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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46화 (1,246/1,270)

프랜차이즈 갓 1246화

287장 잔칫상을 차지하는 것은 (2)

외부에서 가해지는 물리에너지를 한계에 가깝게 흡수하여 흘려 버리는 만능 장갑.

그 경이적인 방어력은 한때 국제전쟁 자체를 종식시키기도 했다. 재래식 무기끼리 서로 아무리 쏘고 두들겨 봐야 파괴되지 않아 전선이 고착되기 때문이었다.

핵공격만이 유일한 전쟁수단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겉으로는 국가 간전쟁이 종식된 것처럼 된 것이다.

아무튼 하수영이 전생에서 '갖고 놀기 좋은 장난감'이라고 표현한 이 미래 금속으로 만들어진 방패는 소총탄뿐만 아니라 더 굵고 높은 운동에너지를 가진 기관총탄까지도 가볍게 튕겨 버렸다.

사령관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두께가 몇 cm 안 될 거 같은 저 방패가 어떻게 기관총탄을 가볍게 튕겨낸단 말인가. 심지어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탱크?'

마치 탱크에 서서히 포위당하는 듯한 아득함이 밀려왔다.

겁에 질린 일부 병사들이 거듭해서 총알을 쏘아댔고, 이미 탄창은 바닥을 드러낸 뒤였다.

"탄약수! 탄약수!"

"이거 뭐야? 안드로이드가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야?"

"우리는 하수영 회장을 구출하러 온 거잖아? 근데 왜 우리를!"

"소대장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장교들도 그런 항의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당혹스러워했다.

보안유지를 위해 그들에게도 이 작전의 본질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모두가 발포 명령에 따른 것은 아니다. 곳곳에는 한 방도 쏘지 않고 항의하는 군인들도 있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여기에 왔느냐고 항명하는 부사관, 장교들도 있었고, 반대로 그냥 상관이 시키니까 무작정 방아쇠를 당긴 이들도 있었다.

"쏘지 마! 쏘지 말라고!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하수영 회장님 재산이다! 아군이란 말이야!"

"쏴라! 쏘라고! 항명은 총살이다!"

안드로이드 프리덤 부대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예 탄창집을 꺼내서 총을 등으로 메어서 발포 의사가 없다는 것을 밝히는 이들도 나왔다.

눈이 벌게진 상급 장교가 권총을 들이대며 협박해도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혼란의 도가니 속에 우두커니 선사령관은 이용식의 신신당부를 떠올렸다.

-누가 왕을 잡느냐에 따라서 이 나라 권력 구도가 완전히 달라질 걸세.

저택을 지키는 해병대를 수방사부대가 진압하고, 그 뒤 검찰이 투입해서 하수영 및 지인들의 신병을 확보한다.

그리 되면 대통령도 감히 이용식을 어쩌지 못할 것이다. 육군 수뇌부와 이용식, 검찰의 완벽한 권력 트라이 앵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허허, 허허허……."

방패를 든 안드로이드 부대가 어느덧 부대를 완벽하게 포위해 버렸다.

성인 남성의 몇 배에 달하는 힘을 거뜬히 낼 수 있는 안드로이드.

발포 명령을 따랐던 병사들도 아예 체념하고 저항을 포기했다.

요란한 총소리에도 불구하고, 집 밖으로 나오거나 거리에서 달아나는 시민들의 모습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사령관은 아까부터 미친 듯이 울리고 있던 핸드폰을 천천히 받았다.

대통령이었다.

-이 미친 새끼야! 내가 하수영 회장 지키라고 보냈지, 덮치라고 보냈어? 너 이 새끼! 이용식이하고 한편 먹었구나! 개새끼한테 생선을 지키라고 보낸 내가 등신이지!

그 뒤로도 뭐라뭐라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대통령의 체면이나 발언 조율을 의식할 여유는 전혀 없었다.

말 그대로 나라가 망할지도 모를 뻔한, 아찔한 위기 상황이었으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국가 총력전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열릴 수도 있었다.

"하하하……."

사령관은 대통령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군인 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끝내게 될 행동.

그러나 이미 모든 게 다 끝난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까짓 무례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사령관은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총구를 관자놀이에 갖다 댔다.

지난 삶의 모든 순간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구국의 영웅이 되어 천문학적인 재산을 얻고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국방부 장관, 그리고 여의도 입문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언젠가 내각제총리까지 진출하여 정치 인생을 명예롭게 은퇴하는 운명을 누릴 수도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이제 부질없는 상상이 되어 흩어졌다.

탕!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빠르게 날아온 투사체가 그의 팔꿈치를 쳤다.

덕분에 총알은 오른쪽 눈알을 스치면서 하늘을 향해 비산했다.

"으으으아아아악!"

팔꿈치, 그리고 터져 버린 우측 안구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사령관은 어린아이처럼 울부짖었다.

그와 함께 부귀영화를 꿈꿨던 적극 가담 장교들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명령을 거부했던 장교, 부사관, 병사들이 눈이 시뻘게진 채로 다가와서 그들을 포박했다.

무턱대고 시키는 대로 총질을 했던 병사들도 그제야 돌아가는 상황을 깨닫고, 총을 버린 채 순순히 포박에 응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 부대는 포위망을 구축한 채 그 장면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

수방사령관이 실패했음을 안 이용식은 부리나케 전화를 돌렸다.

대상은 거사를 함께하기로 한 현역육군 장성들이었다.

"수방사 부대가 실패했어. 지금 움직여야 된다."

"항공부대를 투입해서 신속하게 제압을 해야 해. 필요하다면 기갑부대도 청담동에 투입해야 한다!"

"뭐? 이 새끼야! 나 하나만 끝나는 줄 아냐? 애초에 한배에 올라탔어! 여기서 멈추면 니들도 죄다 내란죄라고!"

"내란죄로 총살당할지, 마지막 구국의 결단을 행할지 선택은 네 몫이다!"

군인의 실패한 반역은 총살로 귀결될 뿐.

수방사부대의 실패에 겁을 먹고 망설이던 육군 장성들은 결국 일제히 움직이기로 했다.

이용식은 거듭 보안을 당부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청와대가 지금 육군을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분명히 거사를 함께하기로 했다가 대통령에게 다시 붙기로 마음을 바꾼 이들이 있을 겁니다."

"상호 간의 연락은 내가 준 핸드폰으로만 해야 합니다."

오늘을 위해 이용식은 그동안 비축해두었던 대포폰을 주요 협력자 전원에게 뿌렸다.

프리덤앱이 설치되지 않았고 개통명의도 자신이나 육군부 인사와는 전혀 무관한 평범한 시민, 노숙자의 것으로 한 것.

적극적으로 가담하기로 한 육군 고위 군인들의 목적은 바로 육군의 불안정한 미래를 바로잡는 것이었다.

휴전선은 사라지고 바로 위에 중한이라는 위성국가가 들어섰다. 한국인들은 하영이 중한의 국부이므로 사실상 속국이나 마찬가지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북한은 나라 전체가 굶어 죽기 직전에서 수영장이 제공하는 신두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

전쟁수행 능력이 완전히 바닥을 쳤으며, 전쟁을 하더라도 미사일이나 포탄 요격전 위주로 될 것이다.

즉 비대해진 육군이 더 이상 존재할 가치를 상실해 버렸다.

'하수영은 이런 미래를 내다보고 육군을 홀대한 건지도 모르지. 아니면 이렇게 유도했거나.'

눈 딱 감고 총을 들고 일어나면 국가권력을 손에 움켜쥘 수 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한 늙은 군인들은 이용식의 거사에 참여했다. 출세와 영달을 원하는 젊은 장교들도 적극 가담했다.

육군항공대 사령관은 출격 준비를 완료한 부대에 마지막 명령을 내리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갖췄다.

그때 이용식이 보안을 위해 제공한 대포폰이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순간 그의 가슴이 철렁했다.

아내의 번호였던 것이다.

'집사람이 어떻게 이 번호를?'

그는 놀라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

-어, 정말 당신 폰이야? 와 진짜였네.

"아니, 당신이 이 번호를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긴 연락이 안 되니까 안드로이드가 이 번호로 걸면 받을 거라고 알려주더라고. 이거 업무용 번호라며?

"안드로이드?"

사령관은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서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혹시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지금 집에 와 있어?"

-응, 무료 가사도우미 서비스 경품에 당첨되었다고 지금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와 있어. 집안일 해주는데 와 정말 꼼꼼하고 좋아. 대박이야. 대박. 나중에 이런 게 민간에도 보급되면 진짜 좋겠다.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메시지 도착 알림이 울렸다.

통화를 유지한 채 메시지를 확인하니, 가족들과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사이좋게 집안에서 촬영한 사진 한 장이었다.

'인질!'

그렇게밖에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대포폰으로 거사를 함께하기로 한 부사령관이 전화를 했다.

-사령관님…….

힘이 빠져 죽어가는 목소리에, 사령관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같은 일을 겪었다는 생각이 스쳤다.

"혹시 자네 집에도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가사도움을 준다며 찾아와 있나?"

-예…… 지금 이 전화로 어머니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빌어먹을 이용식 개자식!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해! 보안은 확실하다며!"

-아무래도 여기서 멈춰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럼 우리 모두 총살이야!"

-가족을 전부 잃고 권력을 얻어 봐야 뭐합니까? 아니, 이런 상황에서 거사를 성공시킬 가능성이 얼마나 됩니까?

분하지만 부사령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미 작전 실패는 확정이다. 게다가 가족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

만약 투항을 거부하면 청담동이 가족을 상대로 무슨 수를 쓸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사고로 위장해서 죽여 버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사령관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

이용식을 따라 청담동 병력 투입에 찬동했던 육군 적극 가담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동일한 연락을 받았다.

그들은 상호확인을 통해 전원의 명단이 밝혀졌으며, 모두 가족들이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가족들은 친절한 가사도움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자신들이 보기에는 인질이었다.

육군은 청담동 투입을 완전히 포기 했으며, 들이닥친 헌병대의 체포에 굴복했다.

여당의 이용식 계파, 그리고 검찰의 반 임탁정 파벌만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청담동 해병대 진압 소식이 들려오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대통령님, 이제 안심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던 하루가 무사히 지나고, 위험한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깨달은 대통령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육군 적극 가담자 명단을 전원 확보했습니다. 장성급 인사 중에서만 15%가 이용식의 내란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15%라…… 꽤 많군."

수치상으로는 적어 보이지만, 기습적으로 청담동을 습격하고 경호중인 해병대를 몰살시키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이건 누가 왕을 잡느냐, 지키느냐의 게임.

하수영이 잡히면 저쪽의 승리였다.

"경찰 병력이 아직 마음에 걸리지만 우리 해병대와 안드로이드 부대가 철통같이 청담동을 지키고 있습니다."

"왕을 잡힐 염려는 더 이상 안 해도 되겠군. 그나저나 이용식…… 그놈이 진짜 이런 미친 짓을 할 줄이야."

"검찰이 판을 엎어놨으니 그 혼란을 틈타서 하수영 회장을 잡으면 권력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여당에서는 몇 명이나 가담했지?"

"소극적 가담까지 포함하면 여당에서만 거의 절반 가까이 됩니다."

사진과 영상이 들어왔다.

청담동 저택을 에워싼 안드로이드프리덤 부대의 모습, 그리고 청담동전체를 순찰하듯이 돌아다니는 안드로이드들의 모습이었다.

마치 청담동 전체가 하수영의 궁전이라도 되는 듯한 광경에, 대통령은 희미하게 소름이 끼쳤다.

이 나라에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저렇게 많이 있었던가.

저렇게 일사불란하게 조직을 갖추고 침입부대를 격퇴시킬 정도였다.

심지어 장비로는 일상도구와 방패하나만 사용하는 방어적 대응이었는데.

"……어쨌든 잘 해결됐으니 다행이야."

여의도와 서초동에 피바람이 불겠지만, 그것은 기계적인 뒷수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건 끝났다.

***

「주인님, 훈련은 끝났습니다. 이제는 외출을 하셔도 됩니다.」

"무슨 훈련을 도심에서 저렇게 요란하게 하는지, 참."

「청담동 하수영 회장 저택에 대한 테러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보니 실전 같은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우리 회장님 지키기 위한 훈련이라는데 뭐 그거 한나절쯤 양해해 줘야지."

청담동 한복판에서 울린 총소리는 당장 서울 시민들의 의심을 받지 않고 넘어갔다.

프리덤은 모든 서울 시민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훈련상황을 설명하고 안심을 시켰으며, 그쪽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

-상황은 해제되었다. 비상령을 해제한다.

공수부대를 태운 채 한반도 영공을 비행하던 미군 수송기들이 모함을 향해 방향을 돌렸다.

언제든 명령이 떨어지기만 기다린채 전시대기 상태를 유지하던 주한 미군, 주일미군, 괌, 필리핀 미군기지도 모든 비상을 해제하고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백악관은 새로운 논의에 직면했다.

"하수영-아메리카 조약에 의거하면, 이건 미국에 대한 테러로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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