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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51화 (1,251/1,270)

프랜차이즈 1251화

288 장 왜 안 망하는지 알아? (2)

근래 중국이 겪는 큰 골칫거리는 나날이 낮아지는 장강의 수위와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메뚜기떼 피해, 이렇게 두 가지가 있었다.

그 외에도 전쟁, 외교, 무역, 소수민족 학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 둘은 근래 갑자기 추가된 근심거리라는 차이가 있었다.

둘은 식량안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수위 저하로 인해 감소한 수력발전량이 공업지대 가동을 줄여 경제에 피해를 준다는 점도 있지만, 먹는다는 가장 기초적인 문제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낮아진 싼샤댐의 수위가 화면에 떠오르자 하수영이 팔짱을 끼고 주시했다.

"이렇게만 봐서는 잘 안 보이는데요? 물이 적긴 해도 바닥을 드러낸 정도는 아닌 거 같고."

댐 하류로 흐르는 강은 말라붙어서 바닥을 드러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낮이라서 그래요. 이건 밤에 촬영한 거."

미레아가 다음 영상과 사진을 들어주었다.

댐 하류는 낮에 언제 그랬냐는 듯 곳곳에서 바닥을 드러내고, 거대한 웅덩이가 군데군데 있었다.

"밤이 되면 댐을 완전히 닫아서 물을 막아버려요. 낮에는 하류가 말랐다는 티가 안 나도록 조금씩 수문을 열어주는 거구요."

"댐에서 한참 먼 하류 쪽은 더 심하겠네요."

"네. 그것도 여기 사진이 있어요."

과연 댐에서 한참 먼 장강 하류는 강둑이 새로 생겨날 정도로 수위가 현저하게 낮아져 있었다.

"상류에서 유입되는 물의 양이 너무 줄어드니까 댐에 최대한 받아두고, 낮에는 티가 덜 나도록 조금씩 트는 걸 반복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들키지 않겠다는 노력은 가상한데, 이 친구들은 왜 자꾸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지.

지가 타조야 뭐야."

"중국은 올해 농사도 크게 망쳤어요. 작년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예요."

"가뭄 원인은요? 아, 어차피 이건 중국도 모르고 있겠네요."

"상류지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으로 위에서 내려오는 수량이 줄어들고 있는 건 확실한데,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어요."

"원래 자연이 하는 짓에 의도를 읽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뭔가 의미심장하네요. 방금 그 말."

"자연은 '그냥 어쩌다 보니 이리 됐네?' 이런 스탠스거든요."

"이번 가뭄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작용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뭐 했을 수도 있죠."

"그럼 결국 인간이 일으킨 게 아닌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인간이 탄소배출로 기후를 망쳤다고 해도 그 대가를 100% 돌려받는 건 아닙니다."

미레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100%가 아니면요?"

"50%가 될 수도 있고, 100,000%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

"플러스 쪽으로 가든 마이너스 쪽으로 가든, 자연이 뭔가를 의도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그냥 굴러가다 보니 50%가 되거나 100%가 되거나 100,000%가 되거나 한다는 거죠."

미레아는 말뜻을 조금 이해하기 어려워서 갸우뚱거리며 계속 생각했다.

하수영이 더 풀어서 설명해 주었다.

"인간이 돌려받아야 할 대가가 감소해서 왔어요. 그럼 자연이 인간을 가엾게 봐준 걸까요?"

미레아는 비로소 하수영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반대로 인간이 원래 받아야 할 대가보다 수백 배 이상으로 증폭해서 왔어요. 그럼 자연이 인간을 그만큼 괘씸하게 여긴 걸까요?"

"둘 다 아니죠……."

"의도를 읽을 필요가 없다는 건 그런 의미입니다. 자연 그 자체는 아무 생각이 없거든요. 행성신은 조금 다르겠지만."

"행성신이요?"

미레아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무교이지 않았어요?"

"무교 아닙니다. 누구보다 착실한 교인인데요."

"어느 종교를 믿는데요?"

하수영이 믿는 종교는 미국 입장에서는 중요한 전략정보다. 물론 미레아한테 이제는 미국보다 하영이 더욱 중요한 순위가 되었지만…….

"하원석 주신교를 믿습니다."

"예?"

"저를 영혼으로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아버지, 고대 주신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먼 우주로 떠나신 양부 하원식 주신교를 믿습니다. 제가 바로 교주이자, 제사장이자, 아직까지는 혼자만 있는 유일교도이지만요."

"……."

미레아도 하원석이란 이름은 들어서 안다. 지금은 행방불명이 된 하수영의 아버지.

워낙 괴짜이고 온갖 말도 안 되는 정확한 예언을 밥 먹듯이 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면서, 미국은 그가 죽은 게 아니라 어디 인적 없는 산속에서 유유자적하게 명상을 즐기고 있으리라고 추정했다.

"아버지 주신교에 따르면 지구는 아직 행성신이 없어요. 태양계 자체가 너무 어리고 왜소해서 그렇다나?"

"……."

"만약 행성신이 있었으면 진작 저한테 인사 왔을 테니까요. 아직까지도 인사 없는 거 보면 지금 없는 겁니다."

"그, 지금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에요?"

"진심이라면, 절 떠나실 겁니까?"

하수영이 오히려 진지하게 반문하자 미레아는 가슴이 긴장으로 쿵쾅거렸다.

이제 와서 그를 떠나고 싶진 않다.

다른 세 여자들한테 밀리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무결점의 남자인 줄 알았던 그에게 이런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면…….

갑자기 하수영이 웃었다.

"타로점 재미로 믿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 나름대로 아버지를 위한 효도입니다."

"타로점? 효도?"

"주신교를 안 믿으면 아버지가 상속을 안 해준다고 하셨는데, 제가 어쩌겠어요? 제 농장,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가문의 비법으로 운영하는 겁니다."

"아아."

미레아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 합리적이고 세속적인 이유라면 납득을 못 할 것도 없다. 본인도 믿는다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유산 때문에 의무적으로 관리한다'라는 개념에 가깝게 느껴진다.

"종교 있어요?"

"있었는데 버렸어요. 오래전에 CIA에서 일하다 보니 신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지구신은 아직 없다는 게 아버지주신교의 정론해석이기도 합니다. 잘됐네요. 나중에 무난히 입교할 수 있겠네."

"입교, 해야 돼요? 아니아니 할게요. 지금 당장 입교할까요?"

"아직은 굳이 때가 안 됐습니다. 그때가 영영 안 올 수도 있고, 아무튼 필요하다 싶으면 제가 한꺼번에 입교시킬 테니까 미리 염두에는 두고 있어요."

한꺼번에 라는 건 다른 세 여자들을 포함해서 말하는 것 같다.

미레아는 한국에 있는 조상 및 선대에 대한 제사 관습의 독특한 변형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가문의 비법 농장을 물려받고 싶으면 가문 전속 종교를 받아들이고 제사장이 되어라! 안 그럼 상속은 없다!

라는 요구를 받으면 누구라도 받아들이지 않을까?

불과 몇 년 만에 전 세계 식량패권을 쥐락펴락하는 초대형 농장주가 될 수 있는 기회인데.

"장강 가뭄 이야기하다가 왜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는 식량을 얼마나 사고 싶답니까?"

중국은 지금까지 신두만 1,000억달러어치를 구매했고, 그 외에도 쌀과 밀, 콩을 엄청난 물량으로 사들였다.

러시아도 400억 달러에 달하는 식량을 구매했지만, 중국의 물량에 비하면 작게 느껴질 정도다.

"1,500억 내지 2,000억 달러어치 식량을 주문할 거 같아요. 종류는 상관없이."

"종류는 상관없이?"

"네, 지금 중국이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거든요. 아직 전부 밝혀진 건 아닌데 가뭄 외에도 더 치명적인 문제가 있나 봐요."

"흐음…… 마음 같아선 신두로만 몰빵해서 보내고 싶지만, 그래도 사람이 식도락의 즐거움이라는 게 있는 건데."

"밀과 콩, 고기도 적당히 섞어서 보내길 원할 거예요."

"대신 국내 시세의 두 배는 받아야겠습니다. 미리미리 식량을 준비해서 장사 좀 하라고 또 다른 제가 저에게 주는 선물이군요."

"그렇죠."

"어디 보자…… 신두, 밀, 고기, 콩을 3:3:3:1 비율로 보내면 적당하려나?"

"제 생각엔 충분할 거 같아요."

***

미국의 예상대로, 이틀 뒤 중국에서 조용히 하수영을 찾아왔다.

대외에는 알리지 않은 조용한 비공식 방문이었다.

전권을 가지고 방문한 이는 국무원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부무흥이었다.

"농업농촌부나 상무부에서 방문할 줄 알았는데, 뜻밖이라서 놀랍습니다."

"그만큼 정부에서 이 거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부무홍 부주임은 시종일관 긴장감으로 딱딱해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우선적으로 신두, 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쌀, 보리, 옥수수를 원합니다. 이 8가지는 우리 공화국이 필수로 원하는 품목이며, 그 외부수적으로 깨, 수수, 메밀, 콩, 가지, 감자, 공심채, 갓, 당근, 마늘, 배추, 무, 상추, 양파, 오이, 완두, 죽순, 청경채, 토마토……."

부무홍 부주임의 입에서는 저걸 어떻게 다 외웠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식재료 이름들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고추, 호박 등을 원합니다. 물론 부수적으로 원하는 것이기에 귀농장의 여건이 되는 한에서 준비해 주시면, 물량이 얼마든 간에 한국시세의 3배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전량 구매하겠습니다."

-너희 나라 시세 3배까지 쳐줄 테니까 우리한테 웬만하면 팔아. 양은 상관없어.

그런 의지가 굳건한 말이었다.

통상적인 식량 거래와는 전혀 결이 다른 거래 방식이다.

보통은 원하는 품목과 단위 가격, 그리고 구매 수량을 먼저 제시하고 가격과 시기 등을 조율한다.

그러나 부무홍 부주임은 필요한 식량의 종류를 늘어놓고, 3배의 가격을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음,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게 빠졌습니다. 예산은 어느 정도나 잡고 계시죠?"

"1차로 4,000억 달러를 준비했습니다."

미레아가 놀라서 입을 틀어막을 뻔했다.

미국의 분석예측으로는 많아 봐야 2,000억 달러였는데? 아니, 이것도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이지만.

그런데 1차로 4,000억 달러라고?

'대체 중국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중국과 러시아가 러-우 전쟁 종결이후 북한을 이용해서 한반도를 흔들려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은 있었다.

그때를 대비해서 식량을 일찍부터 부지런히 비축한다는 주장도 타당성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발주량은 너무 많다.

'한국전쟁 중에 수영장이 아예 파괴될 것까지 가정해서 미리 닥치는 대로 긁어모은다고? 아니, 이건 더 말이 안 되잖아.'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1차가 4,000억 달러면, 2차는 그보다 더 클 수도 있겠군요."

"적어도 그보다 작지는 않을 겁니다. 이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좋습니다. 거래하겠습니다. 한 품목으로 몰빵하지 않고 최대한 균등하고 다양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해보죠."

"잘 부탁드립니다."

부주임은 잠시 양해를 구하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대금은 몇 분 안으로 수영사채 미국 환계좌에 입금이 될 겁니다."

"지금 들어왔네요. 정말 빠르군요."

"그만큼 식량구매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여겨 주십시오."

부주임은 정중하게 목례를 했다.

하수영은 악수를 나누다가 슬쩍 물었다.

"곡물비축 창고에 문제가 생겼나 봐요? 한두 개가 털린 게 아니군요?"

순간 부주임이 흠칫해서 놀랐고, 하수영은 짓궂은 미소로 재차 물었다.

"이 정도면 전국의 비축창고 거의 대부분이 털린 모양인데, 사람이 그랬다면 거의 내전 수준의 폭동이었을 테지만 그런 조짐은 없으니…… 혹시 쥐떼인가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부주임은 처음으로 목소리가 떨렸고, 하수영은 '경험에 의거한' 추정을 계속 떠벌렸다.

"쥐떼든 뭐든 유해동물들이 창고를 턴 모양인데, 그 많은 비축물량을 다 먹어치울 정도였으면 진작 알려졌을 테고. 아하, 알겠다. 병든 유해 동물들이 퍼진 모양이네요? 감염병 걸린 쥐 몇 마리가 곡식자루를 이리 저리 쑤시면 그 창고는 전부 다 버려야 할 테니까요."

"……."

"표정 보니 맞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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