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252화 (1,252/1,270)

프랜차이즈 갓 1252화

288장 왜 안 망하는지 알아? (3)

몇달전, 산둥성 지난시 인근의 곡물비축 창고에서 피를 토하고 죽은 쥐 한 마리가 발견되었다.

창고관리자는 쥐를 꺼내고 피가 묻은 밀가루만 버린 뒤, 나머지 밀가 루는 자신이 챙겼다.

관리지침으로는 1톤짜리 포대를 통째로 버리는 것이기에, 자신이 챙겨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요즘 곡물값이 하늘을 모르고 치솟는 중이라, 횡재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후, 창고관리자와 가족들은 모두 피를 토하고 죽은 채 발견되었다.

공안이 원인을 조사하던 중 지난시 곳곳에서 피를 토하고 죽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성전염병이라 판단한 중앙정부는 곧바로 지난시 전체에 봉쇄를 걸었다.

봉쇄 원인을 숨기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테러조직이 지난시에 숨어들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마침내 원인을 알아냈다.

"병이 아니라 독입니다."

"독? 독이라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구토와 각 혈을 일으키고 호흡근 마비를 야기하여 결국 숙주를 죽게 만드는 신경독이 검출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테러가 틀림없군."

전염병이 아니라면 오히려 다행이다.

공안은 밀 포대에서 피를 토하고 죽은 쥐가 테러 매개체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이 이견을 제시했다.

"쥐가 발견된 쌀 포대는 하나지만, 그 큰 창고 비축곡물 전체가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쥐는 독극물 살포매개체가 아니라 수사망을 혼란시키기 위한 교란책일지도 모릅니다."

"음, 그 의견도 일리는 있소. 주의해서 수사에 임해야겠군."

중앙정부는 비축곡물 전량소각을 지시했다.

수만 톤의 밀가루가 그렇게 활활 타오르는 소각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곳은 중국이다.

치솟는 식료품 가격에 허덕이던 간부 몇몇들이 작심해서 밀가루 일부를 빼돌렸다.

일부라기에는 좀 많은 양이지만, 아무튼 일부였다.

"어차피 고온에서 끓이면 괜찮아질 겁니다. 이걸 모두 버리기에는 아깝죠."

"입구에서 먼, 구석 쪽에 있던 포대들이니 괜찮을 겁니다."

자기들끼리 긍정적인 진단을 내린 그들은 밀가루를 시중에 조용히 팔아치우고 돈을 챙겼다.

도매업체들은 소매업체들에 '질 좋고 저렴한' 밀가루를 제값 받고 팔아치웠고.

식당, 제과점 등 소매업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밀가루를 조리해서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그리고 며칠 후.

수십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며 지난시의 모든 병원들은 포화상태에 직면했다.

곡물창고에 독을 살포한 테러 세력을 추적 중이던 공안은 밀가루가 전량 폐기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고, 중앙정부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폐기 밀가루를 반출한 이들은 모조리 검거되었으며, 중형을 피하기 어려운 운명에 처했다.

충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른 지방의 비축창고에서도 쥐뿐만 아니라 설치류의 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전국의 모든 비축창고를 전수조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온 인민이 굶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였다.

중앙정부는 강경한 의지로 전수조사를 시행했고, 절반 이상의 비축창고에서 여지없이 사체 오염이 발생했음을 알았다.

독을 뿌리는 주체는 누구인가?

그 독은 어디서 나왔는가?

광활한 중국 땅에서 공안의 눈을 피해 이런 전방위적인 테러를 벌이는 게 가능한가?

공안은 혼란에 빠졌고, 중앙정부는 어서 결과를 가져오라며 닦달을 해댔다.

조금씩 드러나는 결과는 충격적이었고, 믿을 수 없는 내용뿐이었다.

"세균성 신경독입니다."

"세균성이라고?"

"네, 독 자체도 알려지지 않은 종류라서 수사에 혼선을 빚었는데, 그 독을 만들어내는 세균 또한 처음 보는 종류입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접한 세균임이 틀림없습니다."

처음 보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처음 발견된 신경독.

"오염 전파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생쥐, 다람쥐 등 설치류를 세균들이 숙주로 삼습니다. 숙주가 죽으면 공기와 바람을 타고 주변에 광범위하게 퍼져 유기물을 오염시킵니다."

"유기물을 오염시킨다?"

"공기를 타고 최소 수백 미터 이상을 퍼져 나가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유기물을 양분으로 삼기에 죽은 사체, 고기, 심지어 말린 곡물도 가리지 않습니다."

"가만, 그럼 그 세균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곡물을 먹어치우고 독을 생산했다는 말인가?"

"정확히는 수명이 다한 세균 개체가 죽으면서 신경독 성분을 품게 됩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던 신경독은 이 정체불명의 세균 사체입니다."

유기물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고,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독으로 남기는 세균.

"다행히 살아 있는 인간의 면역체계는 뚫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설치류의 호흡기관에 기생하여 소량 번식을 하며 맥을 이어 가다가, 숙주가 죽으면 본격적으로 분열 활동을 시작하는 생존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몸집이 작은 동물한테는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몸집이 어느 정도 큰 건강한 생물한테는 직접적으로 위해를 끼치지 못하는,

"모든 곡물비축창고에 양압시스템을 달아 외부의 나쁜 공기가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시오. 동시에 쥐들이 드나들 수 없도록 앞으로는 바닥까지 철근콘크리트로 조금의 틈도 없이 덮어버리도록 하시오."

"예."

***

적어도 인간의 손이 닿은, 중국의 국가적 아사를 노린 적국이나 테러조직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은 알게 되었다.

자연에서 우연히 탄생한 신생 세균이 먹이 활동을 하다가 재수 없게 걸린 셈.

살아 있는 세균은 덩치 크고 건강한 동물을 해하지 못하지만, 죽은 세균이 남긴 신경독은 90kg이 넘는 성인도 가뿐히 죽일 수 있을 정도다.

동물을 상대로 여러 실험이 벌어졌고, 데이터는 차곡차곡 쌓여갔다.

생쥐, 다람쥐 등 설치류 방제 작업이 전국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다람쥐 사살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 우려했지만, 당장 비축미의 절반 이상을 못 쓰게 된 중앙정부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남은 것은 이제 이 세균이 어디에서부터 기인했으며, 어떻게 방제할 것인가였는데…….

"주석 각하 장저우시 대형 곡물비축창고에서 죽은 박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곡물은? 세균은?"

"오염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박쥐는 주로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반복되는 더위와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는 인간 뿐만 아니라 자연의 동식물도 힘들게 만들었다.

자연환경의 악화는 곤충의 수를 줄어들게 만들었고, 이는 먹이사슬에 연쇄적인 작용을 가져왔다.

비축창고를 노리는 쥐들의 숫자가 근래 갑자기 늘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리고 곤충을 잡아먹고 살던 박쥐들도 곡물창고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원래라면 놈들이 쳐다보지도 않았을 먹잇감이지만, 어느 박쥐 개체 한 마리가 용기를 내어 밀가루를 먹어보았다.

그것은 생각보다 부드러웠으며, 열량이 넘쳤고, 무엇보다 도처에 가득 널려 있었다. 동족들을 전부 데려와서 먹더라도 남아돌 정도로.

그렇지 않아도 감염된 세균 때문에 열량이 부족해서 허덕이던 박쥐 집단은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놈들은 비축창고 상부 곳곳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창고에 진입했고, 마음껏 밀가루를 먹어치웠다.

밀가루로 시작해서 쌀, 콩, 보리 등 다른 곡물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배를 채운 박쥐들은 다시 동굴로 돌아갔고, 일부 기력이 없는 박쥐들은 창고 안에 남아 계속 먹이를 먹다가 수명이 다해 피를 토하며 죽었다.

그리고 숙주가 죽자 세균들은 비로 소 왕성한 분열 활동을 개시했다.

"주석 각하. 이대로는 앞으로 단일 년도 버틸 수 없습니다. 올해 농사는 이미 망쳤고, 비축미의 6할 이상을 잃었습니다. 남은 비축미가 세균 오염에서 전부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식량을 사 오더라도, 박쥐와 설치류 떼들을 어쩌지 못하는 한 무의미한거 아닌가?"

"그게, 기이한 점이 있습니다."

"기이한 점?"

"습격당한 창고 안에 같이 보관 중이던 수영농장산 곡물들에서는 신경독이 일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검출되지 않았다니?"

"100회가 넘는 동물급여실험을 통해, 수영농장산 곡물들은 전혀 오염되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성분 조사를 한 결과 세균들이 분해작용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죽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을 생성하지 못하고 죽은 겁니다."

"확실한 결과를 가져오게 단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게!"

수입한 수영농장산 곡물을 상대로 강도 높고 꼼꼼한 비교실험이 이어졌다.

수천 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투입되었고, 그들은 모든 테스트에서 예외없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석 각하, 신경독세균은 수영농장산 곡물을 흡수하지 못했고, 독을 만들어내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그 위에서 굶어 죽었습니다."

"설마 그 치명적인 유해균조차도 먹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곡물이란 뜻인가?"

"아닙니다. 동물을 상대로 한 급여 실험에서는 모두 멀쩡했습니다. 수용소 거주 인민들을 상대로 한 인체 실험에서도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주석은 이 기가 차는 결과가 믿어지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군. 동물과 사람에겐 해롭지 않고, 근데 신경독세균만 먹지 못하는 곡물이라고?"

"총 15,000회가 넘는 테스트에서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습니다."

주석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처음도 아니고, 이미 여러 번 한 일을 반복하는 것인데 어려울 게 뭐 있을까.

"한국에서 곡물 구입을 추진하게. 최대한 많이 나 또한 사재를 털어서 곡물 구매를 추진할 것이다."

***

부무훙 부주임은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

'어떻게 알았지? 설마 우리 공화국에서 정보가 유출된 건가?'

외국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철저한 정보통제가 이뤄졌다고 들었는데, 판매자가 이미 상황을 알고 있다니.

"그냥 찍은 건데, 표정 보니 맞나 보네요."

"그게……."

속마음이 들킨 부주임은 부정도 못하고 패닉에 빠져 있었다.

하수영이 화려한 치장이 된 상자를 가져와서 뚜껑을 열었다.

붉고 부드러운 천 위에 놓인 녹색조각의 황홀한 자태에, 부주임은 순식간에 마음을 뺏겼다.

그것은 옥으로 조각한 용이었다.

"이런 진귀한 명품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니! 조각가의 솜씨가 실로 천상의 경지입니다!"

그저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니었다.

용의 비늘이며 수염 한 올 한 올까지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옥을 사랑하는 중국에서 이 정도 공예품이면 그저 부르는 게 값이다.

"부주임님한테 들었다고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속 시원하게 말해봐요. 궁금해 죽겠네."

"……."

"싫으면 말고요. 부주임님 말고도 대답해 줄 사람은 많겠죠."

"아닙니다!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수영이 상자를 다시 닫으려고 들자 부주임은 부리나케 나섰다.

상자를 연 채로 손을 고정하며, 하수영이 눈빛으로 재촉했다.

"사실은…… 설치류와 박쥐 떼가…… 곡물 창고를 습격하여…… 신경독을……."

옥 장식에 눈이 멀어버린 부주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자세히 털어 놓았다.

다 듣고 난 하영이 말했다.

"그런 거라면 국내 시세 세 배로는 안 되겠는데요. 다섯 배로 해야겠어요."

"예?"

"중국 가서는 열 배 부른 걸 다섯배로 겨우 깎았다고 말하면 되잖아요. 나도 거기에 말 맞춰 줄 테니까 염려 말고, 부주임님이 귀한 정보도 알려줬는데 내가 뭐하러 해를 끼치겠습니까? 앞으로 두고두고 조언을 귀담아들으면, 내 입장에선 그게 더 이익인데."

부주임은 조용히 한쪽으로 가서 통화를 했고, 한 시간 뒤 수영사채 미국계좌에 4,000억 달러에서 껑충 뛰어오른 6,000억 달러가 입금되었다.

"자, 이제부터 이 옥용은 부주임님 겁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과 성을 다해서 모시는 걸 허락해 주십시오."

"얼마든지 허락합니다."

사실 제작비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옥 부스러기들을 모아다가 입자집합명령 장치에 넣고 3D 프린팅으로 몇 초 만에 뚝딱 찍어낸 거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