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60화
289장 화산 대폭발(5)
하수영의 무성의한 약속을 믿은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들에 렌탈된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공권력으로 징발했다.
일본 기업들은 필사적으로 우는 소리를 하면서, 뒤에서는 정부가 알수 없도록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조용히 빼돌렸다.
그들도 공장 복구 작업을 위해서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필요했으니.
중장비를 동원한다 해도 결국 사람의 손길이 직접 닿는 부분은 있는 것이고, 인간보다 몇 배의 힘을 낼수 있으며 휴식이 거의 필요 없고(과열 시 냉각 시간이 필요하긴 하다), 잠을 자지 않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었다.
"정부에는 35% 정도만 내어줘.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겠지."
"너무 많이 내주는 게 아닐까요?"
"그래도 그 정도는 내줘야 내각놈들이 의심을 안 해. 그냥 35% 딱 끊어서 내어줘."
"알겠습니다."
그렇게 일부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수송트럭에 실려 정부 통제로 들어갔다.
***
도요타 자동차는 와르르 무너진 공장지대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외부에서 지켜볼 수 없도록 높은 가벽을 쌓아 시야를 차단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일하고 있는 것을 정부 관계자가 먼발치에서 우연히라도 보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중장비를 동원해서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기사는 필요 없었다. 안드로이드프리덤은 그 어떤 숙련된 기사보다 완벽하게 중장비를 조종할 수 있었다.
면허가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 면허는 어디까지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로봇이 중장비를 운전하는 것에 대한 통제규정은 없는 것이다.
"설비 중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은 모두 건져야 한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살려 보겠습니다.」
중장비가 입구를 열자 안드로이드프리덤들이 주저 없이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드로이드가 좋은 점은 위험한 작업을 해도 인명 피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배상책임이야 발생하겠지만, 애초에 정말로 위험하다 싶으면 안드로이드가 먼저 감지해서 리스크를 피한다.
혹은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다시 전진하거나, 그렇게 며칠 동안 작업한 끝에 도요타 자동차는 무너진 공장에서 수리해서 쓸 만한 설비들을 상당 부분건질 수 있었다.
"대단하네. 이만큼이나 건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사람이 했으면 어림도 없었습니다. 안드로이드 녀석들, 아예 안에서 대형설비들을 즉석분해해서 딱 멀쩡한 부품들만 쏙쏙 골라서 가져 나와 아예 멀쩡한 완제품으로 재조립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네, 사장님. 제가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점검을 나온 도요타 사장은 안드로이드 프리덤 부대의 위력에 새삼 혀를 내둘렀다.
인간 작업자에게 시켰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전문엔지니어로 구성된 작업자들에게 무너진 공장 철거 작업을 맡길수도 없거니와, 그렇다 해도 이만한 효율을 내진 못했으리라.
"정말이지 사람하고는 작업 속도 자체가 비교가 안 됩니다. 만약 인간 작업자가 했다면 적어도 열배이상은 더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열 배 이상이라."
"그리고 사장님, 안드로이드 프리 덤의 진가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딱딱 짜맞춰 나가는 시스템에서 보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물론 안드로이드는 고도로 분업화된 시스템 속에서도 정확하고 재빠르며 틀리지 않은 작업으로 인간보다 월등한 효율을 낸다.
"바로 지금처럼 난잡하고 복잡한 작업 속에서 인간 기술자 집단보다 더 큰 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무조건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써야 합니다."
공장장의 열띤 태도에 도요타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장장 말이 옳아. 이번 일로 더 확실해졌어.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안드로이드를 렌탈해서 인간 근로자를 대체해야 해."
안드로이드는 인간 근로자와 달리 복지가 필요하지 않다.
휴게실을 만들어 공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구내식당 따위를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하다못해 자판기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오로지 무인화만이 정답이다."
***
"라는 게 자본가들이 빠지기 쉬운 가장 병신같은 생각인 거죠."
하수영은 요리를 하고 있었고, 장효주는 테이블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효주 씨는 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뭔가를 살 수 있는 가치?"
"본질적으로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요?"
"그 사람이 가진 물건을 나에게 팔게 하거나, 나를 위해 일하게 하거나, 나를 위해 허허벌판에 건물을 짓게 하거나, 사실 건물을 산다는 것도 결국 누군가가 돈을 이용해 타인에게 짓도록 시켰기 때문입니다. 그걸 후에 인수했을 뿐이죠."
"아하."
"근데 무인화가 궁극에 다다르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겠습니까? 돈을 쌓아두면 뭐해요. 그 돈을 가지고 움직일 사람 자체가 없는데."
"영화에서는 막 로봇 하인들만 잔뜩 거느리고 사는 모습으로 나오던데."
"인간과의 교감은 오직 인간만이 줄 수 있죠."
"그럼 인간을 뛰어넘는 진짜 휴머노이드가 나오면요?"
"외피를 벗겨내면 안에는 기계부품이 들어 있는 존재를 진짜 인간으로 여기지 못합니다. 겉모습에는 만족하겠지만, 오래 못 가요."
하수영은 노릇노릇하게 익은 고래고기를 접시에 담아서 식탁에 놓았다.
톡톡 터질 것 같은 최상급 캐비어도 옆에 놓았다. 철갑상어알 위에 살포시 올려놓은 백김치가 대미였다.
"결국은 인구수빨이 게임을 좌지우지하는 거거든요."
"이것도 게임이에요?"
"기업이든 국가든, 뭔가를 경영하고 번창한다는 것은 게임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형태죠. 개인 한 명 한 명이 국가급 생산 능력을 갖춰서 완벽한 자립이 가능한 세상이 되어도 결국 사람은 다른 사람을 찾게 되어 있습니다."
"설명이 뭔가 거창해졌어요. 저는 그 비싼 안드로이드가 겨우 휴직자의 업무를 대신 하러 회사에 가는 게 낭비가 아닌가 하고 물었을 뿐인데"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위한 도구로 쓰일 때가 가장 좋더라고요. 인간을 대체해 버리면 사회가 아예 붕괴해 버리고."
둘은 마주 앉아서 식사를 시작했다.
"두고 보세요. 일본 기업이고 정부고 간에 안드로이드 맛을 제대로 봐버렸으니, 머지않아 일본에선 실업률이란 말이 사라질 겁니다."
"그럼 좋은 거 아니에요? 지금까지한 말이랑 완전히 반대인데?"
"실업 상태가 디폴트이고 취직 상태가 희귀한 특별 케이스가 되면, 실업률이란 단어가 안 쓰이죠."
"아."
장효주는 납득했다는 듯이 손뼉을 가볍게 쳤다.
"제가 처음에는 그걸 몰라서 무조건 무인화만 고집하다가 문명을 몇 번 말아먹었었죠."
"그것도 게임 이야기죠?"
"네."
"보면 평소에 게임하는 거 거의 못봤는데, 언제 그렇게 게임을 많이 해요? 나 자는 사이에 몰래 하나? 근데 딴 언니들도 수영 씨 게임하는거 못 봤다고 하던데요."
"오토 돌리거든요."
"그렇게 게임하면 재밌어요? 결국 내가 직접 하는 게 아니잖아요."
"원래 뭐든지 남이 대신 해주면 편하고 재밌는 법이에요."
장효주는 턱을 괸 채 그윽하게 바라보며 유혹하듯이 물었다.
"나랑 노는 것도 남이 대신 해주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수영은 입가를 닦으며 다가갔다.
가볍게 안아 올리자 그녀가 꺅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숨 쉬는 것까지 남에게 시킬 수 있나."
***
일본은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아 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하수영이 일본에 머무르는 것은 대외신용도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만큼 일본이 안전하기 때문에 하수영이 마음 놓고 머무르고 있는 거라는 외부의 신뢰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화산 폭발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하수영 회장이라면 충분히 고급 예측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거야."
"미국이 안전하다는 정보를 준 게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계속 머무르면서 일본 복구 사업에 한 발 걸치고 있는 겁니다."
"일본은 이제 안전합니다."
사실 하수영은 일본 재건 사업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식량 수출과 푸드 트럭을 이용한 요식업 장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사소한 건설사업권 하나 따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여기저기 복구 작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을 목격한 일본인들은 하수영이 정부로부터 큰 복구사업을 수주받았다고 생각했다.
한편 규슈, 주고쿠, 시코쿠 지역의 복구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히사타로 전 총리가 내각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복구 작업을 뒤로 미룬덕분이다.
덕분에 규슈의 인구 이탈은 아주 가파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었다.
"우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주고쿠와 시코쿠 복구 작업도 이렇게 느린데, 언제 우리 규슈에 복구팀이 들어오겠어요?"
"정부는 규슈를 버렸다! 주고쿠와 시코쿠도 같이 버렸다!"
"지금 정부는 도쿄를 가장 우선으로 치면서 도쿄와 가장 가까운 순서 대로 복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규슈 차례가 돌아오려면 몇 년은 걸릴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불길한 소문까지 퍼지면서, 규슈인들은 더욱 빠르게 외부로 빠져나갔다.
푸드 트럭도 없는 규슈에서는 인간다운 식사를 하기 힘들었고, 생쌀을 물에 불려서 씹어 먹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복구가 지연되는 것에 비해서 규슈탈출 자체가 순탄한 것에 어떤 음모론을 떠올린 이도 있었지만, 어느덧 하수영은 규슈 전체 땅의 60%까지 사들이는 데 성공했다.
규슈의 땅값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었고, 국유지나 시유지를 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쌀, 신두, 고기 통조림, 생선 등 식량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땅값을 통해 고스란히 일본 정부에 다시 들어오고 있었다.
"흐음, 이렇게 되면 한규해상교량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만하지 않나?"
「애초에 규슈 전체가 마스터의 사유지가 된다는 전제하에 해상교량을 고려하셨죠.」
"부산에서 싫어하긴 하겠네."
「아무래도 부산항을 거치는 상품들이 일본까지 들어와서 일본 항구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해결책은 있었다. 그것도 간단했다.
굳이 일본 항구를 거치는 것이 더 비용이 비싸도록 만들면 된다.
한규해상교량을 통과하는 화물에 관해서는 비싼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또한 부산을 기항으로 하는 선박들은 전기 프로펠러선으로 차근차근교체하면 된다.
해상물류는 결국 운임료가 좌지우지하고, 운임료는 선박이 기름을 얼마나 소모하느냐에 따라서 드라마틱하게 바뀔 수 있으니.
"수영모터에서 빨리 선박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데."
「기존 LNG추진 선박들을 전기선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너무 더딥니다. 선주들은 기껏 비싼 돈 주고 만 든 신형 선박들을 개조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뭐, 아직 규슈를 100% 먹은 것은 아니니까. 일단 해규교량은 보류하면 되지."
그동안 생선 암시장 등 생선 판매를 통해 긁어모은 엔화가 이렇게 요긴하게 쓰이고 있었다.
대부분 현금으로 받은 거라서 수영사채 수신액에는 잡히지도 않은 돈들이다.
물론 폭락했다고 하나 그 넓은 땅을 사들이는 데는 생선 매출만으로는 모자랐다. 아무리 시세의 수백배 이상으로 받았다 해도.
「마스터, 일본 정부에서 빌린 엔화가 이제 500억 엔도 남지 않았습니다.」
"응, 추가로 빌려달라고 해."
하수영은 규슈를 사는 데 모자란 돈은 일본 정부와 은행에서 빌려서 쓰고 있었다.
히사타로 총리의 주선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