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22화 (21/98)

제22화. 붉은 광장에서.

FSB 본부에서 국장 데니스 시베도프는 과장들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FSB에는 수십 명의 과장이 있다. 그들은 과들을 하나씩 맡아 임무를 수행한다.

“국장님. 시베리아의 북한 벌목장에 근로자들을 더 투입하겠다는 북한 정부의 요청서가 외무부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7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시베리아 당담과장의 보고다. 데니스 시베도프는 머리를 갸웃했다. 시베리아에는 북한의 벌목장이 있다.

그들은 벌목을 해서 러시아가 70% 북한이 30%를 가진다.

인원은 약 3만명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7만 명을 더 들여온단 말인가?

그만큼 북한에 외화가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북한은 유엔의 경제제재로 인해 오직 중국과 러시아가 슬그머니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말라죽을 것이다.

“그건 허락한다.”

데니스 시베도프는 선선히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러시아에 엄청난 피의 토네이도가 형성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다음.”

그러자 방첩 과장 사라 푸틴이 보고를 시작했다.

“...따라서 심중은 가지만 물증은 없습니다. 하여 저는 DG그룹 회장과 몇몇 인물에게 24시간 미행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일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라 푸틴의 보고에 시베도프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유대인 살해 사건에 DG그룹이 관여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DG그룹 회장 아르진 리는 옐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다.

어쩌면 유대인들이 러시아에서 축출되는 것이 좋은 일일 수도 있다.

100대 올리가르히(신 재벌) 중 상위 10개 그룹에서 여덟 개 그룹 회장이 모두 유대인들이다.

물론 그들이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러시아 국민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뭔가 찝찝하다. 마치 뒤를 보고 씻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돈 한 푼 없던 그들(러시아 유대인 8명)이 엄청난 돈을 쓰며 적대적 기업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렸을까?

혹시 그들의 뒤에 유대 국제 금융 카르텔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꼬리를 잡을 수가 없다.

그 때문에 러시아 대통령 옐친도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

‘가만 DG그룹을 활용하여 8대 재벌을 해체할 수 없을까?’

문득 떠오른 생각이지만 아주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가 한 손을 척 들었다.

그러자 보고하던 사라 푸틴이 입을 다물었다.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낸다. 사라 푸틴 중령만 남고 모두 자기 과로 돌아가도록,”

“예썰!”

모두 돌아가고 사라 푸틴만 남았다.

“커피 마시겠나? 중령.”

“예.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원탁에 커피를 놓고 마주 앉았다.

“중령은 유대인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자네가 생각하는 바를 말해주기를 바라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사라 푸틴이 국장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국장님, 혹시 제게 바라시는 것이 있으면 명령을 주세요, 난 국장님의 부하입니다.”

“흠, 역시 자네는 눈치가 빨라!”

그리고는 천천히 눈을 뗐다.

“난 유대인들이 우리 러시아에 와서 쑤시고 다니는 것이 싫네. 유대인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은 엄청난 돈으로 우리 러시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어.

또 정치에도 관여한다는 것이 여러 곳에서 발견했네.

만약 그들이 우리 러시아의 금융을 장악한다면 이 나라의 모든 천연자원이 외국으로 헐값에 빠져나가게 될 것이네.

그건 우리 러시아 국민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세.

하지만 그들을 공개적으로 몰아낼 수는 없네. 그러나 또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네.

바로 DG그룹이 국가 대신 나서주면 되네.기업과 기업이 싸우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니까.”

말을 중단한 국장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사라 푸틴이 국장에게 말했다.

“제가 DG그룹을 도와 유대인들을 몰아내길 바라십니까? 국장님.”

“새로운 정보를 하나 알려주지. 이번에 북한 벌목 근로자 7만 명을 받기 위해 베드로 그룹에서 외무 부에 뇌물을 먹였네, 물론 크렘린에도 먹였고, 그것도 적은 양이 아니네.”

베드로그룹의 회장은 유대인이다.

“혹시 북한 벌목 근로자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일하는 사람이 아닌 특수부대로 생각하십니까?”

“그렇네. 아무래도 유대인들이 그들을 킬러로 사용할 수도 있네. 대통령 각하께서도 요즘 머리가 아파하시네,

어떤가? 중령, 아르진 리와 손잡고 한번 해보겠나?”

사라 푸틴이 벌떡 일어서더니 부동 자세를 취했다.

“명령이라면 하겠습니다. 국장님.”

“좋아. 그럼 명령하지. 중령, 그대의 방첩과는 기업정보와 정치정보, 군부 정보에서 유대인과 또는 DG그룹에 해가 되는 정보를 발견하면 즉시 아르진 리에게 넘겨주게,

매일, 매 시각, 그와 손을 잡고 유대인들의 손발을 자르게. 필요하다면 타이픈부대 대원들에게 사복을 입혀서 아르진 리를 도와도 되네. 알겠나?”

타이푼부대는 FSB의 강력한 특수전 부대다. 그들의 병력은 3만여명, 타이푼부대라면 뭐든 믿고 맏길 수가 있는 부대원들이다.

“예썰!”

사라 푸틴의 예쁜 아미가 살짝 찡그려졌다.

설마 국장이 살인범을 잡기는커녕 그를 도와 유대인들을 몰아내라고 할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사람에게 각을 세우는 게 아니었어!’

앞으로 같이 일하려면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명령을 받았으니···.

***

하바롭스크 말리치크 거리 198번지에는 넓은 면적에 8미터의 담장을 높이 둘러친 곳이 나온다. 담장이 너무 높아서 그 안을 들여다볼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사각형 형태의 건물 15층짜리가 있다.

이곳은 러시아에서 벌목하는 북한의 제1 연합기업 본부이다.

뿌우우우우~

긴 기적 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플랫폼에 서 있던 러시아인들이 역으로 들어서는 열차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기관차는 새것인데 뒤에 달린 열차는 2차 대전 때나 쓰던 폐차들이다.

대체 저런 열차가 어디에 저리도 많이 있었단 말인가?

열차는 최소 100대쯤 되어 보인다. 그 때문인지 기관차가 뒤에도 한 대 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모양이다. 도색이 벗겨져 녹이 슨 열차들이 거대한 뱀처럼 들어와 역의 맨 끝, 대피선에 정지했다.

그리고 조금 후에 안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하나같이 감색의 정장에 가방을 하나씩 들었다. 사람은 동양인, 바로 북한 사람들이다.

하바롭스크 대피선 철도가 동양인들로 뒤덮였다.

원래 러시아 열차 한 대에 88명이 정원이다.

그런데 한 대에 정원을 훨씬 초과한 350명,100대에 35,000명이 들어온 것이다.

“여군들도 있군!”

하바롭스크역 건물의 맨 위에 두 명의 여자가 북한사람들을 내다보고 있었다.

바로 중령 사라 푸틴과 그녀의 부관인 나쟈대위다.

그녀는 지금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사라 푸틴은 망원경의 렌즈를 조절하여 여군 한 명을 훑어보았다.

이쁘장한 얼굴에 단단한 몸매, 햇빛에 약간 탄 피부가 건강한 야생미를 풍겼다.

나이는 24세나 25세 정도!

철길과 철길을 건너는 것을 보면 탄력이 넘친다.

‘역시 훈련 받은 여자들이야!’

오늘 도착한 3만 5천명 중 여자는 3천 명이다.

아마 저들이 킬러로 퍼지면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남자들과 여자들을 번갈아 살펴본 사라 푸틴 중령이 말했다.

“다 찍었어?”

“예.”

“그럼 가자!”

“예!”

잠시 후, 두 여자를 태운 군용 헬기가 하바롭스크 비행장에서 날아올라 서쪽으로 날아갔다.

***

1991년 5월 9일. 오늘 모스크바는 축제 분위기다. 이날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독일의 패망으로 끝난 날이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는 붉은 군대의 열병식이 진행되었다. 이날을 구경하기 위해 유럽의 각국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관객들 속에는 이준도 있었다. 그는 오고 싶지 않았는데 디나 쿠르바코바가 하도 가자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같이 나섰다. 이날의 붉은 광장 입장표는 구매할 수가 없다.

너무도 많은 사람에게 초청장으로 발급 되어 나머지 소수의 자리만 판매된다.

디나가 어떻게 표를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성의를 생각해서 이준은 그녀와 함께 붉은 광장 관객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디나, 난 전승 기념식 퍼레이드를 오늘 처음 참가해본다. 그동안은 티비로만 봤거든!”

“저도 같아요, 집에서 티비로만 봤죠. 하지만 이번에는 회장님과 구경하고 싶어서 아버지께 졸라서 표를 구했어요!”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데?”

“그게 저, 산···. 업부 장관이에요!”

디나의 얼굴이 새빨개지고 목소리는 기어 들어가는 듯 했다.

“그럼, 저기에 계신 저분이 디나의 아버지로군!”

이준이 주석단 옐친의 옆에 서 있는 60대의 노인을 보며 물었다.

“네. 맞아요!”

알렉세이 쿠르바코브!

러시아 산업부 장관이며 옐친의 측근이다. 2000년, 푸틴의 대통령 당선에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푸틴은 대통령의 권좌에 앉자마자 산업부 장관을 해임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였지만 그건 그냥 변명이다.

러시아는 보통 80세까지도 장관으로 임명하는 나라다. 사실은 옐친의 최측근이었던 알렉세이 쿠르바코브를 산업부 장관으로 앉히기 싫어서였다.

알렉세이 쿠르바코브는 사표를 내고 은퇴하여 평생을 호숫가에서 낚시질이나 하다가 죽었다.

‘저 사람이 바로 러시아 산업계의 큰 별이라는 알렉세이 쿠르바코브군!’

이준의 속생각이 들렸을까?

알렉세이 쿠르바코브가 머리를 돌리더니 이쪽을 바라봤다.

“아빠, 저, 여기 있어요!”

디나가 손을 흔들고 소리까지 쳤지만 산업부 장관이 그 먼 거리를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관객의 자리를 찾아 앉았을 때였다.

옆의 빈자리에 한 명의 여자가 와서 앉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네요!”

옆을 보니 바로 사라 푸틴이었다. 사실은 사라 푸틴이 디나가 관객석을 산 것을 알고 바로 옆자리의 표를 FSB의 권력으로 한 장 산 것이다.

이제부터 함께 일하려면 서로 가까워져야 했다.

“하바롭스크에 갔다더니 벌써 왔나?”

“예. 그곳에 온 북한 근로자들, 전부 특수 훈련을 받은 군인들이에요!”

“군인이라고?”

“예. 아마도 목표가 당신이나 아니면 당신 그룹 같은데 조심하세요.”

“걱정해 주어서 고맙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하던 이준은 무엇인가 찌르르 느껴지는 예감에 머리를 홱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향한 곳은 붉은 광장 건너 5층짜리 의류점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은 그 집은 뾰족한 첨탑이 있는 제정러시아 시대의 건물이다.

‘뭔가 이상하다!’

이준의 눈꺼풀이 두 번 깜빡였다. 그러자 거의 1km의 거리에 있는 의류점 5층의 창문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대체 뭐가 나에게 불길한 감을 주었을까?'

그 순간, 이준은 창문에 쳐진 커튼이 살짝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그에 이준의 시력이 더욱 강해졌다.

그러자 줌인한 것처럼 창문이 커지고 커튼 밑에 겨누어진 저격용 총이 보였다.

'설마 옐친을 저격하려는가?'

가능하다. 유대인들은 자기들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옐친을 없애고 싶을 것이다. 그래야 러시아 진출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살려야 한다!'

그 생각이 든 순간, 이준이 튀어 나가며 말했다.

"디나, 여기서 꼼짝 발고 있어,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알았지"

"네!"

그러자 머리를 휙 돌란 이준이 말했다.

"사라 푸틴., 당장 날 따라와!"

'뭐, 뭐야?'

사라 푸틴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관객석의 뒤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저 앞에 달려가는 이준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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