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일인군단.
지이잉, 지이잉~
한밤중에 DG그룹 전략기획부 정보국장 블라디미르 야첸코는 휴대폰이 울리자 귀에 붙였다.
"자는데 깨웠나?"
회장 이준의 목소리다.
"아닙니다. 아직 사무실에서 뭘 좀하고 있었습니다."
"유대 금융 카이텔에서 모스크바로 파견 온 자들이 묵고 있는 곳을 모두 파악했나?"
"예. 13곳입니다."
"말해주게."
"예. 회장님."
한참 후에 이준은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헬멧을 쓴 다음 맹렬하게 내달렸다.
빠다다다당~
독일제 바이크가 총알처럼 쏘아져 나갔다.
기동순찰대 차량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던 모스크바 남부 행정구 제26기동 순찰 조장 안드로포브는 흠칫 놀랐다.
바이크가 얼마나 빠른지 저 멀리서 미약한 엔진소리가 들리더니 와왕하고 그의 옆을 지나 까마득하게 사라져 갔다.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강렬한 바람에 경관모가 훌러덩 벗겨져 도로로 굴러떨어졌다.
"이런 개호로 새끼. 야. 정지. 정지."
하지만 바이크는 이미 보이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번개처럼 지나간 것이다. 그는 운전석에 앉아 있는 같은 경찰 동료에게 소리쳤다.
"야, 제프스키, 당장 시동 걸어, 저 시키, 추격해서 잡아!"
"못 잡아, 저 독일제 바이크, 시속 380km야, 벌써 보이지도 않잖아!"
"빌어먹을!"
안드로포브는 그제야 분노했던 심정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경찰 기동대 차량은 민간업체에서 몇 년씩 사용하다가 중고로 넘긴 것이다.
그러니 엔진이 썩을 수밖에 없다. 결코 기동순찰 차량으로는 독일제 바이크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범법자들은 신형을 타고 달리는데 그들을 잡아야 할 경찰들은 차들이 털털거리니 추격할 생각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 정말 빌어먹을 세상이다.
아모스 로스차일드의 집.
집에서부터 1,000m 구간에 바이크를 세우고 내린 이준이 주위를 찬찬히 들러 보았다. 풀벌레 소리 외는 조용하다. 그의 눈이 두 번 깜빡거렸다.
그러자 짙은 어둠이 사라지고 모든 사물이 대낮처럼 훤하게 보였다.
팟팟팟팟팟~
사람도 개구리처럼 뜀뛰기를 할 수 있을까? 있다.
지금 이준이 바로 개구리처럼 한번 도약에 100m씩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고 있다. 1,000여 미터 구간이 마치 축지법을 하듯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개구리는 한번 도약에 1m를 간다. 얼핏 생각하면 거리가 짧아 보인다.
하지만 잘 보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토종 참개구리의 몸은 엄지손톱만 하다.
그러니 1m 도약이라는 것은 몸집의 백배~천배에 이른다.
이준은 DNA를 개조하여 도약의 능력을 높이긴 했지만 토종 참개구리의 도약력에 비하면 너무 뒤떨어진다.
그래도 지금과 같은 도약 능력이라면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대문 앞에 두 명의 경호원이 서 있다.
쉬익. 턱.
대문은 두명의 경호원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갑자기 사람이 솟아나듯 앞에 나타나자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뭐, 뭐야?
이곳에 유대인이며 세계금융 카르텔 지도부의 한 사람이며, 전 세계에 퍼진 로스만 차일드가의 핏줄인 아모스 로스차일드가 묵고 있었다.
경호원들은 50명으로, 전부 그가 이탈리아에서 데리고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탈리아 대테러부대 “GIS”에서 복무하고 전역한 사람들이다.
그 때문에 살인격투, 맨손전투, 무기를 쥐고 하는 전투 등에 유능한 자들이다.
하지만 유전자 개조강화 인간인 이준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우두둑, 뚜드득~
속도가 너무 빨리 언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목이 부러져 죽은 경호원들도 자기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
털썩, 털썩~
두 명의 시신이 아직은 따뜻한 온기를 지닌 채 쓰러져 버렸다. 이준은 대문을 여닫는 버튼을 눌렀다. 대문이 양옆으로 밀려 나가며 열렸다.
츠르르르~
바퀴에 기름칠을 너무 잘해서 문 열리는 소리가 미약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상대는 “GIS” 출신의 경호원들이다.
잠이 들었던 경호 대장 나차레노는 눈을 번쩍 떴다. 분명히 들려오고 있었다.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이건 비상 상황이다.
아모스 로스차일드는 긴급회의가 아니면 절대 밤에 나가는 일이 없다.
그는 밤을 무지 싫어하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이건 적이 쳐들어온다는 뜻이 아닌가?
그는 급히 몸을 굴려 비상 신호 버튼을 눌렀다.
지이잉, 지잉, 지이잉~
붉은 등이 번쩍이며 비상 경고를 울려 48명의 경호원을 깨웠다.
그들은 이런 일에 숙련된 거친 하이에나들, 덤빔이 없이 차분하게 무장하고 나자 로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먹이들이 나타났군!’
이준은 땅을 박찼다. 순간, 핏 하는 미약한 소성과 함께 이준의 몸이 갑자기 사라졌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향해 도약한 것이다.
이준은 적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로 작정했다. 그의 손이 파란빛에 휩싸여 있고 그 손이 가로 그어졌다. 그러자 푸른 빛이 반달형 칼이 되어 싹둑 하고 목을 잘랐다.
번개처럼 빠르게···.
촤악~
갑자기 울리는 날카로운 소리, 정신없이 로비로 달려가던 경호원 한 명이 목을 잡았다. 그의 목에는 가는 실금이 그어졌고 머리가 기우뚱하더니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툭데그르르르~
너무 놀라 부릅떠진 눈을 그대로 하고 잘린 목이 바닥으로 떨어져 굴러갔다.
그리고 곧 머리를 잃은 몸통이 쓰러졌다.
털서덕~
그때 밤의 정적을 깨고 목이 찢어지는 듯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저, 적이다아~”
동료의 목이 잘리고 머리통이 땅바닥에 떨어져 굴러가자 다급하게 외친 것이다.
그리고는 손에 권총을 들고 정신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탕탕~
퍽석~
갑자기 그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버렸다. 바가지처럼 둥그런 머리뼈가 산산이 부서졌다. 머리칼이 달린 수십 조각의 머리뼈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곧 뿜어지는 붉은 핏줄기!
그는 거의 1m나 되는 핏줄기를 뿜어대며 철써덕 쓰러졌다.
“저자다!”
“쏴라. 집중사격!”
탕탕탕탕탕탕탕~
이준은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그는 쏘아지는 총탄의 빗속을 뚫고 경호원들을 향해 돌진했다.
퍽퍽퍽퍽퍽~
쏘아지는 총탄들의 이준의 몸에 박혔다. 하지만 곧 맥없이 떨어져 내렸다. 이준의 육신은 총알이 몸에 부딪치는 0.001초의 그 짧은 순간, 피부가 수축한다.
수축한 피부는 마치 솜처럼 질긴 방패가 된다.
거기에 부딪힌 총탄은 회전을 멈추고 급격하게 힘이 떨어진다. 그러면 더 이상 피부를 뚫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총탄이 몸에 맞고 떨어지는 것을 본 경호 대장 나차레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총알이 몸을 뚫지 못하고 떨어지다니?
이런 경우는 듣지도 보기도 처음이다. 아니, 인간의 몸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악하는 것은 경호 대장 나차레노만이 아니었다.
경호원들 전부가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정신이 멍한 상태였다.
그 순간, 이준의 그들 속으로 점프해 들어갔다.
그리고 가차 없이 두 손을 휘두르기 그들을 도살하기 시작했다.
그의 양손에 쥔 두 자루의 푸른 광선 막대기가 사정없이 가로 긋고 내리긋고 사선으로 그었다. 그건 마치 빛나는 네온등 불빛을 들고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춤은 영적인 평화와 기쁨을 위한 춤이 아니었다.
이준의 춤은 피와 죽음, 대량 도살의 춤이었다.
“아앗, 끄악!”
비명이 연이어 터져 올랐다.
목이 잘리고 허리가 뭉텅 끊어지고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수직으로 갈라지고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사선으로 갈라진 몸뚱이들이 스르륵, 철써덕,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러시아의 첫눈은 9월 말이나 10월 초면 내린다. 그런데 올해는 바로 오늘 밤에 첫눈이 내려 정원을 하얀 세상으로 바꾸어놨다.
그런데 그 하얀 세상이 붉게 물들어갔다. 경호원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피들이 흰 눈을 붉게 물들였고 그들의 몸에서 쏟아진 내장들이 흰 김을 피워 올리며 역겨운 비린내가 정원을 뒤덮었다.
“저, 저자는 악마다!”
“도망쳐라. 악마는 죽지 않는다!”
누가 먼저 외쳤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이준은 정말 악마처럼 보였다.
어떤 총탄에도 죽지 않는 자! 양손에 푸른빛이 나는 칼을 들고 무자비하게 경호원들을 도륙하는 모습은 악마, 그 자체였다!
어떤 방법으로도 죽일 수 없는 자. 그가 지나가는 길에는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몸이 두 동강 나고 수직으로 잘리고, 팔다리가 토막토막 잘려 나갔다.
공포에 질린 경호원들이 갈팡질팡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준이 그것을 보고 차갑게 중얼거렸다.
“너희들은 오늘 밤,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한다!”
그의 손가락에 파란 빛 구슬이 맺혔다.
그가 도망치는 경호원들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핑핑핑핑핑핑핑~
손가락을 떠난 푸른 구슬들이 화살처럼 날아가 경호원들의 머리, 심장, 폐를 꿰뚫었다.
“끄악. 아악!”
비명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머리가 뚫린 경호원이, 심장이 뚫린 경호원이, 페가 뚫려 컥컥거리는 경호원들이 곳곳에 나뒹굴었다.
50명의 경호원이 정원의 붉은 눈 위에 한 벌 깔렸다.
설명은 길었지만 불과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주위를 둘러본 이준은 더 이상 살아 숨 쉬는 인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가 3층 주택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 이 집의 주인, 세상의 금융을 틀어쥐고 돈벌이밖에 모르는 자가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돈을 벌기 위해 수많은 나라들을 외환위기 속에 몰아넣어 수많은 사람이 자살하게 만든 자들 중의 한 명, 아모스 로스차일드라는 악마가 있다!
쉬이익~
바닥을 찬 이준이 직선으로 날아올라 창문을 몸으로 부딪쳤다.
와장창~
창문이 산산조각이 나며 이준이 거실에 내려섰다. 순간, 잠옷을 입은 자, 바로 아모스 로스차일드가 두 손에 권총을 한 자루씩 쥐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탕탕~ 탕탕탕탕탕탕~
권총 한 자루에 16발, 두 자루의 권총에 장전되어 있던 32발의 총탄이 고스란히 날아가 이준의 몸에 박혔다.
하지만 곧 투드득 떨어지는 총탄을 본 아모스 로스차일드는 기절초풍했다.
분명히 무슨 방탄복을 입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총탄이 몸을 꿰뚫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때 이준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 모습이 꼭 지옥의 악마가 다가오는 것 같다.
“오, 오지 마라. 오지 마!”
뒤로 비틀비틀 물러나며 아모스는 부르짖었다. 자기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살고 싶으면 내 사람들을 죽이지 말아야 했다. 아모스 로스차일드.”
“나, 난 어떤 사람도 죽이지 않았소. 미, 믿어주시오!”
“러시아연합당의 국회의원 세 명!”
“허걱!”
그제야 아모스는 이준의 말을 알아들었다. 이준이 무엇 때문에 경호원들을 말살하고 자기에게 왔는지를! 아모스 로스차일드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사, 살려 주시오, 그 일은 붉은 호텔에 있는 예후다 로스차일드가 내린 명령이오!”
“안다. 그도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이준의 차가운 말에 아모스는 알 수 있었다. 진짜로 모두 죽이려 한다는 것을!
하지만 아모스는 죽고 싶지 않았다. 죽기에는 그에게 너무 많은 재산이 있었다.
그 재산을 그냥 두고 죽는다면 너무도 억울하다!
아모스 로스차일드는 재빨리 타협안을 생각해 냈다.
'그래, 돈을 싫다고 하는 자는 없다!'
아모스는 앞에 있는 이준의 한쪽 발을 그러안았다.
“살려주시오. 그럼 당신에게 18조 달러를 주겠소, 그 돈이면 나 하나 살려준다고 해서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오.”
“그 돈 어디에 있지?”
“로마, 교황청 은행에 예치되어 있소, 계좌와 비밀번호만 알면 언제, 어느 때든 찾을 수 있소, 모두 넘겨드릴 테니 제발 살려주시오.”
전 세계의 경제를 움직이는 돈이 약 70조 달러라고 한다. 그런데 일개인이 18조 달러를 가지고 있다면 상상이 가지를 않는다.
“살고 싶으면 종이에 적어라. 허튼짓하면 네놈을 이렇게 만들어주마!”
촤악~
어느 순간에 나타났는지 이준의 손에 쥐어진 파란 칼이 원탁을 매끈하게 두 조각으로 갈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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