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21화 (20/98)

제21화. 금융 제국.

“이젠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중령님.”

DG그룹에서 돌아가는 길이다. 그녀들이 타고 가는 차는 FSB 방첩 과장 사라 푸틴의 SUV다. 나쟈대위가 물었지만 사라 중령은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중령님, 중령님?”

“응? 왜?”

몇 번을 불러서야 사라 중령이 생각 속에서 빠져나왔다.

“이제 수사를 어떤 방향으로 하겠습니까?”

“수사 목표는 변하지 않았어. 범인은 분명 아르진 리야!”

“하지만 그는 어제 밤새 여자친구와 같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거짓말이야!”

“거짓말이라고요?”

“응. 그 디나라는 여자는 거짓말을 했어!”

“그걸 어떻게 증명하죠?”

“첫날밤을 보낸 여자는 그것이 몸과 눈빛에 나타나거든, 하지만 디나라는 아가씨는 사랑과 행복의 부끄러움보다는 어떻게든 아르진 리와 잤다는 것을 나에게 인정시키려고 노력했어!”

“중령님도 아직 남자와 자보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죠?”

그러자 사라 푸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넌 내가 방첩 장교 이전에 프로파일링 전문가라는 것을 잊었니?”

“아, 그랬죠!”

프로파일링 전문가란 사건 현장에 남겨진 증거나, 범행 패턴을 분석해 범인의 심리상태나 경향 등을 특정 지어 나아가선 범인의 프로필을 뽑아내는 수사법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프로파일링 전문가는 상대의 눈빛, 표정, 숨 쉬는 호흡, 손가락질하나 움직이는 것을 보고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내는 전문가이다.

사라 푸틴 중령은 미국 FBI에 가서 그곳의 가장 뛰어난 프로파일링 전문가들을 따라다니며 범죄자 체포를 함께한 유능한 프로파일링 전문가다.

“디나라는 그 여자, 아르진 리를 사랑하는 것은 맞아. 하지만 아직 잠은 자지 않은 숫처녀야! 그런데 어젯밤 아르진 리와 잤다고 했어.

이유는 하나, 아르진 리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려는 것이지!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아르진 리는 어젯밤 그녀와 자지 않았고 범죄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돼!”

“맞는 말이긴 한데 그걸 증명해야 아르진 리를 잡을 수 있잖아요?”

“그래, 아르진 리는 우리 러시아 100대 재벌 중에서 10위권에 진입한 막강한 재벌이야! 더구나 크렘린의 옐친 대통령과도 친분이 대단하다고 들었어!

그러니 더 철저하게 조사하고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찾아내야 해!”

“참, 어렵네요. 중령님.”

“방첩 장교에게 쉬운 수사는 없어!”

그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달리는 차 안에는 엔진의 정상적인 소리만 울렸다.

“나쟈.”

“예. 중령님.”

“FSB의 특수 요원들을 풀어 디나와 아르진 리에게 감시를 붙여. 24시간 모든 동선을 체크하면 그가 무엇을 먹는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두 알아내, 필요하다면 대변의 색이 뭔지까지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야! 알겠어?”

“예썰, 중령님.”

사라 푸틴 중령은 KGB의 후신인 FSB의 방첩과장이다. 러시아는 아직도 소련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 때문에 FSB는 KGB의 후신답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누구든 영장없이 체포하고 고문을 자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FSB인 것이다.

사라 푸틴은 지금은 중령이다.  하지만 일 년후에는 소장의 계급을 달 것이다. 그만큼 FSB에서 신임을 받는 장교이다.

그녀가 지휘하는 요원들은 전국적으로 12만명에 달한다. 그중 10만명은 감시 요원들이다. 나머지 2만 명의 요원들은 KGB 때 악명을 떨친 살인기계 “붉은 칼”들이다.

붉은 칼들은 명령을 받으면 목표를 죽이기 위해  상대를 끌어안고 자폭도 서슴없는 무지막지한 자들이다.

‘아르진 리. 당신이 정체가 뭐든 반드시 밝혀내고야 말겠어!“

그녀의 굳은 의지를 싣고 SUV는 맹렬한 속도로 FSB 청사로 들어섰다.

***

로마 바티칸시국은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의 한 부분을 점하고 있으며 로마교황이 통치하는 독립국이다.

비록 0.44km2의 작은 영토에 인구가 1,000명이지만 전 세계 가톨릭의 성지이기도 하다.

로마 바티칸시국은 성 베드로 광장 이외의 영토는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바티칸 가톨릭 호텔은 오직 로마교황이 부르는 사람들만이 와서 묵는 초특급 호텔이다.

1991년 1월 22일,

바티칸 가톨릭 호텔에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숙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 질 녘이 되자 호텔은 30여 명의 외국인이 호텔에 숙소를 정했다.

저녁 10시, 30분 전 식사를 끝낸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무력부 정보과장인 이상연대좌는 어울리지 않는 정장을 입고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있었다.

”불편합니까? 대좌 동지!“

이상연대좌에게 다가오며 묻는 이름다운 여인은 무력부 감찰과 감찰장교인 이구연소좌다.

그녀의 임무는 이탈리아에서 이상연 대좌를 감시하며 반역의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당장 사살할 권리를 갖고 있었다.

”처음 정장을 입었더니 어색하군!“

”조금 있으면 몸에 편해질 것입니다.“

”그렇겠지. 인간은 환경에 빠르게 동화하는 동물이니까!“

담배를 붙여 문 이상연대좌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애들 동작이 굼뜨군, 너무 늦어!“

대좌가 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옆에서 어둠 속을 내다보고 있던 이구연소좌는 찬찬히 말했다.

”곧 올 것입니다. 대좌동지,“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갑자기 울려 퍼졌다. 이구연소좌가 전화를 받았다.

“예, 703호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6층 버튼을 누르세요. 그곳이 이번 회합의 장소입니다.>

“알겠습니다.”

스피커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아서 이상연대좌도 내용을 안다.

“가자.”

“예. 대좌동지.”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6층까지 내려왔다.

“저희를 따라오십시오.”

지하 6층에서 밖으로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사내 한 명이 둘을 안내했다.

그들이 간 곳은 터널처럼 천장이 둥그런 형태의 방이었다.

하지만 대단히 호화롭게 꾸려졌다.

찻잔과 술잔까지 모두 황금으로 만들어 누런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방에는 20명의 사내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전부 백인들이었고 그중 6명만이 황인이었다.

“어서 오시오. 내가 이 회의의 의장 요한이오!”

착석하자 요한이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단 하나의 목적, 바로 러시아의 금융을 빼앗아 오기 위해서요. 오늘 이 자리에 방청으로 참여한 중국, 일본, 북한의 대표들은 이 회합의 결정을 따라주기를 바라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때야 이상연대좌는 저 동양인들이 일본인과 중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인물들이다.

북한의 정보국 자료에 전혀 없던 인물들이라는 것은 그만큼 보안을 강화한 비밀 정보요원들일 것이다.

’뭐, 쪽발이든 되놈이든 상관없지! 우리가 돈 버는 일만 방해하지 않는다면···.‘

이상연대좌가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돈이었다. 15일 전, 북한의 김정일은 중국 주석으로부터 화상전화를 받았다.

그는 전화에서 양국의 무역 관계에 관련한 문제로 특사를 보낸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도착한 특사는 뜻밖에도 동양인이 아니라 코쟁이에 회색 머리칼을 가진 유럽인이었다.

그는 김정일과 두 시간 동안 면접했고 곧 돌아갔다.

그 이후 차출된 이상연대좌는 보좌관이란 이름을 붙인 감시인 이구연소좌와 함께 바티칸에 왔다.

그리고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FCI(금융제국의 약칭)에 소속된 각국의 사람들이다.

“우리는 러시아의 금융권을 장악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중이오, 그런데 단 한 명의 킬러에게 800명의 경호원과 13인의 FCI 주요 인사들이 살해되었소.

우리는 이 테러가 러시아의 DG그룹이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있소. 그들이 인수하려는 국가 은행 12개를 사지 못하게 우리가 방해했기 때문이오. 그때문에 그들은 아주 비싸게 주고 12개의 은행을 샀지.

특사 여러분,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가지 오해를 풀어야겠소, 세계인들은 우리가 전 세계를 유대인의 식민지로 만들고 비유대인들은 노예로 전락시키려 한다고 음모론을 주장하오.

그러나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나라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나라의 금융을 장악하려는 것뿐이오.

당신들의 나라에서도 재벌들이 다른 나라의 기업을 인수 합병하거나 합자회사를 세우고 있소, 그

렇다고 그 나라를 점령하는 것은 아니지 않소?

우리도 마찬가지요. 우리는 전세계 금융을 우리 FCI가 수중에 넣고 관할 하기를 바라고 있소, 이 일에 당신들도 동참해주기 바라오.

중국은 시베리아를 점령하기 위해 중국인들을 상인으로 밀어 넣고 있소. 아마 한 천만명이나 5천만명쯤 시베리아에 주저 앉아 정착을 하도록 유도하겠지, 중국에 그 정도의 인구를 들여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그다음은 때를 봐서 독립을 주장할 것이고, 그때 우리가 중국의 시베리아 진출을 돕겠소.

그리고 일본은 쿠릴열도와 사할린을 일본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소. 이것 역시 우리가 도울 것이오.

그럼 그 영토는 당신들의 것이 될 수 있소.

다음, 북한은 살인 훈련을 받은 킬러들이 7만 명 정도 있다고 알고 있소. 그들을 러시아로 들여보내 우리 FCI의 명령을 받게 해주시오.

그럼 오늘 당장 중국에 개설되어 있는 북한의 계좌에 100억 달러를 보내줄 것이오.

자, 10분간 생각할 시간을 주겠소. 이상이오!”

의장 요한의 말은 6명의 동양인들 가슴에 폭풍을 일으켰다. 이상연은 전화를 하고 싶었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아주 사소한 일도 김정일에게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니면 후에 일이 잘못되었을 때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이상연대좌는 고민했다. 여기서 전화는 금지다. 몰래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전화기란 전화기는 모두 압수했다.

더구나 방해전파까지 방출하고 있어서 휴대폰이 있어도 무의미하다.

’어떡하지?‘

이상연대좌는 고민에 또 고민했다.

자기의 말 한마디가 가족을 수용소로 끌려가 실험용 마루타가 되게 할 수도 있고 권력을 쥐고 떵떵거리며 살게 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10분 동안 이상연대좌는 천국과 지옥을 수십 번 오갔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그래, 어차피 도 아니면 모다!‘

북한에는 달러가 절실히 필요하다. 김일성 때부터 간절하게 소망하던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자면 달러가 무한정 필요한 것이다.

’좋아. 내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해본다!‘

잘 되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고 권력의 중심부로 들어갈 것이고 실패하면 죽어야 할 것이다.

“의장 각하.”

“예, 말씀하십시오. 특사님.”

“우리가 살인 병기 7만 명을 러시아로 들여보내겠습니다. 대신 100억 달러를 주겠다고 했지요?”

“예. 그렇습니다.”

“100억 달러와 함께 원자로 발전기의 설계도, 대륙 간 탄도 로켓의 설계도, 인공위성 설계도와 함께 기술자들을 보내주시오. 그럼 7만의 북한군 살인 병기들을 FCI에 영원히 넘겨주겠소.”

용병이 아니라 아예 영구적으로 킬러를 넘겨주겠다고 한다! 요한은 북한 살인 병기들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고 있다.

일단 13살 때 전국에서 근골이 좋은 남자들과 예쁜 여자들을 선별해서 뽑는다.

그다음 김씨가문에 대한 세뇌 교육을 1년간 한 뒤, 깊은 산속 정글의 훈련지에 데려가서 10년 동안 살인 실전 훈련을 시킨다.

이 과정에 수많은 훈련자가 죽는다. 하지만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10년이 되어 살아남은 인원은 2분의 1뿐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7만의 살인 병기들은 한국을 침공할 때 내부로 들여보내 대혼란을 일으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들을 모두, 그것도 용병이 아니라 영구히 종속시키게 해준다면 FCI에는 대박이다. 그만한 살인병기들을 그리 많이 만들려면 11년이라는 세월이 걸리니까! 그걸 FCI는 단숨에 건너뛰는 것이다. 대신 요구하는 설계도와 기술자들은 얼마든지 보내 줄 수 있었다.

“좋소. 당신들의 그 요구 모두 해결해주겠소!”

비밀 협약이 체결 되었다. 북한은 두 달 동안 7만 명의 살인병기들을 시베리아로 보내기로 했고 그들의 생사여탈권은 FCI가 가지게 되었다.

이제 시베리아를 두고 본격적인 혈투의 막이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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