을 선언했다.

이쯤 되니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에 남은 국가는 슬프게도 러시아공화국 하나였다.

그런데 러시아공화국에는 최초의 직선제로 국민들이 직접 투표하여 선택된 옐친대통령이 있다.

결국 하나의 나라에 대통령이 둘이 있는 셈이었다. 고르바초프가 "공산당 총서기"이며 소련 연방의 대통령으로써 옐친에게 지시를 내린다.

그런데 옐친은 고르바초프의 어떤 지시도 가볍게 씹어 버렸다. 옐친 본인은 국민의 직접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이지만 고르바초프는 아니다.

그는 공산당 상무위원 몇 명이 모여서 거수 가결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원래 ”공산당“이 있는 나라는 모두가 그렇게 자기들의 수장을 결정한다.

소련이 그랬고 중국이 그랬으며 북한이 그랬고 동유럽 공산 국가들이 그렇게 대통령을 임명했다.

한데 고르바초프는 1985년 페레스트로이카를 선언하면서 소련의 법을 고쳤다.

바로 소비에트연방 산하의 각 국가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헌법에 명시했다.

사실 고르바초프가 그런 조항을 신헌법에 박아 넣은 것은 16개 연방공화국을 어르고 달래기 위해서였다.

한데 이건 뭐, 발표를 하고 2~3년 만에 15개 국가들이 독립을 선언하고 소비에트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러시아공화국밖에 없다. 그러니 고르바초프의 명을 옐친이 씹어 버리는 것은 당연했다.

결국 고르바초프와 옐친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충돌하는 동안 나라는 혼란에 빠졌고 법은 유명무실해졌다.

강력한 힘을 자랑하던 러시아 경찰은 연방 대통령인 고르바초프와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인 옐친과의 싸움을 구경하며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나자 러시아의 엄청난 국영 기업들은 모두 100여 명의 올리가르히에게 넘어갔다.

옐친이 고르바초프에게 맞서서 자기의 대통령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국가 주식 담보를 매개체로 이전 러시아공화국 관리들에게 국영 기업들을 모두 팔아 버린 것이다.

그것도 아주 싼 값으로! 아니, 공짜로 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주식 담보 대출이란 명목으로 이전 관리들은 주식(그것도 방금 정부에서 찍어낸,)을 돈 한 푼 없이 받아서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았다.

러시아 정부가 찍어낸 담보 주식이니 은행들은 아낌없이 돈을 대출해주었다.

그 여파로 석유, 가스, 석탄, 강철, 알루미늄, 니켈 등 수많은 거대 기업들이 개인들에게 넘어갔다.

기업을 불하받은 올리가르히들은 은행에서 대출한 돈을 정부에 바쳤다. 옐친은 그렇게 들어온 돈으로 자기의 세력을 굳혔다.

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빵 한 조각 제대로 살 수 없었다.

그러나 이준이 회귀하고 나서 곧바로 과 을 만든 다음 옐친과의 담판을 통해 군대와 경찰, 모스크바 공무원에게는 매달 월급을 내주었다.

옐친은 확고하게 고르바초프를 누르고 러시아인들에게 신임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1천만에 달하는 실직자들은 굶주린 배를 그러안고 일자리를 찾아 헤맸다.

이런 형편이니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짓이라면 무슨 짓이든 했다. 이때 생겨난 것이 바로 기업형 마피아들이다.

러시아 마피아는 군 출신들이 제대 되어 조직에 들어간 사람이 태반이다. 하지만 마피아는 말 그대로 피와 죽음을 등에 지고 살아야 하는 조직폭력배들이다.

더구나 러시아 마피아는 한국처럼 회칼이나 휘두르는 조폭이 아니다.

그들은 권총과 AK 자동소총, 기관총과 유탄발사기. RPG 로켓으로 중무장한 강력한 무장단체였다.

1991년 6월 12일. 적재함에 녹색의 캔버스 천을 씌운 화물 차량 15대가 모스크바의 각 구역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 차량은 5톤 짜리 차로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군 이동용 차량이다.

물론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아서 군대가 아니라 이준의 DG그룹 경호 회사 경호원들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그들은 모두가 AK 돌격소총을 다리 사이에 세우고 앉아 있다. 머리에는 모두 검은 헬멧을 썼고 가슴과 배, 등에는 방탄조끼를 입었다.

팔에는 띠를 두 개 둘렀는데 노란빛이 나는 띠다. 전투가 벌어졌을 때 적과 아군을 알아보기 위한 표식이다.

그들 중에는 유탄발사기를 휴대한 자, 기관총을 휴대한 자. RPG-7을 휴대한 자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사실 말이 경호원들이지 이들은 DG그룹의 마피아들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준의 개인 사병, 즉 가별초이다.

차 한 대에 60명, 15대의 군용 화물차에 900명이 타고 달리고 있었다.

"모두 잘 들어라."

갑자기 이어폰을 통해 맨 앞 차에 탄 제1 경호 과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가 공격할 곳은 아브라힘 강철회사의 와잇 베어 마피아들이다. 각 차들이 자기들이 맡은 구역의 와잇 베어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정차한다.

나의 명령이 떨어지면 정차한 곳에서 곧장 담장을 넘어 놈들의 지부로 쳐들어간다. 명심하라. 이건 훈련이 아니라 실전이다.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너희가 죽어야 한다. 전투 때는 모든 생각을 비워라. 오직 적을 죽일 생각만 하라, 그것이 너희가 살길이다.

번개처럼 쳐들어가서 모든 상대에게 총탄을 퍼부어라. 그리고 와잇 베어 본부로 쳐들어가는 인원은 180명, 마지막 3대의 차량이 간다.

내가 공격 명령을 내린 후부터 와잇 베어 마피아들의 지부와 본부를 소탕하는 시간은 7분이다. 그 7분 안에 놈들을 말살하지 못하면 출동한 경찰들과 싸우게 된다.

그러니 인정사정 보지 말고 죽여라. 알았나?“

"예썰!"

차들이 가속하는 소리만이 적재함에 울려 퍼진다.

***

이준은 사라 푸틴과 함께 ”와잇 베어“ 본부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3층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둘의 앞에 놓인 커피 잔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간다.

누가 보면 사랑하는 청춘 남녀가 커피숍에서 한때를 즐기는 것 같다. 하지만 두 사람의 눈은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와잇 베어“본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둘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정장 깃 속에는 소형 송수신기를  꽂고 있었다. 맨 앞 차에 탄 경호 제1과장의 전투 준비 명령이 또렷하게 울려 온다.

"저기 오는군요!"

군용 차량 3 대가 달려와 이 골목, 저 골목, 들어가 정지했다. 그리고 각 화물차마다 180명의  캔버스 천을 젖히고  쏟아져 내렸다.

그들은 내리는 즉시 반장(소대장)의 명령을 따라 신속하게 담장으로 달려갔다. 앞서 달려간 두 명이 담장에 붙어 서서 서로 두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러자 뒤에서 달려오던 동료가 맹렬하게 달려 두 명이 잡은 팔을 사다리처럼 짚고 힘껏 뛰어올라 담장 위에 섰다.

그때 제1 과장의 명령이 각 지부와 본부를 공격하는 반에 울려 퍼졌다.

"공격하라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그들은 담장에서 정원으로 내려 서서 그대로 현관을 향해 내달렸다. 제1 과장이 명령소리가 이준과 사라 푸틴의 귀에도 들려 왔다.

담장에서 뛰어내린 경호 대원들이 맹렬한 속도로 현관을 향해 달렸다.

다른 지부들과 달리 이곳은 ”와잇 베어“의 본부다.

따라서 여기는 500명의 마피아가 있다. 공격하는 DG그룹 마피아들은 180명, 수적으로는 적다. 하지만 불의의 기습에

적들은  당황하여 몇 분 동안 공황에 빠지게 될것이다. 그 틈을 타 마피아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철수하는 것이 이번 전투의 작전이다.

현관에는 4명의 마피아가 있다. 접수실 내부에 두 명, 밖에 두 명이다.

담배를 피우던 두 명의 마피아가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AK 돌격소총을 들고 맹렬하게 달려오는 이준의 가별초를 본 것이다.

"저, 적이,"

드드드드득, 드드드드득~

순간, 숨이 컥 막혔다. 와잇 베어 마피아는 입으로 피 분수를 뿜으며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AK에 기다란 소음기가 끼워져 있다.

그 때문에 총소리가 기이하게 들렸다. 하지만 인도를 걷는 사람들은 총소리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초저녁이고 차소리와 번화 도시의 소음에  소음기를 끼우고 쏘는 총 소리가 묻혀 버린 것이다.

"1반(소대)과 2반은 위층으로, 3반은 방마다 청소하라."

"예썰!"

드드드득, 드드드득~

"컥, 윽!"

로비에 있던 자들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1, 2반 120명이 곧장 5층 사무실을 향해 돌진하고 3반 60명은 방문마다 열어 젖히고는 AK을 휘둘렀다.

드드드드득~ 드드드드드득~

방안에서 티비를 보던 자들, 카드놀이를 하던 자들이 허무하게 쓰러졌다.

"과장님, 1층 청소를 끝냈습니다."

"2층으로!"

"예썰!"

아직은 한 명도 다치거나 죽은 대원들이 없다. 하지만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사고는 일어났다. 1, 2, 3층을 청소하고 4층의 방문을 열어 젖혔을 때였다.

탓탓탓탓탓~

방 안에 있던 마피아들이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아마도 3층을 청소할 때 누군가 발견한 모양이다.

그들은 준비하고 있다가 문을 열자마자 AK로 반격했다.

"악. 으윽!"

서너 명의 대원이 온몸을 춤추듯이 흔들다가 털썩, 털썩 쓰러졌다.

방탄복을 입었지만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되는 7.62mm AK 소총탄은 막아 낼 수가 없었다.

쓰러진 대원들의 몸에서 붉은 피가 물처럼 흘러 복도에 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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