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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48화 (1,248/1,270)

프랜차이즈 갓 1248화

287장 잔칫상을 차지하는 것은 (4)

한국은 미국과 거액의 통화 스와프조약을 체결 중이었다.

6개월 후에 만료되지만, 동일 조건 그대로 연장될 거라고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도 잘못될 거라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10% 규모로 축소하겠다는 예정 통보를 해오다니.

외교부 장관이 발 벗고 뛰어다니면서 백악관의 의중을 알기 위해 힘을 썼다.

기재부 또한 차관이 청담동을 찾아서 하수영이 왜 그랬는지 알아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하수영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오해입니다. 전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청와대는 당연히 하수영이 미국을 움직였으리라 생각했다.

검찰 및 육군의 내란 소동에 대한 경고의 의미에서.

그런데 본인은 아니라고 한다.

"저는 통화 스와프가 뭔지도 모르는 촌부입니다. 평생 흙만 만지고 살았다고요. 거름 냄새 폴폴 풍기는 촌부한테 그런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 어휴, 정신만 어질어질하다구요."

"의원님."

기재부 차관은 기가 막혀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 정도면 그냥 발뺌 정도가 아니라 기만이 아닌가.

"제가 미국에 친한 친구가 몇 있기는 한데 뭐 저 하나를 위해서 백악관을 움직이니 마니 하는 건 세상이 말하는 음모론입니다."

"의원님, 도와주십시오. 통화 스와 프 연장 거절이 알려지면 우리나라 환율 시장과 채권 시장이 박살 납니다. 기업들도 큰 피해를 볼 겁니다."

"나는 스와프니 뭐니 하는 어려운 이야기는 전혀 모른다니까 그러네요."

***

기재부는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청담동을 물러나야 했다.

아니, 전혀 소득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청담동이 검찰과 육군의 내란에 관해서 매우 불쾌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들에 대한 올바른 조치가 선행되어야 제대로 대화의 장을 열어볼 수 있을 듯합니다."

기재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냉소적이고 폐쇄적이던 하수영의 태도에서 오히려 방향을 찾았다.

이쪽이 먼저 성의를 보이고 난 이후에 비로소 생산적인 대화를 시작할 수 있으리라.

대통령은 잠시 생각을 한 뒤 말했다.

"구속된 검사, 육군 놈들 말입니다. 내란죄 외에도 그간 꾸준한 비위를 쌓아온 게 있겠죠?"

"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없으면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큰 범죄자는 하루아침에 태어나지 않는다.

뇌물수수, 횡령, 배임, 직권남용 횡포 등 여러 자잘한 중소 범죄들이 쌓이고 쌓인 끝에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다.

"여죄도 마저 추궁하고, 몰수를 빌미로 전 재산에 압류를 거세요. 그 가족들이 단 100원 한 장도 쓸 수 없도록 돈구멍을 막아버립시다."

죄인들의 집안 자체를 결딴내자는 소리, 하지만 아무도 반대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돌아가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이 후속타를 준비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반덤핑관세를 천명했습니다."

"3대 신용 평가 회사에서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현 AA에서 BBB+로 5단계 격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여행주의국가로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CNN에서 청담동 총기 난사 사건을 매일같이 보도하며 불안한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전방위적으로 미국의 잽이 이어졌고, 한국의 경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거 큰일 나겠다 싶은 조짐을 감지한 재벌 기업들은 곳간을 걸어 잠갔다. 상여금 등 지출을 바짝 조이고 현금, 특히 외화 확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하다.

대기업, 경제 전문가, 정치인들은하수영이 미국을 움직여서 보복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미국이 자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상상 자체를 떠올리기 힘들었다.

외교부 장관은 미 국무부 차관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상대방의 생각을 알고 싶어도, 도무지 만나주지를 않는다.

미국이든, 청담동이든, 양쪽 모두.

뭘 원하는지는 일단 알아야 대처법을 만들 게 아닌가.

***

통화 스와프, 관세, 국가신용등급조정 예고 등 다방면으로 혼을 빼놓은 뒤, 미국이 비로소 본심을 살짝 꺼냈다.

"이번 테러 및 내란에 가담한 정치인, 군인, 판검사들을 범죄인인도 조약에 따라 우리 미국으로 보내주시오. 우리 미국법에 따라 미국 땅에서 처벌하겠소."

국무부 차관의 말에 외교부 장관은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들은 한국인이고, 우리 한국 땅에서 한국인과 한국에 죄를 지었습니다. 미국으로 이송할 이유와 명분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지 않소. 그들은 우리 미합중국에 죄를 지은 테러범이오. 따라서 우리 미국의 법에 따라 처벌을 해야 합니다."

장관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 때문에 미국이 피해를 본 게 뭐가 있다고?

그만큼 하수영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는데, 미국에 대한 테러라는 것은 너무 막 나간 거 아닌가?

"다시 말합니다. 그들은 미국을 테러한 테러리스트들이오."

만약 그들이 미국 국적을 가졌다면 국가반역혐의로 적용이 되겠지만, 미국 시민이 아니기에 테러리스트로 분류된다.

"테러리스트를 인도받을 때까지, 우리 미합중국의 공격은 결코 멈추지 않을 거요."

자세한 상황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죄인들의 인도를 원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았다.

장관은 서둘러 본국에 보고했고, 청와대에 긴급국무회의가 열렸다.

***

"미국을 테러한 테러리스트라니요. 아무리 미국이 청담동을 감싼다지만 이건 너무 나갔습니다. 그들은 엄연한 내란범으로,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합니다."

법무부 장관이 다소 흥분해서 미국의 뜻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라고 구속된 검사 후배들이 마냥 예뻐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후배들이 미국으로 끌려가는 것을 방관했다가는 앞으로 그어 떤 동문회에도 기웃거리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이 한숨을 쉬었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우리나라 교도소보다는 거칠고 험한 미국 교도소에서 놈들이 평생 고통받길 바랍니다. 하지만 자국민이 자국에서 저지른 범죄를 가지고 해외로 인도한다는 사례는 없습니다."

"내란범들을 경멸하는 국민들조차 막상 미국으로 보내면 정부를 이상하게 볼 겁니다. 우리가 미국 위성 국가도 아닌데 말이 되냐는 소리가 분명히 나옵니다."

"미국 인도는 헌법수호에 어긋납니다.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큽니다."

논의 끝에 외교부 장관을 통해 미국을 다시 한번 떠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

그리하여 장관은 국무부 인사를 다시 만났고, 깔끔한 대답을 들었다.

-미합중국을 테러한 테러리스트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대한민국의 굳건한 의사, 잘 이해했습니다.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장관이 헐레벌떡 본국에 연락을 해서 절절한 외침을 전달했다.

"워싱턴에서는 지금 한미동맹 파기 옵션까지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

"한미동맹 파기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냥 살짝 떠보기만 했는데 더욱 걸쭉해진 반응에 청와대는 하얗게 질려 버렸다.

동맹 파기라고?

이게 동맹 파기까지 나올 만한 건수는 절대 아닌 거 같은데?

"대체 청담동에서 워싱턴에 뭐라고 이야기를 했길래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건지……."

"혹시 자기 뜻대로 보복해 주면 미국으로 이민 가겠다고 한 게 아닐까요? 로한까지 데리고 말입니다."

수영그룹을 전부 품에 안을 수만 있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동맹 파기쯤이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일 수도 있으리라.

"대통령님, 이건 헌법 수호니 자국민 보호의 원칙이니를 따질 영역이 아닙니다."

국무총리가 사색이 돼서 입을 열었고, 국무위원들이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망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헌법수호도 국가가 생존해 있을 때나 추구할 수 있는 가치입니다."

"총리님은 그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겁니까?"

"수영그룹은 현재 한국의 식량안보를 단독으로 짊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기업이 미국으로 떠난 뒤의 미래는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반도체, 전기, 통신, 반수성철강, 청담스코프 등 첨단의료기술, 그리고 항모와 구축함, 1,000대가 넘는 전투기들도 모조리 사라지는 겁니다."

"나라가 망하는 것보다는 내란범들을 그냥 미국에 던져주는 게 낫습니다."

그 어떤 흉악범이라도 국민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국가가 국민에 대해 갖는 기본 의무벌을 줘도 내 땅에서 내가 벌한다라는 정신이다.

그러나 고작 수백 명의 내란범들로 인해 나라가 박살 난다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장담하건대 청담동에서 이번 일로 크게 실망해서 미국으로 떠나고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보복하기 시작한다면, 5년 후부터는 매년 수십만 명 이상이 굶어 죽을지도 모릅니다."

"설마 그 정도나……."

"함부로 알고 설마라고 말하십시오! 지금 중국과 러시아는 수영농장의 식량 판매가 없었으면 적어도 100만 명 이상이 아사했을 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사자가 100만 명이나 나왔을 거라고요?"

"이렇게 답답해서야! 지금 세계는 전례 없는 식량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영농장 덕분에 위기의식을 전혀 못 느낄 뿐이라고요! 조금만 밖으로 나가보세요! 너도나도 흉년이라고 걱정이 태산입니다!"

다음 날까지 이어진 국무회의 끝에 결국 대통령은 내란범 인도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선택지가 두 개밖에 없는 상황에서 독약을 마실 수는 없었다.

수영그룹의 미국 이민과 한미동맹 파기라는 결과를 선택할 순 없으니.

그리하여 미국에 은밀하게 그런 뜻을 전달한 그 날, 청담동에서 동아줄이 내려왔다.

***

"필사즉생 필생즉사, 대통령님께서 정치적으로 죽을 수도 있는 길을 택하셨으니, 살길을 열어드리는 게 인지상정이죠."

하수영이 조용히 청와대로 찾아와서 독대를 가졌다.

대통령은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내란범 미국 인도라는, 정치적인 자폭을 감수하기로 했기에 하수영이 비로소 손을 내밀어 주었다는 것을.

"전 그놈들이 마땅한 심판을 받으면 됐습니다. 심판장이 한국이냐 미국이냐는 안 중요하죠."

"놈들은 지엄한 법의 응징을 받을 겁니다."

"범죄 수익은요?"

"이자와 벌금, 추징금까지 붙여서 철저히 긁어낼 겁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죠? 집행을 전혀 안하고 있으니까요."

"그것은……."

대통령은 머뭇거렸다. 사형 집행은 미국 죄수 이송 이상으로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컸다.

"아아, 이해합니다. 그럴 일은 없지만, 사형은 한번 집행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저도 잘 알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가처분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까?"

"사형 가처분이라고요?"

대통령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사형의 가처분이라니, 언뜻 짐작이 되지 않았다.

"제가 예전에 많이 하던, 아니, 많이 생각하던 건데요……."

하수영이 조용히 설명했고, 대통령의 눈이 점점 커졌다.

***

[법무부, 사형수 전용 교도소 건설및 사형가처분에 관한 법안 추진한다!]

[사형 가처분, 그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모든 사형수는 새로 지어지는 전용 교도소에 평생 수감됩니다. 물론 그곳에도 체육, 산책, 휴식 시설 같은 것이 있습니다.]

[달라지는 게 있다면 사형수들은 죽을 때까지 같은 사형수 외의 외부 인을 만나지 못합니다. 면회는 평생 금지되며, 교도소에서도 안드로이드교정관의 지도 및 관리 감독을 받게 됩니다.]

[TV, 전화, 신문, 라디오 청취 등 외부 소식은 일절 알 수 없습니다.]

[인권은 예 없습니다. 왜냐하면 죽었어야 할 죄수들이니까요. 그래서 사형 가처분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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