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56화
289장 화산 대폭발(1)
하수영은 곧바로 프리덤폰을 열어서 USA 앱을 실행시켰다.
곧바로 후지산을 선명하게 촬영하는 실시간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촬영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로 선명한 고화질에, 촬영 위치도 높은 하늘이었다.
"일본 방송국 헬기는 아닌 거 같고, 어디서 들어오는 영상 소스입니까?"
"아, 이거 미군에서 보내주는 영상입니다. 아마 백악관에서도 같은 거 보고 있을 거예요."
"오, 이런 군사기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받으시는군요."
"제가 좀 친하잖아요."
USA앱의 여러 하부 기능 중에는 핵미사일 활성화 및 발사 버튼도 있다는 걸 알면, 코즈펠트는 뒤집어졌을 것이다.
영상은 실시간으로 촬영 지점과 해상도, 화질이 변하고 있었다.
미군이 추가적으로 정찰기를 계속 보내면서 화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 이리라.
"후지산이 트림을 좀 심하게 하는군요."
"어, 음. 이거 정말 터지려는 걸까요?"
화산 폭발에 관해 잘 모르는 코즈펠트가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해 보였다.
거대한 후지산의 꼭대기에서 짙은 연기가 꾸역꾸역 솟구쳤다.
하수영은 정찰기가 보내오는 여러 장면 중 어느 하나를 골라 더욱 확대했다.
"어, 이거……."
"왜 그러십니까?"
"잠시만요."
하수영은 통찰안이라는 전생의 권능을 별칭처럼 붙인, '여전히 저레벨인' 주신의 지식보고접근권한을 시야에 개방했다.
비로소 통상의 관측으로는 볼 수 없는, 후지산이 감추고 있는 현재 상태의 진실이 '저레벨만큼 생생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거 일 났네."
하수영은 곧바로 USA앱 챗 기능을 활성화해서 키보드를 불러왔다.
프리덤한테 말로 시키는 것보다 타이핑을 하는 게 더 빠르다.
원래 손은 입보다 빠르니까.
[주일미군에 명령, 지금 즉시 모든 인력은 후지산에서 최대한 멀어질 것. 정찰헬기도 포함.]
[반복함. 모든 주일미군은 즉시 후 지산에서 최대한 멀어질 것.]
곧바로 '라져 댓'이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USA앱에서 정찰 화면 몇 개가 후지산에서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무인 정찰기를 제외하고 헬기 등 유인정찰기가 철수를 개시한 것이다.
하수영은 USA앱에 연속으로 명령을 쳤다.
[전 일본에 체류 중인 모든 미국시민들에게 고함. 후지산 대폭발 임박. 후지산에서 즉시 최소 50km이상 멀어질 것.]
[3일 치 식량과 식수만 확보 후 자택에 숨을 것, 그 이상은 불필요. 3일 안에 미군이 반드시 구해낼 것임.]
[지금 즉시 앱마켓에 접속해서 프리덤앱을 다운받아 설치할 것.]
"프리덤? 한국은?"
「제가 해군원수의 권한으로 일본 체류 중인 국민들에 대한 대피령을 전달했습니다.」
프리덤은 바보가 아니다. 또한 능동적이다.
직접 명령할 시간 없이 USA 앱을 통해 미국에 지시를 전달했지만, 실시간 입력되는 채팅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여 한국에도 동시에 경고를 전달한 것이다.
"비즈니스 파트너한테는 알려주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통보를 권유합니다.」
"전화해 이런 건 직접 말을 해줘야 알아듣는다. 디지털로 통보하면 그냥 넘어간다고."
「고리야마 사장에게는 문자와 합성 음성으로 통보하겠습니다.」
"그래라. 동시에 해치워야지."
하수영은 아날로그 국가를 상대하기 위해 아날로그 눈높이에 맞췄다.
신호음이 울리고, 히사타로 전 총리가 이윽고 전화를 받았다.
-하수영 회장, 히사타로이올시다.
"예의와 격식은 생략하겠습니다. 매우 급한 일입니다. 지금 후지산소식 들으셨습니까?"
-후지산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역시 예상대로 히사타로 전 총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 일본은 필사적으로 후 지산 징조를 감추기 위해 언론을 총 동원하고 있을 것이다.
별거 아니다, 평소처럼 가끔 지랄을 하는 건데 난리를 피울 이유는 없다. 그런 식으로 자위하면서 뚜껑을 덮으려 하겠지.
어쩌면 총리까지 보고가 안 올라가고 그 중간, 혹은 하부에서 뚜껑을 덮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사재기 시작되기 전에 한국인, 미국인들이 필요한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은 벌 테니 좋게 생각해야 하나?'
"후지산이 대폭발을 일으킬 겁니다. 이제 몇 시간 안 남았습니다."
-뭐라고요?
히사타로 전 총리의 늙은 음성이 크게 올라가며 당황함을 드러냈다.
하수영은 건조하게 말을 이었다.
"99% 이상의 신뢰성 있는 예측이니, 그냥 믿으십시오. 그리고 대처하십시오. 이미 미국은 대처에 들어갔습니다."
-확실한 소스입니까?
"99% 이상입니다. 사실 100%라고 말하고 싶지만 과학에서 100%는 못 박지 않는 게 관습이라서 1만큼 뺀 겁니다. 그래야 좀 인간답잖아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냉정하게 보면 300년 넘게 쉬었으니까 이제 슬슬 터질 때가 되긴 했죠."
침음성 가득한 총리의 음성을 뒤로 하고 하수영은 통화를 끊었다.
"일본 정부는 뭐 지들이 알아서 하라고 해야지. 사실 일본하고 내가 덕담을 주고받을 사이는 아니잖아."
히사타로 전 총리와 고리야마 대표는 중요한 사업 파트너이기에 통보를 해줬지만, 일본 정부는 그럴 필요도 의무도 없다.
어차피 미국이 알아서 정보를 제공해줬을 것이다.
「일본 체류 미국인 중 65% 가까운 사람들이 프리덤앱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65% 면 정말 많이 깔았네. 정부 말 안 듣기로 유명한 꼴통들이 웬일이냐."
「마스터, 규슈 농지는 어떡할까요?」
"700km가 넘으니까 별일이 없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지, 자극받은 다른 활화산들까지 일제폭발이라도 일으키면 큰일이니까. 일단 모든 작업 중지하고 피신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해군참모총장하고 통화 좀 해야겠다."
「연결하겠습니다.」
이미 프리덤을 통해 후지산의 위험성을 전달받은 해군참모총장은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일본에 체류 중인 미국 시민과 재일 동포들을 위한 구호품 전달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식료품과 생필품위주로 준비를 하세요."
-정말 후지산이 터지는 겁니까?
"미국이 제공한 정보입니다. 이제 몇 시간 안 남았습니다. 반드시 터지고, 아주 크게 터질 겁니다."
강한 확신에 찬 대답에 참모총장은 더 이상 같은 질문을 하지 못했다.
-미국 시민과 재일 동포들을 위한 구호품 수량만을 준비합니까?
"옛날에 지진 났을 때 토착왜구 신문사들 선동에 홀라당 넘어가서 전국적으로 구호성금 모았다가 국가적 비웃음당한 거 잊으셨어요? 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
"우리 팀만 챙기기도 바쁘고 벅찹니다. 지금은 우리 팀만 신경 써야 할 때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하수영은 일본 방송들을 살폈다.
재난방송은 어느 채널에서도 내보내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히사타로 전 총리에게 경고했고, 미국 역시 총리실에 정보를 전달했을 것이다. 하다못해 후지산에서 그렇게 큰 연기를 토해내는 게 도쿄에서도 보일 텐데.
하지만 일본의 방송국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평소보다 더 활기차고 우스꽝스러운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이처럼 한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칸코쿠의 경제는 민주자본주의 시스템적으로 매우 비합리적이며, 개인의 변덕에 크게 지지하고 있어 국가 기반이 갑작스럽게 흔들릴 수 있으므로…… 이는 곧 국가경제신용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하여튼 관음의 유사국가 기질, 어디 안 간다니까. 이 와중에도 열심히 혐한이네."
「제국주의 시절에 비해서 전혀 나아지지 않았군요. 오히려 지속적으로 퇴보하는 거 같습니다.」
"뭐, 우리는 돈 벌 준비나 잘 해놓자."
***
하수영의 예상은 좀 많이 빗나갔다.
여기저기 통보를 마치고 나서 30분도 안 돼서 후지산이 대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USA 앱이 전해주는 근접거리 영상을 보던 하수영은 괜히 머쓱해졌다.
"이거 어쩌나. 이제 몇 시간도 안남았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1시간도 안 남았었네."
「대자연을 관조하는 입장에서 그 정도 오차는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죠.」
이윽고 근접거리에서 무인 정찰기가 전해오는 영상이 일제히 끊어졌다.
뜨거운 폭발 출물에 맞아서 정찰기들이 파괴되었거나, 혹은 카메라가 망가지거나 시야가 가려진 등 여러 가지 이유 덕분이다.
"농장 위성 한 번 틀어 봐. 위성으로 보는 거면 그게 제일 낫지."
「알겠습니다. 영상 전환합니다.」
이윽고 태블릿에는 일본 후지산 지역의 항공 영상이 나타났다.
흰 구름이 바깥으로 퍼지듯이 흩어지며 밀려나는 모습이 또렷이 보인다.
흰 구름 중앙에서 점점 커지는 검은 원이 지표면을 보지 못하도록 대단히 차단막을 하늘에 퍼뜨리고 있었다.
온갖 화산 분출물이 쉴 새 없이 뿜어지고 있는 것이다.
"바람 방향은?"
「한반도를 기준으로 서쪽에서 일본을 향해 계속 강풍이 불고 있습니다. 화산재가 한반도에 떨어지거나 가릴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독도 시점도 한 번 틀어 봐."
「알겠습니다.」
독도 수영펜션에 설치된 카메라가 먼 동쪽 하늘을 전송했다.
검고 붉은 잿빛으로 물든 머나먼하늘은, 마치 세상의 멸망이 다가오는 듯한 끔찍한 느낌을 주었다.
독도 펜션을 찾은 관광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밖으로 나와서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마스터, 독도와 울릉도 주민들을 피신시키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글쎄, 굳이 피신을 안 시켜도 될 거 같긴 한데……."
그때 USA앱에 다급한 경고 알람이 쉴새 없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하수영은 긴급 알림을 확인하고는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여기저기 쉴 새 없이 통화 중이던 코즈펠트가 그 모습을 발견했다.
"회장님? 이번에는 왜 그러시죠?"
"말이 씨나 됐나. 후지산 폭발에 호응이라도 한 것처럼 활화산 31개가 연달아서 활동을 개시했다고 하네요. 지진파가 아주 강력하다네요. 그것도 하필 서쪽 지역들입니다. 동해에도 영향이 있을지 몰라요."
「마스터, 독도 펜션에서 모두 철수시키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야겠다. 지금 즉시 울릉도발 차선은 출입을 막아. 왕복차선 모두 독도발 일방통행으로 전화한다."
「알겠습니다.」
한국인 대부분은 프리덤앱을 써왔고, 큰 재난에서 프리덤의 체계적이고 거시적인 안내하에 아주 적은 피해만으로 넘어간 적이 수차례였다.
독도 관광객 및 상주 직원들은 잠시 혼란에 빠졌으나, 곧 프리덤의 안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차를 타고 독도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독도를 향해 진입 중이던 차량들도 중간중간 마련된 유턴구간에서 방향을 돌려 울릉도 쪽으로 다시 빠져나갔다.
하수영은 농장 위성사진에 보이는 후지산을 중심으로 검게 퍼지는 원을 확인했다.
어느덧 반경 130km 이상으로 커진 죽음의 원은 이미 도쿄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하늘을 부유하며 급속도로 식어가는 화산재는 일본의 심장에 치명적인 마비독을 흩뿌리고 있는 중이었다.
"식량은 잘 팔리겠구나. 올해도 곡물업체들은 신나겠네."
***
후지산 대폭발 5일째.
수십 개가 넘는 화산들이 선구자를 뒤따르듯이 일제히 활동을 개시했으며, 멈출 기미가 없이 쉴 새 없이 용암과 화산재를 뿜어냈다.
수영농장이 관리하는 규슈의 농지까지 화산재에 가려서 해가 보이지 않는 대낮의 어둠에 삼켜져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