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9화 (8/98)

제9화. 금융재벌의 탄생.

모세 이브기는 러시아 강철산업의 선두주자를 달리는 강철 재벌이다. 강철의 올리가르히! 그것이 모세 이브기를 지칭하는 단어다.

겨우 5년 동안 러시아의 강철산업 60%를 장악한 모세 이브기는 늘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하지만 오늘 모세 이브기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덮여 있었다.

‘어림없다. 네놈이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해도 200명의 전직 스페츠나츠 요원들을 감당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젯밤, 모세 이브기는 검은 복면을 쓴 자의 방문을 받았다. 숱한 경호원들의 숲을 헤치고 귀신처럼 나타났던 자! 놈의 말은 간단했다. 은행경매를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만약 경매를 강행한다면 KGB에 유대인 금융 세력의 음모와 조국 러시아를 배반한 자기의 실체를 폭로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세 이브기는 코웃음을 쳤다. KGB에는 이미 모세 이브기가 매수한 자들이 권력의 이인자, 삼인자다. 그래서 거부했다. 그러자 놈이 말했다.

“그럼 당신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오.”

놈의 협박을 무시 할 수는 없었다. 모세 이브기에게는 전직 소련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출신 경호원 200명이 있었다. 그 중 150명은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이 있는 집을 경호하게 했고 50명은 대학에 간 딸을 경호하게 했다.

모두 콜트권총과 우지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채···.

“어디 네놈이 어떻게 하는지 보자!”

하지만 마음 한쪽이 자꾸만 찝찝해진다. 그것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그때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더니 비서실장이 튀어들었다.

“회, 회장님. 사모님과 두 자제분께서 나, 납치당하셨습니다.”

“뭣이?”

집에는 150명의 전직 스페츠나츠 출신 경호원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그것도 완전 무장을 하고!

그런데 그들을 모두 해치우고 아내와 두 아들을 납치해갔단 말인가?

“여, 여기 CCTV에 녹화된 놈들입니다.”

비서실장이 집과 연결된 CCTV 텔레비전을 가동했다. CCTV가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의 독일에서다.

당시 독일에서는 V2 로켓의 시험 발사를 관찰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직접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는 없었기에 로켓 발사대에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한다.

이것이 현재 기록에 남아 있는 첫 번째 CCTV로 보고 있다. 하지만 CCTV를 공공안전 분야에 처음 도입한 것은 미국이다.

1965년 미국의 한 언론에 CCTV의 필요성에 대한 보도가 실렸다. 그리고 4년 후인 1969년 뉴욕 경찰이 뉴욕 시청에서 가까운 지방자치 건물에 CCTV를 설치한 것이 공공안전을 목적으로 사용된 첫 번째 사례로 알려져 있다.

1973년에는 뉴욕의 명소인 타임스퀘어에도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CCTV가 처음으로 설치됐지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뉴욕에 CCTV가 설치된 이후 미국 전역에서 CCTV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에 들어서는 공공 분야뿐 아니라 은행과 마트, 주유소 등 범죄 발생률이 높은 민간 매장을 중심으로 CCTV 보급률이 높아졌다.

러시아는 개방 전까지는 소련 공산당 총서기를 비롯한 최고 권력자들의 집과 공산당 중앙청사에만 CCTV를 미국에서 사다가 설치했었다.

개방이 되자 모세 이브기는 올리가르히들 중 가장 먼저 CCTV를 사다가 설치한 인물이다.

치지직~

전파가 치직 거리더니 선명한 화면이 나왔다.

“저, 저것은···.”

화면에 몸에 딱 붙는 검은 옷에 복면을 한 자가 경호원들과 싸우는 장면이 선명하게 보였다.

퍽, 콰직, 우두둑~

복면인은 날쌘 표범 같았다. 불의의 기습으로 전직 스페츠나츠 요원이었던 자기의 경호원들을 너무 싶게 쓸어 눕히고 있었다.

경호원들이 약한 것이 아니라 놈이 상상외로 강한 것이다.

“침입자다, 총을 쏴라! 컥!”

명령을 내리던 조장이 가슴을 그러쥐더니 털썩 쓰러졌다.

검은 복면의 손에서 푸른 빛 열 개가 쏘아졌다. 얼마나 빠른지 번쩍하는 순간, 달려오던 10명의 경호원의 가슴에 푸른 빛이 닿았다.

“아앗. 크아앗!”

10명의 경호원이 총 한 방 쏘아보지도 못하고 나뒹굴었다.

그들의 어깨나 허벅지마다 푸른빛이 통과했다. 구멍이 뻥 뚫린 허벅지와 어깨에서 연기가 풀풀 나온다. 하지만 피는 흐르지 않았다.

마치 공기가 움직이듯 맹렬하게 달리면서 복면인은 150명이나 되는 경호원들을 10분도 안 돼서 모두 쓸어 눕혔다.

빛처럼 빠른 푸른 빛이 기관총처럼 쏘아지니 경호원들은 속절없이 쓰러지고 만 것이다. 무얼 어떻게 해볼새도 없이! 그러자 승합차 한 대가 달려들어 오고 서너 명의 검은 복면들이 달려 들어가 부인과 두 아들을 차에 강제로 태웠다.

그때 복면이 CCTV 화면을 보며 입을 열었다.

“경매를 중단하면 네 아내와 두 아들을 조용히 보내준다. 허나, 잔머리를 굴리면 네 아내와 아들은 죽어도 편하게 죽지 못한다. 워낙 내 부하들이 거칠어서 말이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는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모세 이브기는 대학에 갔던 딸이 납치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딸을 경호하던 50명의 경호원은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해보지 못하고 쓰러졌다고 한다.

“이, 이 괴물같은 놈, 이놈은 사람이 아니라 고스트다!”

그때였다.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비서가 받으려 하자 모세가 말했다.

“잠깐, 내가 받겠다.”

왠지 자기가 받아야 한다는 예감이 든 모세 이브기다. 수화기를 귀에 붙이자 변조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역시 회장님이군요. 내가 전화를 할 줄 알고 직접 받다니? 이제 결정하세요. 모든 은행의 경매에서 딱 두 배만 배팅하세요.

그럼 당신의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대학생 딸은 솜털 하나 건드리지 않고 무사히 돌려보낼 것입니다.>

“반드시 그래야 할 것이다. 만약 내 아내와 딸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내 모든 것을 걸고 네놈을 찾아내 갈가리 찢어 죽일 것이다!”

<걱정하지 마시오. 회장. 난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성미라. 그럼 안녕히.>

전화가 끊어졌다. 모세이브기는 꽉 움켜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고스트 이놈. 내 반드시 너를 찾아서 오늘의 굴욕을 돌려줄 것이다. 기다려라.’

하지만 그건 다음의 일이다. 지금은 경매를 놈과 약속한 대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유대 금융 세력에게 할 말이 생긴다.

어쩔 수 없이 모세 이브기는 경매장의 자기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반, 내 말을 잘 들어라, 경매를 할 때 어떤 은행이든 경매가의 딱 두 배만 불러라, 만약 두 배 이상 배팅하는 자가 나오면 중단하라.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래, 잘하리라 믿는다!”

딸칵.

전화를 놓은 모세 이브기가 분노의 표정으로 말했다.

“고스트를 찾아라. 놈이 누구며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 암튼 놈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내라. 알았나?”

“예.”

비서실장이 나갔다. 창문을 내다보는 모세 이브기의 두 눈 흰자위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실핏줄이 터져 피가 흐르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분노로···.

하지만 이날 사고가 난 것은 모세 이브기만이 아니었다.

10여 명에 달하는 올리가르히(신 재벌들)들이 자동차 사고나 갑작스러운 맹장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모두 이준의 모략에 걸려든 자들이다.

‘내 말을 순순히 따랐다면 너희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이준은 일이 뜻대로 성공하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모스크바 주식센터.

오늘 주식센터의 거대한 방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생 재벌)들 100여 명과 지하 세계의 사채업자 중 큰 손들, 심지어 러시아정부의 고급 관료들까지 은행경매에 나왔다.

은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바로 보여주는 상황이다.

“여러분, 조용히 하세요.”

경매 주체인 러시아 중앙은행의 사회자가 나왔다. 그의 말에 시장처럼 와글거리던 경매장이 조용해졌다.

“존경하는 신사·숙녀 여러분, 이제부터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12개 은행을 경매하겠습니다. 경매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가장 많은 외환, 즉 달러를 부르는 사람이 그 은행의 주인이 됩니다. 그럼 제일 먼저 모스크바 중앙행정구의 크라스나야은행을 경매합니다.

초기 경매가는 10만 불, 시작가는 11만 불부터입니다. 경매에 참여하실 분들은 번호패에 가격을 적어 들어 주십시오!“

조용하다. 누구도 번호패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경매장은 팽팽하게 당기어진 활시위처럼 긴장이 감돌았다.

그때 누군가가 번호패를 들었다. 157번이다. 가격은 11만 1천 달러다.

”예, 157번님께서 11만 천 달러를 베팅하셨습니다. 다른 분께서는 없으, 아, 12번님께서 11만 5천 달러를 베팅하셨습니다. 아, 또 있습니다.

32번님께서 12만 달러를 베팅하셨습니다. 이제 더 없으십니까?“

그러자 패가 다시 들렸다. 바로 처음 11만 천 달러를 적었던 157번이다. 가격은 12만 1천 달러가 적혀 있다.

”예, 157번님께서 12만 1천 달러를 베팅하셨습니다. 더 배팅하실 분 없으십니까?“

조용하다. 그러자 사회자는 의장용 나무망치를 들었다.

“그럼 크라스나야 은행매각을 마감하겠습니다. 내 손에 들린 망치가 세번 내려치기 전에 또 배팅할 분은 배팅해도 됩니다. 그럼 마감을 시작합니다. 크라스나야 은행 12만 달러, 완~”

경매장은 숨소리마저 죽였다. 하지만 누구도 더 이상의 배팅은 하지 않았다.

“투~”

그래도 경매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그에 사회자의 입에서 마지막 숫자가 헤어졌다.

”쓰리!“

땅, 땅, 땅~

망치 소리가 울렸다.

”크라스나야 은행이 12만 1천 달러로 157번님께 낙찰이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짝짝짝짝~

경매 예의상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157번은 바로 막심이었다. 그는 경호원 두 명과 함께 왔다. 그리고 옆에는 이준이 앉아 있었다.

”다음은 모스크바 북부은행입니다. 초기 경매가는 100만 불, 시작은 200만 불부터입니다. 북부은행에 배팅하실 분들은 금액을 적고 패를 들어 주십시오.“

옆에 앉은 이준은 속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 모스크바 은행 8개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은행 4개는 내 손에 들어왔다!’

이준이 모스크바 은행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은행을 싹쓸이한 것은 이유가 있다.

러시아의 모든 물가와 경제 지표수는 바로 이 두 개의 도시가 결정한다.

따라서 이 두 도시의 은행을 가질 수 있다면 당연히 러시아 전체 은행의 이자를 조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정부의 1년 세수를 담보로 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러시아의 첫 금융재벌이 탄생을 앞두고 있었다.

바로 이준의 금융재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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