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3화 (3/98)

제3화. 욕심과 야망.

삼라만상이 깊이 잠든 밤, 하지만 남들이 잘 때도 자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음지에서 조국을 위해 싸우는 대한민국의 검과 방패, 바로 KNSA다.

“국장님. K301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정보통신 장교가 국장의 방에 들어와서 보고했다. KNSA국장 박광수는 반색하며 입을 열었다.

“말해보라.”

“예, 알겠습니다.”

정보통신 장교가 말했다.

“북한의 친중, 친러파들로 조직된 쿠데타 수뇌부들의 사진들과 쿠데타의 시간과 쿠데타군이 이동하는 도로를 표시한 작전지도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왔습니다.”

“역시 K301이군!”

K301호가 쓰는 스마트폰은 해킹할 수 없는 핸드폰이다.

박광수 국장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어렸다. 역시 KNSA의 초특급 요원이 바로 K301호다. K301호가 맡은 임무는 성공하지 못한 적이 없다.

그때 정보장교가 머뭇거리는 태도로 말을 했다.

“저, 그런데 국장님. 이건 좀 믿기 어려운 것이긴 한데···.”

“믿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나?”

국장이 의문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예, 그것이 소련과 러시아가 스위스 은행에 저축한 비자금에 대하여 알아냈다고 합니다.”

“비자금?”

“예. 소련 시대 스탈린이 저축하기 시작하여 현대까지 쭉 비자금을 만들어 왔다고 하니 오랜 세월 비자금을 저축했다는 것입니다.”

독소전쟁, 냉전 시대. 개방시대, 그리고 현재까지!

그 오랫동안 비자금을 저축하다니?

이건 공산당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민주국가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거의 100년 동안 국가적으로 만든 비자금이니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다.

아니, 상상조차 못 한 비자금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퍼뜩 들자 박광수 국장이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

“얼마나 된다는가?”

“그게, 1조 6천억 달러라고 합니다.”

“뭐, 어, 얼마라고?”

“1조 6천억 달러입니다. 국장님.”

‘이럴 수가···.’

KNSA국장으로 오랜 시간 동안 별의별 사건을 다 겪은 국장 박광수다. 하지만 이건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광수로서도 넋이 다 흔들리는 것 같았다.

‘1조 6천억 달러라면 나라도 하나 살 수 있겠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 박광수국장이 굳어진 자세로 사색에 잠겼다. 그것을 본 정보통신 장교는 조용히 문을 닫고 복도로 나왔다.

무엇인가 깊은 생각을 할 때 국장은 늘 저렇기 때문이다.

그날 밤, 모스크바 베르제거리 23번지.

K301호 이준이 핸드폰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아에로플로트를 타고 가면 2시간이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것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국장님.”

전화를 한 사람은 KNSA의 박광수국장이었다. 문제의 중요성으로 국장이 직접 블라디보스토크의 KNSA의 극비 안가로 온 것이다.

***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10km 정도 나가면 검푸른 동해에 거대한 섬이 하나 있다. 바로 루스키섬이다. 푸른 숲으로 뒤덮인 루스키섬은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관광휴양지이다.

백인부터 흑인까지 세계의 수많은 인종이 모여드는 이곳은 하루에 12번의 여객기가 날아든다.

루스키 파그날 비행장.

방금 도착한 아에로플로트에서 사람들이 내려 출구로 나오고 있었다.

그중에는 앳된 얼굴의 청년이 나오고 있었다. 희고 맑은 얼굴과 우뚝한 코, 서글서글한 두 눈, 칠흑 같은 검은 머리! 자세히 보면 순수한 동양인이 아니라 동양인과 서양인 즉 백인과 황인의 혼혈 같았다.

바로 KNSA의 비밀병기 K301호, 이준이었다. 그가 밖으로 나서자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다가섰다. 그리고 허리를 구십 도로 굽혔다.

“모시겠습니다. 대령님.”

이준의 계급은 대령이다.

“국장님은 어디에 있나?”

“안가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무 말 없이 이준은 차에 올랐다. 그러자 차가 미끄러지듯이 달려 나가고 뒤에는 한 대의 경호차가 따랐다.

“대령, 수고했다. 정말 수고했어!”

안가에 들어서자 박광수국장이 이준을 억세게 포옹하며 등을 두드렸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국장님.”

“자. 이리로 앉게. 정말 수고가 많았어!”

소파에 이준을 앉힌 박광수국장이 와인 한 병과 잔 두 개를 가지고 와 마주 앉았다.

꼴꼴꼴~

황금색의 와인이 두 개의 잔에 채워졌다.

“자, 마시게. 마침 좋은 와인이 생겨서 자네와 마시려고 가지고 왔네!”

이준이 와인병을 바라보았다.

“놀랍군요. 이건 300년 묵은 퐁드네 가비뇽와인이군요, 전 세계에 26병 밖에 없는···.”

그랬다. 1700년대부터 유럽의 왕실에만 판매되는 와인이 바로 퐁드네 가비뇽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독일군의 약탈과 파괴, 방화로 퐁드네 가비뇽와인공장은 폐허가 되었다.

그런데 1970년대 폐허에서 와인 창고를 발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와인들은 300년 전에 저장한 것들이었다.

이후 퐁트네 가비뇽와인은 병당 1천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겨우 1,500병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귀하디귀한 와인이 술잔에서 찰랑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국장님.”

"자네가 한 일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자, 마시세, 조국과 국민의 안녕을 지키기 위하여!“

"위하여!"

챙~

술잔을 마주친 이준은 와인을 마셨다. 빈속이어서인지 뱃속이 화끈해진다.

”그래. 이젠 들어보세. 그 비자금 말일세.“

”보고한 대로입니다. 비자금의 액수는 1조 6천억 달러, 12개의 은행에 나누어져 저축되어 있습니다.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는 제가 보고한 대로입니다.“

”흠. 그런데 그걸 믿을 수 있을까?“

”제가 이미 확인해보았습니다. 실제로 비자금은 있었고 어느 때든 전액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군! 자넨 우리 KNSA 역사상 가장 큰 공을 세웠네! 자네 덕에 난 창공으로 날 수 있게 되었네. 정말 고맙네!“

”그게 무슨 뜻입니까? 국장님.“

이준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국장이 그를 보는데 지금까지 알던 늘 푸근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눈빛은 이글이글 불타는 것 같았고 표정은 사슴의 목을 물어 메친 늑대의 형상이었다.

”서, 설마···.“

퍼뜩 드는 생각에 이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그러자 박광수국장이 잔인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 설마가 맞네. 자네가 찾아낸 러시아의 비자금으로 난 이 나라 최고의 실권자가 될 것일세.“

”그럼 그 돈으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아니. 대통령은 내 말을 잘 듣는 바지사장으로 내세울 것이네, 난 국가의 흑막 속에서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상왕이 될 것이야! 이 모든 게 자네 공일세. 고맙네! 흐흐흐.“

박광수의 생각은 옳다. 그만한 돈이면 정치계와 재계. 군부와 사법계의 모든 자들을 매수할 수 있을 것이다.

돈 앞에 약해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니까! 그중에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광수에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든 정보를 쥐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국인 KNSA가 자기의 손안에 있는 것이다.

이준은 그제야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놈은 이 비밀을 아는 자기를 죽이려고 이곳으로 불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준은 자기의 능력을 믿었다. K프로젝트에서 이준의 육체는 나노와 줄기세포, 유전자공학에 의한 신체 개조를 받았다.

따라서 그의 육체적 파워는 일반인의 100배가 넘는다. 또 몸에서 1만 볼트의 전기를 방출할 수 있다.

전기 뱀장어가 방출하는 전기가 250~850V이다. 그 전기의 세력권 안에 들면 동물과 사람이 닿으면 즉사한다.

하물며 이준은 1만V의 전기를 방출할 수 있으니 눈앞에 있는 박광수쯤은 단번에 죽일 수 있다.

그뿐인가? 이준의 몸은 10층 아파트에 날아 오를 수도 있고 뛰어 내릴 수도 있다.

개조된 몸이 새처럼 자유롭게 날지는 못하지만 튀어 오르고 튀어내라는 것까지는 가능하다.

”박광수. 네가 이런 놈이라니? 넌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죽어줘야겠다!“

이준의 차가운 말에 박광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자네가 날 죽이겠다고. 으하하하!“

한참 웃다가 뚝 그친 박광수가 말했다.

”네 몸은 내가 너보다 더 잘 안다. 너는 총알로도 독으로도 죽일 수 없지, 총을 쏘면 쏘는 자가 먼저 너에게 죽을 수 있는 극한의 빠름을 넌 지니고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너를 개조할 때 통제권을 하나쯤은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통제권?“

”그래. 넌 독은 어떤 것이라도 중화시키지만 마취제는 어쩔 수가 없지. 지금 몸을 움직여 봐.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헛소리!“

이준은 분노의 눈빛으로 쏘아보며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그의 몸은 머리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육신이 마비되어 털퍼덕 엎어졌다.

그리고 깊은 수마가 그의 정신을 함락시켰다.

툭.

이준이 잠이 들자 박광수는 다가와 말했다.

”미안하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비자금이라면 그 누구라도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그게 인간의 본능이니까? 잘 가라. 내 운명에 기적을 안겨준 은인이여!“

그날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의 한 주택에 가공할 폭발이 일어났다.

러시아 경찰 당국은 주택이 TNT3톤의 폭발로 흔적도 없이 재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리하여 테러라는 소문이 한동안 언론을 달구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용해졌다. 사건은 그렇게 묻혀 버렸다.

2037년 1월에 있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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