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58화
289장 화산 대폭발(3)
[대목입니다. 여러분.]
수영그룹 전체에 오랜만에 통합공지가 떴다.
[우리의 이웃나라, 일본이 지금 전국적인 자연재해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치킨을 포함한, 수영그룹의 그늘하에서 요식업을 하는 모든 점주들은 공지가 뜨자마자 일손을 멈추고 숨을 죽여 읽었다.
[특히 식량부족으로 1억 3,000만여 명의 일본 국민들은 당분간 제대로 된 식사를 누리지 못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돈은 있지만 그 돈으로 바꿔먹을 쌀과 빵을 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수영그룹은 넘쳐나는 식료품을 처치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가맹점주 여러분들도 6천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내수시장으로 인해 매출의 성장세가 공세종말점에 다다른 걸 느끼시고 계실 겁니다.]
"공세종말점을 여기에 써도 되는 표현이야? 뭔가 결이 어긋난 거 같은데……."
"자영업은 전쟁이다. 평소 농민회장님이 말씀하신 걸 생각하면 대충 무슨 마음에서 굳이 저 단어를 쓰셨는지는 알겠다."
[우리는 배고픔에 허덕이는 일본 국민들을 돕기 위해, 그리고 텅텅비어가는 우리의 통장을 돕기 위해, 무제한 일본 진출을 선언해야 할 때입니다.]
[가게는 잠시 믿을 만한 가족이나 지인, 파트너에게 맡겨두시고 일본에 집중합시다. 한국전쟁에서 일본이 병참기지를 수행하며 그들 스스로를 도왔듯이, 우리도 일본을 위한 식량기지를 수행하며 우리 스스로를 도웁시다.]
[갑시다. 열도로! 가장 앞에는 항상 제가 있을 겁니다!]
전체 공지를 읽고 난 가맹점주들은 고민에 빠졌다.
"위험하지 않을까? 그 많은 화산이 터졌는데."
"지금은 그쳤잖아요. 농민회장님이 직접 가신다는 건 화산이 더 이상 터지지 않을 거다. 그런 확실한 정보가 있어서가 아닐까요?"
"정보?"
"농민회장님은 미국하고도 아주 친하니까 최고급 정보를 어디서 얻었을 거 같은데. 그래서 자기가 앞장서고 우리더러 따라오라고 하시는거 같은데."
"음, 그럴 수도 있겠네."
"농민회장님 말씀 들어서 어디 손해 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요. 죄다 돈 잘 벌고 잘만 살고 있지. 지금 이 기회 놓치면 우리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거예요."
망설이던 점주들은 다 같이 결심을 굳혔다.
"좋아! 간다! 일본으로!"
***
수십 기가 넘는 퀸 스텔리온 대형 수송헬기들이 쉼 없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물자를 실어 날랐다.
주로 실어 나르는 품목은 언뜻 보기에는 컨테이너처럼 생겼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컨테이너가 아니라 대형 푸드 트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컨테이너 3개를 이어 붙인 듯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푸드 트럭.
퀸 스텔리온 헬기들은 이 푸드 트럭을 일본 전국 곳곳에 빠짐없이 배치하느라 쉴 새 없이 한일을 왕복했다.
푸드 트럭은 크게 3열로 나뉘었다.
1열은 운전 및 휴식, 그리고 동력부였다.
운전석은 휴식을 할 때에는 의자가 접혀지며 꽤 쾌적한 침대로 바뀌는 기능을 갖췄다.
장시간 야외 장사를 위해서는 쾌적한 휴식 및 취침 공간이 필수기 때문이다.
또한 1열에는 정수시설이 갖춰져 있어 언제 어디서든 맑은 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론 허공에서 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고, 강물 따위를 빨아들여서 순수한 증류수로 바꿔주는 장치였다.
정화필터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열을 통한 증류 방식이기에 만들어진 물은 오염이나 세균 걱정 없이 마실 수 있었다.
2열은 조리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가판대를 설치하고 조리를 해서 야외장사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3열은 식료품 및 식수를 보관하는 냉동장고였다.
손님이 몰릴 것을 대비해서 컨테이 너 크기에 달하는 냉동장고를 별개로 붙여 버린 것이다.
그렇게 일본 열도 전국 곳곳에 푸드 트럭이 뿌려졌고, 마침내 푸드트럭을 운영할 가맹점주들이 직원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왔다.
충청도에서 수영치킨을 운영하던 김학주는 감개무량해서 푸드 트럭을 바라봤다. 옆에는 함께 따라온 직원셋이 서 있었다.
"근데 사장님, 이거 연료 보급은 어떻게 한다고 해요?"
"태양광 발전이라서 그냥 걱정 없이 마음껏 쓰라고 하던데?"
"그래요? 태양광 발전이 요즘 그렇게 효율이 좋나?"
"근데 하늘이 저런데 제대로 태양광 발전이 되기는 할런지 모르겠는데요?"
직원 한 명이 하늘을 가리켜 보았다.
화산재로 뒤덮여 뿌옇게 가려진 하늘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웠다.
하늘을 떠도는 화산재가 어딘가로 흘러가거나 가라앉기 전까지는, 일본은 이제 농사를 짓기 힘들 것이다.
"몰라.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이렇게 자신 있게 보내지 않았을까? 설마 농민회장님이 일본 일조량 상태 모르고서 태양광 푸드 트럭을 보내셨겠냐고."
사실 태양광 발전은 위장이다.
푸드 트럭에 무선전기 수신칩이 달려 있어, 강릉발전소에서 무제한으로 전기를 공급받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 했다.
"우리 사장님은 진짜 농민회장님이라면 무조건 찬양이셔."
"인마, 찬양할 만하지.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을 한 번 봐라. 뭐 하나 틀린 것도 없고 실패한 것도 없으신 분이다. 그러면서 또 마음은 태평양보다 넓다고."
직원들은 사장님이 또 시작했다며 자기들끼리 키득거렸다.
그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김학주 사장은 치킨집 하면서 프랜차이즈 본사에 항상 뜯기기만 하다가 수영치킨에 편입되었다.
수영치킨은 초기 인테리어 비용도 모두 투자해 줬고, 가맹점 수수료 또한 기존 본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았다.
여기에 생닭, 기름, 소스 등 공급 자재의 가격도 저렴했고 갑질을 부리지 않으며, 무엇보다 가맹점이 가장 큰 이익을 가져가게 허용했다.
수영치킨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나서 집에 가져다주는 수입이 10배이상 늘어났다고 하니, 찬양이 입에 밸 수밖에.
"그나저나 일본이 진짜 망하긴 제대로 망했네요. 휘유……."
직원 한 명이 주변을 돌아보며 혀를 찼다.
도시 자체는 언뜻 보기에는 멀쩡해 보인다.
하지만 떨어진 화산분출물들이 아직도 흉물스럽게 붙어 있고, 도로 곳곳이 파손돼서 차들이 지나다니기 힘들다.
건설차량들이 도로 위주로 복구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전체 피해 규모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그래도 사망실종 합쳐서 오천도안 나온 거면 진짜 피해가 적은 거야 화산이 그렇게 많이 터졌는데. 오히려 진짜 운이 좋았지."
"그렇습니까?"
"재산피해도 산업단지랑 농장 쪽에 집중돼서 사람들은 진짜 많이 살아남았지. 이 정도면 재난 규모에 비해서 피해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 수준이라고."
"잠깐만요. 그럼 국가행정 입장에서는 오히려 엄청난 과부하 걸리는거 아니에요?"
"그렇지."
직원들의 표정이 뭔가를 깨달았는지 조금 흐려지게 변했다.
재난 규모에 비해 인명피해는 터무니없이 적고, 재산 피해는 매우 크다.
사람은 많이 살아남았는데 공업지대와 농업지대는 초토화되었다.
무엇보다 국가 재정 상태는 아직 살아 있다.
그렇다는 것은…….
"각오 단단히 해라. 잠은커녕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엄청나게 바쁠 테니까."
저 멀리서 구름처럼 손님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
"치.킨.한.마.리.주.세.요."
"치.킨.세.마.리.줘.요."
"치.킨.필.요.합.니.다."
어설픈 번역기 앱을 통해 들려오는 한국어 주문들이 빗발치듯이 쏟아졌다.
수도관 파손으로 제대로 씻지를 못한 주민들이 줄을 서서 치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굶은 사람에게는 치킨처럼 기름진 음식이 매우 해롭지만, 이들은 기아 상태까지는 아니었다.
그냥 며칠 동안 음식을 평소보다 조금 부실하게 먹었고, 이제는 식료품을 구할 마땅한 방법을 잃었을뿐. 치킨을 먹고 탈이 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수영그룹은 딱 좋은 타이밍에 한철장사를 위해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김학주와 직원들은 쉴 새 없이 치킨을 튀겼다.
에어컨이 풀가동하며 차가운 바람을 뿜어내고 있음에도, 머리가 녹아버릴 듯이 뜨겁고 정신이 어지러웠다.
정말로 더워서 그런 게 아니라, 손님이 너무 많이 몰려든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잠시 쉬었던 게 몇 시간 전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안 난다.
그리고 눈물 나는 지원군이 도착했다.
「저희가 잠시 맡을 테니, 조금 쉬시지요.」
"프리덤? 너희가 대체 어떻게?"
「수영그룹에서 푸드 트럭 1대당 안드로이드 프리덤 2기씩 지원을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1일 무상 체험 서비스를 제공해드립니다. 체험종료 이후 계속 서비스를 누리시려면 1기당 시급 1.5만 원을 지급하셔야 합니다.」
"지급한다. 지급하고말고. 그러니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우리를 도와줘라. 알겠지?"
「알겠습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 지원이 나온 덕분에 김학주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다른 푸드 트럭에도 똑같은 지원이 나왔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고, 직원을 추가로 더 뽑아야 하는지 행복한 고민조차 못 할 정도로 바쁜 상황에서 온 안드로이드 프리덤의 지원은 가뭄의 단비였다.
수영치킨, 수영레스토랑, 수영오세안.
치킨과 라면, 참치회 푸드 트럭은 식료품 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주민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대도시일수록 오히려 그 규모 때문에 더 큰 식료품 부족을 겪고 있었기에, 푸드 트럭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영업을 했다.
***
하수영은 도쿄에 와 있었다.
수산물센터 관리감독을 위해서였다.
사실 그가 없어도 되지만, 가맹점주들에게 일본 장사는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했다.
가맹점주들이 추가 화산 폭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본에서 푸드 트럭으로 장사를 하는 것은, 하수영이 일본에 와 있다는 점 덕분이니까.
혼자 오기에는 심심해서 장효주도 데리고 함께 왔다.
"근데 왜 캠핑카예요?"
"지금 일본은 호텔도 썩 좋지 않아요. 가스고 수도고 다 끊어져서 온 수도 제대로 안 나옵니다."
"와, 그 정도로 피해를 크게 입었나요?"
"이 정도면 적은 거죠. 초기에 일본 부자들은 일본이 멸망할 줄 알고 해외로 피신하려 했습니다. 그냥 인프라 좀 망가지고 공업단지 날아간 정도로 끝나면 다행인 거죠."
"그럼 얼마나 피해를 본 거예요?"
"제 짐작으로는 그래도 재산 피해가 한 3, 4조 달러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엄청나네요."
"에이, 화산 터진 거에 비하면 진짜 피해 안 입은 거나 마찬가지라니까요. 일본 전체가 용암으로 덮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는데."
하수영은 히사타로 총리와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중이었다.
규슈 농지를 자연발화로 위장해서 불태운 후, 쌀과 통조림, 즉석밥 등 여러 식료품을 대량으로 들여왔다.
물론 일본 정부에 아주 비싼 가격을 요구했지만, 당장 국민을 굶길수 없는 일본 정부는 눈물을 머금고 폭리를 지불했다.
전국에서 수만 대가 넘는 푸드 트럭으로 공급되는 식료품의 양도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였으니, 수영농장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었다.
"근데 푸드 트럭 규슈에는 왜 한 대도 안 놓은 거예요?"
"왜 안 봤을 거 같아요?"
"혹시 규슈를 사들이려고요? 맨날잠꼬대할 때마다 규슈규슈 노래 불렀잖아요."
규슈에는 푸드 트럭이 단 한 대도 들어가지 않았다.
즉 규슈는 다른 지방에 비해서 질좋은 식사를 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셈.
정부가 규슈를 포기했다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었고, 발 빠른 사람들은 땅 등 가산을 처분하고 규슈 지역을 떠나고 있었다.
그리고 수영농장은 히사타로농업을 통해서 그 땅을 차근차근 사들이고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