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244화
286장 망둥이 치어들의 잔치 (6)
대검 집무실에서 임탁정은 뜻밖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고 검사가 방배동 화재에 출동한 소방관한테 행패를 부렸다고?"
"네. 억지로라도 주차 차량을 밀고 들어가서 불을 진압하란 내용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불이 난 빌딩의 실소유주가 고윤무 검사가 맞는 듯합니다."
"건물 등기상 소유주는?"
"라테그룹입니다."
"그럼 고 검사 게 맞네. 저번에 진석현이 그놈 구해주고 받은 거겠지."
정작 진석현은 집유를 받고 나서 마약 중독으로 인한 환각 때문에 자기 눈을 찔러 영구적으로 시력을 상실했다.
100억으로 고윤무 검사를 사서 실형은 피했지만, 징역살이보다 더한 어둠에 평생 갇혀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라테그룹 회장이 손주를 위해 큰 결심을 하고 청담스코프 삽입 신청을 했으나, 대기 순번이 한참 밀려있어서 하염없이 기다린다고 들었다.
"그리고 정창환 검사장님과 총장님도 집안에 큰 사고가 벌어진 듯합니다."
"큰 사고?"
"정창환 검사장님이 가진 건물에 콘크리트에 갑작스러운 균열이 가서 사람들이 모두 피신했습니다. 총장님은 살고 있는 아파트의 화장실 오수관이 일제히 역류해서 폭발을 일으키는 바람에…… 온 집안이 분변으로 범벅이 됐다고 합니다."
"상상만 해도 더러운 냄새가 나는데."
후배 검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차장님, 이거 혹시……."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일이 터지는 게 이상하다, 수영그룹에서 뭔가 한 게 아니냐, 이런 말을 할 거라면 묻어두게."
"그냥 확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수영그룹이 사적 보복을 했는지 아닌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임탁정은 전화기를 꺼내어 저장목록을 뒤적이면서 말을 이었다.
"적들이 지금 자중지란에 빠져 있고, 우리한테 유리한 타이밍이라는 게 중요한 거지."
[한창우 판사]
신호가 참 오래 갔지만,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자동응답으로 넘어가자 전화를 끊고 다시 걸었다.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지만, 바빠서가 아니라 아마도 발신인 번호를 보고 고뇌하는 것이리라.
드디어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임 차장.
"선배님.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으시면 이 연수원 후배가 가슴이 아픕니다."
-대체 내게 왜 이러는 건가?
"그러게 왜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살아오셨습니까? 판결매매, 기소청탁 다섯 명이 넘는 스폰녀들을 거느리는 게 말이 됩니까? 지금 당장에라도 법복을 벗으시면 제가 더 이상 공적으로 선배님께 요청을 드릴 일도 없을 겁니다."
그 대신 캐비넷 자료를 모두 터뜨려서 변호사 개업도 제대로 못 하게 만들겠지.
-그러는 임 차장은 얼마나 떳떳한가?
"저야 하늘 아래 떳떳하죠. 남의 돈은 단돈 십만 원도 받은 적 없습니다."
하수영 덕분에 맞은 로또 대박은 뇌물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에게 받은 것은 추첨이 개시되기 전의 로또 번호였으니까.
"지금 영장 신청 넣을 겁니다. 모쪼록 깔끔하게 발부해 주십쇼."
-정말 이것만 해주면 앞으로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을 건가?
"저는 지금 선배님을 사사로이 괴롭히는 게 아니라 공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불법공무 행사 중이라고 판단된다면 영장을 거부하십시오. 그 또한 판사의 권한 아닙니까?"
-……신청이나 하게.
"이런 자질구레한 일을 맡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판사들 중에서 안 깨끗한 놈을 찾아보기가 힘들더라고요."
전화를 끊은 임탁정이 몸을 우드득 풀면서 일어났다.
"자, 움직이자."
"예, 차장님."
임탁정과 그를 따르는 소수의 검사들은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그들은 총장, 수영병원 압수수색을 직접 지시한 정창환 검사장을 기습으로 덮쳐서 즉시 구속, 곧바로 구치소에 처넣었다.
구속 사유는 사사로운 목적 달성을 위해 불법적으로 수영병원을 압수수색하고, 또한 뇌물을 요구한 혐의 등이었다.
"임 차장이 미친 거 아니야?"
"제주도에서 오래 썩었다가 복귀했다고 아주 자기 세상인 줄 아네."
"저 새끼, 왜 저래?"
사상초유의 하극상에 검찰 내부는 커다란 혼란에 휩싸였다.
임탁정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청담수영병원 압수수색은 수영그룹 길들이기 거대작전의 극히 일부 분일 뿐이다."
하수영으로부터 두둑한 용돈을 받길 원하는, 늙고 탐욕스러운 법조인은 참 많다. 판사,검사, 은퇴하고개업한 전관변호사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하수영은 박호진 로펌하고만 거래하며, 그마저도 모두 정당한 거래일 뿐이다.
불법행위를 무마하기 위해 거액의 수임료를 안겨주거나, 법조 인맥을 관리하겠다고 돈을 살포하는 일이 일절 없었다.
이는 그간 재벌들의 관행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였고, 그래서 법조인들은 수년 동안 불만이 쌓였다.
저렇게 돈이 많은데 왜 우리에게 용돈을 주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면 용돈을 줄 수밖에 없도록 만들자, 해서 달려들었지만 수영그룹의 모든 회계는 완벽했다.
가장 큰 탈세로 걸고넘어지려고 해도, 농업은 면세사업이었기에 걸고 넘어질 게 없었다.
프라임건설, 서진파운드리 등의 자회사들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어 하수영을 직접 치는 것은 지나친 무리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하수영이 중한국의 국부 지위까지 획득하고 말았고, 법조인들은 초조해졌다.
군부 출신 대통령이 하수영한테 적당히 굽히면서 자신의 권력 기반을 열심히 다지는 모습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 이러다가 우리만 바보 되겠다.
이제는 더 이상 구경만 하고 있으면 안 되겠다.
나중에 퇴직자금도 제대로 못 챙기겠다.
그런 위기의식이 몰려든 것이다.
그러나 압수수색은 보기 좋게 실패했고, 오히려 내부에서 일어난 하극상 때문에 총장 등 머리가 구치소에 갇혀서 움직임을 제약받았다.
***
임탁정은 재빠르게 총장을 심문했다.
"이 미친 새끼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냐!"
분노에 가득 찬 일갈에는 희미한 초조함이 묻어나 있었다.
총장은 지금 자신을 윽박지르는 것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기준으로 부하에게 하극상을 당해 구속까지 된, 이루 말할 수 없는 치욕을 겪고 있음에도 다른 생각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총장님, 고민이 많으시죠? 오수관역류 폭발 때문에 집이 엉망이 돼서 그러십니까? 아니면 청소하다가 발견된 금고 때문에 그러십니까?"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총장이 놀라서 펄쩍 뛰었고, 임탁정의 미소가 더욱 으스스해졌다.
"아, 글쎄. 청소업체 직원이 큰 철제금고를 발견했는데 무심코 눌러보니 그냥 열렸다고 하지 뭡니까? 그러게 디지털 금고를 쓰시지. 아니면 번호키라 돌려놓던가 말입니다."
핵발사 코드를 00000000으로 해놓별 차이가 없는 보안의식. 매번 열고 닫는 게 귀찮았을 테고 자기 서재인데 무슨 상관이냐 하는 마음가짐이 낳은 보안참사다.
"재산신고내역에 잡히지 않은 이 무기명 채권들과 금괴, 어떻게 해명하실 겁니까?"
"이건 별건 수사야. 불법이라고."
"별건 수사 아 닙니다. 청소업체가 발견을 해서 추가 신고가 들어온 거라니까요?"
총장 의 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금고에서 발견된 재산은 총장이 공개신고한 총 재산의 7 배가 넘는 금액이 었다.
즉 지금 총장은 전 재산의 90%에 가까운 액수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아마 머릿속에 지금 구속된 상황이나 청담수영 병원 은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떡하면 그 돈을 안전하게 지킬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꽉 박혀 있겠지.
"너 이 새끼…… 이런 하극상 벌이고도 네가 검찰 내에서 자리 지킬수 있을 줄 알아?"
총장의 목소리가 부르르 떨렸다.
임탁정을 끌어내리더라도 자기 전 재산을 되찾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네가 하수영 회장한테 얼마를 받아처먹었는지는 몰라도, 그놈 한 명만 믿고 있다가는……."
"제가 지금 하수영 회장님 개인을 위해서 이러는 것으로 보입니까?"
"무슨 개소리를 하려고? 그럼 다른 이유라도 있다는 거냐?"
"이유야 있죠. 그냥 동료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걸 포착했고, 검사로서 잡아넣었을 뿐입니다."
"이 미친 새끼가……."
"됐으니까 취조나 합시다. 이름!"
"……뭐야?"
"이름! 이름 말하시라고요!"
***
검찰의 혼란은 나날이 가중되었다.
선배 및 동료검사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임탁정한테 미친 거 아니냐고 항의했다. 이미 수영병원 압수수색 저항은 뒷전이었고, 어느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았다.
이 시기 블랙아웃 걱정 없이 맘편히 영업할 수 있는 언론사는 대체로 사이즈가 작은 편이었고, 어느새 전국구가 된 울릉군민일보가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임탁정 검사, 하극상 아니다! 검찰 조직 내 중대한 사법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들고 일어났을 뿐!]
한때 10대 언론에 속했던 대형 언론사들이 필사적으로 하극상으로 몰아가려 했지만, 전기 공급이 들쭉날쭉해서 자가발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제대로 활동을 하기 힘들었다.
에어컨을 돌리지 못하는 찜통 사무실에서 힘들게 기사를 쓰고, 겨우겨우 포털서버에 올리고 있지만 속도와 물량에서 프리덤의 지원을 받는 울릉군민일보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검찰의 혼란을 어떻게 이용할지 골몰하는 무리가 있었다.
여당 육군 출신 및 친육군 의원들이 비밀리에 회동했다.
"지금 검찰은 당나라 오합지졸보다 못한 수준에 처해 있어요. 헌병대 소장이 참모총장에 개기고 잡아넣는 것보다 더 기가 막힌 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장이 참모총장을 잡아 넣었다라. 딱 적절한 비유입니다, 이용식 의원님."
이용식 의원은 장군 출신 3선 의원으로, 현 대통령인 박부성보다 육사 선배였다.
현재 친대통령파로 분류되지만, 5년 임기 후 내각제를 출범할 때 총리 자리를 놓고 대통령과 가장 치열하게 다툴 잠재적 라이벌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해군과 공군만 중요 시하는 하수영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육군 출신 및 친육군파 의원들이 대체로 그런 성향을 숨기고 있었다.
즉 '샤이 하수영 안티'인 것이다.
하지만 이용식 의원은 무턱대고 압수수색이나 벌이는 머저리들하고는 전략이 달랐다.
"이용식 의원님, 이 기회에 임탁정차장 쪽에 힘을 실어줘서 검찰을 쉽게 장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어떨까요?"
다른 의원이 이견을 냈다.
"흠, 차라리 임탁정의 반대쪽에 힘을 실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쪽이 '해수'를 싫어하니 우리와 더 잘 통하지 않겠습니까?"
'해수'는 바닷물, 즉 하수영을 돌려서 말하는 암구어 같은 것이다.
검찰에 어떤 식으로 개입해야 육군,그리고 차기 총리자리 쟁취에 유리할지를 놓고 복잡한 의견이 오고 갔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이용식이 말을 꺼냈다.
"모두 간과하는 게 있어요."
"무엇입니까?"
"우리 VIP는 당연히 임 차장 쪽의 손을 들어줄 거요. 검찰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한번 손을 봐주고 싶어 했으니까. 현 법무부 장관이 검사 출신임에도 검찰과 공조가 되지 않는 건 그거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선후배가 각을 세운 거죠."
"……."
"그러니 우리는 VIP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뜻을 최대한 이룰 수 있어요."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봤자 들러리 밖에 되지 않는다.
차라리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은근히 미웠던 하수영한테 손해를 입힐 수 있고, 차기 대권에도 한층 다가갈 수 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해수가 흐르지 못하고 한 자리에 고이게 만드는 거요. 해수가 넓은 바다로 들어가버리면 손을 쓰고 싶어도 못 씁니다. 검찰이 혼란에 달해 있는 이때야말로, 앞으로 다시 오지 않을 큰 기회입니다."
이용식은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하늘이 갑작스럽게 내린 기회였다.
지금 상황에서 어부지리를 잘 취하기만 하면, 초대 총리가 되어 죽을 때까지 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권력을 쥘 수 있다.
"그럼 제가 총장 쪽, 아니, 반임탁정 세력에 끈을 넣어보겠습니다. '여당'이 적극 지지한다고 하면 흔쾌히 받아들일 겁니다."
청와대의 주인은 대통령이지만, 지금 당의 주인은 당대표인 이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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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계파와 접촉한 홍규로 검사장은 합참본부를 기습, 합참의장 등 군령권을 가진 주요 장성들을 군비리 혐의로 구속했다.
그들이 용산 본부에서 외출했을 때를 노린 불법구속이었다.
또한 하수영, 로한, 전성렬, 정서희등 범수영그룹 주요 인물들에게 출국금지 및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출국금지 조치는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나 구속영장은 미쳐 돌아가는 판에 겁을 먹은 법원의 회피심리 발동으로 미뤄졌다.
이에 해군본부는 하수영이 위험하다고 판단, 공수헬기를 타고 해병대 특수부대가 청담동 저택으로 진입해서 철벽을 쳤다.
육군 전체에 비상대기령이 떨어졌고, 창고에 갇혀 있던 치장물자들이 바깥 빛을 보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이런 긴박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하루를 시작하고, 또 마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