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유대인.
모스크바 “제1 붉은 호텔”은 스위스의 한 자본가가 샀다. 그래서인지 외국에서 모스크바에 오는 최상류층들은 대개 “제1 붉은 호텔”에서 묵는다.
붉은 호텔은 37층인데 30층 이상으로는 손님들이 올라가지 못한다. 30층 이상부터는 호텔직원들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1990년 6월 7일 밤 10시 30분.
호텔 측면의 그늘진 곳으로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사람이 한 명 나타났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휘리릭 몸을 날려 담벼락에 붙었다. 순간의 그의 손바닥과 발에서 흡반 같은 미세한 물질들이 가득 솟아났다.
사사사사사~
그의 몸이 무서운 속도로 담벼락을 타고 위로 올라간다.
마치 평지를 뛰는 것처럼···.
그의 손과 발바닥에서 나온 미세한 흡반들이 벽에 척척 달라붙기에 벽을 타는 것이 마치 평지를 달리듯 하는 것이다.
어느새 31층에 도착한 검은 복면인이 매방의 창문마다 옮기며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가 올라선 곳은 35층의 어느 한방이었다.
그곳에는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쳤다. 하지만 복면인의 눈이 두 번 깜빡이자 시력이 두꺼운 커튼을 뚫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투시경 역할을 하는 세포들이 있기에 간단하게 커튼을 넘어 안의 사람들을 보는 것이다.
안에는 20명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러시아의 FSB(러시아연방보안국. KGB의 후신)와 Gsh(군사정보국), FAPSI(러시아연방 정보통신국), SVR(해외정보국) 등 모든 정보기관이 우리 유대 금융계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또 민영화 은행법을 입법화함으로써 우리 유대 금융계가 발붙일 틈을 없애버렸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제2의 방법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누군지는 모르나 모두의 앞에서 러시아 은행 민영화와 관련하여 자세한 정보를 설명했다.
“그럼 제2의 방법은 뭐요?”
가장 상석에 앉았던 자가 물었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짐작하고 이미 20년 전, 유학하러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에 온 러시아인들을 매수하였습니다. 이제 그들을 내세워 은행을 사게 하여야 합니다.
러시아인들은 그들이 진정한 러시아인들로 믿겠지만 사실은 우리 유대 금융 세력을 위해 일한다는 것을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공작 각하.”
“그렇군! 아주 잘했어!”
그러자 다른 자가 나섰다.
“그럼 그들에게 돈을 밀어주고 은행들을 싹쓸이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찬성하십니까?”
“당연히···.”
“찬성하네!”
“물어볼 것도 없지, 러시아의 은행만 우리 것으로 만들면 지구 대륙의 6분의 1에 달하는 광대한 러시아를 우리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클클클.”
“자, 그럼 내일의 승리를 위하여. 건배!”
“건배~”
챙챙챙
술잔을 부딪친 유대인들이 술을 목구멍으로 맛있게 넘겼다.
“여기 이 CD에 그자들의 신상 명세가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우리 손에서 벗어나려면 이것을 사용하여 사회적으로 매장할 수가 있습니다. 하하하.”
“하하하하하~”
유대인들의 통쾌한 웃음소리가 창문으로 흘러나왔다.
밤 1시 30분, 유대인들이 모두 경호를 받으며 자기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호텔주인인 가브리엘이 금고를 열고 매수 된 자들의 이름이 적힌 CD를 금고 안에 넣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때 창문의 틈새로 얇은 구리 선이 들어왔다. 구리 선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구불구불 움직여 창문 잠금 고리를 기척도 벗겼다.
스르륵.
창문을 옆으로 밀어 열고 들어선 복면인은 곧바로 금고로 가서 번호를 유심히 보았다. 그의 눈이 두 번을 깜빡였다.
그러자 금고 번호에 손이 가장 많이 닿은 흔적이 선명하게 보였다.
인간의 손에서는 땀과 기름이 나온다. 하지만 사람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투시안으로 보면 기름이 묻은 번호가 선명하게 보인다.
그는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번호를 눌러 금고문을 열었다.
금고 안에는 금괴와 보석, 파운드와 달러 다발이 가득 쌓여 있었다.
복면인은 자루를 꺼내 금괴와 보석, 파운드와 달러 다발을 모두 담았다. 도적이 든 것으로 가장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CD를 품속에 넣고 금고문을 닫은 복면인은 창문으로 점프했다.
쐐애액~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창공으로 활공했다. 35층의 높이에서 뛰어내리면서 바람을 타고 새처럼 활강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내려선 곳은 “제1 붉은 호텔에서 2천 미터나 떨어진 골목이었다. 그는 두건을 벗었다. 복면인은 바로 아르진 리, 이준이었다.
“생각지도 않은 전리품을 얻었군!”
은행경매를 앞두고 각국에서 온 유대인들이 “제1 붉은 호텔”에 투숙한다는 것을 알고 혹시나 해서 둘러본 이준이었다.
그런데 러시아인 중에서 유대 세력에게 매수 된 자들의 명세를 얻었으니 큰 성과였다.
쉬익~
이준이 주택의 지붕과 지붕을 짚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1990년 당시 러시아에는 CCTV가 없었다. 아니, 있긴 했지만 그건 크램린궁전과 공산당 정부, 정보기관들에만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니 복면을 벗고 마음껏 달려도 역추적을 당하지는 않는다.
***
로만 아브라모위치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 재벌)들 중 제1위의 재벌그룹 회장이다. 러시아는 공산국가였기에 개개인이 아무리 부정 축재를 해도 1천만 달러 이상의 돈을 벌 수는 없다.
공산국가 체제상 개인 장사행위는 황색물(자본주의 사상에 젖은)에 젖은 자로 간주하여 수용소로 끌려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로만 아브라모위치는 1985년 시장경제정책이 발표되자 즉각 외무부 차관직을 사임하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는 1986년 소련의 전국 TV 방송인 ORT와 신문 매체인 “이즈베스티야(불꽃)”, 또 다른 신문인 “코메르산드”를 사들여 일약 미디어 재벌이 되었다.
또 가스 유전회사 중 절반을 차지하여 1990년에는 러시아 그룹 순위 중 제1의 그룹으로 변신하였다.
이때 그의 개인 자산은 260억 달러였고 그룹의 총자산은 1조 8천억 달러였다.
그것은 정말 모든 사람이 놀랄 신화였다.
겨우 4년 조금 넘어서 외무부 차관이며 개인 재산이 130만 불에 불과하던 로만 아브라모우치가 어떻게 공룡과 같은 재벌이 되었을까?
그것은 로만 아브라모위치가 바로 유대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오래전 미국의 모건(유대인)이 1907년 대공황 시기에 혜성처럼 나타나 대공황의 위기를 해결하고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모건은 오늘의 미국중앙은행(연준은)을 만들었다. 그 미국 은행이 바로 미국의 돈줄을 움켜쥐었다. 그때 공황을 해결한 돈이 바로 유대인들이 뒤에서 밀어준 돈이다.
로만 아브라모위치 역시 러시아의 유대인이었다. 그 역시 많은 사업체를 사들인 돈이 바로 유대금융계의 주머니에서 흘러나온 돈이었다.
결국 아브라모위치는 유대인의 바지사장에 다름이 아니었다. 이 당시 러시아재벌 그룸 순위 제1위인 10대 재벌은 두명만 제외하고 8대그룹이 모두 유대인이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햇빛이 화창한 6월의 오후 3시, 오만 그룹 회장실에 노크 소리가 울리고 비서가 들어섰다.
“회장님. 크리에이션 어브 머쌀러지 컴퍼니 사장이 회장님과 면담을 신청하였습니다.”
“신화창조 투자회사 사장?”
“예. 저희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크리에이션 어브 머쌀러지 컴퍼니는 1년 전에 세워진 회사로 견실한 중대형기업들과 소형 사업체들에 투자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모스크바 북부 행정구에서 가동을 멈추었던 중대형기업 3,210개. 소형 사업체 4만 개가 정상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북부 행정구라면 전자반도체 부문과 아에로플로트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지?”
“예. 러시아에서 항공 우주 제품과 전자반도체, 항공기를 만드는 유일한 곳입니다. 회장님.”
“대단한 놈의 출현이군! 그자에 대한 문서가 있나?”
“예. 그룹 전략기획실에서 그자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행적을 조사한 문건입니다.”
“좋아. 30분 후에 그자를 들여보내라!”
“예. 회장님!”
비서가 나가자 로만 회장은 기획실장이 가져온 서류를 펼쳤다. 첫 장에 잘생긴 젊은 청년, 아르진 리의 사진이 붙어 있다.
“흠, 계집들께나 후릴 놈의 면상이군!”
<아르진 리. 26세. 시베리아 울란우데 출신, 부, 고려인 세르게이 리. 모, 갈랴 지모예브나. 슬라브족.
모스크바 종합대학 경영학과 졸업, 아버지와 어머니가 중국국경무역을 하여 종잣돈을 벌었으며 후에 아르진 리가 그 돈으로 금광을 개발하였다고 함.
현재 그의 자금은 약 300억 불로 추정하고 있음!>
“금광이라! 역시 대단한 놈이야!”
그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울렸다.
“들어와라.”
문이 열렸다. 비서가 허리를 굽힌 채로 이준에게 회장 집무실로 안내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바쁘신 시간을 내주어서 감사합니다.”
“어서 오시오. 젊은 투자가 양반!”
로만이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뭘 좋아하나? 커피. 차?”
“차를 주십시오.”
“여기 커피 한 잔과 차 한잔을 들여오게.”
<예. 회장님.>
곧 여비서가 커피와 차를 가져다 놓고 인사를 한 다음 물러갔다.
“자네 경력을 봤네. 금광을 가지고 있다고?”
“예.”
“어디에 있나?”
“부랴트 공화국의 숲 속에 있습니다. 회장님.”
“자넨 러시아인이야. 그리고 시베리아는 러시아 영토이지, 부랴트 공화국은 없네, 형식일 뿐이지. 아르진 리, 애국심을 가져야겠군!”
“애국심이라! 그럼 로만 회장님은 러시아를 사랑합니까?”
이준의 말에서 왠지 모르게 조롱하는 듯한 여운이 느껴졌다.
그에 로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당연한 일이 아닌가? 난 러시아에서 태어난 러시아인이니까! 그런데 그건 왜 묻나?”
“내가 알 건데 로만 아브라모위치, 당신은 유대인으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사업체를 인수합병한 모든 돈도 세비크냐뱅크에서 대주었고...”
세비크냐뱅크는 유대인금융세력의 은행이다.
철썩.
로만의 앞 탁자에 얇은 책자가 떨어졌다. 이준이 던진 것이다.
서류가 펼쳐지며 사진들이 드러났다. 그 사진들은 영국 로스차일드 가문의 영업 비서들과 찍은 사진들과 유대금융세력들과의 연회에 참가한 로만, 여러 곳에서 유대금융세력들과 회의를 하는 장면이 정확하게 찍혀 있었다.
로만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나온 재원이었다. 순간, 로만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너는 누구냐?”
“내가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내 제안을 받아들이던가, 아니면 체포되어 정치범 수용소에 가서 죽을 때까지 강제노동을 하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KGB가 네가 유대 세력의 앞잡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말이다.”
소련은 아직 완전히 해체되지 않았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정책으로 시장경제가 도입되었지만 KGB는 아직 시퍼렇게 살아 있고 수용소도 여전하다.
만약 로만이 국제 유대 금융 세력의 똘마니라는 것이 들통나면 반드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그것도 지금까지 일구어낸 오만 그룹은 통째로 압수당하고···.
“내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경호원 200명이 이방으로 쳐들어올 것이고 넌 죽는다.”
로만의 협박에 이준이 비릿한 미소를 뎠다.
“이봐. 로만, 내가 여기 들어올 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왔을까? 네가 버튼을 누르면 넌 가족도, 그룹도 모두 잃게 될 것이야! 시험해봐도 된다.”
“...”
이준의 태연한 말에 로만의 뺨이 푸들푸들 떨렸다. 극한의 분노를 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준은 차를 맛있게 마시고 있었다.
“너의 제안이 무엇이지?”
“간단하다. 며칠 후에 벌어지는 은행 경매에서 손을 떼라.”
“뭐라고? 그건 안된다!”
“걱정하지 마라. 유대 금융 세력이 눈치 못 채게 하면 되니까? 그럼 너도 살고 나도 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니까!”
“러시아의 은행을 독점하려는 모양이군!”
“그건 네가 알 필요가 없고, 어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유대 금융 세력을 감쪽같이 속일 방법을 알려주겠다!”
로만은 이를 악물고 이준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거부하면 자신은 파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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