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20화 (19/98)

제20화. 남자 친구.

<흰 눈이 붉은 눈으로 변하다!>

<유대인 13명의 죽음, 누가 벌인 일인가?>

<13인의 경호원 800여 명 전원 살해! 범인은 단 한 명!>

<참혹한 도살! 이곳은 푸줏간의 도살장!>

1990년 10월 28일, 오전 10시.

각 방송, 티브이, 신문에 실린 특별 뉴스의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다. 하기야 하룻밤 만에 13명의 유대인만이 아니라 경호원 800여 명이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죽었다. 게다가 어디에도, 살인자의 흔적은 없었다. 아니, 있다.

바로 살인자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경고문이었다.

<이것이 최후의 경고이며 마지막으로 너희들에게 베푸는 인정이다.

또다시 이번과 같은 일을 벌인다면 내 약속하마. 너희들의 본거지를 완전히 쓸어버려 남녀노소, 단 한 명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수호의 칼.>

수호의 칼이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개인일까? 단체일까?

대체 누구에게 하는 경고일까?

러시아는 물론 온 세상이 이 사건으로 술렁일 때다.

러시아연방 FSB보안국 방첩 과장으로 승진한 사라 푸틴 중령이 크라스나야호텔에 들어섰다.

“충, 성!”

크로스나야 로비 안에 들어서자 두 명의 FSB 특별기동대원들이 거수경례를 했다.

가볍게 거수경례로 마주 인사한 사라 푸틴이 주위를 둘러봤다.

늘 수많은 외국인으로 북적이던 크라스나야호텔이 텅 빈 것처럼 조용하다.

사건이 일어난 후, 이 호텔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중령님. 이거 미친놈이 한 짓 아닐까요?”

사라 중령의 부관인 방첩 장교 나쟈대위가 하는 말이다. 그녀의 말에 사라의 머릿속에 오늘 본 사건 현장들이 떠올랐다.

그곳은 정말 무자비한 살인의 광란장이었다. 목이 잘려 굴러다니는 머리통! 머리가 폭발하고 몸뚱이만 남은 시신,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수직으로 갈라진 몸뚱이. 두 동강이 난 시신, 토막토막 잘린 팔다리, 흰 눈을 붉게 물들인 시뻘건 피, 발 디딜 자리도 없을 정도로 사방에 쏟아지는 인간의 창자들!

‘인간이 할 짓이 아니야! 나쟈의 말처럼 정말 사이코패스가 한 짓일까?’

그러나 사라 푸틴 중령은 머리를 흔들었다. 경고장이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상대는 전부 유대인들이었다.

비밀리에 신원을 조회해본 결과, 그들은 엄청난 자들이었다.

스위스 BIS은행, 세계은행, IMF은행의 배후 주인들이었다.

게다가 이곳 크라스나야호텔에서 죽은 자는 영국 로스차일드가의 가주인 예후다 로스차일드였다.

전 세계 돈의 절반을 가지고 있다고 소문난 은행재벌 로스차일드가! 그 가주가 이곳에서 목과 팔다리가 토막토막 잘려 죽었다.

35층, 예후다 로스차일드가 묵던 방에 들어선 사라 중령은 방안을 주의 깊게 둘러보았다. 이미 시신들은 다 치워졌다.

하지만 왠지 음울한 기운이 풍기는 것 같다. 사라는 걸어서 창문 앞에 다가섰다.

35층에서 내려다보니 시내의 주택들이 작게 보인다.

마치 무슨 장난감들처럼···.

“나쟈대위.”

“예, 중령님.”

그녀가 옆으로 달려왔다.

“나쟈대위는 사람이 35층을 담벼락을 타고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해?”

“아뇨. 순수한 인간의 육신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예, 인간의 몸에 특수한 장치를 장착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령님.”

“특수장비 장착이라···.”

꽤 의미 심장한 발언이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과학은 불과 100년 전에 비하면 수만 배 발전했으니 말이다.

무심이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던 사라의 눈에 펄럭이는 깃발이 하나 보였다.

검은색 바탕에 가운데 있는 태극, 태극의 가운데에 있는 다리가 세 개 달린 황금빛 새!

“나쟈.”

“예. 중령님.”

“저 새의 유래를 알아?”

“음, 저건 한국과 북한의 고대 조상들이 신성한 새라고 여기던 삼족오라고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군, 맞아, 저 새는 삼족오야!”

그리고 사라는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정부가 화폐 발행권을 저 DG그룹 은행(아르진은행)에 넘길 때 굉장한 방해를 받았다고 그녀는 보고 받았었다.

그 방해자들이 바로 어젯밤 죽은 13인의 유대인 은행가이다.

그렇다면 어젯밤 살인자는···.

“나쟈대위.”

“예. 중령님.”

“우리 DG그룹의 회장을 만나러 가요!”

“예? DG 그룹 회장 말입니까?”

그녀는 뭔가 어리둥절했다.

살인 수사를 하다가 갑자기 DG그룹 회장은 왜 만나려는 것일까?

사라 중령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쟈대위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과 DG그룹 회장이 연결될 가능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하지만 직속상관의 명령이다.

그녀는 즉시 대답했다.

“예. 그럼 먼저 전화로 예약하겠습니다.”

“아니야. 그냥 갑자기 들이닥쳐 보고 싶어!”

“예, 예?”

뭔가 이상한 말을 하는 사라 중령이다.

“그만 가자. DG그룹으로!”

“예. 중령님.”

나쟈대위는 즉시 사라 중령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

단군그룹 본사의 정문.

“어디서 오셨습니까?”

정문 수위 즉, 문지기가 묻는 말에 사라 중령은 화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DG그룹 경비들은 모두 스페츠나츠나 정부 특수부대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자들이다.

그러니 사라와 나쟈가 입은 유니폼이 FSB라는 것을 알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시침을 뚝 떼고 묻는다.

‘이 괘씸한···.’

그녀는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쌍욕을 겨우 참아냈다.

급한 것은 자기지 저들이 아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는 것이 당연하잖은가?

그래서 사라 중령은 참고 부드럽게 말했다.

“FSB 방첩 과장 사라 중령입니다. 어젯밤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DG그룹 회장님께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 빨리 연락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정문 경비원의 얼굴에 난감한 표정이 어렸다.

“자, 잠시만요!”

그리고는 뒤에 있는 사람을 찾았다.

“조장님. 조장님!”

“왜?”

뒤에서 무엇인가 말하던 조장이 머리를 이쪽으로 돌렸다. 그때 경비원이 달려가더니 그의 귀에 대고 뭐라고 말했다.

“그래? 일단 내가 회장님께 전화해볼게!”

조장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버튼을 눌렀다. 이 당시 소련군에도 연대장급 이상만 핸드폰을 보급했었다.

그러나 DG그룹은 반장은 물론이고 조장까지도 일괄적으로 노키아를 공급했다.

“예. 회장님. 정문 경비 조장 본다르추크입니다. 예, 여기 FSB 방첩 과장 사라 푸틴 중령이 왔습니다. 예, 어젯밤 살인사건에 대하여 회장님께 질문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조장이란 청년이  사라 푸틴 중령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회장님께서 30분만 시간을 내줄 수 있다고 합니다. 어서 들어가십시오.”

“고마워요!”

사라 중령과 나쟈대위가 정문을 통과할 때였다. 조장이 소리쳤다.

“저기요. 회장님 사무실은 A동 9층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조장님!”

두 여인은 재개 발걸음을 놀려 A동에 가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있었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것을 보아 이미 연락을 받은 것 같았다.

A동 9층, 바로 DG그룹 회장의 사무실이다.

회장실로 들어가는 로비에 내린 사라 중령과 나쟈대위는 눈이 커졌다.

커다란 로비에는 최고급 터키산 푸른 융단이 깔려 있고 천정의 산데리아는 수십 개의 수정구슬이 색색이 반짝였다.

소파 하나, 탁자 하나 최고급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역시 DG그룹 회장 전용실 답구나!’

사라 중령은 속으로 감탄했다. 사라는 방첩 과장이 되면서 많은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중에는 아르진 리에 대한 자료도 들어 있었다.

<아르진 리. 26세. 그러나 겉보기에는 20살 정도로 강력한 동안임, 아버지는 고려인이며 어머니는 슬라브인, 아르진 리의 가계는 5대째 러시아 국민임.

아르진 리의 부모는 개방 초기 청바지와 카세트, 오디오를 비롯한 물건들을 중국으로부터 들여와 러시아에 팔았음, 그 후 그의 부모들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였음,

아르진 리는 부모님이 벌어 저축한 돈으로 야크추크주변의 숲속에서 금광을 발견하였음, 그는 그 지역 땅을 전부 사들인 다음 금광을 개발하여 많은 금을 채굴하고 있다고 함.

아르진 리는 100명의 올리가르히(신 재벌들) 중 현금 동원 능력이 가장 많은 올리가르히로 손꼽힘. 친척도 없고 아직은 미혼이어서 가족도 없음.

그는 사무실과 붙은 방에 침실을 만들고 가끔 그곳에서 잔다고 함.>

이것이 사라 중령이 아는 아르진 리의 자료이다.

경호원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한다.

아마도 회장에게 하는 것이리라!

전화를 끝낸 경호원이 다가오더니 말했다.

“중령님,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들어가십시오!”

“고마워요!”

사라 중령과 나자대위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밝고 쾌청한 사무실에는 아르진 리와 아름다운 아가씨가 한 명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FSB 방첩 과장 사라 푸틴입니다.”

“부관인 나자대위입니다.”

“DG그룹 회장 아르진 리입니다. 이쪽은 DG은행 회계 이사 디나 쿠르바코바입니다.”

“안녕하세요? 디나 쿠르바코바입니다.”

네 사람은 서로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비서가 들여온 차를 한 모금 마시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회장님. 어젯밤 어디에 계셨습니까?”

단도직입적인 사라의 질문이다. 그에 이준의 심기가 바뀌었다.

상당히 불편한 표정이다.

“여기서 잤소!”

“사무실에서 말입니까?”

“옆으로 돌아가면 내 개인 침실과 방, 주방이 있소!”

“그랬군요. 그런데 회장님. 어젯밤 여기서 잤다는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중령. 뭔가 날 의심하는 것 같은데, 맞나?”

이준의 얼굴이 굳어졌고 말도 거칠게 나왔다.

하지만 사라 중령 역시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그녀가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

“의심합니다. 어젯밤 모스크바에 들어와 있던 13인의 유대 금융가들이 죽었습니다. 또 그들을 호위하던 800여 명의 경호원도 전멸했습니다.

살인자는 전문 훈련을 받은 킬러가 분명합니다.”

“그게 날 의심할 근거가 되나?”

“몇 달 전 회장님께서는 국가 은행 12개를 인수하셨습니다. 맞습니까?”

“맞소!”

“그때 어제 죽은 유대 금융가들이 방해를 했다고 저희 FSB는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그 때문에 회장님께서 놈들을 제거하지 않았나,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이준이 시무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어쨌든 기분은 좋지 않군! 그럼 내가 어젯밤의 알리바이만 증명하면 되겠군, 그렇나? 중령.”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중령. 나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디나씨와 같이 있었소!”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말입니까?”

“그렇소만,”

“두 분께서는 무얼 하셨습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디나가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회장님은 제 남자 친구입니다. 설명이 더 필요한가요? 중령님.”

언뜻 사라 중령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수사 과정이기에 어쩔 수 없이 확인했습니다. 실례했습니다. 회장님.”

사라 중령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준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사라 중령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반드시 알아내고 말겠다는 투지를 다지는 듯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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