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15화 (14/98)

제15화. 회장.

저격수에게 부동은 생명이다. 어떤 경우에도, 즉, 벼락이 쳐도, 화산이 폭발해도 절대 움직이지 않고 적이 나타날 곳을 겨누어야 한다.

하지만 공포가 머릿속에 스며들자 오랫동안 몸에 밴 제2의 본능인 부동이 무너졌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살짝 움직였고 그것이 자기의 생명을 끝내는 계기가 되었다.

피융, 피융, 피융~

“악. 컥. 윽!”

갖가지 비명이 터졌다. 담장 위에 담장과 비슷한 보호색을 옷을 입고 카멜레온처럼 엎드려 있던 저격수들이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들이 총에 맞은 곳은 전부 이마, 즉 헤드삿에 당해 즉사했다. 블러드 데빌들은 오줌이 나올 것 같은 지독한 공포에 심신이 짓눌렸다.

조금이라도 움찔하면 귀신같이 총탄이 날아와 헤드삿이 된다. 그렇게 죽은 동료들이 벌써 20여 명, 살기 위해서는 뭔가 대책이 있어야 했다.

그때였다. 낮으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지킨. 이젠 그만 나오시지? 부하들을 다 죽인 다음에야 나올 셈인가?”

하지만 대답이 없다. 지금 지지킨은 방탄 장치가 된 집안에서 공포로 어쩔바를 몰라 하고 있다.

그 방에는 그의 아내와 세 명의 첩들, 그리고 아이들이 여섯이나 있다. 방밖에는 그의 직속 친위대 100명이 기관총으로 무장한 채 지키고 있었다.

“끝내 나오지 않겠단 말이지? 밖에 있는 블러드 데빌들은 너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런데도 숨어만 있겠다는 것인가? 지지킨.”

‘크윽!’

지지킨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가 싸우고 싶다! 하지만 그건 마음뿐, 나가면 단방에 해드삿을 당할 것이다.

이제 알고 보니 신화창조 투자사 사장 아르진 리는 무서운 자였다.

아니, 괴물이었다. 지지킨은 외부에 설치된 수많은 CCTV가 보내는 전파로 방안에서 티비를 보았다.

그리고 아르진 리, 이준의 활약상을 똑똑히 보았다. 저자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어떻게 30m 이상을 점프하며 번개 같은 속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게다가 사격술은 백발백중, 아무리 어두워도 이준의 사격술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그는 마치 대낮에 목표물을 쏘듯이 총탄을 발사해 헤드삿을 시켰다.

저런 자에게서 어떻게 살아남는단 말인가?

’방법이 없나? 방법이···.‘

그가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치며 고민할 때였다. 다시금 이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들어가지. 내가 들어가면 너를 지키는 친위대 100명이 모두 시체가 된다. 그래도 나오지 않겠나?“

’아르진 리, 이 개새끼!‘

하지만 나갈 수 없다. 나간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 분명하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들어가지.“

그리고는 이준의 목소리가 명확하게 울려 퍼졌다.

”블러드 데빌, 그리고 친위대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들과 원한이 없다. 원한이 있다면 너희들의 대가리인 지지킨이다.

지지킨이 유대 금융 세력에게서 2억 달러를 받고 나를 꼭두각시로 만들거나 죽이려고 했다. 따라서 내가 살려면 지지킨을 죽일 수밖에 없다.

나는 블러드 데빌이나 친위대가 날 공격하지 않으면 너희들을 죽일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러니 나를 공격하지 마라.

당신들을 살려주고 싶은 내 진짜 마음이다. 그럼 이제 간다!“

쒸아앙~

대기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이준의 신형이 저택으로 들어가는 로비에 내려섰다. 그건 정말 빛 같은 속도였다.

소리보다 더 먼저 이준의 몸이 로비의 기관총 왼쪽 앞에 나타난 것이다.

”허걱!“

쌀 마대 10여 개를 쌓고 기관총을 겨누고 있던 친위대의 기관총사수 고고리와 부사수가 숨을 들이켰다. 그 무서운 아르진 리가 2미터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총을 쏘지 못했다. 아니, 쏠 생각이 없었다.

자기 보스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부하들이 계속 죽어가는 데도 방구석에 처박혀 나오지 않는다니?

진정한 보스라면 죽든 살든 나와서 아르진 리와 협상을 해야 할 것이었다. 아르진 리를 먼저 공격한 것은 바로 지지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대 금융가들의 돈을 2억 불이나 받고 같은 러시아인인 아르진 리를 죽이려고 했다.

이건 러시아 민족에 대한 배신이었다. (러시아 민족은 128개 민족의 연합체다)

그래서 쏘지 않았다.

"나를 쏘겠나?"

이준이 기관총사수에게 물었다. 고고리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아뇨. 난 쏘지 않겠습니다."

"어째서, 자넨 지지킨의 돈을 받고 그를 지키는 것이 아닌가?"

"예. 맞습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의 돈을 받고 러시아인을 죽이려 한 것은 배신입니다. 그러니 당신을 쏠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은 일파만파로 퍼져 갔다. 무엇이든 처음이 힘들다.

고고리가 기관총을 내려놓고 옆으로 물러서자 다른 친위대원들이 저마다 자동총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우리도 당신을 공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에 이준이 말했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내 적이 아니다. 길을 비켜 주겠나?"

우르르르~

100명의 친위대가 총을 내려놓고 길을 내주었다. 마치 모세를 통과시키기 위해 홍해의 물이 갈라지듯이! 그것은 블러드 데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지지킨에 대한 지독한 배신감을 느끼며 모두 어둠 속에서 정원으로 나와 스스로 무장해제를 했다.

"블러드 데불, 우리도 당신에게 총을 겨누지 않을 것입니다."

"고맙다. 블러드 데빌, 당신들은 역시 전사들이다!"

저벅저벅~

그렇게 말하고 이준은 지지킨이 있는 방을 향해 걸어갔다.

"으아아!"

지지킨이 고함을 질렀다. 놈이 다가온다. 보무당당하게! 벽체가 강화방탄합성유리라 로비가 환하게 보였다. 그런데 친위대가 총구를 돌렸다.

뒤이어 블러드 데빌도 저 애송이에게 복종했다.

이제 지지킨에게 남은 것은 가족밖에 없다. 아니, 또 있긴 하다.

독일의 국제 은행에 저축한 비자금이다.

여기서 도망치기만 한다면 그 돈으로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자면 더 애송이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

"아르진 리, 무기는 모두 내놓고 너만 들어와라."

이준의 얼굴에 비릿한 표정이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사실 이준에게는 총이 필요 없다는 것을 지지킨은 모르는 것이다.

“그러지.”

딸각하고 문이 열렸다. 이준이 저벅저벅 걸어 들어갔다.

방 안에 있던 지지킨의 아내와 세 명의 첩, 그리고 6명의 아들딸이 공포와 증오가 범벅이 된 눈빛으로 이준을 노려보았다.

그의 앞으로 지지킨이 걸어 나왔다. 그리고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털썩!

지지킨이 이준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건 무슨 뜻인가? 지지킨.”

“내가 졌습니다. 항복하죠. 다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갑자기 달라진 지지킨! 하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지지킨의 핵심 세력들이 지지킨을 버렸다.

만약 지지킨이 설사 죽는다고 해도 앞장서서 용감하게 싸웠다면 오히려 존경받았을 것이다. 마피아라고 모두 무식하고 살인과 피밖에 모르는 자들이 아니다.

이 당시 마피아의 구성원들은 제대군인들과 아프가니스탄 참전군인들, 해산된 스페츠나츠를 비롯한 특수부대원들이 많았다.

소련이 해체될 당시 소련군은 500만 명, 특수부대원들은 50만 명에 달했다.

1990년대의 기록을 보면 당시 러시아의 마피아는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넘었다.

상상도 못 할 숫자다. 하지만 러시아니 가능하다.

매번 인류 역사의 고비마다 파란을 일으킨 러시아가 아닌가?

1917년의 붉은 혁명! 그리고 300만 명에 달하는 부자들의 처형, 분노하여 공산당을 반대하여 들고일어난 적백내전! 6년 동안 벌어진 적백내전에서 양측의 사상자는 1천만 명에 달했다.

그리고 히틀러가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 모두가 아는 것처럼 히틀러의 무적 독일군을 막을 군대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은 거침없이 프랑스를 격파하고 전 유럽을 점령했다. 만약 이때 히틀러가 소련을 치지 않고 수송선들을 건조하여 영국을 쳤다면 영국은 폭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두 개의 전선에서 싸우는 어리석은 짓도 없었을 것이고!

그러나 이때 히틀러는 자만했다. 또 유럽을 모두 점령하고 보니 자기의 독일군이 천하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러시아도 독일군이 공격하면 빠르게 무너질 허수아비로 생각했다. 그리하여 히틀러의 일생에 가장 심각한 착오인 “바로바로사작전” 바로 소련을 침공했다.

이때 소련은 전 국민이 떨쳐 나서서 독일군을 막았다. 스탈린에 대한 충성심이나 KGB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나라가 없어지면 전 국민이 노예가 된다는 생각 때문에 싸웠다.

128개의 민족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죽음도 불사하고 돌진해오는 독일군 전차에 다이너마이트를 품고 육탄으로 자폭 공격을 했다.

어떤 역사가들은 러시아의 겨울 추위 때문에 독일이 졌다고 한다. 아니다. 겨울이 추운 것은 사실이나 추위가 독일군을 물리쳐준 것이 아니다.

스탈린이 위대한 전략가라서 도 아니다.

바로 128개 민족이 목숨을 던져 무적 독일군을 막아낸 것이다.

전쟁이 끝났을 때 러시아의 128개 민족의 사내들은 2,000만 명이 전사했다.

러시아인은 바로 이런 인간들이다.

무언가 목표가 정해지면 불물을 안 가리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것! 그게 바로 러시아인의 정신이다.

지금도 그렇다. 마피아가 백만이나 되는 것은 러시아가 대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금 러시아인들은 어떤 승리를 위해서 마피아가 된 것이 아니다.

오직 먹고 살기 위해서, 가족을 굶주림에서 생존하게 하려고 마피아가 된 것이다.

그러니 최후의 순간에 지지킨이 이준 앞에 무릎을 꿇은 것도 이해 못할 것이 없다.

“가족을 살려달라는 말인가?”

“예. 가족을 살려주면 외국으로 보내겠습니다. 부디 승자의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이준이 슬며시 머리를 돌려 밖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강화합성유리로 만든 방이어서 밖에서도 안이 들여다보인다.

지금 MIS마피아들은 충격을 받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가장 큰 마피아보스가 이제 20세 초반의 어린 청년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한 것이다.

“좋아, 가족도 살려주고 너도 살려주겠다. 단 지금 당장 떠나라!”

“예? 지, 지금 말입니까?”

“지금 떠나지 못하면 너와 네 가족은 부하들의 손에 죽는다, 이해 못하겠나?”

그렇다! 지금껏 저리도 비겁한 자를 보스로 섬겨왔다는 충격에 부하들은 결코 지지킨과 그의 가족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마피아들의 싸움에서는 인정이란 없다. 여자든 아이든, 노인이든 훗날 복수의 씨가 될 것은 모조리 제거해버린다.

그 때문에 마피아 간의 전쟁이 일어나면 참혹한 살육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떠나겠습니다!”

“한 시간 후다! 그 이상은 나도 지켜주지 못한다.”

그리고 방을 나온 이준은 MIS조직의 이인자였던 하벤스키를 불렀다.

“예, 하벤스키, 명대로 왔습니다.”

“MIS의 간부들을 모두 모이게 하라. 오늘부터 내가 MIS의 회장이다!”

“예썰,”

이준이 스스로 MIS의 회장이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마피아는 뭐니 뭐니 해도 실력이 우선이다.

그 실력은 차고 넘친다는 것을 이들은 싸움 중에 알았다. 또 이준은 마음이 넓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원래 마피아는 패배한 상대의 수장들은 살려두지 않는다.

모조리 죽여 마피아구성원들이 공포에 반기를 들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이준은 수장과 가족을 살려 보냄으로써 대인의 풍모를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리더쉽이었다. 그는 마피아들이 진정으로 순복하게 했다. 그러니 이의를 제기할 자는 없었다.

“MIS의 부회장은 하벤스키다. 이제부터 MIS의 모든 지휘는 하벤스키가 한다. 알았나?”

“예썰!”

이준은 정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 때문에 다른 5대 마피아조직들은 MIS의 수장이 하벤스키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준은 그렇게 20만 명에 달하는 MIS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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