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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53화 (1,253/1,270)

프랜차이즈 갓 1253화

288 장 왜 안 망하는지 알아?(4)

「열과 성을 다해 모시는 걸 허락해 달라.」

「허락한다.」

대충 보기에는 공치사이지만, 그 안에는 '당신의 그늘 아래 들어가고 싶다.'라는 요청과 '앞으로 잘해라.' 라는 의도가 있었다.

하수영은 수없이 많은 시간 동안 지구를 지켜봐 왔지만, 아직 그들의 ?시 문화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영역이라고 보면 된다.

'그냥 ?시고 뭐고 결국에는 본인 세력 지키고 남의 세력 때려 부술힘이 모자라서 저러는 거 아니야?'

라는 마음이 디폴트로 밑바닥에 깔려 있으니,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판타지스타 출신 감독이 현역 선수들이 너무 못하는 걸 머리로는 알아도, 입으로는 '아니, 이게 왜 안돼?'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것과 같다.

생존을 위해 결국 판시에 귀결되는 것은 하수영에게 마음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다.

정 안 된다 싶으면 그냥 다 때려 부수면 되는데, 그게 무슨 레고 조립설명서라도 되는 것마냥 애지중지 따르고 있으니, 무한의 전쟁 속에서 얼마나 답답함이 쌓였겠는가.

부무흥 부주임은 냉정하게 중국의 현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당분간 인민공화국은 심각한 식량기근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 수확량은 한해 소비량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내부 결과가 떴다.

즉 나머지 80%를 비축미 혹은 수입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는 소리.

하지만 몇 년 동안 전 세계 식량생산량은 꾸준한 우하향을 그리고 있었다.

당장 미국만 봐도, 의회에서 20년 장기계획으로 전략적 식량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진지한 안건으로 다뤄지는 추세다.

수영농장에서 식량을 구매하지 못하면, 수억 명의 인민들이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하수영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둔다면 장기적으로 자신과 가문의 생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숙소 호텔로 돌아온 부흥은 귀물함을 열고 그 안에 담긴 옥용을 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하염없이 들여다보았다.

'이 정도면 5억……? 아니, 6억 위안은 거뜬히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파산 위기에 처하지 않는 한, 돈과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무릇 진정한 보물이라면 돈으로 바꾸지 않는 게 세상의 법칙.

부무훙은 이 옥용을 영구토록 가문대대로 소장하거나, 혹은 지고한 신분을 지닌 이에게 바쳐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설 기회로 삼을 것이다.

보물이란 그런 곳에 사용하는 것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현금이나 금괴따위와 바꾸는 것은 보물에 대한 모독이다.

부무훙은 앞으로 며칠 더 한국에 체류하면서 관광을 즐길 참이었다.

협상은 진작 다 끝났지만, 그래도 계속 남아서 생산적인 소통을 나누는 모습을 중앙당에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사흘째 되는 날, 청담동에서 연락이 왔다.

-8가지 필수품목 종 신두, 밀, 쌀, 보리, 옥수수, 이렇게 5가지는 일단 전부 준비됐습니다. 운송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벌써 준비되었단 말입니까?"

수영농장 테라리움은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전천후로 농작물을 재배한다.

그래도 원하는 물량을 받기 위해서는 6개월 혹은 1년은 지나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 또한 미리미리 움직인 것이고 그런데 벌써 식량이 준비되었다니?

'그 많은 양을 미리 상시 비축해두고 있었다고? 수영농장이 이 일을 예측했을 리는 없을 테고, 식량부족사태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인가?'

-아, 비축곡물이라고 걱정되시는거 같은데 염려 마세요. 모두 '올해' 생산된 따끈따끈한 곡식들입니다. 신두야 물론 장기보존식품이지만요.

"저희가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온 것이군요."

-그렇죠. 만약 다른 나라에서 먼저 찾아와서 식량을 사겠다고 하면 어쩔 뻔했습니까? 어렵게 수확해 놓은 올해 햅곡식들을 전부 팔아버릴 뻔했죠.

부무훙 부주임은 팽글팽글 돌아가는 정신을 붙잡았다.

'지금 식량을 들여와도 당장 보관할 곳이 없다.'

중앙정부는 현재 설치류나 박쥐 등이 드나들지 못하는 비축창고를 대대적으로 짓거나 수리하고 있었다.

굴을 파지 못하도록 콘크리트로 바닥까지 덮었으며, 환기구에도 모조리 철근망을 덮었다.

비싸게 주고 사온 식량을 또다시 망칠 수 없다는 중앙정부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엄청난 식량을 갑자기 반입하면 보관할 곳이 없다.

"4개월, 아니, 3개월 안으로 저희 측에서 직접 수송하겠습니다. 그때까지만 보관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요. 어려울 거 없죠.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가져가세요.

"감사드립니다."

부주임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안도했다. 그리고 곧바로 본국에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기쁨에 찬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정말 확실한 건가?

"네, 고기류와 채소류를 제외하고, 신두와 밀 등 5대 필수 식량은 당장에라도 반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럼 묵은 곡식이 아닌가?

은근한 불만이 섞인 주임의 말에 부주임은 하마터면 욕이 터져 나올 뻔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마음이 다르다더니.

식량매수를 못하면 5, 6억 이상의 인민들이 굶어 죽는다며 무조건 거래를 성사시키라고 닦달을 할 때는 언제고.

"묵은 곡식이 아니라 올해 생산된 햅곡식이라고 합니다. 그 부분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음, 수영농장을 믿을 수 있을까?

큰일 날 소리!

부주임은 보안 통화 중임에도 괜히 누가 엿들었을까 싶어, 저도 모르게 주변을 살폈다.

"수영농장은 절대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지 않습니다. 식재료의 품질과 위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허허, 누가 들으면 부주임 자네가 수영농장 대변인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

"그런 게 아니라……."

-아무튼 알았네. 주석께는 내가 직접 보고를 올리지 부주임은 찜찜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몇 시간 후, 이례적으로 주임으로부터 빠르게 연락이 왔다.

-주석께서 추가 지시를 내리셨네.

이례적인 속도였다.

보통은 주임이 보고를 위한 스케줄을 잡는 것만 해도 대기기간이 꽤 된다.

주식이 이번 식량 거래를 매우 긴밀하게 여기며 손수 챙기고 있다는 뜻이리라.

-식량 8,000억 달러어치 추가 구매를 진행하라고 하셨네. 단 채소류는 제외.

"알겠습니다."

-고기류는 동일한 비율로 포함하면 좋지만, 어렵다면 전량 신두나 곡식으로만 조달을 해도 상관없다고 하셨네.

"예, 주임님."

전화를 끊자마자 부주임은 청담동에 문자 연락을 넣었다.

그런데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자를 넣자마자 곧바로 답장이 왔다.

[새 거래 제안은 언제나 환영이죠. 언제 볼까요?]

[지금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좋습니다.]

부주임은 부랴부랴 외출 채비를 하고, 청담동을 찾았다.

"이거 하루만에 두 번이나 연달아찾아뵙게 돼서 너무 송구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게 좋습니다. 빨리빨리 일을 해치우는 걸 선호하거든요. 아니면 작정하고 아예 묵히던가."

하수영은 웃는 얼굴로 부주임을 맞이했다.

"의미 없이 괜히 차일피일 지연되는 게 오히려 가장 안 좋은 겁니다. 그래서, 2차 거래액은 얼마인가요?"

"8,000억 달러입니다."

"오, 그럼 오늘 하루만 1.4조 달러어치나 되는 식량을 구매하시는군요. 역시 중국은 대단합니다."

하수영이 감탄사를 발하자 부주임은 자신이 직접 칭찬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어 괜히 어깨가 우쭐해졌다.

"공산당 전체가 한 해 조성하는 비자금만 1.5조 달러 이상이라더니, 과연 식량 구매도 화끈하게 진행하는군요."

"회, 회장님."

부주임은 순간 당황했다.

하수영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해 조성 비자금이 1.5조 달러이상이라니. 그럴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하수영 앞에서 정식으로 비자금에 관한 수긍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저도 그냥 소문대로 말한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순수하게 감탄해서 그런 겁니다. 일일매출 1.4조 달러라는 게 어디 보통 규모는 아니잖습니까?"

단순히 점심 메뉴를 잘못 말한 것처럼 넘어가는 태도에 부주임이 얼이 빠졌다.

"좋아요. 그럼 이번엔 품목 비율을 어떻게 해드릴까요? 아무래도 채소류는 빼는 게 좋겠죠?"

"예."

"고기류는 우리 농장 한 해 도축량이 정해져 있으니 아무래도 이번 추가 구매에는 좀 곤란할 거 같고, 신두와 다른 7종류 필수 곡식으로만 채우는 건 어떨까요?"

"좋습니다."

마침 주임이 요구한 내역 그대로 딱딱 맞아떨어진다.

부주임은 이 흐름이 만족스러웠다.

"품질이나 위생은 전혀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수영장이 다른 건 몰라도 먹을 거 가지고는 장난을 안치거든요. 하하."

"하하하……."

부주임은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설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자신이 주임과 통화했던 내용이 그대로 하수영의 입에서 나오고 있지 않은가.

부주임은 하수영이 설마 보안통신으로 이뤄진 전화 내용을 알고 있는지 두려운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까와 동일한 계좌로 입금 부탁드립니다. 지금 당장 해주시면 더 좋을 거 같네요."

부주임은 아까 방문 때와는 달리 두려운 마음을 안고 하수영과 추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

[수영농장, 일일매출 1.4조 달러신기록 달성!]

[기업의 실물거래액으로는 역사상 최고를 자랑하는 경이로운 수치!]

[지금껏 이런 거래는 없었다!]

수영농장은 공시 의무가 없다.

하지만 수영사채는 대외 과시를 위해서 1조 달러의 예치금이 추가로 들어왔음을 알렸다. 그 예치금이 바로 업체 주인의 개인 자금이라는 사실도 함께.

[수영사채, 전체 수신액 5,000조원 돌파! 그중 70%가 달러화!]

[수영사채 달러 보유액 3조 5,500억 달러! 개인이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8배가 넘는 금액을 갖고 있다!]

[국가 재정을 뛰어넘는 개인! 새로 나라를 창업해도 될 수준!]

[백악관 관계자 오피셜 : "만약 하수영 회장이 새로운 국가를 창업한다면 미합중국은 제한 없는 지원을 해줄 의향이 있다."]

수영그룹의 총자산이 정확히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갖는 큰 궁금중이었다.

그러나 수영그룹은 대부분이 개인사업체 혹은 유한회사였다. 주식회사 형태로 된 법인도 전부 비상장이었다.

때문에 외부에서 수영그룹의 자산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나마 제일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수영사채.

1금융 은행에 준하는 취급을 받고 있어서 자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영그룹 계열사들의 모든 현금을 관리하는, 수영그룹 재무부나 마찬가지인 곳이기에 간접적으로 수영그룹의 자산을 가늠하기 좋다.

"5,000조 원? 그중 3,500조 원 이상이 달러로 되어 있다고?"

"미쳤다 미쳤어."

"와, 5조 달러면 이자 5%만 받아도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이 대체 얼마야?"

"뭘 알고 말해라. 수영사는 돈놀이 안 하기로 유명해. 예대마진도 거의 안 남기고 예금주한테 몰아주는 편이다."

"그러니까 상시유동현금만 5,000조이상이라는 거잖아?"

"심지어 금융그룹도 아님. 태생부터 생산직임."

"그럼 총 자산가치는 대체 얼마나 된다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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