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49화
287장 잔칫상을 차지하는 것은 (5)
사형 가처분.
요약하자면 모든 사형수는 형이 집행된 것으로 간주, 죽은 것으로 보고 사회적으로 영구히 격리하겠다는 뜻이다.
면회는 당연히 금지된다. 이미 죽은 사형수가 어떻게 가족이나 지인, 외부인을 만날 수 있는가.
TV, 라디오, 신문, 책 등도 당연히 금지된다. 죽은 이가 어떻게 외부의 소식을 알 수 있겠는가.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같은 사형 수뿐.
교도관조차 만날 수 없으며, 오직 안드로이드 간수의 통제와 관리감독만을 받을 수 있었다.
오직 한 가지 예외는, 질병으로 수술 등을 받을 때뿐이다. 이때에도 의료진과의 대화는 엄격하게 제한되며, 안드로이드를 통해서만 소통이 가능하다.
사형 가처분 제도는 대대적인 국민의 찬성을 끌어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반발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사형 가처분 제도를 반대하는 이들은 대체로 사형찬성주의자들이었다.
"그냥 깔끔하게 사형 집행해 버리지. 미국도 사형 집행하는데 대체 뭐가 무서워서?"
"만에 하나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있다고 쳐 사형을 집행해 버리면 되돌릴 수가 없잖아. 사람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한 명의 억울한 사망자가 나올지라도 백 명의 흉악범들을 죽여 버려서 유가족들의 원통함을 달래주는 게 맞지 않을까?"
"그 억울한 사망자가 너나 네 가족이 되더라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냐?"
"할 수 있다. 나나 내 가족이 그 억울한 한 명이 되더라도 사형집행으로서 사회의 정의가 바로 설 수만 있다면, 난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어."
"광기 보소. 지랄 났네."
"정작 그 억울한 상황에 처하면 세상에 온갖 저주는 다 퍼부을 거면서. 하여튼 입만 살았어."
사형 가처분 제도는 사형폐지론자 들한테서도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내가 사형을 반대한 것은 집행할 경우, 나중에 억울함이 밝혀져도 되돌릴 수 없다는 점 때문인데."
"이건 가처분이라서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으니까. 그 전까지는 죽인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거고."
"이 정도면 뭐 나쁘지 않은데."
순수한 인권론자들은 '사형수라 해도 너무 가혹한 처사다'라면서 사형 가처분 제도를 반대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형수에게도 인권은 있는 법입니다. 그것은 그 어떤 제도나 법으로도 강탈할 수 없는, 천부적이고 본질적인 거예요."
"어차피 사형수들은 죽을 때까지 세상에 나올 수 없어요. 가석방 자체가 없단 말입니다. 그런데 평생 면회도 못 하고, 세상 소식도 못 듣는다는 것은 너무 잔인해요."
"사형수의 가족들은 대체 무슨 죄랍니까? 아무리 사형수여도 내 가족이라서 보고 싶을 텐데, 평생 볼 수 없다는 건 가족들에 가해지는 2차 가해입니다."
이런 주장에 대한 강한 공격도 쏟아졌다.
"그 사형수들한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없는데?"
"피해자 유족들은 평생 못 만나고, 가해자 가족들은 언제든 만날 수 있고, 이것 자체가 이미 불합리한 거 아닌가?"
"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유족 앞에서나 그런 말을 해봐라."
여론조사 결과 85% 이상이 사형 가처분 제도에 찬성한다고 나왔다.
설령 85%가 반대를 한다고 했어도, 정부에서는 이 법안을 밀어붙였을 것이다.
세상에 밝힐 수 없는, 미국의 외교적 공격을 무마할 유일한 수단이었으니까.
그리하여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정식 법률로서 인정받았다.
[프라임건설, 사형수 전용 교도소건설사업 단독 입찰!]
공사비가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사업이었지만, 프라임건설 외에는 아무도 입찰을 하지 않았다.
수영그룹이 하려는 일에 훼방을 놓았다가는 무슨 보복을 당할지 모르기에.
재벌들은 전기, 통신, 철강, 식량을 쥐고 있는 수영그룹을 두려워했다.
작정만 한다면 수영그룹은 다른 건 설사들을 모조리 말려 죽일 수도 있었다.
국내 모든 건설 프로젝트마다 쫓아다니면서 '원가 입찰'만 반복해도, 다른 건설사들은 손해가 쌓여서 결국 사업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사형수 전용 교도소, 원통형 기둥으로 지어지게 된다.]
[창문이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산책 가능한 정원마저 콘크리트벽과 천장 안에 존재한다.]
사형수 전용 교도소 3D 조감도가 나왔다.
온통 회색빛을 띠고 있는 칙칙한 외형은,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랑했다.
총 4개의 출입구가 있지만 평시에는 오직 1개만 운영되고, 나머지 3개는 철통같이 폐쇄된다.
나머지는 화재, 지진 등 긴급재난 상황만을 고려하여 추가한 출입구였다.
보통 법안은 가결되면 일정 기간 공포 기간을 거친 후 효력을 발휘한다.
사형 가처분 제도도 마찬가지.
때문에 사형수 가족들은 면회가 완전히 막히기 전에 실컷 가족을 만나 두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였다.
***
내란에 적극 가담한 육군 및 판검사들은 1심에서 대부분 사형을 선고 받았다.
피고인과의 친분 때문에 법관의 양심을 저버리고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판사들은, 다음 날 자신과 가족의 비리가 만천하에 까발려지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 중에는 현직대법관 및 검찰총장도 끼어 있었다.
심지어 여당대표인 이용수마저 사형을 선고받아, 전국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사형은 강제적으로 3심까지 진행이 된다.
하지만 3심까지 가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고, 모두가 예상했다.
사익을 위해 내란을 일으킨 주동자들에 대한 국민의 증오와 경멸은 진화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
사형을 선고받은 육군 장성, 판검사, 정치인을 부모로 둔 자녀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이 나라는 이제 글렀다. 더러워서 내가 떠난다."
그들은 온갖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챙길 수 있는 재산은 전부 챙겼다.
부모의 재산은 전부 동결이 걸려있고, 증여받은 재산도 대부분 가압류 상태라서 챙길 수 있는 재산은 얼마 되지 않았다.
특히 부모로부터 받은 부동산과 주식, 채권은 그것이 중여이든 매매이든 간에 모두 동결 조치로 묶였다.
때문에 장년의 성인 자녀들이 챙길수 있는 것은 자기 명의로 된 예금과 개인적으로 소지한 귀금속 같은 동산 정도였다.
"아빠, 꼭 떠나야 돼요?"
"이놈아. 할아버지가 사형 선고를 받았어. 남은 우리들이 이 땅에서 앞으로 맘 편히 살 수 있을 거 같아? 잔소리 말고 빨리 짐이나 챙겨."
부친은 조금이라도 당하면 잔인한 정치적 보복 수사를 행사했다.
상대방이 자살할 때까지 온갖 별건 수사로 괴롭히고 또 괴롭혀서 사회적 활동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런 부친을 보고 자랐기에, 당연히 집안이 몰락한 지금 온갖 혹독한 보복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미국 영주권이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 미국에서 조용히 없는 듯이 숨어 살면 돼."
그 많은 재산의 5%도 미처 챙기지 못한 채 야밤도주 하듯이 출국해야만 했다.
혹시나 출국금지가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가족에게까지 손을 뻗지는 않은 듯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공항에서 발생했다.
"영구 입국 금지 대상입니다. 오늘 즉시 미국을 떠나 주십시오."
"예? 아니, 나는 영주권자입니다! 입국 금지라니요, 그것도 영구적으로! 말도 안 돼!"
"감히 미국 공항에서 항의를 경비원! 이 사람을 당장 체포해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마디 항의했을 뿐인데, 뚱뚱한 출입국 직원은 즉시 경비원을 불렀다.
그들은 강제로 한국행 티켓을 끊고, 그날 바로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탑승 순간까지 공항 보안요원의 감시를 받았으며, 기내에서도 승무원들의 주시를 받아야만 했다.
그와 같은 일은 내란 적극 가담자 가족 모두에게 일어났다.
가족들은 손주까지도 미국에 들어갈 수 없었다.
-테러리스트의 핏줄을 미국에 받지 않는다. 미국에 대한 잠재적 테러 위협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안보정책을 착실히 지켰다.
테러리스트의 가족을 받지 않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당연한 안보 조치.
이로 인해 미국에서 미리 살고 있던, 적극 가담자의 가족들이 강제로 추방되었다.
직접 테러를 저지르지 않았으나 감옥에 넣을 순 없지만, 테러리스트의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미국에서 쫓아낸 것이다.
내란 적극 가담자들의 입국을 거절당한 가족, 거주를 금지당하고 쫓겨 난 가족들은 남은 재산을 모조리 긁어모아서 다른 나라로 떠났다.
대부분은 일본으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일본은 별말 없이 그들을 받아주었다.
동결과 압류를 피해 챙길 수 있는 돈이 얼마 되지 않았던 일부 가족들은 동남아를 택했다. 일본에서 자리를 잡기에는 재산이 터무니없이 모자란 이유 때문이었다.
사형을 선고받은 적극 가담자들은 사형 가처분 제도가 효력을 발휘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면회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미련 없이 면회를 포기하고, 자신들이 살길을 찾아 이리저리 떠났다.
내란죄에 적극 가담한 이들의 집안은 그렇게 재기 불가능할 정도로 풍비박산이 났다.
그나마 세상의 손가락질을 피해 일본, 동남아 등 해외로 도망칠 수 있는 이들은 다행이었다.
이민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은 한국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들의 신상이 까발려지는 일은 없었기에, 고개를 숙이고 모른 체 조용히 살면 이웃이나 새 직장에 들키는 것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다.
***
"대통령님, 이제 모든 게 정리된 거 같습니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측근들이 한숨을 돌리며 대통령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박부성 대통령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여러분들은 마음이 편안한 모양이군요.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님?"
"우리 대한민국과 한미동맹 파기는 물론이고 전쟁조차도 불사할 것 같았던 미국의 움직임……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수방사 부대를 몰아내고 청담동을 수호한 안드로이드 부대…… 그걸 보고서도 맘 편히 안심이 되나 보군요?"
비서실장이 흙빛이 되어 말렸다.
"대통령님, 청담동과 날을 세우는 것은 위험합니다!"
"……."
"날을 세워요? 내가 지금까지 언제 한 번이라도 날을 세운 적이 있습니까?"
"육군 놈들이 해공군에 비해 차별받는다고 불만을 쏟아낼 때에도 난 무시했어요. 그 어떤 정치인, 어떤 육군 출신 인사보다 청담동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다들 입을 다물고 듣기만 했다.
"이번 내란도 따지고 보면 검찰과 여의도 놈들이 날 무시하고 지들끼리 2인3각으로 날뛰다가 육군까지 불이 번진 일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
"내가 지금 진짜 걱정하는 게 뭔지 압니까? 청담동이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큰 힘을 지녔고, 예상보다 훨씬 미국과 친밀하다는 겁니다. 그걸 만천하가 확인했어요."
"대통령님 말씀은…… 청담동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또다시 나올 수 있다는 겁니까?"
"벌레라는 게 어디 한 번 방역했다고 멸종합니까? 시간이 지나면 내성을 품고서 더 지저분하고 더 음습하게 출몰하지요."
"……."
"이번에는 사형 가처분 제도 도입과 적극 가담자들의 멸문으로 싸게 막았습니다. 난 나 다음 정권이 열렸을 때가 걱정입니다. 시간은 인간에게 망각을 주고, 제2, 제3의 이용 식이 같은 친구들이 또다시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죠."
단순한 이라면 청담동과 청와대, 한국과 미국 간의 복잡한 삼각관계를 걱정하는 대통령의 혜안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대통령의 말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이 나라를 위해 또 다른 이용식, 육군, 검찰 같은 사고뭉치들이 나대지 못하도록, 내가 오래오래 총리를 해먹어야 할 것 같다. 나 말고는 아무도 이 일을 못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