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267화 (1,267/1,270)

프랜차이즈 갓 1267화

290장 성주신의 병원놀이 (6)

정치권에서 대형병원 보호를 위해 애써 준비한 카드가 무용지물로 돌아갔다.

이제는 아무도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문제 삼지 않았다. 주목하지 않았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오랫동안 재정 누수로 인해 심히 악화되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자칫 건강보험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오피셜로 나올 만큼 중대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10년 동안 지급 내역을 모조리 전수조사한다는 초강수를 두겠다는 입장까지 정했다.

-누가 도둑인가? 누가 제대로 관리를 못 했는가?

-최근 보건복지부와 국회의 발언을 모두 종합해 보건대, 건강보험제도는 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썩어 있으며, 심각한 재정 악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밑이 깨져 버린 항아리에 우리 피 같은 보험료를 납부할 이유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하수영 의료재단에서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수가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병원 운영비로 지출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매달 9조 원이 넘는 금액을 의료기관에 지급하고 있다. 참고로 하수영의료재단은 3척의 병원선 및 그 호위함 비용으로 '선박 가격'만 40조 원 가까이 썼다.

-외에 의료선으로 개조하기 뱃값위한 비용, 안에 들인 설비, 인건비및 운영비 등의 가격은 아예 더하지도 않은 게 바로 이 가격이다.

-청담수영병원과 구로수영병원을 꾸리고 운영하는 돈, 닥터헬기, 입집명 치료기까지 포함하여 100조원이 넘는 비용을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이제 신뢰할 수 없다. 문제가 심각하다. 현직 국회의원 중 무려 256명이나 되는 이들이 건강보험공단 재정이 치명적일 만큼 문제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우리 재단은 앞으로 건강보험공단과 별개로 운영하겠다. 어차피 그동안 별로 도움된 것도 없었다.

"와, 진짜 대놓고 디스하네. 내가 건보공단 직원이었으면 진짜 보자마자 울었다."

"개인 디스하는 것도 아닌데 직원이 왜 울어, 애초에 공단이 존속 불가능할 정도로 문제가 심하다고 말한 것도 국회하고 보건복지부구만."

"수영병원에서 국회의원 명단이랑 구체적인 발언까지 모조리 정리해서 올려놨네. 한 번에 쉽게 알아보라고 아주 깔끔하게 해놨군."

"이거 진짜 수영병원이 혼자서 제 갈 길 가는 건가?"

사람들은 의료계 주제만 나오면 수영병원의 독립선언을 이야기했다.

의사나 병원들이 만성적인 과잉진 료를 통해 재정 누수를 부추겼다는 이야기는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들 입장에서는 수영병원의 독립선언이 훨씬 재미있고 자극적인 주제였으니까.

"이거 근데 법적으로 가능하긴 한 건가?"

"원래는 안 되지."

"원래는? 그럼 이제는 된다, 뭐 그런 뜻이야?"

"그게 좀 애매해. 재벌들이 영리병원 밀어붙이려고 만들다 만 신법이 있는데. 그걸 잘 꿰어맞춰서 해석하면 수영병원이 아예 없는 소리를 한건 아니야."

"그럼 국회의원들은 지들이 재벌들 밀어주려고 만들다 만 법 때문에 지금 발목을 잡힌 상황이라는 거네?"

"그렇지. 개꿀잼이지."

서해그룹은 오래전부터 영리병원도입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줄기차게 노력해 왔다.

꿈을 끝내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노력의 결실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었다.

만들다 만 누더기 조항은 아직까지 분명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원래 우리나라 모든 의료기관은 '당연히' 건강보험 지정 의료기관이라서 환자본인액을 제외한 병원비는 공단에 청구해서 받아야 하거든? 영리병원은 바로 이 당연지정제를 깨뜨리는 것부터 시작을 하고."

"수영병원은 그럼 그걸 깼어?"

"서해그룹에서 만들다 만 누더기 법 조항에 함정 카드가 있어. 단일의료기관이 10년간 50조 원 이상을 출연하면 당연지정제를 스스로 벗어날 수도 있다. 뭐 그런 조항인데. 이게 원래는 한참 전에 사문화됐었단 말이야."

"아…… 알겠다."

"10년간 50조 원이나 쏟아부었으면 건강보험공단으로는 커버가 안되는 사이즈니까 알아서 독자적으로 운영해라, 뭐 그런 취지로 서해그룹이 만든 함정인데 그때는 서해그룹이 천년만년 돈 잘 벌 줄 알고 너무 자신만만했었지."

"그게 수영그룹에 딱 맞는다는 거네."

"바로 그거야."

***

보건복지부 장관은 급히 차관을 포함하여 3급 이상만 불러 모아 고위직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그것과 우리 공단은 아무 상관 없는 거 아닙니까? 수영병원이 알아서 비싼 치료비를 우리 공단과 환자를 대신해서 부담하겠다는데, 우리가 손해 볼 게 있는 겁니까?"

"장관님,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아니, 발견되었습니다."

"문제가 발견되었다고요?"

발견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었는데 다들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인지를 했다는 의미인 게 틀림없었다.

"언뜻 보기에는 수영병원 혼자서 비싸고 좋은 치료 해주고, 그 비용도 자기들이 부담하고, 환자나 국가는 이래저래 앉아서 구경하며 떡이나 먹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답답하니까 빨리 말해요. 최대한 간결하게 문제가 뭔지."

"수영병원이 자기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를 위해 지출한 비용을 우리 공단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단 겁니다."

"아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수영병원이 돈 낭비가 얼마나 심한데 그걸 일일이 다 들어주면 도대체 당연지정제랑 뭐가 달라요?"

"상한선은 있습니다. 환자가 지난 5년간 공단에 낸 보험료 총액을 넘어서지 않는 금액에서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고, 청구금이 5년 보험료 총액보다 높을 경우에는 그때부터 환자가 내는 보험료를 가져갈 권한을 가집니다. 전부 다 깔 때까지요."

치료받은 환자는 이래나 저래나 어차피 똑같이 나가야 할 보험료가 공단이 아니라 수영병원으로 들어가는 것뿐이다. 달라질 게 없다.

정확히는 공단이 환자한테 보험료를 받고, 수영병원이 그것을 수령한다.

언제까지?

수영병원이 지출한 금액을 다 깔때까지.

환자 입장에서는 수영병원이 자기를 살린다고 10억을 썼다 해도, 평소처럼 매달 내던 보험료만 공단에 계속 내면 그만이다.

그러니 환자는 변하는 게 없다.

"아니, 잠깐만. 이러면 실질적으로는 환자와 병원 모두 당연지정제, 아니 건강보험제도에서 벗어나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하는 게 아닙니까?"

"맞습니다. 사실상 일부에 한해서 건강보험 탈퇴를 허용해 주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보험가입자 상위 5%가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 버리면, 건강보험 제도 자체가 무너져 버립니다."

"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조항을……."

장관은 길길이 날뛰려다가, 이게 서해병원을 필두로 재벌들이 메디컬사업으로 돈 좀 만져보려 했던 흔적임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때는 몰랐었겠지.

10년에 50조 원이 아니라 그 반도 안 되는 기간 내에 그보다 배 이상의 돈을 병원사업에 처박을 놈이 나타나리라는 것을.

"원래는 50조 원으로 못을 박아두고, 천천히 법 개정 반복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금액을 줄여 나가려던 생각으로 추정됩니다만……."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

수영병원은 거침없이 행동을 개시했다.

지금까지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지출했던 비용들을 모조리 리스트해서 공단에 청구장을 융단폭격 해버렸다.

지급액을 심사하는 심평원은 이 과정에서 끼일 곳이 없었다. 심평원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수영병원에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액수는 눈이 까무러칠 정도의 금액이었다.

"아니, 그래 봐야 병상이 천 개도 안 되는 병원 하나짜리인데 이렇게 돈을 많이 썼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여기 이거 좀 보세요! 응급수송금액이 무슨 1억 원이 넘는 게 말이나 되냐고요!"

"하하, 국장님, 그렇게 바라보시면 안 되죠. 그게 일반 구급차로 옮겼으면 당연히 1억이 안 나옵니다. 과연 환자를 뭐로 옮겼기에 그런 큰돈이 나왔을까요?"

공단 사람은 재단에서 업무를 위임한 변호사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지만, 그걸 변호사 앞에서 내뱉어선 안 될 거 같았다.

변호사가 친절하게 마저 설명을 해주었다.

"퀸 스텔리온입니다. 퀸 스텔리온. 1,400억짜리 헬기를 미 해군 파일럿이 24시간 교대로 상시 대기하면서 운영하는 퀸 스텔리온이 환자를 응급수송한 겁니다. 그런데 1억 원이 비싸다고 생각하세요?"

닥터헬기의 무지막지한 가격, 유지비, 그리고 미 해군 전력의 상시대기까지 생각하면 절대로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이건 그래도 저희가 매우 양심적으로 청구한 금액입니다. 애매한 것들은 눈 딱 감고 아예 모조리 배제시켰으니까요. 돼지가 해석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법에 일치하는 것들만 쏙쏙 골라서 장바구니에 남았습니다."

국장은 펄쩍 뛰면서 따지고 싶었다.

지금 누구 놀리냐고, 이게 무슨 온라인 쇼핑 물품 바구니 담기도 아니고,

"심평원 기준에서 명시적으로 비급여인 시술들은 아예 집어넣지도 않았어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최근에 도입한 입집명 치료기를 원가 그대로 반영했으면 건강보험공단 파산했습니다."

"그거 이미 1회 치료비가 10억 원이 넘는 거 아닙니까?"

"국장님, 10억 원이 정말 원가라고 생각하세요? 입집명 장치 가격이 얼마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

"가격표를 붙일 수도 없는 그 귀하디귀한 첨단장비를 절박한 환자들을 위해서 병원으로 몇 대 겨우 돌린 겁니다. 1회 치료에 겨우 10억원 받아서는 수지타산이 안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번 청구서에 그건 아예 안 넣었고요."

'애초에 그것 비급여 항목이면서…….'

국장은 속으로만 중얼거렸을 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

수영병원은 보건복지부와 국회가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휘몰아쳤다.

지금까지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을 위해 지출한 비용들을 산정해서, 공단에 정확하게 반환 청구를 하고(그들이 지불한 보험료 총액 범위 안에서).

의사들을 대량으로 잃은 다른 대형 종합병원들을 어서 빨리 강등해달라고 언론 플레이를 펼치고.

건강보호 재정 문제가 심각해 해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모조리 공개했다.

대체 어디서 찾아냈는지 모를 증거들을 속속들이 정리해서 온라인에 올려놨다. 그래서 누구든지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건강보험공단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말한건 너희 256명의 국회의원들이 아니었냐?'

'설마 이제 와서 좀 불리해졌다고 말 바꾸기 하려는 거냐?'

그런 공격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자 정치인들은 필사적으로 몸을 사렸다.

4대 병원들 한 번 도와주겠다고 말 한마디 보탠 것이 이렇게 아프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알았으면 애초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 4대 대형종합병원들이 종합이란 타이틀을 떼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뒷전으로 밀렸다.

많은 국민들은 현행 건강보험이 조만간 완전히 폐지될 수밖에 없다고 인지해 버렸다. 보건복지부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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