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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막내 동생-23화 (22/98)

제23화. 저격.

붉은 광장의 맞은편에 있는 여성 의류 매점 5층에 한 명의 사내가 엎드려 있었다.

그가 겨누고 있는 저격소총은 DXL-5 저격소총으로 12.7mm 러시아탄과 나토탄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사거리는 2,300m, 12.7mm 총탄에 맞으면 온몸이 찢어져 나간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저격소총이다.

또한 한번 겨냥하면 일발을 발사하고도 목표 조준점이 변하지 않아 연속 사격을 할 수도 있다.

저격수 아갈라로프는 스코프에 눈을 붙이고 1,000m 거리에 있는 주석단의 옐친을 겨냥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꾸 사람들에게 가려져 좀처럼 발사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

"곰 같은 새끼, 좀 가만 있으면 어디가 아프냐?"

그는 투덜거리며 끈질기게 스코프를 통해 옐친이 걸려들기를 기대했다. 아갈라로프는 모스크바 “와잇 베어(백곰)”마피아의 히든카드다.

와갈라로프는 원래 스페츠나츠의 특등 저격수였던 자다. 제대 후, 그는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가 지키던 소련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거리는 실업자로 뒤덮였다.

실업자가 되니 돈이 없고 돈이 없으니 먹고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

그때 손을 내민 것이 바로 “와잇 베어”마피아다.

평소에는 그냥 놀다가 핸드폰으로 비상 신호가 오면 목표를 지적해 주는대로 제거하는 일을 했다.

“와잇 베어”는 돈을 두둑하게 주었다.

와갈라로프는 그 돈으로 집도 샀고 여대생을 꾀어 결혼도 했다.

와갈라로프는 자기의 직업을 FSB의 요원이라고 속였다.

명령이 떨어지면 러시아의 반역자나 간첩을 저격 소총으로 사살한다는 말에 그녀는 넘어갔다.

자기의 남자는 조국, 러시아를 지키는 위대한 애국자이다.

그렇게 결혼에 올인 한 와갈라로프는 집에 저격 소총을 두어도 킬러인 것이 탄로 날 일이 없었다.

아내는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니까!

그런데 오늘 애국자인 남편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

갑자기 들이닥친 남녀 한 쌍, 바로 이준과 사라 푸틴이었다. 대통령 경호실 사람들이 가로막자 사라 푸틴이 증명서를 꺼내 그들의 눈앞에 보여주었다.

“FSB의 방첩 과장 사라 중령이다. 특급위기다. 당장 경호 실장을 불러라. 어서.”

하지만 경호원들은 우물쭈물했다. 특급위기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였다.

“야, 이 개자식들아. 대통령이 죽은 다음에야 움직일래? 당장 경호 실장을 불러.”

“아, 알겠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경호조장이 핸드폰으로 경호실장을 찾았다.

<나다. 무슨 일인가?>

“실장님. 대통령을 저격하려는 자가 있다고 합니다.”

<누가?>

“여기,”

그때 확 핸드폰을 빼앗은 사라 푸틴이 말했다.

“난 FSB의 방첩 과장 사라 푸틴 중령입니다. 지금 저격수가 대통령을 조준하고 있으니 빨리 피신시켜요.”

<아, 알겠소!>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그때 사라 푸틴은 소매로 땀이 흐르는 얼굴을 닦았다.

“사라, 네 권총을 꺼내 봐.”

“권총?”

“시간이 없어. 빨리 꺼내.”

“아, 알았어요!”

그녀는 허리 뒤쪽에 꽂고 있던 권총을 뽑아 이준에게 주었다. 권총은 베레타 92S였다.

“줘.”

이준이 손을 내밀었다. 무슨 뜻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한 사라 푸틴이 반문했다.

“뭐, 뭘요?”

그러자 이준은 더 말하지 않고 그의 권총을 낚아챘다.

지금은 1초가 중요하다. 이제 대통령 옐친이 피하면 놈도 도망칠 것이다.

그 전에 사살해야 한다. 이준은 자신이 있었다.

베레타 92S의 사거리는 50~100m다.

허나, 총알이 실제로 날아가는 거리는 2,700m이다.

“사라 내 앞으로 와.”

“예? 예.”

그녀가 귀신에 홀린 것처럼 이준의 앞에 섰다.

철컥.

노리쇠를 당겨 장전한 이준은 권총을 든 손을 사라 푸틴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그때야 사라는 이준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다.

하지만 여기서 저격수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1,000미터가 조금 넘는다. 최대 유효사거리가 100미터인 권총으로 어떻게 저격수를 잡는단 말인가?

'이건 불가능해!'

하지만 어깨를 피하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저격수를 잡으려는 이준의 열기에 감동한 것이다.

권총을 겨눈 이준의 눈꺼풀이 연이어 깜빡였다. 그러자 눈이 밝아지며 여성 의류 매점의 5층 창문이 눈앞으로 확 당겨져 왔다.

실제로 당겨진 것이 아니라 눈 속에 장착된 망원렌즈가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이 망원렌즈를 통해 보면 4km의 물체를 정확히 볼 수 있다.

또 사격정도는 안되지만, 평지라면 12km를 훤하게 본다.

대통령이 피신하는 모양이다.

저격수가 놀란 얼굴로 창문에 눈을 붙이고 주석 단 쪽을 바라보았다.

'가능한 한 사로잡아야 한다!'

이준의 권총 방아쇠가 슬그머니 당겨졌다.

타앙!

“컥!”

저격수 와갈라로프는 쇠몽둥이로 후려치는 느낌에 몸을 휘청했다. 오른쪽 어깨가 총탄에 맞았다.  순간, 두 번째 총탄이 날아왔다.

퍼억~

두 번째 총탄이 그의 왼쪽 어깨를 뚫고 나갔다.

“이럴 수가? 겨우 베레타 권총으로 날 쏘았단 말인가?”

바닥에 떨어진 총탄은 분명 베레타 권총의 탄환이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뭘 할 수가 없었다.

탕, 타앙~

두 발의 총탄이 더 쏘아졌다.

“크악!”

두 발의 총탄이 그의 양쪽 허벅지 두 개를 명중했다. 살 속을 뚫고 들어간 총알이 히트맨의 두 다리뼈를 산산이 부숴 버렸다.

“가자, 사라. 놈을 잡아야지?”

“맞췄어요?”

“응, 양쪽 어깨와 양쪽 허벅지!”

“오 마이 갓!”

사라는 탄성을 내질렀다. 겨우 사거리가 50m인 베레타 92S로 1,000m 거리에 있는 저격수를 명중시킨 것이다. 그것도 자기가 맞히고 싶은 곳만 골라서···.

'이건 현실이 아냐! 꿈이야!'

그는 달리면서 자기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짜악 하는 소리와 함께 불에 덴 듯 따가웠다. 분명 꿈이 아니다.

사라는 자기의 팔목을 잡고 내달리는 이준을 힐끔 곁눈질했다.

'사람이 이렇게 빨라도 되는 거야?'

이준이 왜 자기 손목을 잡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일반인의 달리기 속도보다 세배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올림픽 달리기 경기에 나가면 우승은 떼놓은 당상이네!'

의류 매점의 뒤쪽, 이곳은 사람이 없다.

그것을 확인한 이준은 갑자기 사라를 그러안으며 점프했다.

쉬이익~

5층의 창문에 날아오른 이준이 신형을 틀었다. 그의 몸이 창문을 향해 쏘아져 갔다.

와장창~

창문이 박살이 났다. 방안으로 들어선 이준은 그제야 사라를 놔주었다.

휘청!

사라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갑자기 당겨지며 이준의 품에 안긴 그녀는 정신이 혼미했다.

5층을 단숨에 솟아 오르다니?

그것도 모자라 창문을 육탄으로 깨고 집안으로 돌입했다.

사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5층까지 올라온 것은 어떻게 한 거예요?”

“빨리 이놈부터 지혈 시켜, 사라.”

그때야 사라는 자기가 저격수의 방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을 보니 두 어깨가 부서지고 양쪽 허벅지 뼈가 가루가 된 와갈라로프가 방바닥에서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의 양쪽 어깨와 양쪽 허벅지에서 피가 샘물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 죽여라.”

이준은 들은 척도 않고 그의 앞에 다가가 다짜고짜 물었다.

“스페츠나츠 출신인가?”

“그걸 어떻게···.”

“놀랄 것 없다. 네가 입은 러닝은 스페츠나츠에서 내주는 옷이지.”

“???”

맞다! 러닝은 스페츠나츠 대원들이 여름철에 늘 입는 옷이다.

스페츠나츠를 잊을 수가 없어서 나올 때 가지고 왔던 러닝이다.

그는 그제야 알만하다는 듯 이준을 보며 웃었다.

“자네도 스페츠나츠출신이군, 같은 동료에게 죽으니 밥값은 한 셈이군!”

억축이지만 이준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한 가지 묻지, 누가 너에게 대통령을 죽이라고 청부했나?”

그러자 와갈라로프가 머리를 흔들었다.

“청부받은 것이 아니야, 와잇베어 마피아가 내린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다. 그런데 말하는 것을 보니 청부한 자는 따로 있다더군! 헉헉!”

“그자가 누군지 모르나?”

“모르네. 하지만 와잇베어의 수장이 따를 정도면 두 가지 중 하나지. 하나는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주던가,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권력으로 압력을 가했겠지.”

'돈이다. 돈으로 청부했어!'

"청부자를 알고 싶으면 마피아 두목을 만나게, 한데 그자는 밤이건 낮이건 방안에 20명의 경호원을 세워두네. 섹스를 할 때도 놈은 그들이 지켜줘야 하지. 자백을 받기는 좀 어려울 거야!"

"나에게 불가능은 없다."

말을 마친 이준이 일어서려고 하자 와갈로프가 애원했다.

"날 여기서 죽여주게. 그리고 내 아내가 스필로그거리 96번지에 있네. 그녀를 좀 돌봐주게."

"그러지!"

"고맙네. 친구, 이젠 나를 쏘게.“

타앙~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와갈라로프의 이마에 구멍이 뻥 뚫려 버렸다. 와갈라로프는 고통을 느낄새도 없이 저승으로 갔다.

이준이 단 한방에 헤드샷을 했기 때문이다.

***

경호원들이 올라왔다. 그들은 죽은 와갈라로프의 시신을 보고 흠칫 놀랐다. 총알이 킬러의 양쪽 어깨와 양쪽 허벅지를 꿰뚫은 것이다.

게다가 머리는 헤드샷이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경호실장은 죽은 저격수를 보고 간이 서늘할 만큼 놀랐다.

‘무서운 킬러, 이자는 킬러 중의 킬러다!’

그는 공포가 어린 눈으로 이준을 흘깃거렸다.

"대, 대통령각하께서 두분을 부르셨습니다."

”대통령은 어디 있습니까?“

"주석단 지하에 핵탄두가 떨어져도 끄떡없는 숙소가 있습니다.”

“그렇군, 가자, 사라.”

“예? 아, 예.”

그녀가 이준을 따라 나올 때였다. 경호 실장이 자기 부하에게 명령했다.

“빌란, 네가 저 두 분을 대통령 각하께 안내해 드려라.”

“예썰.”

그녀의 안내로 이준과 사라는 지하에 들어섰다. 지하 170m, 그곳에 핵전쟁 대피호가 있었다.

“어서 오게, 자네가 아니었으면 오늘 난 저세상에 갔을 거야!”

옐친은 이준의 두 팔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런데 청부한 놈의 정체는 밝혔나?”

“와잇베어 마피아입니다.”

“와잇베어라고?”

옐친이 입을 떡 벌렸다. 와인 베어 마피아는 아브라함이 회장으로 있는 강철회사이다.

“으음!”

옐친은 신음을 흘렸다.

러시아의  강철 기둥으로 있는 두 개의 강철 회사, 그중 한 개가 ”아브라힘 강철회사“다.

아브라힘이 데리고 있는 마피아가 500명이나 된다는 것을 옐친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본부에 있는 자들만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20만명 정도는 된다.

"군대를 투입해야겠군!"

"그건 안 됩니다. 군대를 투입하면 각하는 독재자라고 뉴스를 탈 것입니다. 그자는 제게 맡겨 주십시오. 놈들을 모조리 처단하고 강철회사도 빼앗아 올 것입니다."

이준이 급히 말렸다. 그러자 옐친이 기대감이 어린 눈빛으로 이준을 보며 물었다.

"그···. 게 가능하겠나?"

"당연히 가능합니다. 각하."

옆에 있던 대장의 말이다. 러시아 육군 사령관 필리프 기르토노프대장이다.

"아르진 리 회장은 전국구 마피아인 머설러스너스(mercilessness)를 접수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전국구 마피아로 비상령을 내리면 20만명이 모여듭니다.

이번 기회에 와잇베어 마피아를 쓸어버리고 강철회사도 정리하시죠."

"좋아. 그럼 리,"

"예. 각하."

"자네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네. 와잇베어인지 백곰인지를 모두 죽여 버리게. 그리고 아브라힘 강철회사는 국가가 압수하여 저렴한 가격에 자네에게 넘기겠네. 알겠나?"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유대인들에게 뺏기느니 우리 러시아인들이 회사를 가져야 하네."

옐친의 축 늘어진 뺨이 분노와 증오로 번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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