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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막내 동생-7화 (6/98)

제7화. 신화창조 투자회사.

“엄마, 흘레브(러시아의 주식인 빵)한조각하고 차 한 컵만 먹고 어떻게 살아?”

아들 그리고리가 식탁에 앉아서 불만이 가득한 어조로 엄마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엄마는 요지부동이다.

“그것도 이틀 먹으면 없어. 헛소리 말고 먹기나 해.”

“씨, 배가 너무 고파서 공부가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단 말이야!”

올해 14살인 아들 그리고리가 투덜거렸다.

막심 수하노프는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는 원래 모스크바시 북부 은행장이었다.

최연소 은행장! 금융계의 수재!

그것이 막심 수하노프에게 항상 따라다니던 별호다. 그러나 지금 그는 백수다.

소련 공산당 서기. 고르바초프가 시작한 페레스트로이카(개혁, 개방, 시장경제.)정책이 시작되고 6년이 흘렀다. 시장경제로 전환하자 국가에 의존하여 국민 세금으로 지탱하던 수많은 공기업이 파산하거나 문을 닫았다.

그것은 막심 수하모프의 북부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은행은 외화유치가 되어야 하는데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러시아에 외환을 빌려줄 나라는 없었다.

하여 러시아연방 중앙은행 외의 모든 은행은 문을 닫았고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어 버렸다.

막심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과 딸이 있다.

하지만 백수가 된 그로서는 아내와 어린 자식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줄 돈이 없었다. 시장경제로 넘어가면서 모스크바를 비롯한 대도시들에 생필품과 식료품이 떨어졌다.

이전에는 가게마다 차고 넘치던 생필품과 식료품들이 증발하여 버렸다. 모스크바 시장 보리스 옐친은 급하게 배급제를 시행했다.

배급제!

공산권 국가들은 모두 배급제의 나라다.

중국과 북조선이 그랬고 동유럽 공산국가들도 배급제다.

그러나 러시아는 아니었다.

오직 러시아만이 자유롭게 돈으로 사서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은 아득히 먼 옛날의 일이 되고 말았다.

배급제로 타오는 식료품으로는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의 배를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그리고리. 이걸 먹어라.”

막심 수하노프가 자기의 흘레브를 아들의 접시에 놓아주었다.

그걸 본 아내가 소리쳤다.

“막심. 아무것도 먹지 않고 어떻게 노가다를 하려고 그래요?”

“난 괜찮아. 현장에서 한 끼 얻어먹을 수 있으니까!”

막심은 차만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아서 빨리 집을 벗어나고 싶었다.

아들의 나이 14살, 돌도 소화할 수 있는 나이다.

지금은 2차 대전 때도 아니고 모스크바는 포위당한 레닌그라드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2차 대전 때 레닌그라드 시민들처럼 흘레브 몇 조각과 차를 배급받아 먹고 살아야 했다.

그것도 늦게 가면 흘레브가 떨어져서 배급받지 못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참으로 어수선한 혼돈의 시절, 추위와 배고픔에 사람들이 절망하는 시절이다.

작업복을 입는 그의 귀에 12살 난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때문에 아빠가 굶고 일을 나가시잖아, 오빤 언제 철들래?”

“내가 아빠에게 달라고 했냐. 달라고 했냐고? 젠장.”

아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문을 박차고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

한 여자의 지아비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이럴 때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어떤 때는 차라리 자살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자기가 죽으면 아내는 남매를 어떻게 키울까?

자살은 아내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기만 편하겠다는 이기심의 발로다.

그 때문에 막심은 오늘도 이를 악물었다. 노가다 일도 쉽게 차례지지 않는다.

현재 러시아의 실업자는 2,000만 명! 그러니 노가다일도 한 달에 한두 번밖에 걸려들지 않는다.

그래도 인력시장에 가봐야 한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아내와 두 자식을 살려야 하니까! 그는 옷을 입고 마당에 내려섰다. 하지만 갈 수가 없었다.

“누, 누구세요?”

마당에는 언제 들어왔는지 20대 초반, 아니, 겨우 20살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앳된 청년이 서 있었다. 허나 키는 185Cm가 넘어 보였고 떡 벌어진 어깨는 단단해 보였다.

그가 머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르진 리라고 합니다. 막심 수하노프씨!”

아르진 리(이준)가 명함을 한 장 꺼내 내밀었다.

얼떨결에 명함을 받은 막심 수하노프의 두 눈에 명함에 쓰인 글이 들어왔다.

“크리에이션 어브 머쌀러지 컴퍼니(신화 창조 투자회사.)?”

“예. 제가 사장 아르진 리입니다. 막심 씨!”

막심은 이준의 몸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수수한 코트를 입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너무 어려 보여서인지 막심은 뭐가뭔지 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투자회사에서 나를 왜?”

“막심 씨는 금융계의 수재가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막심 씨에게 투자해보려고 합니다.”

“나, 나에게 투자를 한다고요?”

막심은 어리둥절했다.

자기에게 투자를 한다니? 막말로 X알 두 쪽밖에 남은 것이 없는 자기다. 그의 혼란스러운 얼굴을 보며 이준이 싱긋 웃었다.

“우리 회사로 가서 조용히 얘기를 해보시겠습니까? 막심 수하노프씨!”

“예? 아, 예!”

어차피 이판사판의 운명이다. 막심은 밖으로 나가는 이준을 따라 나왔다.

그곳에는 검은색 대형 메르세데스 벤츠가 한 대 있었다.

또 차 옆에는 두 명의 단단해 보이는 남자가 서 있다.

말을 안 해도 경호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준이 차로 다가가자 두 명 중 한 명이 문을 열고 허리를 깊이 숙였다.

“어서 타세요. 막심 씨!.”

“아, 예, 예.”

막심이 차에 오르자 곧 차가 떠났다. 두 명의 남자는 경호원 겸 운전기사다.

차가 경쾌하게 미끄러져 나갔다.

’이건 방탄차다!‘

크고 넓으며 쾌적한 차의 내부!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가운데에서 검은 합성유리 칸막이가 스르르 올라와 운전기사와 경호원, 그리고 아르진과 막심을 분리했다.

한참 달리던 차가 정지한 곳은 막심의 집에서 2km 떨어진 곳에 있는 높이 10층의 건물이다.

“이곳은 이전 북부 행정구 공산당 청사?”

“예. 하지만 지금은 나의 투자회사 본부입니다!”

북부 행정구 공산당청사는 이곳 북부 행정구에서는 제왕이었다.

사실상 북부 행정구의 모든 것을 통제했고 조금이라도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은 수용소로 끌어갔다.

구소련시대의 권위와 공포의 상징이었던 “공산당 청사!”, 북부행정구에서는 자금이 부족해서 공산당 청사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것을 이준이 샀고 리모델링을 했다. 차가 정문에 다다르자 정문 양쪽에 뒷짐을 쥐고 서 있던 두 사내가 허리를 구십 도로 굽혔다.

역시 건장하고 단단해 보이는 경호원들이다.

문이 열리고 안에 들어선 차가 “신화창조 투자회사” 본관을 향해 달려갔다.

정원은 운동장 3개 넓이의 크기이고 아름드리나무 수십 그루가 서 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소련 공산당의 역사를 지켜본 역사의 산증인들이다.

“오셨습니까? 보스!”

안에 들어서자 중년의 남자가 밝은 얼굴로 나오며 인사를 했다.

“실장님. 따라오세요.”

“예. 보스!”

실장이란 사람이 이준을 따라왔다. 이준의 사무실은 9층에 있었다. 이 건물을 산 다음 이준은 9층을 개조하여 멋진 사무실과 비서실, 그리고 헬스장과 수영장으로 만들었다.

“앉으세요. 실장님도 앉고.”

“전 커피를 가져오겠습니다. 보스.”

“그건 비서를 시키세요. 실장님.”

“그럼 앉겠습니다. 보스.”

이준이 앞에 앉았고 실장과 막심 수하노프가 마주 앉았다.

이준이 버튼을 누르더니 그곳에 대고 말했다.

“안젤리나씨. 커피 석 잔만 부탁드려요!”

<예. 알겠습니다. 보스!>

곧 문이 열리더니 지적인 여인이 커피를 가져다가 세 사람 앞에 놓았다.

“일단 한잔 드세요.”

막심은 커피를 마셨다. 요즘은 커피가 너무 비싸서 벌써 1년 가까이 끊었던 막심이다.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니 기분이 좋아졌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난 북부 행정구의 은행을 사려고 합니다. 막심 씨가 나의 첫 은행의 은행장이 되어 주세요.”

“예? 제. 제가 말입니까?”

“예.”

“저, 전 배, 백수입니다. 왜 하필 저 같은 백수에게 은행을 맡기렵니까?”

이준이 빙그레 미소를 짓고 말했다.

“막심씨는 금융계의 수재가 아닙니까?”

“하, 하지만 나는,”

“실장님, 통장을 가져오세요!”

“예, 보스!”

비서실장이 문을 열고 나갔다가 곧 들어왔다. 이준이 통장을 막심에게 내밀었다.

“그건 내가 막심 씨를 스카우트하는 돈입니다. 펼쳐 보세요!”

막심은 마치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통장을 펼쳤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것은···.”

통장은 모스크바에 있는 진출해 있는 미국 금융재벌, 모건의 은행인 “이콸러티은행”의 통장과 신용카드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이 300만 달러였다.

“그 돈이면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대신 막심 씨가 나의 첫 은행장이 되어 성실하게 일해주세요.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저, 저의 무엇을 믿고 이런 큰 돈을 주시는 것입니까?”

“지난 20년간 성실하게 은행을 경영한 당신의 경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순간, 막심의 눈에서 눈물이 저도 모르게 주르르 흘러내렸다.

수많은 은행들에 20년 경력의 이력서를 보냈지만, 취업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기를 믿어주고 있었다.

게다가 300만 달러면 자기의 가족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가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막심 수하노프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믿어주시니 감사합니다. 나, 막심 수하노프는 당신을 위해 남은 내 인생을 충성을 다해 바치겠습니다. 보스!”

이준이 막심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막심 씨. 이제 우린 함께 큰 꿈을 향해 나아갈 파트너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막심씨는 그만한 대접을 받을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아닙니다. 보스. 개방 이후, 나를 믿어준 사람은 보스, 한 명뿐입니다. 절 보스의 수하로 받아 주십시오.”

머리를 끄덕인 이준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막심 씨!”

“말도 놓아주십시오. 보스.”

“예, 앞으로 차차. 그렇게 하죠"

’이제 나의 꿈을 이를 첫 은행의 은행장을 내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져갔다.

1990년 3월, 개방 러시아는 은행의 민영화를 법으로 채택했다.

정부에 부족한 외환을 보충하며 은행을 민영화함으로써 시장경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들은 미국과 영국, 유럽의 유대 금융계 사람들이 대거 러시아로 몰려들었다. 그들의 목표는 러시아의 은행을 장악하여 미국중앙은행처럼 만들려고 하였다.

만약 유대 국제 금융 세력에게 은행을 빼앗기면 러시아의 목숨줄은 결국 유대인들에게 잡힐 것이었다.

이 사실을 잘 아는 고르바초프와 보리스 옐친은 은행법을 통과 시켰다. 새 은행법에는외국인은 절대 은행을 살 수 없다. 만약 편법을 이용하여 샀다고 해도 훗날 외국자본이라는 것이 드러나면 무상몰수한다는 “러시아연방 은행법”을 입법화된 것이다.

이로서 외국 투기자본들의 은행매입을 원천부터 차단했다.

그리고 모스크바 은행 12개를 경매에 내놓았다. 즉 은행의 민영화를 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물질인 돈의 주재자인 은행을 개인에게 파는 것이다.

“막심 씨. 나는 이곳 북부은행을 사서 전국 신화창조 은행의 본점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당신은 오랫동안 은행에 있었으니 인맥도 많을 것입니다.

은행의 경매에 참석하여 북부은행을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드세요.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예. 북부은행을 반드시 보스의 은행으로 만들겠습니다. 보스!”

당시 러시아 정부는 은행 1개당 10만 달러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경매에 부쳤다. 그만큼 외환이 절실했던 것이다.

***

호빵집님. 후원금을 보내주셨더군요! 감사합니다. 호빵님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그리고 재미나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새해 건강하시고 복받으세요!

비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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