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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57화 (1,257/1,270)

프랜차이즈 갓 1257화

289장 화산 대폭발(2)

일본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부자들은 혼란스러운 일본을 탈출하기 위해 공항으로 내달렸지만, 모든 항공기는 결항이었다.

"내 전용기 타고 나가겠다는데, 대체 무슨 권리로 너희들이 막는다는 거냐!"

"지금은 홋카이도를 제외하고 일본전역에서 모든 비행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하늘에 화산재가 너무 많이 떠 있어서 비행기가 손상될 수 있단 말입니다!"

"닥쳐! 난 빨리 일본을 탈출해야겠어! 어서 이륙 허가나 내달라고!"

하늘이 완전히 막혀 버리자 사람들은 다시 항구로 몰려갔다.

어떻게든 배에 타기 위해서 다들 밀치고 악을 쓰고 몸싸움을 벌였다.

정당한 승선권은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동해 쪽으로 탈출하려던 배들은 연안을 얼마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야 했다.

쿠구궁! 쿠구구궁!

배 안에서 선명하게 느껴지는 해저화산의 울부짖음 소리에 겁을 먹은 선장이 선수를 다시 일본으로 돌린 것이다.

승객들이 항의했지만 선장은 악을 쓰면서 자기주장을 펼쳤다.

"바다 건너가려다가 해저 화산이라도 터지면? 그럼 배 뒤집어지고 우리 모두 다 죽는 거요! 뭘 알면서 말하라고!"

결국 일본 서부 쪽 항구 통한 탈출은 무산되고, 동부 지역 항구에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도쿄항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과정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박해 있던 어느 대형 크루즈선이 수많은 피난민을 싣고 일본에서 멀어지다가 변을 당한 사고도 발생했다.

규정 인원의 3배 이상을 태우고 멀어지던 중 멀리서 화산이 터지고만 것이다.

수km 이상 떨어진 화산이 분출한 뜨거운 돌덩이가 크루즈선에 직격했고, 하필 선미의 프로펠러가 파손되어 동력을 상실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도 발생했다.

그 생생한 모습을 목격한 일본 국민들은 겁을 집어먹고 항구에서 다시 물러나기도 했다.

7일 동안 후지산을 포함해서 수십개의 활화산들이 땅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용암을 활발하게 뿜어냈다.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재산 피해는 집계를 할 수조차 없었다.

산업단지가 용암과 화산재에 쓸려 나가고, 곡창지대가 불덩이로 변했다.

화산이 야기한 지진은 인명보다는 재산을 중점적으로 큰 피해를 입혔다.

그리고 7일이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모든 화산들이 일제히 트림을 멈췄다.

***

"사망 982명, 실종 3,357명, 중상자 1,982명, 경상자는 6,000명 이상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암담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던 총리가 눈을 뜨지 않고 물었다.

"재산 피해는?"

"그게,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한지라……."

"정확하지 않아도 좋으니 대략적으로라도 한번 말을 해보게."

"대략적으로도 어렵습니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내역이 워낙 상당한지라……."

"그럼 현재까지 집계된 정보 중에서만 말을 해보게 최소치라도 좋으니, 우리 일본이 최소 이 정도 재산피해부터 시작할 거 같다. 그건 말할 수 있지 않나?"

총무성 대신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말을 이어 나갔다.

"최소 20조 엔 이상입니다."

"그럼 최대치는 어디까지 예상되나?"

최소치만 말을 하라고 해놓고 다시 예상 최대치를 물어보는 것은 비겁하지 않나?

하지만 총무성 대신은 그런 불만을 품을 겨를도 없이 얼른 대답했다.

"가늠할 수 없습니다. 서너 배에서 그칠 수도 있고, 열 배나 삼십배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너 배에서 삼십 배 그 이상, 이렇게 이해하면 맞겠나?"

"그것은……."

"알겠네. 마쓰모토 대신 자네 얼굴을 보니 대충 내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감이 오는군."

"……."

총리는 읽을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과연 총리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마쓰모토 대신은 고개를 숙였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게 뭔가?"

"식량입니다."

마쓰모토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식량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쌀, 육류, 통조림 위주로 닥치는 대로 확보해야 합니다. 전국의 농지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규슈의 히사타로 농장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히사타로 농장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정말 운이 좋군."

총리는 진심으로 그렇게 늙은 노괴이자 전 총리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정치에서 완전히 은퇴한 뒤에도 수영농장과 손을 잡고 대농장을 꾸려 일본의 쌀 시장을 좌지우지하며 막대한 돈을 번다.

식량지배력과 큰돈은 그가 은퇴한 노괴임에도 일본 내각에 막대한 영향력을 배후에서 행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닮고 싶은 은퇴모델이다.

"히사타로 농장에서는 언제 수확을 하지?"

"이제 슬슬 수확철일 겁니다. 겨울에도 쌀농사를 짓고 있으니까요. 마음만 먹으면 일 년에 4모작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우리 일본이 열대지방도 아닌데 어떻게 겨울에도 벼농사를 짓는지……."

그래도 히사타로 농장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적어도 쌀 수급은 해외수입이 아니 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으니.

그때였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비서실장이 사색이 되어서 총리에게 다가왔다.

"총리 각하, 큰일 났습니다."

"무슨 큰일?"

"히사타로 농장이 불타고 있습니다."

총리는 저도 모르게 목청을 높이고 말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

히사타로 전 총리는 자택 안방의 다다미에 앉아 TV 화면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TV에는 방송국 채널이 아닌, 농장에서 보내오는 실시간 영상이 재생되는 중이었다.

황금빛으로 물든 논이 거대한 화마에 휩싸인 채 활활 타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장 직원들은 아무런 소화 작업을 하지 않는다.

자기 재산이나 다름없는 쌀들이 모조리 타들어가고 있지만, 히사타로의 얼굴은 조금도 타들어가는 기색이 아니었다.

쾅!

"아버지! 농장이, 농장이 지금 불에 타고 있다고……!"

"조용히 하지 못하겠느냐! 그렇게 천방지축처럼 굴어서야 어디 대히사타로 가문을 이끌어나갈 차기 가주로서 위신이 선단 말이냐!"

총리가 역정을 내자 큰아들은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바르르 떨리는 걸 보니, 이번 화재로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이윽고 큰아들이 고개를 번쩍 들고 분노를 담아서 외쳤다.

"아버지! 이 일은 수영농장 그놈들의 수작이 분명합니다!"

"수작이라니?"

히사타로는 어디 한번 말해봐라, 라는 뉘앙스로 말했지만 큰아들은 전혀 그런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놈들 행태를 들었는데 불을 끄는데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고 합니다. 놈들도 농장이 불타 버리기를 바라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소방작업에 진지하지 않은 겁니다!"

"농장이 불타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그럼 우리 일본의 쌀값 폭등할 테고, 놈들은 한국에서 쌀을 비싼값에 판매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걸 노리고 불을 지르고는 화산 때문에 불이 났다고 거짓말을 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맞다. 그래도 아주 판단력이 없진 않구나."

"……예?"

"네놈 생각이 맞다는 말이다."

큰아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멍청한 표정으로 늙은 부친을 바라봤다.

손주까지 둔 녀석이 어찌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히사타로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내가 불을 지르라고 했다."

"예? 예에에에?"

무심코 반문했던 큰아들은 이내 그 말뜻을 깨닫고 경악해서 목소리가 올라갔다.

***

"저 집도 장사 잘하네."

하수영은 청담동에서 불타는 히사타로 농장을 영상으로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얼마 전 히사타로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농장에 불을 지릅시다.

뜬금없는 히사타로의 제안에, 하수영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놀라거나 당황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득을 물었을 뿐이었다.

-기준시세의 몇 %를 더 쳐드리면 될까요?

설마 그런 반문이 바로 나올 줄은 예상을 못 했었는지, 히사타로는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수영은 예의 바르게 기다려주었고, 웃음을 그친 후 히사타로는 이렇게 말했었다.

-추가 이익을 반반으로 나눕시다. 그게 공평하지 않겠소?

-알겠습니다. 반반으로 하지요.

-일본의 일은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전부 알아서 할 테니.

-쌀 수급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전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한 가지만 물읍시다.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았으면 혹시 하수영 회장이 제안하려고 했습니까?

-생각 자체는 하고 있었지만, 글쎄요. 제가 먼저 꺼내기에는 리스크가 크지 않겠습니까?

-다음부터는 뭐든지 편히 물어봐주면 됩니다. 하수영 회장은 그저 우리가 합작한 히사타로농업의 수익극대화만 생각하면 됩니다. 언제나.

-명심하지요.

모처럼 손발이 맞는 대화를 나눈 후, 둘은 기분 좋게 대화를 끊었었다.

"확실히 영감이 장사 잘하네. 일본이 망해도 전혀 끄떡없겠어."

화산으로 큰 피해를 본 일본의 희망은 히사타로 농장에서 나는 막대한 쌀이었다.

그러나 히사타로는 희망을 본전에 팔아 작은 이익만 남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오히려 희망을 없애 버림으로써 일본이 더 큰 출혈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히사타로 농장이 불타 버린 이상, 일본은 이제 해외에서 쌀을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식량부족으로 다들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대량의 식량을 단기 내에 들여올 수 있는 국가는 한국, 수영농장뿐이다.

수영농장은 궁지에 몰린 일본을 상대로 몇 배나 되는 가격을 부를 수 있다. 그냥 히사타로 농장에서 난 쌀을 파는 것보다 훨씬 더 남겨먹을 수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불 지르는 것은 부담이 컸는데 말이지."

「히사타로 총리가 결정했으니 모든 부담은 그쪽에 넘어갔고 말입니다.」

"히사타로 전 총리가 확실히 감각이 있어. 정치 말고 사업을 했어도 잘했겠네."

「근데 정말 반반으로 나누실 생각 이십니까? 일본 정부와 잘만 협의하면 쌀값의 상당 부분은 은닉해서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수영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서라. 파트너가 자기 치부를 솔직히 터놓으면서 위험한 제안을 했는데, 거기에 대고 돈을 속이는 건 상도에 어긋나지. 그리고 일본이 뒷돈으로 지급한 건 나중에 히사타로 가 다 알게 돼. 이럴 땐 정직이 생명이다."

「정직이 생명이로군요.」

논을 불태우기로 결정한 게 히사타로이니만큼, 그는 일본 내에서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도록 손을 써줄 것이다.

그리고 이 한철 장사에서 거액을 남겨먹은 뒤, 나중에 다시 농사를 지으면 된다.

"원래 해석꾼은 나라가 망하는 위기 속에서 나는 법이지. 이 기회 놓치지 말고 거하게 먹거리 장사 한번 해보자. 쌀 준비해."

「알겠습니다. 추가로 어떤 식량을 준비하면 될까요?」

하수영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지금 일본은 나라 꼴이 엉망이니까 가정에서 조리하는 건 꿈도 못꿀 거야."

도시가스 파이프 따위는 거의 못쓰게 되었을 테고, 전기 또한 불안정할 것이다.

"고기 통조림은 뜯어서 바로 먹을 수 있게 익혀서 만들고, 즉석밥도 많이 준비해 조리 못 해서 생쌀 씹어 먹어야 하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아, 참다랑어 통조림도 듬뿍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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