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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239화 (1,239/1,270)

프랜차이즈 갓 1239화

286 장 망둥이 치어들의 잔치 (1)

새로 출범한 중한국의 신정부 주요 인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 앞에는 온갖 산해진미 풀코스가 널려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손을 대지 않았다.

식욕이 없다기보다는 더 중요한 행사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철그덕. 철그덕.

금속 갑옷이 기동 중에 부딪히는 쇳소리가 울리고, 윤태호를 비롯한 신정부 인사들이 모두 긴장해서 벌떡 일어났다.

"아아, 다들 앉아 있어요."

하수영의 한마디에 다들 얼른 제자리에 앉았다.

온통 황금색으로 빛나는 전신 금속갑옷을 입은 모습은 진짜로 눈이 부셨다.

투구를 쓰지 않은 채 얼굴만 드러낸 모습은 신화 속에 나오는 대부호 같았다.

푹. 푹.

별안간 나무 바닥이 밑으로 빠졌고, 하수영은 가볍게 투덜거렸다.

"나무가 물 먹었나 보네. 요즘 비가 너무 많이 오긴 했지."

'한 번 밟았다고 저 단단한 나무 바닥이 밑으로 꺼진다고?'

신정부 인사들은 경악했다.

세상에 맙소사, 도대체 국주님은 지금 얼마나 무거운 갑옷을 입고 계신 거지?

"자, 이제부터 중한이 추구해야 할 국가 비전을 브리핑하겠습니다. 다들 편히 식사하면서 들어요."

그 말에 다들 일제히 수저를 들었다.

편히 식사하라는 가벼운 멘트 하나 하나까지 전부 철저한 명령 수용으로 몸에 밴 덕분이다.

"모두 알다시피 지금 전 세계가 상당히 개판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단어 선정에 신정부 인사들은 바짝 긴장했다.

하수영이 지시하지 않아도 대형 화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 현황이 정리돼서 떠올랐다.

"러우 전쟁으로 이미 세계 경제는 나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오늘 당장 종전이 된다 해도 후속 전쟁의 불씨를 안은 불완전한 종전이죠. 에너지 수급이 끊긴 유럽은 언제 그랬나는 듯이 다시 원전으로 회귀하려 하고 있고요."

화면이 바뀌었다.

"싼샤댐 수위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까지 없었던 심각한 대가뭄에 시달리고 있죠. 그 많은 구름들은 지금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몰려가 열심히 바다에서 펌프질한 물을 퍼붓고 있습니다."

평안북도와 함경도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북쪽 지대가 비춰졌다.

"얼마 전, 러시아와 중국이 우리 수영농장에서 천문학적인 양의 식량을 또 대량으로 수입했습니다. 장기 화되어가는 식량 문제를 대비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러우 전쟁이 끝나고 벌어질 또 다른 전쟁을 대비하여 미리 군량을 비축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이 가장 큽니다."

대형 화면에는 <자유롭게 질문하셔도 좋습니다>라는 문구가 떠올랐고, 신정부 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손을 번쩍 들었다.

"리위찬 장관, 질문하세요."

"중국과 러시아가 대비한다는 또다른 전쟁이 한반도 침략입니까?"

"그렇습니다. 모두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잡아떼고 있지요."

또 다른 질문이 나왔다.

"그럼 중국과 러시아에 식량 수출을 중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놈들의 현금 흐름을 조금이라도 조이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농부가 쌀을 쌓아놓고 팔지 않는 것은 죄악이기 때문입니다."

"……."

"……."

"제가 이렇게 힘들게 쌀 판 돈으로 중한의 재건을 지원하고 있는 겁니다. 다들 아시겠어요?"

"송구스럽습니다!"

"송구스럽습니다. 국주님!"

이제는 대놓고 국부가 아니라 국주라고 은근슬쩍 호칭을 묻히고 있다.

"제2의 한국전쟁은 필연적입니다. 물론 중한과 한국, 우리에게는 아니지만, 우리를 제외한 모든 나라들한테는 한국전쟁 발발이 절실합니다."

"……."

"식량과 에너지 위기에서 미국을 제외하고 자유로운 나라는 이제 없습니다. 러시아,중국, 유럽, 일본, 아프리카, 인도, 호주 역시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식량과 에너지 문제.

그 어떤 선진국이라도 반드시 그중 하나에서 걸려 넘어진다. 한국과 미국 빼고.

"그런데 수영농장은 그 두 가지 문제의 완벽한 해결책을 갖고 있죠. 게다가 수영농장은 다른 한국 기업들처럼 원자재나 설비부품 수입문제로 압박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들 입장에서 치고 들어올 약점이 없는 거죠."

수영그룹이 주로 소비하는 원자재는 티타늄, 구리, 규소 정도인데 얼마 전 국내에서 대규모 광맥이 발견되어서 전량 자체 조달을 한다.

그 외 수입하는 원자재들은 특정국가에 편중되어 있지 않아 쉽게 조달이 가능하다.

"수영농장은 대부분의 필수자재나 부품, 설비를 미국에서 전부 수입하고 있죠. 4조 달러 가까운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이 미국 환계 좌에 있어서 아주 안전하고요. 이건 대외비이지만, 금도 3천 톤 가까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수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완전무결한 기업이니, 주변국에서 얼마나 탐을 내겠어요?"

"옳습니다. 국주님!"

"중국, 러시아, 일본은 필사적으로 꼬투리를 잡아서 제2의 한국전쟁을 일으키고 싶을 겁니다. 그리고 당기기 좋은 방아쇠가 바로 우리 머리 위에서 구걸하고 있고요."

그럼 북한을 굶겨 죽이면 되지 않느냐, 라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신두 지원을 끊어버리면 북한은 핵으로 자폭을 시도할 것이다.

제아무리 미국의 요격 체계가 뛰어 나다 해도, 무차별로 쏟아지는 미사일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순 없으리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핵은 단 한 발이라도 떨어지는 순간 이쪽의 멸망을 낳는다.

"때문에 탱커 역할을 하는 중한의 빠른 성장과 안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반도 전쟁은 러우 전쟁이 끝나자마자 날 수도 있고, 십년 안에 날 수도 있고, 그 이후에 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 문제가 가속화될수록, 언젠가는 결국 터진다는 겁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국주님."

"저희들이 무엇을 하면 되는지 알려 주십시오. 모두 신명을 바쳐 따르겠습니다."

다들 하나같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씩씩하게 보여 주었다.

주인 앞에서 필사적으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강아지떼 같은 광경이다.

"외부 상황과는 달리 수영농장 덕분에 한국의 내부 상황은 지금 쾌적한 편입니다. 쌀이고 생선이고 전기고 뭐든지 넘쳐나니까요."

한국 이야기가 나오자 신정부 인사들의 얼굴에 분노가 깃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국제정세에는 어두운 편이었지만, 한국 상황에는 해박했다. 항상 눈을 떼지 않고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가재건비로 겨우 1조 달러 지원했다고 지금 난리 중인 거 아시죠? 불법대북송금이라고 지금 압수수색 이야기까지 나온대요. 하여튼 배부른 놈들이 더하단 말이죠."

"아직도 감히 국주님을 음해하려는 세력들이 남아 있다는 게 놀라울 뿐입니다."

"원래 해충 박멸은 주기적으로 해야 합니다. 한 번 하고 나면 한동안은 깨끗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나타나거든요. 근데 뭐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고요. 그냥 즐깁시다."

"예?"

"즈, 즐기다니……."

결례인 걸 알면서도 신정부 인사들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느닷없이 이 타이밍에 그냥 즐기자는 말이 나올 줄 몰랐다.

"망둥이 새끼들이 지들이 다 큰 숭어인 줄 알고 날뛰고 있는데, 그냥 즐겁게 지켜보자고요. 여러분들은 절대 이 망둥이 쇼에서 눈을 떼선 안 됩니다. 아시겠어요?"

"알겠습니다!"

뭔가 마지막 당부가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진 것 같지만, 충성스러운 신정부 인사들은 힘차게 대답했다.

***

윤태호를 따로 조용히 불러낸 하수영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는 인원이 많아서 전부 이야기를 하진 못했는데, 지금 남쪽 상황이 심각합니다."

"그 정도입니까?"

하수영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표정을 보일 줄 몰랐던 윤태호는 저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그럴 리가, 국주님이 남조선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데, 내각제 개헌안조차도 국주님의 묵인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통과되지 못했을 텐데.'

한국에서 하수영한테 직접적으로 생계가 걸린 사람들 숫자만 따져도 천만 명은 넘을 것이다.

그 사람들만 응집시켜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할 텐데?

심지어 71%의 득표로 당선된 현직 대통령 박부성조차도 하수영하고 적당히 친하게 지내는 사이인데?

"이거 조금만 삐끗했다가는 내가 강제로 한국의 왕이 될지도 몰라요."

"……."

"지금 각이 딱 섰거든요."

무수한 전쟁 속에서 뭐 좀 하다보면 어느새 세계 일통을 달성하거나, 한국의 종신 최고권력자가 되거나 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이번에는 편히 농사나 지으려고 했는데, 그래서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최대한 멀리 돌아가곤 했는데, 결국 세상의 흐름이 자꾸만 자신을 쫓아온다.

"이게 킬각, 아니, 왕각이라는 건데 경험 많은 사람만 보이는 그런 흐름이 있습니다. 지금 딱 흐름이 섰어요. 저도 미치겠네요."

"그렇다면 진지하게 남조선의 권력을 접수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한국 왕 먹어봤자 이거저거 해달라는 불만만 매일매일 쏟아질 텐데, 그게 얼마나 피곤할지 한 번 상상을 해보세요. 통령."

"……."

"아무튼 지금 한국 분위기는 매우 심각합니다. 그래도 통령이니까 알아는 둬야 할 것 같아서 따로 찔러주는 겁니다."

"영광입니다. 비밀은 지키겠습니다."

"믿을 만한 측근들하고 의논하는 건 좋아요. AI 정부가 맡은 기능은 행정과 사법이지, 정치와 외교는 아니니까요."

윤태호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이게 정말 심각한 게 맞는 건가?

'이보게, 동무'

'예, 통령 동지!'

'지금 남조선이 심상치 않아. 잘못 하다가는 우리 국주님이…….'

'헉! 놈들이 국주님께 어떤 위해라도!'

'어쩌면 나중에 남조선을 접수하고 강제로 왕이 되어버리실지도 모르네.'

'예? 동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윤태호는 상상 속이지만 동지, 동무란 단어를 써버린 자신을 조용히 자아비판했다.

***

하수영은 중한을 뻔질나게 드나들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4일 정도는 중한에 머물렀다.

혼자만 가는 게 아니라 장효주, 정서희, 로마노프, 미레아도 번갈아 동반했다.

1조 달러 지원을 취소하라는 시위는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었다.

개인의 재산권 행사이자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길이라는 맞대응 시위도 만만치 않게 일어났다.

세계는 치솟는 물가와 고금리에 신음하며 크게 앓고 있지만, 한국의 물가는 저렴한 식료품 물가와 그 외높은 물가로 양극화된, 기이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 일본의 우수한 기술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갈 데가 없어 결국 한국에 들어와서 취직을 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여기에도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있잖아!"

안드로이드 프리덤의 본고장이 한국이라는 것을 처음 안 일본 외국근로자들은 잠시 좌절했다.

하지만 농업, 반도체, 가사도우미등 극히 한정적인 영역에만 투입된다는 설명을 듣고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안심하십시오. 수영그룹의 안드로이드는 여러분의 일자리를 뺏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일터에서 안심하고 바쁘게 일할 수 있도록, 아이와 노모,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돌볼 뿐입니다.

일본의 전문 기술자들이 끊임없이 한국으로 넘어와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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