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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55화 (1,255/1,270)

프랜차이즈 갓 1255화

288 장 왜 안 망하는지 알아? (6)

기재부 전체가 이번 외화조달용 국채 발행을 반긴 것은 아니었다.

기재부 내에서는 하수영을 두려워하거나 경계하는 이들이 여전히 절반 가까이 되었다.

"외환보유고가 부족했다면 조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많았습니다. 굳이 청담동에 손을 내밀 필요는 없었습니다."

"담보로 내건 특약이 나중에 어떤 독으로 돌아올지 모릅니다."

"청담동이 국가 재정에 끼치는 영향력을 줄여야 하는 판에, 이런 식으로 범위를 늘려서는 장기적으로 좋을 게 없습니다."

"염라대왕도 손사래를 친다는 사채에 나라가 손을 대다니, 그것도 청담동 사채왕한테……. 이 일이 두고 두고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겁니다."

친 하수영 파벌은 그런 반 하수영파벌의 우려를 비웃었다.

"마이너스 이율로 달러를 2,200억달러나 끌어다 쓸 수 있는데, 이걸 안 받고 다른 방법을 찾자니, 대체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기재부 소속이라면 기재부답에 숫자 하나만 봐야지, 왜 엉뚱한 외부 요소를 끼워 붙이고 있지?"

"멍청한 녀석들입니다. 왜 우리나라가 이 시국에 안 망하고 멀쩡히 잘 굴러가고 있는지, 전혀 이해가 없는 놈들이에요. 저런 친구들한테 국가 재정 업무를 불안해서 어떻게 맡긴단 말입니까?"

대외적으로 드러낸 국채 발행 및 인수 이벤트 무대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친 하수영 세력과 반 하수영 세력이 날 선 혀를 통해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너, 이 조그만 한국 땅에 처박혀서 세상 밖이 어떤지 쳐다보질 않으니 아무것도 모르지?"

"내가 모르긴 뭘 모른다고?"

"그럼 안다는 새끼가 청담동한테 왜 달러 지원을 받았냐고 그렇게 입이 댓발이나 나와서 퉁퉁 부어 있냐?"

"아, 청담동 아니었어도 달러 조달할 방법은 많았다고."

"마이너스 이율로 달러를 빌려주는 미친 기관이 어디에 있을 거 같냐? 당장 매달 줘야 하는 이자가 없는 것만 해도 어디인데!"

정부는 10년 동안 무이자로 잘 쓴 뒤, 10년치 마이너스 이자만큼 깎은 원금을 상환하면 된다.

아마 정부 입장에서는 10년 뒤, 어떻게든 연장을 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수영농장이 없었으면! 우리나라는 망해도 진작 망했어! 아예 나라가 폭삭 없어졌을 거라고!"

"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나라가 망하긴 뭘 망한다고? 그깟 농장 하나 없다고 망할 정도로 우리나라가 그렇게 나약한지 알아?"

"수영농장 없었으면 우리나라 농가 진작 다 무너지고 초토화됐다. 식량자급률이 50, 60%도 아니고 말 그대로 0이 됐을 거라고, 0!"

"오버하시네. 적당히 합시다?"

"오버는 개뿔. 팩트를 보여주면 제발 좀 입 퉁퉁 삐죽거리지 말고 그 엿 같은 대가리에 새겨 넣어라. 너 같은 새끼랑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게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다."

"이 자식이?"

기재부의 친 하수영 세력은 수영농장이 없었다면 나라 자체가 무너졌을 거라는 추측에 동의했다.

당장 수영농장이 아사에 이르지 않도록 지탱하는 인구 숫자만 해도 억단위다.

식량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수영장이 없었다면 중국은 해외에서 대거 식량을 구매하려 했을 것이고, 곡물가는 폭등을 쳤을 것이며, 한국은 엄청난 식료품 가격에 온 나라가 뒤집어졌을 것이다.

바다가 텅 비어버린 상황에서 수산물이 담당하던 영양분의 공백을 곡물과 육류가 그만큼 대신 채워야 하니, 연쇄 도미노 반응도 추가됐을 것이고.

중국마저 힘들어 하는 판에 북한은 식량을 구매할 길이 요원하여 끝내는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핵자 폭을 시도했을 수도 있다.

친 하수영 세력은 두 눈을 꾹 감은 채 필사적으로 발악하며 현실을 외면하는 반 하수영 세력이 경멸스러웠다.

"지금 전 세계가 '아이고, 식량이 부족해져서 힘들어지고 있다.' 소리가 왜 나오는지 알아? 수영농장 덕분이야. 수영장이 없었으면 그런 배부른 소리 나오기도 전에 식량 가지고 이미 전쟁 났어, 전쟁!"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안 망하는 이유? 수영농장이 혼자서 엄청난 식량 공급을 커버하고 있어 서라고!"

"변종 붉은불개미를 수영장에서 퇴치하지 않았으면 우리나라 농가는 진작 절단 났지. 콩 하나도 생산 못했을걸. 그걸 대체 왜 외면하는지, 진짜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한번 열어보고 싶네."

***

유독 배고픈 한 해였고, 앞으로 더욱 배가 고파질 것을 예감할 수 있는 한 해였다.

전 세계 식량 생산 능력은 예전에 비해 확실히 감소했다.

의도적으로 식량재배를 줄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여러 나라들이 국가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변화무쌍할 만큼 오르락내리락하는 기온, 100년에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대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호수와 강.

잊을 만하면 농지를 쓸어버리고 곡물을 떠내려 보내는 홍수가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이 꾸준히 줄어들게 만들었다.

슈퍼 장수말벌 때문에 세력이 나날이 줄어드는 꿀벌들도 이에 한몫했고.

"수영농장이 중국의 식량수요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아마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을 겁니다."

황충떼에 광활한 논밭이 거덜 나고 가뭄 때문에 농사가 망하고, 여기에 비축 창고의 5, 6할 이상이 터진 중국.

수영농장이 없었다면 중국의 대량 식량 매입은 전 세계 곡물 시장에 말도 안 되는 쇼크를 주었을 것이다.

곡물기업들이야 폭등하는 시세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겠지만, 전 세계는 식량 부족으로 박살이 나버렸으리라.

"문제는 앞으로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 전 세계가 천천히 끓는 물에 삶아지는 개구리 신세이지만, 자기 처지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부르짖음은 열강 위정자들에게 크게 와닿지 못했다.

유럽 정치인들은 '식량 생산이 좀 줄었군. 비축미를 풀거나 사와야겠어.' 라고 치부한 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추이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전쟁은 어서 끝나야 할 비극임이 틀림없지만, 이상 기후로 인한 식량결핍 문제는 천천히 다가올 대재앙이 될 겁니다."

"전쟁 종결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이상기후와 식량 문제에도 지금부터 크게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급성 맹장과 고혈압 둘 다 걸렸는 데, 맹장만 치료하고 고혈압은 방치할 겁니까? 당연히 둘 다 동시에 치료해야지요!"

그러나 기이하게도 국제식량 공급량은 '가격이 조금 올랐네?'라는 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최대식량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이 식량 수출을 대폭 줄였음에도.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수영농장에서 찾았다.

"수영농장에서 국제곡물시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아슬아슬하게 유지를 하고 있다."

"수영농장이 나노소프트로 미국에서 운영하는 식품산업이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식량 수요가 지나치게 모자라지 않도록 커버하고 있다."

"아무래도 수영농장은 더 많은 식량을 공급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살짝 모자란 선에서 줄곧 유지되도록 선을 잡는 거 같다."

당장 프랑스는 300%가 넘던 식량자급률이 200% 가까이 떨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호들갑을 치고 난리가 날 일.

하지만 유럽의 곡물가는 약간 부족하지만 안정세였고.

러시아 전쟁과 툭하면 걸어 잠그는 유럽행 에너지 파이프는 당장 유럽정치인들의 이목을 다른 곳에 돌리지 못하게 했다.

유럽의 식량전문가들은 이 상황이 결코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유럽 전체의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고, 수영농장이 점점 그 공백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다가 10년 후에는 수영장이 전 유럽인을 먹여 살릴지도 모른다."

"유럽인들은 지금 자기들이 먹는 비싼 양식어들이 수영농장에서 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그냥 노르웨이에서 자란 물고기라고만 착각하고 있다."

"그 물고기들이 먹는 사료는 100% 수영농장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미 유럽의 물고기는 수영농장한테 완전히 장악당했다."

"유럽의 식량주권이 위험하다."

그러나 그런 식량전문가들의 우려는, 유럽 각국 최고위층에 쉽게 닿지 않았다.

***

하수영은 프랑스 낭트에 있는 대농장을 방문했다.

주말을 맞이하여 낭트 대농장을 찾은 록히드마틴의 코즈펠트가 직접 하수영을 에스코트했다.

"주변 농장의 대부분을 제가 사들였습니다. 자식들이 농사를 물려받지 않겠다고 해서 고민하던 농부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더군요."

"지도는 봤습니다. 정말 농장이 많이 늘었네요. 처음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일단 사두기만 하고 은퇴할 때까지 계속 짓던 농사는 지어도 된다고 유보해 둔 농장도 상당합니다."

"혹시 그 농장들에 본사에서 주는 지원을 나눠주고 있나요?"

"예.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는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웃이니, 은퇴할 때까지만이라도 농사의 즐거움을 계속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더군요."

"잘하셨습니다. 농사의 즐거움은 나눌수록 커지는 법이지요."

하수영은 프랑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유럽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나라가 없다.

하지만 국가와 별개로 농민은 그 자체로 친근감과 존경이 가는 존재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황비버섯은 전량 유럽으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포도는 설탕추출용만 한국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와인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문 특제비료와 안살린 교수의 구루마 비료를 섞어서 키운 포도들이죠. 오래 숙성시키지 않아도 아주 좋은 맛이 날 겁니다."

엘릭서 비료는 생산량 증대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빠르게 당겨준다는 것.

농작물의 생산속도를 촉진시키는 것처럼, 엘릭서 비료를 먹고 자란 포도로 담근 술의 숙성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다.

"목축지도 한 번 알아보시죠."

"축산업도 시작할까요?"

"황비버섯, 포도, 와이너리도 이제 자리를 잡았는데 목장도 슬슬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목축업을 제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프리덤이 알아서 사람 고용해서 관리할 테니, 코즈펠트 사장님은 가끔 송아지들이나 귀여워해 주시면 될 거 같은데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적당한 목장을 알아보겠습니다. 몇 마리 정도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그래도 나중에 100만 두 정도는 키운다 생각하고 알아보면 적당하지 않을까요?"

"100만 두라니…… 알겠습니다."

잠시 신음을 흘렸던 코즈펠트는 하수영의 스케일을 떠올리고는 얌전히 끄덕였다. 사실 이것도 아주 소박하게 부른 것이리라.

"그리고 프랑스 정부에서 설치 좀 해달라고 징징거리는 메탄 포집 장치 말입니다."

"네."

"코즈펠트 목장에만 설치하는 방향으로 갑시다. 그거 가지고 프랑스정부에 생색내면 더 이상 징징거리지 않겠죠?"

코즈펠트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그래도 징징거리긴 할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조용해지도록 잘 다독여 보겠습니다."

"소 확보할 때 돈은 아끼지 말고 숫자 늘리는 데 치중하세요."

하수영은 넓은 낭트의 대지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여기에도 궤도엘리베이터 하나 놓으면 딱일 거 같은데……."

"예?"

"그냥 혼잣말이에요."

하수영은 코즈펠트와 함께 와인과 치즈를 즐기며 프랑스 농장의 비전을 교류했다.

그때 프리덤이 별안간 끼어들었다.

「마스터, 국제속보입니다.」

"뭐냐?"

「일본의 후지산이 활동 시작 조짐을 보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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