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61화
289장 화산 대폭발(6)
규슈 땅을 사는 데 돈이 없어서 일본 정부와 은행에서 빌리는 게 아니다.
하수영의 현금 중 달러가 가장 크게 차지하고, 그 다음은 원화, 그리고 유로화 등 다른 국가 통화가 일부 섞여 있다.
수영사채 미국 환계좌에는 3.5조달러에 가까운 돈이 잠자고 있지만, 그것을 들여와서 규슈 땅을 사면 일본이 가장 큰 이득을 본다.
"내가 전생에서 거북선 노잡이를 몇 번이나 했었는데, 일본에 득 되는 건 못 하지."
자신의 주머니에서 일본에 흘러가는 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서 규슈 땅을 사는 게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뭐하러 비싼 달러 써가면서 일본에 좋은 일을 해주겠는가.
현재 안드로이드 프리덤 렌탈 비용은 엔화로 받고 있으며, 그 돈은 규슈 땅 매입에 고스란히 들어간다.
일본으로 건너온 가맹점주들이 올린 매출도 전부 엔화이며, 하수영이 독점적으로 원화와 교환해 주고 있었다.
가맹점주들은 환전 수수료 없이 편리하게 수영사채에서 원화로 바꿀수 있으니 이득이었고.
그에 비해 쌀과 신두를 포함한 식량거래는 전부 달러화로 받았으며, 규슈 땅 매입에 쏟지 않고 고스란히 챙겨 두었다.
히사타로 총리에게 이익의 절반을 나눠줘야 하지만, 시간을 두고 나중에 엔화를 수급해서 줄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일본은 당분간 농사는 꿈도 못 꾸겠군."
하늘은 먹구름이 낀 듯이 어두웠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구름은 거의 끼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하늘에 부유하는 화산재가 햇빛을 가리고 있어 비 오기 전 구름이 낀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래서야 당분간 비도 안 오겠는데."
「앞으로 극심한 가뭄이 예상됩니다. 도심에서는 식수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가 안 오면 식수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지."
하늘을 가린 화산재가 언제 걷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몇 개월 동안 저럴 수도 있고, 몇 년 이상 저럴 수도 있다.
어쩌면 더 긴 세월 동안 저렇게 일본 하늘을 가리고 있을 수도.
「일본 기상 전문가들은 기류에 따라 몇 개월 안으로 화산재가 걷어질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만, 마스터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몇 개월? 에이, 내가 후지산 터지는 걸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저거 몇 개월짜리는 절대 아니다."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
"당연히 영향을 받지. 근데 후지산이 녀석이 좀 고약해서. 화산재가 없어질 만하면 또 불완전 연소를 일으킨단 말이야."
「미세 화산재만 하늘에 자꾸 뿌린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래. 이 땅은 원래부터 저주받았어. 웬만한 기초공사 없이는 문명이 오래 못 가. 내 기억으로는 자연적으로 23세기를 맞이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았는데."
「22세기 안에 무너진단 말씀이시군요.」
"대륙변동 일어날 때마다 가장 먼저 침몰하는 게 바로 일본이거든. 그건 항상 변함이 없더라. 아마 판구조 자체가 그렇게 되어먹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
하수영은 식사를 위해 끝없이 늘어선 줄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있는 푸드 트럭, 그리고 수산물유통센터 앞에는 식사나 식재료를 받기 위한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있었다.
"뭐, 우리는 장사만 잘하면 그만이지."
***
수영그룹은 일본 복구사업의 굵직한 부분을 수주할 수 있었다. 식량수출 및 히사타로 총리와의 인맥 덕분이다.
하지만 1억 3천만 인구의 시장을 일개 기업이 독차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법.
수영그룹이 먹고 남은 부분은 다른 국적 건설사들이 달려들어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복구해야 할 부분은 엄청났고, 일본이 원하는 수준을 충족할 만한 건 설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전기, 수도, 가스, 통신 등 어느 것 하나 시급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하수영은 구리우 순이치 내각관방부장관을 다시 만났다.
"규슈 지역 통신 사업권을 갖고 싶은데요."
"규슈는 아직 복구 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습니다만."
부장관은 잘 아는 양반이 왜 저런 소리를 하나 의아했다.
"압니다. 하지만 농장을 안 돌릴 순 없잖아요? 지금 규슈 통신망이 완전 붕괴돼서 파견된 저희 직원들끼리 서로 연락하는 데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그럼 규슈 통신망을 우선적으로 복구시켜 드릴까요?"
"아뇨. 제가 복구할 테니, 저에게 통신사업권을 주시죠. 정확히는 히사타로그룹에 주시면 됩니다."
하수영은 외국인이니 그에게 기간 통신사업권을 줄 수 없다.
하지만 히사타로그룹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물론 히사타로는 얼굴마담이고, 실소유와 실경영은 하수영이 하겠지만.
"수영통신은 획기적인 수준의 무선 통신망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송수신탑 1개만 세우면 즉시 규슈 전체의 통신이 가능해집니다. 허락해 주시죠."
부장관은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통과 될 수 있도록 내각에 잘 설명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그리하여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초고속행정으로 규슈 통신사업허가가 나왔다.
기존 사업권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노릇일 수 있으나, 그들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어차피 시설이 크게 박살 나서 복구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데다가, 규슈 지역은 텅 빈 유령섬이나 다름없는 상황.
여기에 하수영이 60% 이상의 땅을 차지했으니, 인구가 다시 복구된다는 희망도 없다. 매우 절망적이다.
기존 통신사업권자들은 오히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부로부터 최대한 보상금을 받아내는 전략을 취했다.
하수영 또한 그들에게 당근을 베풀었다.
"귀사가 규슈에 가진 부동산, 전부 저에게 파십시오. 가격은 화산 폭발전 시세의 60%로 쳐드리겠습니다."
"뜻깊은 배려에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통신사업권자들 입장에서는 쓸모가 없어진 그 넓은 부동산을 오히려 이전 시세의 60%나 받고 정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하수영의 통신사업권 획득에 전혀 방해를 가하지 않았다.
잔금 지급 조건으로 통신사업 허가가 걸려 있었으니.
「프리덤폰을 판매할까요?」
"너무 비싸서 보조금 없이는 못 살걸 보조금을 해줄 이유도 없고, 그냥 핸드폰은 알아서 쓰라고 하고, 통신칩만 따로 주자고."
「알겠습니다.」
통신칩은 무선전기를 활용하여 통신데이터를 주고받는 매개체, 일반유심칩처럼 만들어졌기에 단말기에 장착하면 수영통신과 연결된다.
극단적으로는 화성 반대편에서도 실시간 통화가 가능해진다.
"해 안 떠서 이제 당분간 농사 못지으니까, 이제 내가 일본의 유일무이한 농부가 됐구나."
「축하드립니다. 버킷리스트 소소한 일부를 또 달성하셨군요.」
"일본 유일한 농부 되기는 버킷리스트에 애초에 없었지만, 그냥 있었다고 치고 지금 달성했다고 기록하지, 뭐."
***
하수영은 규슈 땅을 사들이는 족족농업, 혹은 농업에 필요한 시설로 만들었다.
농장 관련 시설이라고 해봐야 대단할 것은 없었다.
청년 농부들이 거주할 주거 공간, 농기구를 보관할 공간, 그리고 수리 시설 정도가 전부다.
「마스터, 농부들이 휴식을 즐길수 있는 유흥시설이 필요합니다. 도시 기능을 잃은 규슈에서는 이제 그럴 공간이 없습니다.」
"음…… 그렇다고 제주도 공단처럼 인구가 많아서 따로 그런 상권을 조성하기는 그렇네. 그냥 제주도나 부산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헬기를 지원해 주자."
하수영은 당장 쓸 수 있는 민수용 헬기를 미국에 추가로 주문했다. 또다시 매출을 올린 록히드마틴사는 행복해졌다.
"멀리 나와서 일하는데 주거 시설은 좋게 해줘야지."
농부들은 기존에는 농장에서 제일 가까운 호텔이나 모텔, 혹은 숙박업소에서 체류를 했다.
하지만 유령도시가 되어 가고 있으니, 농부들이 머무를 주거지를 아예 새로 만드는 게 나았다.
하수영은 농부 개인마다 주택을 지어서 무상임대를 제공하기로 했다.
"어차피 사람은 적고, 땅은 남아돈다. 크게크게 지어. 정원 딸린 3층 저택으로."
그리하여 농부들은 각자 건물부지만 400제곱미터에 달하고 그 이상의 정원이 딸린, 한국 도시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깔끔한 전원주택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농부 중에서 아이가 없는 경우, 아예 배우자를 규슈로 데려오기도 했다.
어차피 원할 때마다 언제든지 제주도나 부산에 헬기 타고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리 시설은 당장 급하진 않았다.
엘릭서 비료는 극단적으로 물 없이도 농작물이 건강하게 성장하게 만들 수 있었다. 괜히 주신의 음료가 아닌 것이다.
「이참에 대마도도 사들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대마도는 화산의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다.
하지만 화산재의 영향으로 일조량이 줄어들었으며, 어업은 이미 몇 년 전에 세계적으로 망한 상태.
원래 일본인도 잘 찾지 않는 관광지인데 근래에는 한국인의 방문도 바닥을 치고 있어, 도시가 파산 직전에서 허덕이는 중이었다.
지금 본토도 지원을 할 겨를이 없다 보니, 대마도 주민들은 어찌 보면 일본에서 제일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거기가 땅을 파려고 들지 모르겠네. 일단 우형신 중개사님 내세워서 접근시켜 봐. 무리하진 말고, 확보할 수 있는 만큼만 확보해."
「알겠습니다.」
그러나 우형신은 대마도를 방문한 후 썩 좋지 않은 소식을 보내왔다.
「주민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원하고 있습니다. 본토로 건너가도 마땅히 생계 수단이 없다는 점 때문에 노후비용을 크게 원하는 눈치입니다.」
"굳이 프리미엄 얹어줄 필요는 없죠. 우리 조건은 유지하면서 계속 알아봐요. 시간은 우리가 훨씬 많습니다."
「알겠습니다. 참, 대마도 주민들은 해상교량이 부산과 연결되면 자기들 섬이 살아날 거라고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대마도 땅을 전부 다 사들이기 전에는 그럴 일 없다는 걸 알아야 할 텐데. 지금 규슈에도 연결할 생각 없는데, 웃기네요."
대마도는 당분간 방치해도 상관없다. 충분한 여유를 갖고 기다리면 된다. 인내심이 먼저 바닥나는 것은 저쪽이 될 테니까.
그렇게 하수영은 규슈 농장을 멀티로 편입하는 파밍 시뮬레이션을 차근차근 진행시켰다.
***
"뭐? 의대 증원? 또?"
"네. 무조건 해야 합니다."
"아니, 몇 번이나 증원을 했는데 그새 또 증원을 하란 말인가?"
"안 그러면 의료시장이 터집니다. 대폭 증원해야 합니다."
공공의료서비스 증진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늘 반복되는 떡밥이 있다.
수가 조정, 공공의대 설립, 정원증대, 건강보험료 인상, 생명 관련기피과 특별지원 등등…….
그 떡밥들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갈등과 다툼을 일으켜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기존의 떡밥들은 의미가 없어졌다.
아니, 살아남은 떡밥이 하나 있긴하다.
바로 의대 정원 증가.
왜냐하면…….
"수영병원에서 의사들을 족족 긁어가 버리니, 다른 대형병원들이 사람이 없어서 병원 운영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1차의원 시장은 박살이 났어요. 외과 개업의는 거의 없습니다. 전부 수영병원이 긁어가고 있단 말입니다."
수영병원은 흉부외과 등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을 아랍 왕자가 백화점쇼핑하듯이 쓸어 담고 있었고, 덕분에 다른 병원들은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종합병원 자격을 박탈당하게 생겼다.
"아니, 수영병원은 진짜…… 환자 대비 의사 비율이 다른 병원 다섯배가 훨씬 넘으면서 대체 왜 그렇게 쓸어 담는 건가."
"다섯 배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