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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63화 (1,263/1,270)

프랜차이즈 갓 1263화

290장 성주신의 병원놀이 (2)

프리덤은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의 모든 개인사를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독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프리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개인 비서 AI였다.

어설픈 알고리즘 AI 챗봇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사람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갖췄다.

책이나 영화 내용을 가진 심층적인 토론이 가능한 AI가 어디에 있겠는가.

처음 개인정보 유출을 경계하던 이들도 금방 프리덤에 빠져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정치인, 기자, 법조인 등 사생활노출을 극단적으로 경계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프리덤에게 마음을 열어놓고 산다.

그런 프리덤이 4대 대형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위중환자들의 마음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주인님, 하수영의료재단에서 항모 병원선에 입원할 환자들을 모집중입니다.」

"하수영의료재단이면, 설마 수영병원?"

「맞습니다. 예전에 항공모함을 병원선으로 개조해서 운용한다는 이야기는 들으셨죠?」

"어, 그래, 기억이 나."

「항모 병원선은 청담수영병원에 버금가는 최신설비와 우수한 의료진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상급병원이죠. 그곳으로 전원하는 것은 어떨까요?」

"청담수영병원으로 전원은 여전히 안 될까?"

「그곳은 빈자리가 날 때마다 쉴새 없이 채워집니다. 다른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한테는 우선권을 주지 않고요.」

처지가 더 아쉬운 환자들에게 우선 권이 주어지기에, 이미 좋은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환자는 항상 후순위로 놓였다.

그래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계속 여기에 발이 묶여 있었던 것이다.

「항모 병원선은 청담본원과 대등한 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수영의료재단의 환자복지 정책을 생각하십시오. 이건 무조건 전원하는 게 이익입니다.」

엘릭서 드링크가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1병에 만오천 원이나 하는 그 비싼 건강음료를, 수영병원은 모든 환자들에게 기본 식단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수영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들은 회복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여기에 치료비 순수부담액 제한제도.

수영병원은 환자의 가처분 소득의 19%를 초과하는 돈을 받지 않는다.

정확히는 재단에서 자선사업의 일환으로 지원을 해준다.

그래서 수영병원 입원환자들은 치료비 걱정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항모 병원선은 태평양과 대서양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 먼 곳에 입원하면 가족들 면회는 어떡하지?"

「염려하지 마십시오. 캘리포니아해안에 있는 포드항모가 지금 귀국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울릉도에 정박합니다.」

"아, 울릉도라면……."

「퀸 스텔리온 닥터헬기로 금방 갑니다. 울릉도와 동해, 독도의 절경을 음미하면서 치료받으시면 한결 더 쾌차를 보일 겁니다.」

"좋아. 그럼 전원을 알아봐 줘."

「알아보겠습니다. 통과되었습니다.」

"뭐? 이렇게 빨리?"

「수영병원 중앙행정은 저와 같은 프리덤이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절차는 순식간에 결정이 나죠.」

이런 일이 대형종합병원에서 다반사로 일어났다.

위중한 자기 환자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이직을 못 하고 있던 의사들은 환자들이 전원한단 말에 당황했다.

"보호자분, 지금 환자분은 이송 자체가 위험한 상태입니다. 병원에서 절대적인 안정을 취해야만 해요."

"괜찮아요. 닥터헬기 보내준댔어요. 그거 날아다니는 수술실이라고 하잖아요.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

"아니, 그래도……."

"수영 병원선으로 전원하면 최소한 병원비는 아낄 수 있잖아요. 솔직히 치료비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지금 가정 형편도 어려워요."

치료비가 부담된다는 말에는 의사도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바로 이것이었다.

다른 병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흉내낼 수 없는, 청담수영병원의 사악한 현질.

행정직원, 의료진 인건비를 가지고 현질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환자에게마저 현질을 하는 저 사악함 때문에 다른 병원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가처분소득의 19% 제한이라니…….'

한 달에 100을 벌면 19만 원까지만 부담하는 게 아니다.

한 달에 기준생활비를 지출하고도 100만 원 저축이 가능하면, 19만 원까지만 부담하라는 자선정책이다.

재정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지만, 청담수영병원은 오히려 막대한 수익을 거둬 들이고 있다.

바로 청담스코프 시술을 받으러 오는 울트라 슈퍼리치, 그리고 값비싼 병실에 기꺼이 입원하려는 국내상류층 환자들이 내는 돈 덕분이다.

"알겠습니다. 전원 시켜드리겠습니다."

이게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방법임을 깨달은 의사들은 더 말하지 않고 전원을 추진해 줬다.

수영병원에서는 퀸 스텔리온을 보내 환자 전원을 진행했다.

처음으로 닥터헬기를 목격한 의사들은 그 거대한 크기에 전율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닥터헬기들과 비교하면, 어미 닭과 햇병아리 수준이었다.

"이것이 수영병원의 닥터헬기……."

"헬기가 이렇게 크다는 게 가능한가?"

"날아다니는 수술실이라는 말이 정말 과언이 아니었어. 이 정도라면……."

닥터헬기의 거대한 동체 크기는 이 송을 앞둔 환자에게 커다란 신뢰를 주었다.

이런 크고 좋은 닥터헬기를 다수굴리는 병원이라면, 역시 재정이 빵빵하고 의료진 또한 우수하지 않겠는가.

과연 근본 없이 이름값을 날리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대단하다…….'

한편 책임감 때문에 끝까지 병원에 남았던 차명택 흉부외과의는 거대한 컬쳐 쇼크를 받고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청담수영병원, 귀가 아프도록 이 박히도록 그 위명을 들었다. 그러나 그 힘의 실체를 눈앞에 목도한 것은 이게 처음이었다.

그때 별안간 프리덤이 말을 걸었다.

「주인님, 퀸 스텔리온 닥터헬기는 청담수영병원이 가진 '메디컬 피지컬'의 아주 작은 한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도 들었어. 수영병원은 저 1,400억짜리 헬기만 수십 대 이상을 굴린다고……."

「그렇게 단순히 숫자로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 병원이 대단한 것은 안다. 재정, 규모, 업적 등 여러 가지 성과 지표는 지겹도록 듣고, 찾아보기도 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너?"

「수영병원 측에서 주인님의 동행을 바라는 눈치입니다.」

"동행을? 내가?"

「오늘 주인님이 담당하던 위중환자들이 전부 병원선으로 옮겨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동행해서 전반적으로 상태 체크를 보조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게 의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고요.」

"의사의 책임……."

그 짧은 단어가 차명택의 마음을 움직였다.

"난 긍정적인데, 우리 병원에서 승인이 날지 모르겠다."

「그건 수영병원에서 알아서 할 겁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윽고 수영병원 즉 의사가 차명택을 향해 다가왔다.

아는 얼굴이었다. 바로 같은 의대 출신 선배였으니까.

"차 닥터."

"선배님."

"병원선까지 잘 부탁해. 환자들 정보는 다 받긴 했는데 그래도 오랫동안 케어했던 담당 의사가 있어야 안심이 되겠더라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차명택은 선배와 함께 퀸스텔리온 헬기에 오르게 되었다.

밖에서 봤던 바와 같이 헬기는 내부 역시도 넓었다.

예전에 타본 적 있던 닥터헬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헬기가 정말 크군요."

"하하, 미제가 원래 뭐든지 다 큼직큼직하잖아. 이거 로터 빼고 동체 전장만 30미터 가까이 된다고."

"이렇게 큰 헬기가 뜰 수 있다는 게 더 놀랍습니다."

"원래 최대한 많은 물자와 인원을 나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니까. 괜히 1,400억 원씩 하는 게 아니지. 직접 보고, 또 타보니까 어때?"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차명택은 살짝 쓴웃음이 났다.

"40분이면 도착할 거야."

"그렇게 빨리 말입니까? 울릉도까지는 350km는 될 텐데……."

"이것도 최대 속력은 아니야. 환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최대 속력을 낸 거지. 제트 모드인가 변신하면 시속 1,000km도 거뜬히 낼수 있다던데."

"헬기가 그게 가능해요?"

"제트 모드는 로터로 나는 게 아니고 로켓엔진으로 비행하는 거라고 하던데. 나도 실제로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어. 그리고 그런 모습은 안 보는 게 낫지."

"그렇지."

"그만큼 다급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뜻일 테니까요?"

비행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환자 바이탈은 무척 안정적이었고, 차명택이 신경 쓸 것은 없었다.

오히려 선배가 수영병원에 취업한 후 어땠는지 이것저것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며, 막연한 상상에 모자랐던 구체적인 공백을 채워 넣을 수 있었다.

"다 떠나서 주 3일제야. 2일은 주간, 1일은 야간 해서 주 3일 제라고. 그마저도 야간 근무는 한 달에 2회야. 그래서 우리 병원은 당직이라는 개념이 없어. 다들 돌아가면서 한번씩 야간 근무를 서는 시스템이니까."

"주 3일만 근무하면, 나머지는 뭐해요?"

"나 같은 경우는 하루나 이틀은 그냥 가족들과 시간 보내고, 2,3일 정도는 공부를 해. 다들 비슷해. 뒤처지지 않으려고 죽어라 공부하는데 시간 보내지."

"그럼 다른 병원에 있던 때랑 다를게 없지 않아요?"

"왜 없어.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거랑 강제로 병원에 붙들려 있는 거랑 완전히 다른데."

"……."

"처음부터 가족들과 시간 보낼 길이 막혀 있는 거랑 내가 그 시간 아껴서 자기 발전에 힘쓰는 거랑은 완전히 달라. 너도 와보면 안다."

"간다고 안 했습니다."

"네가 담당하던 환자들 전부 다 빠졌는데, 거기 더 남아 있을 이유가 있냐?"

"……."

차명택은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

어느덧 망망대해가 끝나고, 저 멀리 울릉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안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에 멈춰있는 거대한 항공모함이 보인다.

헬기가 갑판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차명택의 얼굴에 희열이 흐르기 시작했다.

"항공모함,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 저게 뱃값만 한 척에 13조 원이야."

퀸 스텔리온 헬기들이 차례차례 내리면서 이송해 온 환자들을 내려놓았다.

차명택은 선배와 함께 병원선 내부를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겉모습과는 달리 항모 내부는 마치 거대한 VIP 병동 같았다.

병실은 깨끗하고 쾌적하고 넓었으며,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마치 병동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병실뿐만 아니라 휴게실, 극장, 체육관, 우체국, 심지어 은행까지 모두 갖춘 종합생활병동이었다.

"소감이 어때?"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진짜 떠다니는 VIP병동이네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는지, 선배가 미소를 보였다.

"차 닥터."

"네, 선배님."

"혹시 이 멋진 병원선에서 근무해 보고 싶은 마음 없어?"

사실 한참 전부터 가슴이 세차게 뛰고 있긴 했다.

몇 번이고 부탁이 입안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들어갔었는지 모른다.

차명택은 지금 근무하는 병원을 생각했다.

이직을 주저하게끔 만들던 환자들은 이제 그곳에 없다. 하지만 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좋은 곳으로 전원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크고 아름다운 병원선.

언제 자신이 또 이런 곳에서 근무할 기회를 잡을 수 있겠는가.

"일하고 싶습니다. 일하게 해주십시오."

"좋아. 계약서에 사인하러 가자고."

***

성주신 왕세경은 결국 업적 달성에 성공했다.

국내 4대병원의 모든 외과의들을 남김없이 스카우트해 온 것이다.

4대병원의 외과는 셧다운 상태로 접어들었고, 이는 종합병원 자격요건을 상실했음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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